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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 - 호르헤 베르고글리오와의 대화
교황 프란치스코 외 지음, 이유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2013년 3월 제 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청빈, 겸손, 소박의 대명사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따르겠다는 의지로 공식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정했다. 그리고 2013년이 끝나갈 무렵 타임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겸손한 자세로 ‘치유의 교회’ 실현을 촉구하고 있으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라며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였다.
사실 나 역시 교황에 대해서 그리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웹서핑을 하다 그가 '트리클 다운'에 대해 남긴 말에 정말 많이 공감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번에 읽은 <교황 프란치스코>는 그가 추기경으로 재직하던 시절 언론인 2명과 2년에 걸쳐 나눈 대담을 담고 있다. 가족의 탄생, 믿음의 봄, 살아있는 가톨릭, 사랑 그리고 만남, 희망의 증거라는 5가지의 주제로 정리된 교황과의 대담은 그의 일대기를 담아놓은 전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도 들지만, 도리어 그의 생각을 제대로 전해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그의 인간적인 면과 정신적인 세계를 들어보기 위한 대담자들의 질문에 답을 한 그는 "지금 제가 드린 말씀이 쓸모가 있는 건가요?"라고 되묻곤 했다. 이혜인 수녀님이 남긴 추천사가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 감사의 마음을 대신해줄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위로의 지혜서이며 사랑의 잠언서입니다"
세월이 흘러간다고 사람이 자연스럽게 숙성이 되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세계에 갇혀버리고 완고해지기 쉽다. 내 자신의 마음과 생각이 유연해질 수 있다면, 사람들의 조언을 수용하고 좋은 글을 읽으며 나를 가다듬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아무리 좋은 포도를 사용해 만든 포도주라도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그냥 산화 되어 버리기 쉽다. 그처럼 한 사람의 삶이 향기로운 포도주로 숙성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벼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인내를 이루다'라고 표현한다. 자신의 인생 자체가 평생 지속해야 할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정말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 연연하고 즉흥적인 성격이라 그럴까? '성숙한 삶, 인내를 이룬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또한, 단순히 교회의 문을 열어놓는 것으로 부족하기에 직접 교인들을 찾아가는 가톨릭의 길에 대한 이야기나, 일을 통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과 무위도식과 여가 그리고 비인간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균형을 찾아나가는 과정, 파국으로 치달았던 200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의 상황에서 그가 호소한 '각자의 어깨에 조국을 짊어질 것' 같은 이야기들도 읽으면서 내내 나의 생각과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