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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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하고 항구한 것에 대한 희구를 바라던 무모한 자신감에 충만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는 요한. 그리고 그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들과 하얀 희망이라는 뜻의 이름을 갖은 여인을 떠올리며 시작되는 <높고 푸른 사다리>지상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영원에로의 통로, 야곱이 보았다는 사다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한다. 책을 읽으며 문득 요한의 찾은 영원에로의 통로가 되어주는 사다리는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네딕도 수도원의 젊은 수도사였던 그에게 사랑과 작별의 말을 함께하며 떠나간 여인 소. 북한에서 너무나 참혹했던 옥사덕 수용서의 이야기를 통해 고난을 사랑으로 참아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토마스 수사님. 그리고 흥남부두에서 남한으로 탈출하기 위한 사람들 틈에서 남편을 잃은 할머니의 아픈 이야기까지 모두 조건 없는 사랑을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사랑이란 모든 보답 없는 것에 대한 사랑이다.”

 

날카로운 턱 선에 이지적인 콧날을 갖고 있던 미카엘, 그는 규율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가난한 이와 함께 하려 했다. 고수머리에 여자로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얼굴을 지녔던 안젤로, 그는 더없이 따듯한 마음으로 누군가가 외롭지 않게 늘 그들의 편에 서고자 했다. 그리고 그들과 신실한 우정을 나누었던 요한은 소희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져 자신이 살아온 이십구 년의 인생 속에서 처음으로 주님과 진심으로 대면하게 된다. 길을 잃었다는 그의 고백에 하느님은 사랑하라, 요한. 사랑하라라는 울림을 전해주신다. 과연 그것이 남녀간의 사랑만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어떤 결정을 해도 응원하고 지지해주기로 한 친구들의 뜻밖의 죽음 앞에서도, 그렇게 사랑한 여인의 변덕스러움 앞에서도 필요한 것은 오로지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그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이 낯설게만 느껴지고, 불합리한 운명일지라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도, 꼭 고통을 통해 성장해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도 지울 수 없다. 그래서일까? 촘촘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를 읽고 나서도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미카엘이 빵 하나가 없어서 괴로워하는 자에게는 빵을 주면 되지만, 100개의 빵을 갖고도 지루해하는 자는 도울 길이 없다라고 했던 것만 계속 머리에 남는다. 도대체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내가 갖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 느낌에 괜스레 마음이 좋지 않다. 생각해보니 그 이야기에 대한 답을 책을 읽으며 찾지 못한 거 같다. 아무래도 다시 한번 책을 읽어봐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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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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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별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사랑에 빠졌다"

 

이미 이야기의 끝을 알고 책을 읽어나간다는 건 어쩌면 이미 이 여정의 끝을 뻔하게 알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거기다 오만하리만큼 잘났지만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 사지마비환자가 된 젊은 사업가, 윌 트레이너와 그의 간병인 루이자 클라크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남녀의 이야기는 아니라도 이미 영화 언터처블을 통해 비슷한 구도를 접해보았기 도 했고 너무 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럼에도 <me before you>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이유는 무엇일까?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무래도 두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가 너무나 잘 살아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여자주인공이라면 스칼렛 요한슨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남자주인공은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크리스찬 베일이 젊었을 때라면 딱 일거 같지만 이미 어려운 나이고, ‘조셉 고든 래빗이 어떨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애니메이션이나 소설 속 주인공들을 가상캐스팅 하는걸 보며 재미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내가 이렇게 열을 올릴지는 몰랐다. 아무래도 영화가 개봉된다면 꼭 보러 갈 것이고, 야심만만하고 세상이 자신의 계획아래 움직인다고 믿던 천재사업가로서의 윌과 사고 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존재하기만 해야 하는 그 상황 속에 고뇌하는 윌 그리고 루이자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을 온전히 간직할 방법으로 어쩔 수 없이 삶의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윌을 제대로 그려낼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윌의 여동생이 찾아와 울면서 하던 말. “하지만 디그니타스 병원이라니?” 그 순간 손잡이를 잡고 있던 루이자의 손이 굳어버리듯 책을 읽던 내 시선도 멈춰버렸다. 내가 알기로 그 곳은 말기 환자나 불치병 환자가 편안하게 자살할 수 있게 해주는 자살 클리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윌의 어머니가 루이자에게 6개월의 임시직으로 윌을 돌봐달라고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힘을 불어넣을 수 있게 활기차고 명랑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으면서 왜 그 기간이 6개월로 한정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살아가기만 하는 것만큼 답답한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바라보는 윌은 적어도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참 안타까웠다. 이미 그 끝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이 두 사람의 사랑에 설레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또 마지막의 그들의 선택에 눈물지으면서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이 책이 갖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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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어떤 책을 읽는가 - 나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책 읽기
박경옥 지음 / 작은씨앗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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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여름휴가 때 CEO가 읽을 책'을 발표하면 몇 권 정도는 챙겨보곤 했다. 경제경영과 인문분야에서 선정되는데, 리더가 갖추어야 할 것 같은 명제에 충실한 책뿐 아니라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들도 참 좋다. 작년에는 <술탄과 황제>를 골라 읽었었는데 덕분에 정말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었다. <CEO, 어떤 책을 읽는가>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박경옥 수석이 엄선한 30권의 책과 그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사람을 본다는 것은 견, , 삼단계가 있으며 그 중에 상대를 믿고 가장 깊은 곳까지 지켜보며 그가 가능성을 펼칠 수 있게 해주는 진심이 담긴 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진실의 반대는 편견이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사람을 볼 때 쉽게 편견의 안경을 쓰곤 한다. 그래서 <생각>이라는 책에서 공자와 안회와의 일화도 기억에 남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인데, 그저 첫인상만으로 혹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고 쉽게 단정해버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드러커 100년의 철학>에서 피터 드러커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거의 유일한 자원이 시간이라고 하였다. 나 역시 그 말을 늘 다이어리에 적어놓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시간 말고 또 하나를 꼽으라 하면 사람이 아닐까 한다. 특히 리더가 된다는 것은 바로 사람의 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 대한 존중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방법. 과연 그것이 나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라는 <인생에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과 나의 인생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찾기 위해 내려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심플하게 산다>는 아직도 스스로의 차고 넘치는 욕심 때문에 함정에 빠지곤 하는 나를 경계하기 위한 책인 듯 했다.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것은 바로 <닿는 순간 힘이 된다>이다. 늘 손을 잡고 다니던 노부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손을 잡고 다니다 엄지손가락으로 상대의 손을 꼭꼭꼭누르면 꼭꼭이라는 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꼭꼭꼭은 사랑해이고 꼭꼭은 나도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 신호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내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는 이야기였다. 결혼을 하고 나서 거의 일년이 지나서였던가, 낯을 가리기도 하고 그렇게 살갑지 않는 성격 탓에 시부모님과 여전히 서먹서먹 했었다. 가족끼리 골프를 치러 갔을 때 어머님이 유난히 얇은 옷을 입고 계셨는데 나도 모르게 뒤에서 안아드리면서 안추으시냐고 말을 건낸 적이 있었다. 아직도 어머님이 그때 이야기를 가끔 하시는 걸 생각해보면 접촉이 갖는 힘이 느껴지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접촉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소통의 방식이고 말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준다고 한다. 시부모님과도 좀 더 다정하게 손을 잡아볼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나도 남편과 손을 잡고 다닐 때 이런 행복한 대화를 나누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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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 부인이 가져본 적 없는 열 명의 아이들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림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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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보내는 편지>로 처음 만난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그때도 아무래도 그의 팬이 될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게 된 <밍부인이 가져본 적 없는 열명의 아이들>을 읽으며 이 마음은 확신으로 다가왔다. ‘비가시非可視 세계 연작을 통해 그가 종교와 철학에 접근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사람은 자기 단점들의 원인을 자기 안에서 찾아내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남의 탓을 하는 법이라니까요"

마오쩌둥의 부인을 죽이겠다는 집념을 갖고 자라던 다샤. 마오부인이 자살했다는 것을 알게 된 다샤는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다. 사실 다샤가 마오부인을 그렇게나 싫어했던 것은 바로 자신의 성격이 마오부인의 성격과 정말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단점을 알면서도 그 원인을 외부로 찾던 다샤는 공자가 남긴 말로 전해준 밍부인의 충고로 자신과의 싸움에 전념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럴 때가 많은 것 같다. 유난히 게으르게 하루를 보낸 거 같은 자책감에 휩싸일 때면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지인들에게 꽤 공격적이지 않았던가? 마치 흉한 모습을 한 나를 거울을 보고 있는 듯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샤가 이해가 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다.

 

"네 형은 너처럼 빈둥거리지 않는단다. 배움에 열심인 사람은 지식에 다가가게 마련이니 그 애가 언젠가 너를 앞지를 게다"

기억력이 좋지만 생각하지 않는 루와 총기가 빼어나지만 배우려 하지 않는 저우에게 밍부인이 공자의 말을 빌어 해준 충고인데 이 말도 참 좋았다. 그리고 루와 저우뿐 아니라 꿈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끝까지 가버린 큰 딸 팅팅의 이야기는 중용에 대한 것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하이 그랜드 호텔 남자 화장실에서 안내를 담당하고 있는 밍부인을 만난 그는 우연히 떨어트린 조카의 사진을 자신의 자식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밍부인은 자신의 열명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사실 한 자녀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에서 너무나 뻔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는 밍부인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밍부인은 자식들의 어떻게 성장해나갔는지 이야기를 해주면서 공자의 말을 더해주는데, 나 역시 의구심을 접어두고 재미있게 읽어나갔으니 직접 밍부인을 만난 그는 더했으리라. 중국의 한 자녀정책으로 태어나지 못한 중국인이 4억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어떻게 보면 4억 명의 가능성이 역사에서 지워진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 가능성을 밍부인의 10명의 아이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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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 촌놈들의 전성시대 응답하라
오승희 지음, 이우정 극본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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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편이라 화제가 되었던 응답하라 1997’이나 응답하라 1994’를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시절 즈음에 나 역시 20세가 되었고 포탈사이트에서 이 드라마들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 아련하게 추억들이 떠오르곤 했다. 아무래도 연세대학교에 재학을 했기 때문에 그 중에서라면 응답하라 1994’를 한번쯤은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마침 이렇게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소설 <응답하라 1994>가 출간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서울쌍둥이 야구팀의 코치가 되어 마산에서 서울로 상경한 동일. 그를 따라 서울로 온 부인 일화는 서울시 창천동에 신촌하숙을 열게 된다. 그리고 동일의 딸 나정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오빠 친구 쓰레기와 함께 칠봉이, 삼천포, 해태, 빙그레, 윤진이 같은 각각의 개성과 이야기가 살아있는 연세 대학생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뭐랄까? 마냥 친오빠같기만 했던 쓰레기가 어느 순간 낯설어진 나정이가 갖은 낯선 두근거림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몇 학번 차이이긴 하지만 서도, 그때는 저렇게 밝은 느낌을 주는 대학 생활을 즐겼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면 나의 캠퍼스 생활이 너무나 그 시절의 보통의 모습과 동떨어져 있었던 것일까? .. 나 때야 한총련 사태까지 있어서 어수선한데다 개인사정으로 휴학까지 해서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면도 있었다. 거기다 하숙집이라니 정말 재미있는 공간처럼 다가왔다.

남자주인공들이 전부 별명으로 불려지면서 드라마도 나정이의 남편 찾기였다던데, 다행히 기사를 통해 누가 남편인지 알고 있는 상태로 책을 읽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한 가족처럼 지내온 두 남녀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도 뭐랄까 스무 살이라는 나이가 주는 그런 감정은 뜨거우면서도 풋풋한 칠봉이의 사랑과 닮아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대학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면이 많아서인지 책을 읽으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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