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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상길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처세, 행복, 시간, 사색, 교양, 정신, 일, 욕망, 사회, 시련, 이웃, 죽음이라는 12가지의 테마로 톨스토이의 말과 생각을 묶어둔 책 <톨스토이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찾아낸 인생의 황금률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고, 정말 좋은 내용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을 커다란 불행으로 이끄는 유혹은 ‘남들이 모두 그러니까”라는
말 속에 숨어있다”라는 말은 그냥 남들처럼 쉬운 길로 가면 속편하지 않을까 했던 나의 마음을 경계해주었다. 그러나 이 책의 한가지 아쉬운 것은 글과 그다지 관계 없어 보이는 각종 일러스트와 배경을 지면으로 사용해서, 가독성이 떨어질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말이 된 “허송세월 하는 것은 부도덕이다”라는 글도 그다지
읽기 쉬운 편집은 아니나 문제는 이보다 심한 것이 꽤 있었다는 것이다.
내 고민이 그러해서인지 아니면 톨스토이가 유난히 그런 부분을 많이 언급한 것인지는 몰라도, 인생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들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사람은 삶의
목적 자체에는 도달할 수 없다고 한다. 인생 그 자체가 목적이고, 앞으로
나아가면 나갈수록 내가 갖고 있는 이상향도 그만큼 앞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쉼 없이 나아갈 수만 있는 것이다. 따라서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는 것도 참 어리석은 일이 된다. 겉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타인은 알 수가 없다. 그 사람이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가능성을 품고 변해가고 있는지 말이다. 우리가
판단하는 그 순간에도 그 사람은 변해가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톨스토이는 “노력은 수단이 아니고 그 자체가 목적이다” 그리고 “허송세월은 부도덕하다”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문득 이 말이 참 비수처럼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몇 년 전에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이유도 바로 ‘허송세월로 보낸 시간’들 때문이었다. 그때 지인들은 그렇게 보내지 않았다며 위로를 해주었고, 그 즈음에
읽은 책에서 그는 아무 관계없이 지나간 일들을 하나의 선으로 묶어 의미를 만들어낸다면 그 무엇도 헛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허송세월’이라는
말에 민감한걸 보면 그러한 콤플렉스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타인에 대한 존경과 자기 신뢰를 결합하는 일”에 대한 톨스토이의
언급이 위안으로 다가왔다. 세상에 수없이 좋은 말이 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전해주는 따듯함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말이 나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나 자신이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내가 갖고 있는 가치기준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을 때에만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충고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