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밥상 - 평범한 한 끼가 선물한 살아갈 이유
염창환.송진선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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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의 마무리를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공간, 호스피스 병원. 그 곳에서 만난 29명의 사람들에게 한끼의 밥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책 <치유의 밥상> ‘호스피스 병동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라며 숙제의 첫 장을 여는 프롤로그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행복이라는 단어와 함께 엄청나게 크고 한없이 이어질 것 만 같은 물음표가 저절로 찍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간은 다 매한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순간을 마지막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 사람에게는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마지막 일상이고, 세상과 소통하는 마지막 한마디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 역시 우리 삶과 다르지 않다. 한동안 몸이 안 좋아서 자주 응급실을 찾은 적이 있다. 응급실이란 열린 공간에서 하룻밤을 보 내다보면 아무런 준비 없이 덧없이 생명이 흩어지는 순간을 함께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와 함께한 사람들에게도 말이다.

호스피스 병원에서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어쩌면 판사로 재직하시다 국선변호사로 일하시던 석준님도 영일씨와의 재회해 오호!”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두부 찜을 맛보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자신을 버린 부모님을 원망하며 엇나가던 영일씨에게 부모님이 간직하셨던 사랑을 알려주시고, “잘 살아야 한다, 제래도 살아야 한다, 태어난 값은 하고 살아야 한다라며 다독여준 변호사에게 두부요리를 대접할 수 있었던 영일님에게도 그런 공간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완화의학과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암환자의 관리가 어렵다고 한다. 항암제 치료를 할 때는 병원에 입원할 수 있지만 그 외에 시간에는 홀로 집에서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입원을 하셨다 퇴원을 하셨다를 끊임없이 반복하셨다. 물론 당신께서 평생 사신 그 집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으셨지만, 그래도 고통을 줄여드리고 좀 더 당신의 삶을 편안히 마무리 하실 수 있는 곳으로 모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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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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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버린 일은 항상 잘된 일이다

법륜스님의 <인생수업>에서 건진 한마디이다.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안 좋은 일에 부딪치면 혼자 흥얼흥얼 거리 곤 했던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라는 노래가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말을 되뇔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러하다. 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이미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치는 것이 속편하지 않겠는가? 무슨 일이든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말은 그저 모든 일이 잘된 것이라며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법륜스님의 말처럼 왜 사느냐하며 삶에 시비를 참 잘 거는 사람이다. 어젯밤에도 난 허송허송세월 살아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남편의 기분을 나쁘게 했었다. 왜 그런 생각으로 자신을 자꾸만 괴롭히는지는 남편도 그렇지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 답을 찾을 수 있었고 나의 오만함을 덮고 있던 장막이 걷혀지는 기분이 들었다. ‘왜 사느냐며 자신에게 자꾸만 시비를 거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 특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삶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나는 이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자아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의 나를 이상향의 나로 끌어올리려는 것은 정말 한도 끝도 없어진다. 톨스토이가 지적했듯이 그 이상향은 내가 한발 나아가면 두세발 더 멀리 떨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거기에는 아주 간단한 해결방법이 있다. 바로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내가 갖고 있는 자아의식이 허위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쉽다면 꽃보다 누나에서 아직도 주인공이고 싶은 나를 내려놓기 힘들다고 고민하는 이미연이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말에 부족한게 아니고 네가 내려놓을 수 없는 나이야. 어쩔 수 없어. 마흔에 내려 놓을 수 있으면 부처님이지 절에 머리 깍고 들어가야지라고 윤여정님이 답하지도 않았으리라. 그래도 좋은 책을 읽으며 좋은 말씀을 자꾸만 들으며 조금 더 지혜로워지고, 나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삶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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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기적 - 죽음과 삶의 최전선, 그 뜨거운 감동스토리
캐릴 스턴 지음, 정윤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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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럽게 유니세프 미국기금의 회장 겸 CEO직에 오른 캐릴 스턴은 그 당시의 나이 쉰을 새로운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나이라고 말한다. 그녀에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 사람은 모자비크에서 만난 로사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었다. 허름한 병원에서 사랑스러운 딸을 낳은 로사에게 첫아이냐고 물어본 캐릴 스턴은 "아이가 살아있는 것은 처음이에요"라는 답을 듣게 된다. 사실 나 역시 이게 무슨 뜻일까라는 생각에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 그녀가 아주 기본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잃은 아이가 둘이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저 깨끗한 물이 없어서, 영양이 부족해서, 백신접종을 받지 못해서 혹은 탯줄을 자른 가위가 소독되지 않아 파상풍에 걸려서 죽어가는 아이가 하루에 2만 명에 달한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아파왔다. 그렇게 죽어가는 아이들을 ‘0’로 만들어 나가자는 캠페인 '제로의 힘을 믿어요(I believe in Zero)'에 대한 이야기 <제로의 기적>은 다르푸르, 시에라리온, 페루, 방글라데시, 아이티, 브라질, 케냐에서 그녀가 경험한 현실과 활동을 담고 있다.

유니세프 활동으로 수없이 출장을 가야 했던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세상의 다양성을 알려주기 위해 같은 뜻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브라질로 체험여행을 가게 된다. 그 곳에서도 IT기기에 빠져 있던 아이들은 HIV양성자인 RV와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에이즈에 감염된 것을 알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도 못하고 외롭게 지대던 RV는 컴퓨터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유니세프 사무실까지 가기 위해 먼 거리를 가야 하고, 차비를 내기 위해 점심을 먹지 못하게 되지만 RV는 그 곳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소통하기 시작했다. RV의 사연을 들은 후원자가 컴퓨터를 선물했고 2013년 현재 RV는 브라질 내 HIV에 걸린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 컴퓨터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고 그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여행을 했던 아이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큰 축복이고 매사에 감사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 여행을 고마움의 규율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소감을 확대해서 이 책 역시 그러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세상의 누구도 자신이 처할 환경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다고 캐릴 스턴은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특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그저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데 정신이 팔려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권리를 옳은 일에 사용하는 것에 소홀이 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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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상길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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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 행복, 시간, 사색, 교양, 정신, , 욕망, 사회, 시련, 이웃, 죽음이라는 12가지의 테마로 톨스토이의 말과 생각을 묶어둔 책 <톨스토이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찾아낸 인생의 황금률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고, 정말 좋은 내용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을 커다란 불행으로 이끄는 유혹은 남들이 모두 그러니까라는 말 속에 숨어있다라는 말은 그냥 남들처럼 쉬운 길로 가면 속편하지 않을까 했던 나의 마음을 경계해주었다. 그러나 이 책의 한가지 아쉬운 것은 글과 그다지 관계 없어 보이는 각종 일러스트와 배경을 지면으로 사용해서, 가독성이 떨어질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말이 된 허송세월 하는 것은 부도덕이다라는 글도 그다지 읽기 쉬운 편집은 아니나 문제는 이보다 심한 것이 꽤 있었다는 것이다.

내 고민이 그러해서인지 아니면 톨스토이가 유난히 그런 부분을 많이 언급한 것인지는 몰라도, 인생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들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사람은 삶의 목적 자체에는 도달할 수 없다고 한다. 인생 그 자체가 목적이고, 앞으로 나아가면 나갈수록 내가 갖고 있는 이상향도 그만큼 앞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쉼 없이 나아갈 수만 있는 것이다. 따라서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는 것도 참 어리석은 일이 된다. 겉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타인은 알 수가 없다. 그 사람이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가능성을 품고 변해가고 있는지 말이다. 우리가 판단하는 그 순간에도 그 사람은 변해가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톨스토이는 노력은 수단이 아니고 그 자체가 목적이다그리고 허송세월은 부도덕하다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문득 이 말이 참 비수처럼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몇 년 전에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이유도 바로 허송세월로 보낸 시간들 때문이었다. 그때 지인들은 그렇게 보내지 않았다며 위로를 해주었고, 그 즈음에 읽은 책에서 그는 아무 관계없이 지나간 일들을 하나의 선으로 묶어 의미를 만들어낸다면 그 무엇도 헛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허송세월이라는 말에 민감한걸 보면 그러한 콤플렉스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타인에 대한 존경과 자기 신뢰를 결합하는 일에 대한 톨스토이의 언급이 위안으로 다가왔다. 세상에 수없이 좋은 말이 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전해주는 따듯함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말이 나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나 자신이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내가 갖고 있는 가치기준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을 때에만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충고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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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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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거대한 골리앗이 아니라 상처받은 다윗에 의해 발전한다

 

다윗과 골리앗, 굳이 종교가 없더라도 이 이야기는 흔히들 알고 있다. 청동투구를 쓰고 전신갑옷으로 무장한 거인 골리앗을 양치기 소년인 다윗이 돌팔매질로 이겨낸 것인데, 보통은 일방적인 싸움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승리를 거두었을 때 은유적으로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다윗과 골리앗>이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이러한 설명이 틀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45킬로그램이 넘는 갑옷을 입고 근접전투만을 대비한 골리앗이 갖고 있는 약점을 찾아낸 다윗을 통해 약자들이 취해야 할 전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어떻게 보면 다윗은 전형적인 언더독일지 몰라도, 룰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승리를 이끌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 속에는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포기하고 정면으로 맞서거나 전통적인 교전 전략을 취해 패전한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그리고 이와 대비하여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T.E. 로렌스와 실리콘밸리의 모범생 소녀 농구팀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들은 분명 자신보다 더 능력 있고 큰 상대를 만나게 되지만,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게임 룰로 접근해 다윗처럼 승리의 단맛을 보게 된다.

 

"소나무는 성장하면서 점점 굵어지고, 아마도 나 또한 그럴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이야기와 바람직한 역경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적절한 접점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해 보였는데,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줄 수준의 어려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보통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노력해 선 순환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처럼 강점을 더욱 보강하는 것을 자본화 학습이라고 하는데, 이와 반대의 논리가 큰 힘을 가질 때가 많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난독증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데, 그러한 결핍을 갖고 있기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쉽게 배우는 것은 쉽게 잊혀진다고 하지 않는가? 이처럼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학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의해 배우는 것은 쉽게 배워지는 것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사실 나 역시 내가 잘 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게 경제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어쩌면 그러한 노력이 도리어 은연중에 내가 갖게 된 오만함의 원인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갖고 있는 힘과 무기를 과신해 상대에게 약점을 내보이게 된 골리앗처럼 말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1만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경영사상가인데, 그의 저서를 읽다 보면 단순히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식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올바른 방향으로 그리고 나의 상황에 맞게 적용시켜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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