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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
메이슨 커리 지음, 강주헌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4년 1월
평점 :
Ritual은 (특히 종교상의) 의식 절차, (제의적) 의례나 (항상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과 같은 일을 의미한다. 전에 신병철의 <리츄얼>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행동을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리츄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리추얼 Daily Rituals>는 작가들의 습관과 관련된
일화를 모아놓은 ‘일상의 습관(Daily Routines)’라는
블로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인데, 이 책을 통해 리추얼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삶 속에서 어떠한 힘을
갖게 되는지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조금만 깊이 파고들면, 위대한
인물들은 한결 같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쉬지 않고 공부하고 연구했다. 1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을 낙담하게 만드는
근면함이다”
사실 서문에서 프리쳇의 그를 인용한 것과 목차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고 이것은 천재의 리추얼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절로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정말 다양한 습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계보다 더 엄격했다는 인물들도 많았지만 유명한 작품을 남긴 소설가나 철학가들의 또 다른 이면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소설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는 알코올 때문에 소설 쓰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쇠렌 키르케고르는
돌아가신 외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커피에 빠져 있기도 했다.
학창시절부터 불면증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그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꽤나 고민하던 시절에 읽었던 어떤 사람의 자서전에서 왜 잠이 오지 않는지 고민하지
말고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라는 조언이 나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이 책에서도 불면증에
어려움을 겪었던 인물들이 등장하였다. 불면증마저 즐겁게 받아들인 마크 트웨인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는 자신에게 악영향을 끼진 일까지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유쾌한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그러한 자세야말로 정말 도움이 되는 리추얼이 아닐까? 그리고 ‘잠이 깬 밤은 훔친 시간과 같다’라고 생각한 메릴린 로빈슨은 나에게
또 하나의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여러 가지 리추얼을 읽던 중 기억에 남는 인물은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그는
‘똑같은 일과의 반복은 일종의 최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그런 규칙적인 일과를 통해 더 좋은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시간표이기에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수도 있지만, 그는 소설가의 의무는 전작보다
더 나은 신작을 발표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그 삶을 유지해오고 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님이 쓰신 추천사에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삶을 만드는 힘으로 재미와 의미를
꼽았다. 리추얼은 삶의 의미와 재미를 더해주는 습관을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