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재밌어서 밤새읽는 수학 이야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
사쿠라이 스스무 지음, 김정환 옮김, 계영희 감수 / 더숲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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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밤새읽는 수학 이야기> 2편인 <초 재밌어서 밤새읽는 수학이야기> ‘라는 표현이 붙은 것이 지극히 일본어적인 조어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는 또 하나의 수학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했다. ‘라는 것은 수학의 세계에서 자주 사용되는데 ‘hyper’를 번역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초월수대수적 수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과정은 수학의 재미를 담뿍 느끼게 해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역시나 난 이 시리즈가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번 쓴 거 같은데, 나는 중고등학교때 배웠던 모든 과목들을 다 암기과목처럼 생각했다. 이과를 선택했기 때문에 많은 분량을 배워야 했던 수학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이 시리즈에서는 그렇게 내가 맹목적으로 외웠던 공식들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사실 나는 수학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대학교 때 공학계산기를 들고 공부한 게 마지막 기억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수학이 참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특히 수의 세계에 매료되어 계산의 여행을 떠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환타지 소설 속의 이야기 못지 않게 느껴졌다. 특히 숫자로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마방진에 푹 빠져들었는데, 어떻게 보면 내가 스도쿠를 좋아하는 것도 결국 수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움 속에 빠져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뿐만 아니라 수는 우리 생활 전반에서 빛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미인의 조건이 되는 미인각’, 전자계산기의 마술, 밀레니엄 버그, 한자의 비밀이나 심지어 도박의 계산까지 재미있게 수학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었던 책이다.

얼마 전인가, 남편과 사칙연산의 기호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과연 그걸 누가 정했으며 왜 그것이 표준이 되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 책에는 거기에 대한 답이 나와 있어서 남편에게 즐겁게 설명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참 좋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게 느껴졌지만 수학미술관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정교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수학은 어떻게 보면 예술의 경지로까지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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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자 - 히말라야 도서관에서 유럽 헌책방까지
김미라 지음 / 호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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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자>를 읽으며 마치 오래 만나온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서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것도, 글로 접한 세상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도, 책 냄새를 맡으면 책 기억들이 아련히 떠오르는 것도 꼭 나의 이야기인 것만 같아 놀랍기도 했다. 나 역시 여행을 가면 서점과 고서점을 찾곤 한다. 그 곳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책들과 아련한 냄새는 할아버지의 서재나 아빠의 서재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서재의 책을 꺼내보는 걸 아시곤 아이가 읽으면 안 되는 책들을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겨놓으셨었는데, 그때는 그만큼 크기만 하면 어른이 돼서 마음대로 책을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물론 지금은 마음대로 책을 읽고 있지만,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닌 거 같으니 난감하기도 하다.    

이것이 나의 기억인지? 아니면 주위에서 하도 자주 이야기를 해주어서 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나는 책을 정말 좋아했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신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영향도 있었을 테고, 어린 시절의 나는 무남독녀인데다 부모님이 늘 바쁘셔서 어쩔 수 없이 책에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책을 좋아하는 걸 보면 변덕스러운 내 성격에 유일한 취미생활은 독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그래서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참 즐겁다. 특히 햇살 드는 창가에 대한 이야기와 내가 아는 세상은 글자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는 내가 이 글을 쓴 게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리고 헌책방 풍경이나 이야기가 있는 서점에 대해 읽으며 내가 가보고 싶은 곳들을 정리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저자 김미라나 나 역시 절대 갈 수 없는 서점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런던의 차링 크로스 84번지의 서점 프랭크와 브로드웨이에 사는 가난한 작가 헬렌이 주고받은 편지로만 남아있는 서점인데, 내가 어린 시절 자주 가던 서점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나를 참 예뻐해 주시던 아저씨가 경영하던 작은 동네서점은 정말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아직도 그 아저씨가 골라줬던 책을 보면 서점 안을 따듯하게 해주던 난로의 온기와 책을 좋아하는 착한 아이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던 그 손길이 생각나곤 한다. 점점 서점이 사라져가는 세상 속에서 그 속도에 따라 잡히기 전에 더 많은 서점에서 추억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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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
메이슨 커리 지음, 강주헌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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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tual (특히 종교상의) 의식 절차, (제의적) 의례나 (항상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과 같은 일을 의미한다. 전에 신병철의 <리츄얼>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행동을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리츄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리추얼 Daily Rituals>는 작가들의 습관과 관련된 일화를 모아놓은 일상의 습관(Daily Routines)’라는 블로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인데, 이 책을 통해 리추얼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삶 속에서 어떠한 힘을 갖게 되는지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조금만 깊이 파고들면, 위대한 인물들은 한결 같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쉬지 않고 공부하고 연구했다. 1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을 낙담하게 만드는 근면함이다

 

사실 서문에서 프리쳇의 그를 인용한 것과 목차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고 이것은 천재의 리추얼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절로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정말 다양한 습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계보다 더 엄격했다는 인물들도 많았지만 유명한 작품을 남긴 소설가나 철학가들의 또 다른 이면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소설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는 알코올 때문에 소설 쓰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쇠렌 키르케고르는 돌아가신 외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커피에 빠져 있기도 했다.

학창시절부터 불면증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그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꽤나 고민하던 시절에 읽었던 어떤 사람의 자서전에서 왜 잠이 오지 않는지 고민하지 말고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라는 조언이 나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이 책에서도 불면증에 어려움을 겪었던 인물들이 등장하였다. 불면증마저 즐겁게 받아들인 마크 트웨인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는 자신에게 악영향을 끼진 일까지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유쾌한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그러한 자세야말로 정말 도움이 되는 리추얼이 아닐까? 그리고 잠이 깬 밤은 훔친 시간과 같다라고 생각한 메릴린 로빈슨은 나에게 또 하나의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여러 가지 리추얼을 읽던 중 기억에 남는 인물은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그는 똑같은 일과의 반복은 일종의 최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그런 규칙적인 일과를 통해 더 좋은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시간표이기에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수도 있지만, 그는 소설가의 의무는 전작보다 더 나은 신작을 발표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그 삶을 유지해오고 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님이 쓰신 추천사에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삶을 만드는 힘으로 재미와 의미를 꼽았다. 리추얼은 삶의 의미와 재미를 더해주는 습관을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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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 - 2014 세종도서 교양부문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1
오형규 지음 / 한국문학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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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주어진 자원은 언제나 한정적이었다. 그리고 그 한정된 자원을 갖고 경쟁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족함에서 파생된 학문인 경제학은 삶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에게 100개의 질문을 던지면 3.000개의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레이건 대통령이 농담을 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 지인들과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심리학은 인류의 숫자만큼의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서 재미있기도 했다. 어려운 용어들과 숫자들뿐 아니라 그러한 모호성도 사람들이 경제학에 거부감을 갖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장벽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피하고 싶은 것이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런 저런 책을 찾아보곤 한다. 그래서 이처럼 경제학을 이렇게 신화, 역사, 소설, 사회과학, 과학, 영화를 통해서 풀어준다면 경제학이 갖고 있는 심리적인 장벽도 상당히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인문학과 삶 속에서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선택을 다루고 있는 경제학의 만남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의 포문을 열게 된 것인지도……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경제대학원을 나와 경제신문 기자로 26년째 일하고 있다는 저자 오형규는 다양하고 사람들에게 익숙한 분야 속에서 경제학과의 공통분모를 찾아냈다. 특히, ‘소설에서 경제의 보물찾기영화는 게임이론의 교과서그리고 경제의 밑바탕에는 신화가 있다이 세가지 챕터가 재미있었는데, <레 미제라블>을 읽으면서도 이 이야기 속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다. 또한, <대부>에서 내시균형, 다크나이트에서 게임이론을 설명해주는 것도 이채롭다. 시칠리아 섬 근처의 작은 섬에 사는 세이렌의 노래는 뱃사람들을 매혹시켜 난파를 시키곤 했다. 이 부근을 지나는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선원들의 귀를 밀납으로 막고 자신의 몸을 밧줄로 묶었다. 이렇게 스스로를 묶는 방법은 비단 경제학뿐 아니라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나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에게도 좋은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런 것들을 제도적 장치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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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미처 몰랐던 클래식의 즐거움
홍승찬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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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을 듣는다는 것이라는 책 소개가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없었다. 음악가의 삶과 그들의 음악을 이야기해주는<그땐 미처 몰랐던 클래식의 즐거움>은 나에게 있어서 음악을 더욱더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가야 했던 클래식 공연만큼 지루한 것은 없었는데, 이제는 그 매력에 푹 빠져서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게 된다. 클래식은 알면 알수록 그 향취가 더해진다. 은방울꽃을 보고 깨끗한 모양과 향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도 좋지만, 그 계단처럼 달린 종모양의 꽃 때문에 천국에의 계단으로 불린다던 지, 그리스 신화 속의 용사의 핏방울이 향기롭게 피어난 꽃 이라던지 하는 이야기를 알면 더욱더 그 꽃이 흥미로워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소치 동계 올림픽에 참여하는 김연아 선수가 프리곡으로 선정한 아디오스 노니노는 피아졸라가 자신에게 생명을 주고 음악의 길로 이끌어준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방문을 걸어잠구고 반도네온으로 연주했다는 곡이라고 한다. 그의 부인이 한숨 소리마저 끔찍했다고 했다는데, 이런 이야기를 알고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니 그 느낌이 또 다르게 다가왔다. 피아졸라는 탱고의 황제로 불리며, 탱고를 클래식의 영역으로까지 끌어올렸지만, 그를 알아본 택시기사가 승차거부를 할 정도로 고국에서는 배척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누에보 탱고를 창시해냈다. 또한 이미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선수의 프리곡인 피아노 협주곡 F장조를 만든 거슈윈 역시 재즈의 클래식화에 기여했다고 한다. 이런 음악들을 배경으로 연기한 김연아 선수도 한국에서 피겨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걸 보면 흥미로운 연결고리처럼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뿐 아니라 널리 알려져 있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는 오페라 부파라고 한다. 이는 막과 막 사이에 연주되던 막간극 인터메초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하는데, 보통사람들의 소박하고 통속적인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풀어내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일본에도 그 막간을 이용한 공연이 있다. 일본의 가면악극 노와 노 사이에 막간에 공연된 교겐인데, 도리어 무거운 노보다 더욱더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걸 보면 흥미롭다. 또한,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이 담겨 있는 가곡집 <미르테의 꽃>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이지 감동적이었다. 결혼식 전날 클라라에게 헌정한 가곡집, 그 중에서도 헌정을 들으며 책을 계속 읽어나갔는데, 슈만이 클라라를 안아주며 마지막으로 건낸 말 나도 알아가 사랑에 대한 것이라는 이야기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클래식뿐 아니라 대중음악가인 비틀즈와 이글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뭐 그들의 대중음악의 클래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특히 나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정말 좋아한다. 그 씁쓸한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는 듯한 목소리와 기타소리가 흘러 나오면 긴장이 절로 풀리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 책에 소개된 대로, ‘호텔 캘리포니아는 물질만능주의와 쾌락주의에 빠진 로스앤젤레스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문득 이 이야기를 읽고 다시 한번 노래 가사를 떠올려 봤다. 'We are all just prisoners here of our own device' 어쩌면 이 노래로 이글스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그 씁쓸한 감각도 거기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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