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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What? - 삶의 의미를 건저 올리는 궁극의 질문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평점 :
수많은 질문만으로 이루어진 책 <무엇 WHAT?> 심지어 차례마저도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그 질문을 생각해보았다.
‘이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20가지 질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차례일 뿐일까?’ 왠지 ‘정말 20가지의 질문뿐일까?’라고
다시 반문해보고 싶은 그런 책이다. 20가지의 질문이 시작되기 전에 등장하는 삽화 또한 질문같이 느껴지는
정말 독특한 책이다.
이 책은 분량이 많은 편도 아닌데, 참 오랜 시간 읽게 만든다. 뭐랄까? 마치 내 머릿속에서 정처 없이 맴돌기만 하는 생각이라는
것의 심지 끝을 확 끌어내주는 책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고, 책과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된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질문을 마구 던져보고 싶기도 했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변을 끌어낸다는 식의 질문이 갖고 있는 잠재력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 책만큼 질문이 갖고 있는 힘을 그대로 보여주는 책은 없을 듯 하다.
심지어 질문을 던지는 행위야말로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저
아무런 의미 없이 시간에 떠밀려 살아가는 사람들은 질문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득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그저 특정 출판사의 자습서를 쉼 없이 읽어주거나, 틀린 풀이마저 그대로 칠판에 베껴주는 선생님들에게 ‘왜 그러냐’는 질문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저 자습서만 보면 되니까 공부하기
쉽겠구나, 틀린 풀이를 그대로 써야 하나 제대로 된 풀이를 해야 하나 그런 생각정도만 하면서 그렇게
세월을 흘려 보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내가
참 무기력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떻게 보면 그저 물음표가 빠진 시간이라는 것인데도 가장 빛나야
할 10대가 회색 빛으로 물들어버렸다는 뒤늦은 자각에 씁쓸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심지어 이 책에서는 ‘왜’, ‘무엇’, ‘언제’같은 의문사들이 갖고 있는 힘마저 가늠해보려고 한다. 1831년 서인도제도 출신의 매리 프린사라는 여성 노예가 노예제도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던 글을 통해서
‘왜’라는 질문이 갖고 있는 아이러니를 제시할 때는 온통
세상이 ‘?’표로 가득해지는 느낌마저 받았다. 정답을 찾는
것에 집착하는 나인데도 그 느낌은 전혀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