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기적 - 시각 장애 아이들의 마음으로 찍은 사진 여행 이야기
인사이트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 지음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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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못하는데, 무슨 사진?"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여섯 명의 시각 장애 아이들과 함께한 사진 여행이 과연 가능한가에 앞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며 내가 참 오만하고 편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인 시각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도리어 그 외의 모든 감각으로 피사체를 이해하고 교감하며 그 느낌을 사진으로 남겼다. 덕분에 나 역시 아이들이 느끼는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시각장애 가수 스티비 원더 Isn't She Lovely가 귓가에서 울리는 듯 했다.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갓 태어난 자신의 딸을 온 감각으로 느끼며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지를 이야기하는 그 노래를 배경음악 삼아 틀어놓고 아이들의 사진을 바라보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세상을 볼 수는 없지만 감각적으로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다채롭고 따듯한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이 세상을 찍고 기록하며 자신들도 세상의 일부이고 관계를 맺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사진이라는 언어가 없었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경험이 나에게 전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사진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 알려주었다는 사진작가 강영호님의 마음에 오래 기억되고, 이러한 캠페인이 있다는 것에 행복한 마음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앞을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기획되었다는 인사이트 캠페인중 두 번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따듯하고 아름답다. 아이들의 사진과 아이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보고 싶다면 페이스북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인사이트2’ 캠페인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ogether.Insight2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었는데 당신의 뜨거운 심장을 사랑하는데 쓰세요라는 스티비 원더의 말이 인용되어 있었다. 어쩌면 나의 뜨거운 심장은 잠시나마 의심에 쓰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안 보인다고 모르는 건 아니예요라는 17세 소녀 신나라양의 말에 뜨끔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나는 세상을 볼 수 있고 기록을 남길 수 있으면서도 그것을 즐겨 하는 편은 아니다. 사진을 사랑하는 남편이 대신해주는 면도 있지만, 내가 사진을 찍으면 대부분 흔들리거나 초점이 저 너머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이 책에 등장한 아이들보다 못 찍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자면 나는 아이들처럼 세상과 교감하고 그 순간을 담아내고자 하는 간절함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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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 Movie Tie-in 펭귄클래식 139
솔로몬 노섭 지음, 유수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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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영토가 서쪽으로 확장되어가면서 그에 발맞추어 노예제를 확대시켜나가려는 남부와 그를 억제하려는 북부의 대립은 계속되었다. 노예주와 자유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치열한 협상과 법안들이 계속되던 그 시절이었을 것이다. 자유주인 뉴욕에서 태어난 솔로몬 노섭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갔다가 노예상인의 꼬임에 넘어가 노예주로 가게 된다. 그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거래와 소유 그리고 일방적인 착취가 가능한 물건으로 대우받게 된 그는 30여 년의 자유인으로서의 삶과 12년간의 노예로서의 삶을 갖게 된다.

예전에 미국 역사를 공부할 때 전시 중에 거래가 금지된 품목으로 흑인노예들이 취급되었다 것을 배웠다. 물론, 남북전쟁 당시의 도망친 노예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하나의 길이기도 했지만 이를 보면서 진정한 아이러니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어쩌면 나는 그러한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고 자유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대이기 때문에 갖는 감정일거라는 생각이 먼저였지만 그 이면에는 과연 흑인 노예들 자신들도 그것을 수치스럽다고 여기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노예 12>을 읽으며 솔로먼 노섭이 겪은 그 절망과 좌절 그리고 고통이 손끝에 느껴지는 듯 했다. 그리고 그의 입장에서 그에게 한없이 잔혹했던 그리고 또 그와 반대의 입장에 서있던 백인들에 대한 감정들도 느껴졌다. 내가 자유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듯 그 시대의 남부의 백인들 역시 흑인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노섭의 생각처럼 그들의 무정하고 잔인한 족속이 된 것은 정말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분명 이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노섭이 자신에게 주어져있던 자유를 되찾고자 하는 의지를 꺾지 않고 실천했듯이, 흑인노예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천한 사람들도 있었다. <노예 12>이 갖고 있는 영원할 것 같은 아픔이 끝날 수 있었던 힘은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이야기는 정말로 애석하게도 실화다. 실제로 이러한 일이 있었고, 지금도 실제로 그것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흑인 여성작가인 토니 모리슨 역시 백인들의 행동을 지적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이주민들이 그런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며 자신들의 지위 상승을 노리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가장 쉽게 주류사회에 편입할 수 있는 길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만 있다면 노예제도 같은 불합리한 일 역시 절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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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vs 권력 - 중국 역사를 통해 본 돈과 권력의 관계
스털링 시그레이브 지음, 원경주 옮김 / 바룸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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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얻기 위해 부를 추구한 상인과 재물을 얻기 위해 권력을 추구한 관료, 마치 자기 꼬리를 입에 문 모습으로 우주를 휘감고 있다는 뱀 우로보로스가 떠오른다. 뭐 사실 인간이 갖고 있는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을 따져보자면 우주를 휘감고 있다는 용보다 더 거대하고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보다 기괴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vs권력>은 그들의 경쟁과 야합을 하상주로 이어지는 중국 고대부터 중국의 역사와 함께 그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담고 있다. 시대별로 잘 구분되어 있는 중국 역사서 같아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전세계 경제를 주름잡고 있는 화교들의 역사서 같아 독특한 느낌을 준다.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라는 덩샤오핑의 선언이 있기 전까지 수없이 바껴온 중국의 위정자는 상인과 실업가에 대한 적개심을 낮춘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군량관을 이용하고 희생시킨 조조의 일화로 시작된다. 그리고 의미 없는 충성심만이 존재하던 춘추전국시대에 법과 군대라는 양손의 검을 쥐고 있던 관료들이 상인들을 어떻게 지배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렇게 유배지로 떠나게 된 상인들은 그 곳에서 다시 터전을 닦고 해외로 나아가게 된다. 그런 해외 네트워크는 화교세력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또한 국제 금융의 중심인 홍콩의 역사도 이채롭다. 국민당과 공산당을 피해 자신의 부를 지키기 위한 상인들이 홍콩으로 도피를 하는 과정도 돈과 권력의 시선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화교들은 범려의 유연성과 손자의 가르침을 무기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토사구팽의 이치를 이해한 범려는 정치가에서 농사꾼으로 그리고 자본가로 변신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갔다. 어쩌면 일방적으로 쫓겨나 그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던 상인들에게 범려의 유연함과 적응력은 본받아 마땅한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자본가로도 큰 부를 쌓았던 범려이기의 그의 초상화와 가르침이 전세계 화교상점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가끔 아빠가 홍콩의 지인들과 마작을 둘 때를 옆에서 구경을 하다 보면 이것은 단순한 유흥이 아니라 대화이고 협상이고 과정하자면 전쟁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손자의 가르침으로 교섭에 사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화교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아 영 틀린 느낌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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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지도 - 12개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제리 브로턴 지음, 이창신 옮김, 김기봉 해제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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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욕망하는 지도> 사실 처음에는 이 제목이 책의 내용을 담기에는 조금 모호하다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이 책의 원제는 매우 딱딱한 느낌의 ‘A HISTORY OF THE WORLD IN 12 MAPS’이다. 12개의 세계지도를 중심으로 그 속에 담겨 있는 사회적 욕망을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라 그런 것이었을까라고 막연히 판단하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내내 예전에 여행했던 바티칸시티에서 방문한 박물관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조각과 목이 아픈 것마저 잊게 하는 화려한 그림들로 가득했던 천장까지 정말 인상적인 곳이었는데, 그 중에 지도의 방이라는 곳은 내가 그 동안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다니면서 받았던 것과 다른 느낌을 주었었다. 그곳을 보면서 어쩌면 지도라는 것은 나르시즘의 결정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그제서야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바빌로니아 우주론을 사람 사는 세계로 표현한 최초의 세계지도와 근대 지리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프톨레마이오스 그리고 실시간 위성지도인 구글어스까지 다양한 지도 속에는 그 시대의 권력과 문화 그리고 예술 즉 사회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었다. 그 중에 우리나라의 지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현존하는 동양 최고의 지도이자 당시 제작된 세계 지도 중 가장 우수한 지도로 손꼽히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태종 2년에 제작된 이 지도에서 이 책의 저자는 그 시대의 권력자와 사회가 원하는 욕망이 무엇이었는지를 읽어준다. 솔직히 역사시간에 이런저런 지도를 배울 때 이 지도도 나왔었다. 하지만 지금 사용하지도 않고 부정확해 보이는 저 지도들의 긴 이름과 제작 년도를 외우고 나열해야 할까 하는 고민만 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 지도가 보여주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비로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도저히 지도같아 보이지 않던 최초의 세계지도가 왜 지도인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도라는 것은 단순히 축척, 기호, 방위, 등고선 같은 것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2개의 키워드로 세계를 이해하는 인간의 방식을 설명해주는 이 책은 첫인상보다는 훨씬 쉽고 매우 흥미로웠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교의 르네상스 시대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인 역사학자 제리 브러턴이 이 책의 저자인데, 그래서인지 마치 잘 정리된 강연을 듣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심지어 사진자료마저 매우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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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생각 사전 - 생각의 고치를 깨뜨려 생각의 가치를 높이는 생각망치
유영만 지음 / 토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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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가 멍 한편이라고 여겨도 그것 역시 자신이 멍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판단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지식생태학자유영만 교수는 생각을 갖는 것과 생각을 하는 것은 같은 의미일까라는 질문을 한다. 뭔가 비슷해 보이지만 확실히 다른 개념이었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을 갖고있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생각을 하는것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게 느껴졌다. 그래서 생각 생각 생각 좀 하고 말해!’ 라는 유행어가 생긴 건지도?

그래서 <생각사전>은 우리에게 생각을 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여름(summer)은 엶(opening)이다. 여름은 언제나 다르게 여는 열음이다!’식의 언어유희 같은 말로 생각의 성장을 4계절로 비유해 관찰, 고찰, 통찰, 성찰의 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생각사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사전과 조금 다른 구성을 갖고 있다. 비교 vs.비전, 재능 vs.열정, 깨다 vs. 꾸다, 반복 vs. 반전, 근경 vs. 원경, 속도 vs. 밀도처럼 개념들을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또 다른 인식을 끌어내준다. 왜냐하면 생각한다는 것은 상식과 습관에서 벗어나 이면을 탐구하고 본질을 따져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을 갈고 닦는 열정은 부족한 사람인 것 같다. 도리어 비교의 대상을 밖에다 두고 왜 나에게 주어진 것은 이렇게 작은가 하는 고민이 더 깊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내 재능을 갈고 닦지 않아서 재능은 기능수준으로 떨어져버리게 만든 이유는 아마도 비교의 문제였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비교의 기준은 오로지 바로 어제의 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남과 비교하느냐 소모된 열정이 나의 재능으로 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음에 정말 와 닿았던 이야기는 바로 모든 근경은 전쟁이고 원경은 풍경이다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 순간순간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주는 감정들에 일희일비하게 되는데 막상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다 나의 추억이고 그때는 그랬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것을 근경과 원경으로 풀어주는 것이 좋았다. 또한, 시간의 속도에 빼앗기는 삶을 그 순간에 부여할 수 있는 의미의 밀도로 채워나가자는 말은 요즘 자주 쓰는 인생을 밀도 있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닮아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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