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른이 좋다 - 행복한 서른을 찾아 떠난 인도.네팔 그림 여행기
최창연 지음 / 넥서스BOOKS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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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에세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성장 그림일기를 보는 듯 한 <나의 서른이 좋다> 월급 날짜와 카드 할부금을 넘어서는 단순한 행복을 찾아 한 달 동안 북인도와 네팔을 여행한 최창연님의 책은 여행지가 손에 잡힐 듯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그녀가 느낀 수많은 감정과 감탄 그리고 패닉이 내 마음을 두드리는 듯 했다.

사실 나 역시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나 법정스님의 <인도기행> 그리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같은 책으로 인도를 접했다. 어느 퀴즈프로에서 모든 것이 완벽한 대칭으로 이루어져있지만 단 하나만은 아닌 곳으로 소개되던 타지마할, 이 책에서도 타지마할은 그 모든 것을 덮고도 남죠라는 찬사를 받은 그 곳에 가보고 싶은 욕심은 컸지만, 류시화님의 책을 읽으며 내가 인도에 가면 화병으로 죽겠구나 해서 어느 정도는 여행을 포기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는 구루의 모습이었던 인도에 첫날 바로 패닉에 빠진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심지어 요로결석에 걸린 지인을 병원에 데리고 가서 하루 잤을 뿐인데 보호자도 입원료를 내야 한다니 인도는 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가보다. 타지마할의 원형이라고 하는 후마윤의 무덤에 가서도 그 끔찍한 더위에 지쳐 한잔의 얼음콜라에 더 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한 달의 여행을 통해서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다. 여행을 하며 자신의 연약함을 발견하고, 그래도 자신의 그 찌질함을 스스로 주워담는 강인함을 만나기도 한다. 변수에 몸을 맡긴 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여행의 묘미를 깨닫기도 하고, 인도인들과 함께하며 근심 없이 살아가는 노 뿌라불롬(No Problem)’의 정신을 배우기도 한다. 또 그녀가 한 달의 여행을 통해 찾고자 했던 단순한 행복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줄일수록 커진다는 것 까지도.. 

책 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사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직접 그린 그림들과 손 글씨로 남긴 그녀의 일기다. 항저우에 갔을 때 풍경을 보지 못하고 셔터만 누르는 학생들에게 그들의 스승은 사진기가 아니라, 가슴에 담아라라는 조언을 해주었다고 한다. 아마 그녀의 그림이 더욱 맘에 든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을 것이다. 그 곳의 풍경과 자신의 감정을 가슴에 담고 손끝으로 우리에게 전해주는 느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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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미술관 - 예술의 규범과 질서를 파괴한 70점의 작품 시그마북스 미술관 시리즈
엘레아 보슈롱 외 지음, 박선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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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유학중인 친구의 집에서 반년 정도 머물던 시절, 옆집에 동성 커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상당히 무덤덤하게 행동하던 동양에서 온 여자아이를 도리어 신기하게 여길 정도였는데, 그때뿐 아니라 여행 중이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동성 커플을 만났을 때 나는 거부감이나 호기심으로 무장한 채 그들을 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스캔들 미술관>의 표지를 보자마자 꽤 충격을 받아 도대체 어떠한 차이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스캔들 미술관>은 격렬한 논쟁의 역사를 지닌 70점의 예술작품을 골라 설명해주는데, 여기에는 잘 알려진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프란시스코 고아의 <옷을 입은 마하> <옷을 벗은 마하>, 오귀스트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같은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삭 줍는 여인들>을 볼 때면 늘 무거운 평화로움이라는 이질적인 감정을 느끼곤 했는데 이 책을 통해 작품이 그려지던 시기의 시대상을 이해하면서 그 고요함 속에 감춰진 혁명의 그림자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문제의 작품 블루 노지즈의 <키스하는 경찰관>은 내가 갖고 있는 어른스러움 혹은 가식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주었다. 어쩌면 나는 지극히 이성적으로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사랑을 할 뿐이라는 판단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그들이 내 앞에서 성적인 행동을 대놓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성적인 표현이 강렬하게 드러나는 작품을 보니 마치 아닌 척 누르고 있었던 나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몰랐던 나의 금기들을 알게 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에도시대의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어부 아내의 꿈>을 보게 되었다. <후지산>이나 <가나가와의 파도>같은 그의 힘있는 화폭을 좋아해서인지, 동물성애적 연작 그림중에 하나를 보는 것은 그다지 즐겁지 않은 경험이기도 했다. 하지만 울레크 쿨리크의 <마지막 금기>를 봤을 때는 눈살을 찌푸리는 수준이 아니라 역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어쩌면 같은 분류에 속할 수 있는 작품을 보면서도 다른 반응을 하는 나를 또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자꾸만 내가 익히 알고 있다고 믿는 내가 아닌 다른 가치판단을 하는 나를 만나게 해준다.

생각해보면 사진이나 실제 작가가 동물로 변신한 공연, 아니면 살아있는 돼지에게 명품 로고를 문신해 박제한 델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고 싶지도 않은 기형 생물체를 만들어낸 샤오위의 작품에 대부분 심한 거부감을 갖곤 했다. 18세기 말 스페인의 궁정화가였지만 스페인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80장의 판화를 만든 고야의 작품은 어쩌면 더 인간성이 상실된 모습을 그려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이 판화를 봤을 때는 이 안에 담겨 있는 은유에 빠져들기도 했다. 나라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를 갖기는 힘든 것이 아닐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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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 - 편집된 사실 뒤에 숨겨진 불편하고 낯선 경제
윤석천 지음 / 왕의서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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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곧 힘인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너무나 많은 정보가 넘쳐흘러 도리어 사람들은 길을 잃곤 한다. 그렇게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가고 있는 우리는 그저 주어지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취합할 뿐 생각하지 않게 된고, 도리어 정보를 가공하는 매체의 권위에 매달리게 된다. 그래서 <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는 정보를 접하고 나서 ?’ ‘정말?’이라는 의문을 품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보지 못하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판촉 도우미 "1분 지각에 1시간 벌근, 화장실도 장부에 적고 가라"

이런 기사들을 보다 보면 도우미들이 처한 현실이 안타깝고 노동자를 인간적으로 대우해주지 않는 사용자를 비판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이면에 있는 현대사회의 신분사회를 들여다본다. 태생적으로 주어지는 중세의 신분제도와 다르게 현대의 신분주의에서는 신분상승이 물리적으로 막혀있지는 않다. 그래서 그 사다리의 좀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더욱더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낙오자들이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이 취득한 신분을 특권으로 휘두른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다른 출발선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중세와 달리, 같은 출발선상에 서있고 자유와 평등을 배운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새 누군가가 나보다 위에 올라서 자신의 기본권을 훼손하고 있다면 그 패배감은 더욱 클 것이다. 그래서 현대의 신분주의는 좀 더 뼈아픈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애플 시가총액 전 세계 1위 재탈환

옥포조선소에 '아이언맨' 뜬다

이런 기사들 사이에 행간을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기술혁신과 다국적 기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애플을 통해서 자본에 종속되어 가는 제조업을 돌아보는 것이다. 지금의 금융위기의 원인을 실물경제를 파탄 나게 한 탐욕적인 금융기업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거기에 원가절감을 이유로 일자리를 없애버린 다국적 기업의 전략적인 움직임도 기여했다는 지적이 타당성 있게 다가왔다. 다국적 기업들의 행태 역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때는 기술혁신을 통해 일자리가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의 기술혁신은 자본가의 손만을 들어줄 뿐이고 비 숙련노동자들은 기계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승자에 대한 존경과 보상이 너무 강해서 양극화 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다고는 하나, 사실 그러한 이득이 소수에 집중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는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그 유래를 찾기 힘들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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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더 느리게 - 하버드대 행복학 명강의 느리게 더 느리게 시리즈 1
장샤오헝 지음, 최인애 옮김 / 다연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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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좋은 책을 읽을 때면 이해가 안 된다면 외워라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사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삶 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있어서 머리로라도 외우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게 된 <느리게 더 느리게>는 아이비리그 3대 명강의 중에 하나로 뽑히는 긍정심리학행복학의 탈 벤 샤하르의 강의를 기본으로 하여 집필된 책이다. 그의 행복학 강의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일화를 더해서 좀 더 다양한 실제 사례를 담아내고 있는데, 사실 탈 벤 샤하르의 행복학은 이미 <행복을 미루지 마라>라는 책으로 접해 본적이 있고, <느리게 더 느리게>가 특별한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나에게 큰 도움이 될 좋은 마음가짐들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에 또다시 읽어도 마냥 좋고, 책을 읽다 보면 조금 더 발전된 날 확인할 수 있어서 보람 있기도 하다. 늘 비슷한 부분에 밑줄을 긋고 있는 바보 같은 행동일수도 있지만 그만큼 내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조금씩 고쳐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부분들이 오롯이 내 것이 되지 않겠는가?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어느 심리학자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며 한말이 그러하다. ‘난 소중하니까라며 장난을 칠 때도 많지만 막상 내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잘난 척을 한적은 많지만 막상 내 자신을 칭찬해주적은 별로 없는 듯 하다. 도리어 내가 부족한 부분을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살피며 주위와 비교하며 우울해할 때가 많다. 몇 일전만 해도 작은 웃음으로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일에 나는 머리가 나쁜 거 같다며 한참을 자책해서인지 이 이야기가 계속 마음의 가시처럼 남겨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해주겠는가? 심지어 행복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 있지 않고 바로 나의 마음속에 있다고 하는데, 나 자신의 흠을 잡는데 열중하며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 행복조차 알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으스대기 보다는 좀 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칭찬하여 나만의 행복을 찾는 법을 배우고 싶어진다.

인생은 아직 현상하지 않은 필름이라고 한다. 끝까지 가기 전까지는 어떤 사진이 나올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쉽게 세상이 끝난 것처럼 좌절하기도 하고 다시는 행복해지지 않을 것처럼 슬퍼하기 하며 인생에 대해 단언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저 과정일 뿐인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어떠한 마음가짐을 갖느냐 만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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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발음부터 배운다
박원규 지음 / 토마토(TOMATO)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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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형식과 의미는 자의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언어의 기본적인 기능은 상대와의 소통이다. 그래서 언어를 익힐 때는 그 발음이 정확해야 한다. 하지만 모국어가 아닌 이상에는 그들과 같은 발음을 구사하기는 힘들다. 오죽하면 관동 대지진 때 한국인을 알아보기 위해 특정 발음을 시켜봤다는 말이 있겠는가? 그래서 발음은 늘 신경 써야 하고 좀 더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과제중의 하나이다. 그런 면에서 발음과 리스닝 즉 스피킹과 리스닝을 동시에 연습할 수 있는 <영어는 발음부터 배운다>는 영어를 익히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교제가 될 것이다.

어렸을 때 우리가 모국어를 습득할 때를 떠올리면 엄마아빠나 주위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내가 학창시절 영어를 공부할 때 보면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갖고 까다로운 문법공부에 거의 올인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나 같은 경우에는 어렸을 때 외국인 선생님과 노래와 게임을 하며 영어를 익히는 수업을 받아서 조금 다른 길을 갈 수 있었고, 고등학교 때 발음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시며 ‘mountain’의 끝 발음을 제대로 시키기 위해 수 없는 발음 교육을 진행하는 열정을 지닌 선생님을 만나 영어에 대한 애정이 지속될 수 있었던 거 같다. 이 책을 통해서 발음을 공부하면서, 발음을 듣고 수없이 따라 하는 과정도 좋았지만 조금 더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이러한 교재가 있었다면 좀 더 세심하게 발음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리듬, 인토네이션, 연음, 강세를 구분하여 잘 설명해놓았고, 한국인이 틀리기 쉬운 발음을 따로 정리해놓은 점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발음마다 입과 혀 모양에 대한 그림이 첨부되어 있어서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의식적으로 그대로 따라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발음 팁이 좀 더 몸에 와 닿았다. 물론 안 되는 것도 있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1부에서 기본기를 쌓았다면 2부는 실전연습을 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부록으로 첨부된 CD를 활용하면 좀 더 큰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빈칸 채우기로 영어에 귀가 익숙해질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미국에서 보낸 시간도 있지만 호주나 일본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고, 또 지금은 영국식 억양이 강한 지역에 있다 보니 가끔 내 발음은 흔히 말하는 콩글리쉬도 아니고,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언어적 습관에 예민한 분들에게 어디 출신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더욱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발음이라는 것은 상대의 발음을 모방하게 되고 습관이 남게 되고 그러는 것 같다. 그럴수록 좀 더 정확한 발음을 습관으로 갖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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