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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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제어로 읽는 역사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다. 하나의 주제어로 역사를 읽어간다는 것은 인간이 쌓아놓은 역사라는 것이 생각보다 뭐 대단한 명분이나 거창한 이상 같은 것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가장 생존에 밀접한 것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물고기인 대구를 갖고 펼쳐진 역사를 읽었는데, 심지어 아이슬란드와 영국이 대구의 어업권을 갖고 분쟁을 일으킨 '대구 전쟁(the Cod Wars)’이 세 차례에 걸쳐서 일어났을 정도로 대구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사에 있어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이 분쟁으로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세계적으로 확립된 수준이라고 하니, 단순히 대구전의 재료 정도로만 인식되던 대구가 다시 보이기도 했다.

영국의 대표적 음식이라고 하는 피쉬앤칩스는 대구를 재료로 하고 있다. 19세기 무렵에 처음 등장하여 곧바로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지금까지도 영국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만큼 대구가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생선이었을 텐데, 지금은 대구가 완전히 귀한 생선이 되어버렸다. 한때는 대구라는 이름이 생선을 지칭하는 것이었고, 바이킹이 먼바다를 여행할 수 있었던 이유도 대구를 보존하는 법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가톨릭 교회가 지배하던 중세에는 한 해의 절반을 차지하는 금식일에는 소금에 절인 대구를 먹었기 때문에 종교적인 상징이기도 했다. 심지어 17,18세기에는 유럽의 주요한 식량이었는데 말이다. 문득 공공자원을 구성원의 자율에 맡길 경우 자원이 고갈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인 공유지의 비극이 떠오른다. 놀라우리만큼 다산을 하는 대구이기에 영원할 줄 알고 천 년 동안 흥청망청 이어온 어업은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인간에게 먹거리였고 재원이었던 대구의 멸종을 가져온 것이다. 어떠한 면에서는 인간의 능력이라는 것은 참 그 끝을 알 수 없는 수준이다.  

다행히 마크 쿨란스키는 7년 동안 대구에 대해 취재하면서 단순히 대구의 과거와 현실만을 짚어주는 것이 아니라, 대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재미있는 것은 주요 어종중의 하나인 대구를 보존해야 하는 당위성뿐 아니라 역사 속에서 찾아낸 다양한 조리법이나 전세계에서 어떻게 대구를 요리해먹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은근슬쩍 끼워놓는다는 것이다. 마치 대구가 사라지면 이러한 음식들을 맛볼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만 같았다. 확실히 단순히 피쉬앤칩스대구전이 사라지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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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주얼리 상인 - 맨해튼의 벨보이에서 파리의 비즈니스맨이 되기까지
장영배 지음 / 푸른향기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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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시계에 대한 책을 읽다 할아버지께서 어린 시절 읽어주신 만물박사를 다시 읽어보았다. 가난한 농부가 부유한 의사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당신 같은 사람이 되느냐고 물었을 때, 의사는 장난일까? 조롱일까? 어쨌든 그런 느낌으로 좋은 옷을 사고, 약병을 사고, ABC책을 사고 만물박사라는 간판을 걸어놓으라는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한다. 그리고 농부는 이 제안을 그대로 행하고 이런저런 사연 끝에 만물박사가 되어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다. 어렸을 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나이가 들어 다시 보니 아무런 의심 없이 준비하고 실천하는 농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뭘 하나 하려고 하면 계획을 세우고, 이 계획이 타당한지 살피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가고 때로는 혼자 지쳐서 막상 그 계획을 시작조차 못할 때도 있다.

<파리의 주얼리 상인>을 읽으면서 이 동화가 생각난 이유는 재불무역인협회 부회장이자 주얼리 수출입 유통기업을 이끌고 있는 장영배는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면서 또 거기에 못지 않게 자신이 결정한 바를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공군기술학교로 진학하게 되지만 공부에서 손을 놓지 않고 늦게나마 대학생이 될 정도로 집념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정말 아무런 준비 없이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모텔 벨보이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능력과 열정으로 미국에서 자리를 잡는다. 물론 비자문제로 미국을 떠나게 되지만 부인의 나라인 프랑스에서 처가살이를 잠시나마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사업을 일구어 지금의 자리에 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해야 하는 일 앞에서 망설이고 계산하기보다는 도전하고 행동하고 있었다.

파란만장한 시간을 거쳐 자수성가한 그의 이야기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프랑스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사회복지와 기업문화에도 관심이 갔다. 삼성공화국이라 불리면서 당장 그 기업이 무너지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는 우리와는 다르게, 기업에게 강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프랑스. 그래서 특별한 기업이 대표어처럼 떠오르지는 않지만 프랑스의 산업이 탄탄하게 유지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청년을 위한 10가지 제언을 통해 그가 갖고 있는 철학을 잘 정리해주었는데, ‘가정, 직장, 사회, 3박자의 춤을 추자라는 이야기는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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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진 날
송정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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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라디오에 사랑에 빠져있는 라디오 작가 송정연. 그녀는 이숙영의 러브FM’의 인기 데일리 코너내 안의 그대에서 고른 34편의 사연과 자신의 생각을 ‘reply’로 담은 에세이 <당신이 좋아진 날>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사연이 내 이야기 같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정말 드라마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도 있었다. 사랑이 처음부터 딱 하트 모양을 갖고 이게 당신의 사랑이오하며 찾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연애는 아름다운 오해이고 결혼은 처참한 이해라고 이야기 해줄 때, 문득 사랑은 달콤한 독이라고 느꼈던 때가 떠올랐다. 이상하게 사랑이란 감정에 관련된 말들은 아이러니가 잘 어울린다. 그때는 한참 무너져가는 첫사랑에 힘들어할 때 였는데, 뻔히 끝을 알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였다. 마치 쓰디쓴 약에 코팅된 얇은 설탕을 핧아대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제는 나만을 바라봐줄 거 같은 아름다운 오해를 하게 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지만, 역시나 결혼은 처참한 이해처럼 다가올 때가 많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유미리 작가는 사랑이란, 피를 흘린 만큼 타자에게 관여하는 일이라고 했다던데, 정말이지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다시는 남편의 일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수없이 맹세하고, 또 수없이 어기고, 그래서 또 수없이 상처받는 뫼비우스의 띠이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가 참 많았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결혼의 유일한 진리는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이 내가 사랑에 대해 찾던 답이었다. 한번의 실수로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결국은 자신을 떠나버린 남편을 영원히 기다리겠다는 사연을 보낸 부인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은 그러하다. 내가 다가간 만큼 상대도 다가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던 하숙집 딸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대이기에 그에 대한 마음을 일기로 담았던 그녀에게 우연히 그 일기를 읽게 된 남자는 자신의 모자란 감수성을 채워줄 수 있는 당신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결혼식장에서 버진로드를 걸어 들어오는 부인을 본 하객들의 수군거림이 느껴지다 부인에게 먼저 다가와 그녀를 안아 들고 주례 앞으로 걸어 들어가준다. 내가 생각하고 꿈꾸는 사랑은 이런 모습인 거 같다.

이런저런 사랑이야기를 읽다가 마지막 장에 닿으니 마음이 안 좋아졌다. 나는 지나간 사랑을 떠올려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시간낭비였나? 하는 상념 속에 빠져들다 보니, 어쩌면 그때 내 행동의 어리석음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그때의 내가 갖고 있던 감정들을 제대로 바라보기를 아직도 거부하는 나에 대한 한심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나도 내 사랑을 돌아보며 눈가를 적실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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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 - 바이킹에서 이케아까지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시리즈
김민주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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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은 알면 알수록 신기하다. 내가 즐기던 여러 가지가 북유럽에서 온 것임을 알게 되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작년인가, 영어의 역사를 공부할 때 북유럽 신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다. 바이킹이 영국을 침입을 하면서 영국에서는 이들에 대한 유화책으로 데인로를 설치하여 그들의 자치권을 인정하였다. 그때 영어에 북유럽의 어휘가 많이 들어오게 된다. 이 책에서도 나왔다시피 북유럽 신화 속의 신들이 영어의 요일이름에 상당수를 차지한다. 요즘 영화로도 큰 인기를 끈 토르 Thor’목요일 Thursday’의 어원인 것처럼 말이다.

어린 시절 즐겨 읽던 동화를 쓴 안데르센과 뮤지컬과 영화로 만들어진 <맘마미아>의 노래 아바’, 일본에서 즐겨보던 둥글둥글한 캐릭터 무민까지 북유럽의 문화는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다. 거기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 요 네스뵈역시 스칸디나비아 느와르라고 불리는 북유럽 스릴러의 작가이다. 이들은 복지와 고소득에 가려져 있는 북유럽 사회의 실상을 제대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사실 조금 놀랐던 것은 바로 내가 즐겨 먹던 앱솔루트 보드카이다. 이 역시 북유럽 브랜드였는데, 특이한 디자인으로 한정판이 나올 때면 모아두고 컬렉션을 만들어 놓기도 했을 정도로 좋아했는데도 전혀 몰랐다. 이처럼 우리도 모르게 우리 주위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 바로 북유럽의 문화이다.

북유럽 하면 대부분 복지국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핀란드는 오랜 시간 러시아의 지배를 받기도 했었는데, 이때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기도 했고,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날까 우려하던 정부는 높은 세금으로 윤택한 사회복지를 제공하도록 노력하면서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 양성평등도 잘 보장되어 있어서 여성 지도자가 다수 등장하기도 했던 북유럽 국가의 재미있는 면은 위법행위를 했을 때 부여되는 벌금이 당사자의 재산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키아 부사장은 교통위반을 하고 우리나라 돈으로 1 8천정도의 범칙금을 받기도 했다는 것은 북유럽의 힘이 어디서 오는지 추측해 볼 수 있는 사건이기도 했다.

이처럼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는 다르지만 같은 면도 많이 갖고 있는 5개의 국가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인데 공통점과 차이점을 역사, 경제, 사회, 문화, 지역으로 나누어 설명해준다. 심지어 이들 국가는 국기마저 같은 모양 단네브로 십자가를 사용하고 있는데, 덴마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던 파키스탄 회교도들이 노르웨이 국기를 대신 태운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정말 구별하기 쉽지 않기는 하다. 때로는 북유럽과 스칸니다비아가 혼용되서 사용되기는 하지만,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걸쳐있는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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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잔의 칵테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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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발달된 근육질에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장신 하지만 전형적인 여자말투에 가볍지만 애정 넘치는 몸짓을 즐겨 하는 대머리 게이 곤마마! 너무나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그는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종달새로 알려진 종다리라는 뜻을 가진 히바리라는 스낵바를 운영하고 있다. 종다리는 우리에게 참 친근한 새이기도 하지만, 칵테일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설정이 참 귀여운 느낌이 든다. <여섯 잔의 칵테일>을 읽는 내내 이질적인 것과 친근한 것의 조화로움이 느껴졌다. 너무나 익숙한 삶에 매몰되어 자신을 잊은 채 관성처럼 살아가기 쉬운 사람들에게 그들마저 잊어버린 자신을 잘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곤마마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6가지의 이야기 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건 바로 두번째 이노우에 미레의 해방이다. 폭력성 짙은 하드보일드 만화를 7년째 지각 한번 없이 연재해온 미레. 하지만 그러한 작품을 그리는 사람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편집부 때문에 그녀가 각국에 출판되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한 작품을 그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이미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곤마마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던진다.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곤마마는 그녀가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삶을 일방적으로 작품에 쏟아 붓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곤마마가 해주던 충고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마음의 근육이라는 것은 훈련과 휴식이 조화로울 때 비로서 강해진다는 이야기는 나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헬스클럽에서는 운동을 가게에서는 사랑과 인생을 조언해준다는 곤마마, 아니 곤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6장에서 바텐더 카오리는 곤마마에게 샌디 개프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샌디 개프의 뜻을 떠올려본 곤마마가 자신이 원하던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책을 읽다 보면 이처럼 칵테일의 뜻이 나오면서 재미있는 소품이자 키워드가 되어주기도 한다. 내가 제일 재미있어 하는 뜻의 칵테일은 바로 ‘X.Y.Z’인데 영업이 끝났음을 당신이 마지막 손님이라는 것을 알릴 때 바텐더들이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때는 너무나 따듯하고 다정한 느낌이 가득해서 그 칵테일이 등장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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