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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의 만찬 - 한식 문화로 본 우리의 아름다운 음식 이야기
이영애.홍주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평점 :
우리의 아름다운 음식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영애의 만찬> 다큐멘터리로 방송했었지만 그때 다 담아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냈다고 한다. 사실 다큐멘터리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책을 보기 전에 미리 다큐멘터리를
찾아보았다. 정말로 아름다운 그리고 맛깔 난 우리 음식을 보니 절로 입에 침이 고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계속 엄마와 이모가 만들어주셨던 음식들이 떠오르는걸 보면 한식은 나에게는 집 밥과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선시대 이만 전은 기와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추 열 개를 이만 전에 구입한 이야기가 ‘조선 시대의 탐식가들’에
등장한다. 서울의 여러 재상들이 벌인 연회에서 등장한 작은 합에는 대추 열 개만 담겨 있었다고 한다. 그 작은 대추 한 톨에는 산삼과 소고기 그리고 대추 속살이 어우러져 있었고 양 끝을 잣으로 봉했다고 하는데, 설명을 쭉 보니 이 것을 맛 본적이 있다는 게 떠오른다. 요즘처럼
먹을 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 태어난 게 행복한 순간이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맛있었던가 하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하지만 우리 음식의 진정한 멋은 바로 ‘정성’이라는 말에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저 만들어진 음식을
먹을 줄만 알았지, 그것에 담겨 있는 정성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나 역시 고등학교 때 실과시간에 달달달 암기했던 수라상은 12첩 밥상이라는 것이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심지어
궁중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는 구절판 역시 조선왕조가 몰락하면서 궁궐을 떠나게 된 숙수들이 만들어낸 음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의 왕들은 만백성의 어버이기에 더욱 백성의 모범이 되고자 했고, 소박한
밥상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리고 왕가의 음식을 반가에 나눠주며 서로 문화의 교류를 이어오기도 했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밥상을 찾아 경상북도 양양 두들마을의 재령 이씨에 있는
<음식디미방>이란 책을 보면 궁중음식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330년 전 조선시대 요리비법을 담고 있는데 146가지의 음식 조리법뿐 아니라 식재료를 보관하는 방법까지 남겨져 있다. 복숭아를
정말 좋아하지만 보관하는 것이 어려워 늘 고민이었는데, 다음에는 이 책에서 나온 방법을 활용해볼까 한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음식들에 담겨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숭불사상으로 육식을 금지했던 고려가 원나라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육식이 부활하기도 하고, 우금령이 있던 조선시대에는 소고기를 먹고자 하는 열망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그리고
질긴 고기를 연하게 먹기 위한 조리법이 발달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라나는 나물을 이용한 사찰음식과 피렌체에서 진행된 이탈리아 최초의 한식만찬이나 음식을 통해 소통했던 우리 조상들의 멋을 살린 두번째 만찬을 접하면서
한식이 갖고 있는 멋과 맛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