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간 열린책들 세계문학 3
알베르 카뮈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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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알베르 까뮈는 당신은 경험을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반드시 체험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까뮈가 숨을 거두기 전까지 집필했다는 <최초의 인간>을 읽으면서 그의 말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아무래도 완성되지 않은 미발표작품이라 문장이 가다듬어지지 않아 호흡도 긴 편이고, 중간중간 인물의 이름도 바뀌고, 전체적으로 복잡한 책이기도 했지만 책을 읽는 과정이 바로 까뮈가 생각하는 방식 이라던지 어떻게 글을 쓰는지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과정이 되어주었다. 단어 하나를 고르는 과정에도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고심했는지, 어떻게 장면을 전환할 것인지 작품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메모와 설명은 이미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더 이상 채워질 수 없는 공간을 우리에게 맡겨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까뮈가 한살이 되기도 전에 세계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그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최초의 인간> 아버지 없이 귀머거리 어머니와 완고한 할머니와 함께 빈민촌에서 성장해야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주인공 자크 코르므리에게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자전적 소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새 40세가 된 자크는 우연히 찾은 어머니의 부탁을 기억하고 아버지의 무덤 앞에 서게 된다. 자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아버지로 인해 그는 어쩔 수 없이 최초의 인간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40세가 된 자크와 다르게 아버지의 인생은 29이라는 숫자에 멈춰있었다.  자크가 아버지를 기억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알제리로 떠나는 이유는 오로지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너무나 가난했기에 아버지를 추억하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던 자크의 어린 시절과 거의 남은 것이 없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현재가 교차하며 흘러가는 이 소설을 읽으며 문득 제목 최초의 인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버지라는 존재의 부재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지만, 어느새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크의 아버지가 죽음을 맞게 된 것은 결코 그가 원했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삶이란 대부분 그런 형태이기 쉽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그런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 마치 왜 나를 최초의 인간으로 만들었는지 묻고 싶어하는 자크처럼 말이다. 그래서 까뮈는 인간이란 죽는 것이다. 그러나 반항하면서 죽어야 하겠다.’라는 말을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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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학실록
이성규 지음 / 여운(주)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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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에서 과학에 관련된 부분을 선별하여, 현대의 과학기술로 살펴보는 <조선과학실록>은 상당히 흥미롭게 조선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과학자로도 뽑히는 장영실은 상당히 비밀에 휩싸여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저 노비에서 정5품의 자리까지 올라선 인물로 알고 있지만, 그는 사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생기면서 신분의 변화를 크게 겪은 인물이었다. 거기다 그가 관직에서 쫓겨난 이후의 행적도 알려지지 않았고, 그가 쫓겨난 정황에도 다양한 추정이 가능해서 더욱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조선시대 문신이자 실학자였던 정약용이 등장하는 배다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공병대가 순식간에 다리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일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다고 한다. 여러 척의 배와 널빤지를 이용해 다리를 만들어 한강을 건넌 것인데, 사도세자의 묘에 능행을 가기 위해 배다리를 설치하고자 했던 정조는 배다리 설치를 주관하는 관청 주교사를 설치했고, 정약용으로 하여금 배다리를 설계하게 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사료를 통해 그 당시의 배다리를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심지어 주교사에서 배다리를 설치하기 좋은 지역으로 꼽았던 노들나루가 있던 곳이 1900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한강철교라고 하니 그 당시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대부분 철갑선으로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 거북선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실록에 따르면 거북선에 대한 기록은 태종 때부터 있다고 한다. 거기다 덮개는 철이 아닌 두꺼운 판자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거북선은 사실 그 모습이 어떠했는지 제대로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은 듯 하다. 어쩌면 우리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그 모습이 실제와 상당히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세종실록에 실린 복어의 독을 이용한 독살사건으로 복어의 독이 갖고 있는 특징을 알게 되었다. 복어 독은 면역성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중독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 독을 섭취해도 면역혈청이 따로 만들어지지 않아 부두교에서 좀비를 만드는 방법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좀비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요즘은 역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읽어주는 책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이렇게 역사와 과학을 한꺼번에 만나는 것 역시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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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미술사 박물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2
실비아 보르게시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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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으로 유명한 미술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세계 미술관 기행 시리즈. 이번에 읽은 <빈 미술사 박물관> 12번째 책인데, 이제서야 이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는 게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가는걸 좋아하지만, 배경지식이 풍부하지 않을 때는 제대로 감상하고 나오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래서 이렇게 작품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놓치기 쉬운 작품의 주요한 이미지를 확대해서 보여주는 책이 있어서 좋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위협이 유럽에 만연해있을 때, 합스부르크 왕가는 여로 곳에 나눠 보관중이던 자신들의 예술유산과 보물을 벨베데레 궁전으로 옮겼다. 그리고 19세기 말 이 컬렉션으로 소장할 미술사 박물관을 건설하게 된 것이다. 그때 천장 전면에 그림을 그린 사람중에 하나는 황금빛 화가로 불르는 구스타프 클림트였다는 것도 미술사박물관에 남겨져 있는 컬렉션이 추가되는 순간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관심이 가는 작품을 정말 많이 만나게 되었다. 특히 얀 스테인의 거꾸로 된 세상은 작품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 105*145cm에 이르는 작품인데, 실제로 이 그림을 보게 된다면 한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심지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돼지나 식탁 위의 개까지 눈길을 끌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탐욕에 대한 격언들이 작품속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책을 읽기 위해 몇 장 넘기자마자 서있는 사람의 다리 사이로 보이는 어린아이의 그림이 있었다. 그 그림을 보자마자 짜증스러워하는 여자아이를 팔로 감싸고 장난기 어린 입매와 비밀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남자아이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과연 이게 어떤 그림인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니 드디어 문제의 그림이 등장했다. 바로 파르미자니노의 활을 깍는 쿠피도였는데, 만약 앞에서 그림의 일부를 미리 보지 못했다면, 쿠피도의 모습에 눈길이 먼저 갔을 것이 분명하다. 책으로 작품을 먼저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의 표정과 그 아이들이 상징하는 사랑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파르미자니노는 이 작품뿐 아니라 볼록 거울에 비친 자화상까지 인상적이었다. 나무로 거울과 비슷한 공을 만들어 그려낸 작품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가서 보고 싶은 작품 중 1순위에 꼽고 싶다.

뿐만 아니라 작자 미정이었지만 여러 정황상 장 푸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어릿광대 고넬라는 세밀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솜털 하나까지 느껴지는 섬세함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 두꺼워지는 피부결까지 묘사해내는 것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던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의 생생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티치아노의 자객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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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 일을 만들다 - 나의 이력서
안도 다다오 지음, 이진민 옮김 / 재능출판(재능교육)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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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하면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그가 만든 빛의 교회를 본 순간 햇빛으로 만들어지는 십자가에 반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곳이 늘 개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기에 첫 방문에서는 내 생각보다도 더 작은 규모의 교회에 조금은 당황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때는 그 교회를 건축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잘 몰랐었는데, <안도 다다오 일을 만들다>를 읽다보니 교회의 크기가 이해가 되었다. 사실 그는 빛이 들어오는 십자가의 형태로 만든 부분의 유리를 없애고 싶어하는데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빛뿐만 아니라 계절마다 갖고 있는 자연의 향까지 바람을 타고 들어온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물론 교인들은 불편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뒤늦게 홈페이지에서 견학이 가능한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찾았을 때 비로서 그토록 직접 보길 원했던 빛의 십자가를 만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나오시마에서 만난 땅속에 있는 치추미술관과 참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 감정은 안도다다오의 시그니쳐라고 할 수 있는 노출콘크리트 때문만은 아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느꼈던 감정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었다. 그는 이런 생각을 갖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목표로 도쿄 도시 재편성에도 임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수없이 들었던 순환형사회를 그는 자신의 건축인생을 통해 구현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안도 다다오에게는 세계적인 건축가라는 말만큼 익숙한 수식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독학의 건축가이다. 그는 중학교 때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증축하는 목수를 보며 건축이라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된다. 하지만 집안사정과 학업성적 때문에 대학입시를 포기하게 되지만 그의 고민을 들은 외할머니께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온 힘을 다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라.”라고 조언을 해주신다. 일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내라고 권하는 안도 다다오의 책을 읽다 보면 외할머니의 말씀이 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느낄 수 있다.

스스로도 모범적인 건축가의 길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걸어왔다고 평하는 안도 다다오는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책과 통신교육을 통해 건축가가 되었다. 심지어 건축사 자격증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한 손에는 빵을 한 손에는 책을 보며 따낸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온 그는 열정이 살아있는 젊은이들을 응원하고 또 그런 모습이 지금의 일본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역사란?', '일본인이란?', "삶이란?' 이러한 질문을 간직하고 살아가며 또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안도 다다오를 이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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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중난하이 사람들 - 중국 전문작가 홍순도 특파원이 발로 쓴 최신 중국 권력지도 150 중국을 움직이는 사람들 시리즈 1
홍순도 지음 / 서교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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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가 자리잡은 현대 중국사회에서 그 권력의 심장부라고 일컬어지는 중난하이. 천안문과 자금성사이에 위치한 중난하이는 출입이 허가된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주로 전 현직 국가원로와 그 가족, 그리고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과 가족이 모여 살고 있는 그 곳은 중국의 정치경제 컨트롤 타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이상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중국통 홍순도가 권력의 핵심에 선 시진핑과 중난하이의 과거, 현재, 미래의 인물들과 비화를 조명한 책 <시진핑과 중난하이 사람들> 중난하이에 최상의 식료품을 공급하는 터궁이나 건강관리 프로그램인 중난하이 건강장수 독본그리고 학교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중난하이 사람들의 특권의식에 과연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맞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중난하이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들이나 그들의 반려가 되어 신데렐라가 되길 꿈꾸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재미있기도 했다.

하지만 중난하이의 황제를 꿈꾸던 링지화, 보시라이, 천량위의 몰락에서 보다시피 그 곳은 쉽게 허락되는 자리는 아니었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던가? 그들의 몰락을 이끈 주요원인은 본인의 과욕으로 은인자중하지 못한 것에 있었으나, 결정적인 계기는 가족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흥미롭기도 했다. 또한 중난하이에 자리잡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귀거래사를 읊으며 고향으로 돌아가 은거하고 있는 원자바오 역시 가족들의 과욕으로 지금까지도 불안한 상태이다. 원자바오가 하버드에서 특강을 할 때 중국의 현실을 아무리 작은 문제도 13억을 곱하면 아주 큰 문제가 된다. 반면 아무리 그럴듯한 재력·물력도 13억으로 나누면 1인당 수준은 아주 낮아진다.”라고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총리로서의 그의 행보를 응원했던 나로서는 그의 여생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길 하는 바람도 갖게 된다.

스스로 몰락한 경쟁자들과 달리 시진핑은 상당히 전략적인 인물이었다. 특히 제18차 당대회를 앞두고 2주간 잠적행보를 이어간 것을 두고 선발제인이라 평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지만 구체적인 설명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중국의 전략을 공세적인 선발제인으로 평하는 기사들이 많은데, 그 선봉에는 시진핑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중화민족의 부흥중궈멍(중국의 꿈)’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미 세계 은행에서는 올해 말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세계 제 1위 경제대국으로 등극할 것을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니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바이다. 또한 권력욕이 많았던 장칭과 여러 스캔들로 인해 그림자 행보를 강요당했던 기존의 퍼스트 레이디와 다르게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펑리위안이 중국의 여성정치인들의 행보와 어떻게 어우러질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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