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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박힌 못 하나 - 곽금주 교수와 함께 푸는 내 안의 콤플렉스 이야기
곽금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콤플렉스를 마음의 못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딱 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런 경험들에서 콤플렉스가 생기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이 기억조차 못하는 그런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어 콤플렉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가슴에 못이 박히다’라는
표현과도 잘 어울리는 것이 트라우마일것이다.
심리학 권위자인 곽금주는 <마음에 박힌 못 하나>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화나 문학작품 그리고 그림을 통해 다양한 콤플렉스를 이해하게 해준다. 정상에서 도리어 허무함과 권태로움을 느끼는 ‘파우스트 콤플렉스’나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성취하려고만 하는 ‘이카로스
콤플렉스’는 바로 문학작품이나 신화가 그대로 투영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심리상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이나 그러한 콤플렉스가 실제 생활 속에서 어떠한 문제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만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사실 책의 목차만 봤을 때 나에게는 이런 콤플렉스가 있는 거 같다라고 생각하며 먼저 찾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또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책을 처음부터 읽어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 드러나기도 했다. 마치 내 마음속에 수많은 못 조각들이 흩뿌려져 있는 느낌이랄까? 문득 스위스의 심리학자 융이 콤플렉스를 ‘잠재된 감정의 복합체’라고 설명했던 것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된다.
나도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이기는 하다. 하지만 내 주위에는 정말 불평불만이
많아서 ‘투덜이 스머프’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 이처럼 부정적인 인생관을 갖고 살면서 언제나 불평하고 짜증내는 성향을 ‘트롤
콤플렉스’라고 한다. 무론 불만이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트롤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은 냉소주의와 불화를 퍼트리기만 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나 역시도 그 사람과 함께하면 어느새 지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내가 갖고 있는 비관적인 태도의 정체를 꼼꼼히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했다.
‘의미 없는 노동’을 반복하는
‘시시포스 콤플렉스’는 처음에는 나와 전혀 관계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시포스 성향을 지닌 사람들인 ‘시지피안’을 설명하는 글에서 문득 나의 자화상을 만나는 느낌을 받았다. 시지피안이란
눈앞에 닥친 결과에 집중하느라 장기적인 발전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데, 나 역시 바로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은 듯 하다.
콤플렉스는 극복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
자신이 갖고 있는 상처 입기 쉬운 ‘약한 고리’가 무엇인지
알고 잘 다독여야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갖고 있는 약한 부분들을 찾아내는 과정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