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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비로소 인생이 다정해지기 시작했다 - 일, 결혼, 아이… 인생의 정답만을 찾아 헤매는 세상 모든 딸들에게
애너 퀸들런 지음, 이은선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인용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지혜롭고 현명한, 인생에 대한 담론’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제야, 비로소 인생이 다정해지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내 마음을 읽어주는 듯한 느낌을 참 많이 받았다. 뭐랄까? 인생을 공식이나 계획이 담겨 있는 매뉴얼처럼 구성하면 되는 조립세트처럼 생각하는 젊은 여성에 대한 묘사는 딱
나의 20대를 그려낸 듯 했다. 물론 그때의 나는 그런 자신감보다는
매뉴얼을 잃어버렸다고 투정을 부리느라 더 바빴지만 말이다.
인생은 우연의 소용돌이라고 한다. 마치 자신이 고르고 고른 벽돌들로
하나하나 쌓아 올린 것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막상 나이가 들어보면 하나만 빠져도 전체가 무너질 것처럼
마구잡이로 쌓여있을 뿐인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런 것이 참 싫었다. 왜 내가 원하는 대로 가지런히 흘러가지 않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도 꽤 많았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칼럼니스트인 이 책의 저자 애너 퀸들런은 미래를 자신의 뜻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완전한 착각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것은 밀가루 반죽 정도랄까? 가끔 또 특유의 오만함으로 분노지수가 높아져갈 때면 밀가루 반죽을 떠올려야 할 거 같다. 정 안되면 밀가루 반죽이라도 주무르고 있는 것도 나만의 주문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60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온 그녀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물건들은
그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머릿속에 쌓여 있는 수많은 추억들에
비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한 물건들을 피해 여유로운 공간을 갖기 위해 스칸디나비아의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준다는 조립식 주택을 자신의 대저택 맞은편 숲 속에 설치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그녀의 남편은 “집은 이미 있는데, 뭘.”이라고 답한다. 남편이 물욕이 없다고 평하긴 하지만, 그때 아마 그녀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어린 소년이 “하지만
저는 이미 선물을 받았는데요?”라고 했던 것이 떠오른 것 같다. 하나라도
더 갖고 싶어하는 세상에서 소로가 남긴 “단순하게 살자, 단순하게.”라는 말을 지키려면 그리고 과거의 소유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소년의 말을 주문으로 삼기로 결정한다.
누군가는 60이라는 나이를 무겁게 느낄 수 도 있다. 하지만 말이다. 대학을 간 지인에게 어차피 졸업하면 64살이라며 의아해하는 사람에게, 그냥 가만히 있어도 4년 후면 64살이 된다고 답한 것처럼 비록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인생이라 할 지라도 ‘좋은 취지’를 갖고 살아간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녀도 자신의 삶을 위한 새로운 주문을 찾고, 좀 더 좋은 인상을 유지하기 위해 ‘보톡스의 샘과 필러의 성지로
떠나는 순례’를 떠나기도 하는 것이다. 애너 퀸들런의 책은
유쾌하면서도 배울 점이 참 많다. 특히, 올해 스물 두 살이
된 딸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그녀가 한 답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를 만큼 평범한 것들이 영원히 남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