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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계 지리, 세상과 통하다 세트 - 전2권 - 지리와 함께하는 세계 자연.문화.시사 여행 ㅣ 세계 지리, 세상과 통하다
전국지리교사모임 지음 / 사계절 / 2014년 4월
평점 :
역사가들은 기나긴 인류의 역사를 분석해 보편 타당한 법칙이나 특수한 경향을 찾고자 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시도가 실패하고 개별적인 사례를 연구하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같은 시대라 하여도 겪게 되는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그러한 환경을 제공한 것 중에 상당 부분은 세계 여러
지역의 자연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세계지리는 문화와 정치 경제 사회를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좋은
틀이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고
있어서 세계 지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지리적
문맹’이라고 하는데, 지구촌시대에서 이런 현상은 세계를 이해하는
폭이 좁아지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전국의 지리교사들이 모여 수많은 토론과 몇 번에 걸친 재 집필을 통해 탄생한
<세계지리, 세상과 통하다>는 세계로
나아가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특히 절대적인 세계 지역 구분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세계를 반영해
아시아를 세 개의 지역으로 세분하고,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던 유럽을 하나로 묶고, 주류민족을 중심으로 분류하던 아메리카 대륙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아프리카나
남극 북극을 재조명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렇게 세계지리를 바라보니 각 지역들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
좀 더 잘 드러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속해있는 동아시아는 지리의 영향이 음식문화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었다.
한, 중, 일이 사용하는 젓가락이나 국수에도
자신들만의 환경이 잘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화약고라고까지 불리는 동아시아의 영토분쟁이나
각국이 갖고 있는 내부적인 문제 역시 비중 있게 다루어져 있어서 동아시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제 13회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왕관중 부참모장이 한나라때부터 남중국해에 대한 권리를 행사해왔다고 해서 논란이
된, 동아시아 영토분쟁을 잘 보여주는 지도가 2페이지에 걸쳐
실리면서 중간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또한,
차세대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메콩 경제권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분석도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이들 지역에서의 화교의 활약은 중국의 갖고 있는 거대한 힘을 다시 한번 인정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세계지도로는 이해할 수 없는 아프리카의 규모는 정말 놀라웠다. 사실 지도에 그려진 것보다 아프리카가 훨씬 크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왔지만, 실제로
비교할 수 있는 그림을 보니 그 광대함이 제대로 느껴졌다. 물론 아프리카 지도자와 지식인들은 흑인의식회복운동을
꾸준히 벌여왔다고 하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의 동질감과 정체성은 쉽게 형성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각 부족들의 고유한 전통과 생활 방식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하니, 어느 쪽이 옳다고 함부로 편을 들기도 어려운 일인 거 같다. 아프리카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하라 사막 이남에는 문명이 없다고 주장한 서구인들의 편견을 깨게 한 고대 석조문명의 흔적이다.
100만개의 화강암 벽돌을 사용해 만들어낸 왕궁터는 뒤이어 나오는 중앙 및 남아메리카의 문명이 보여주는 정교한 건축과 비견할 만한
것이었다.
유럽연합이 추진하고 있는 거대한 산업들과 조깅이나 자전거로 국경을 넘나드는 유럽의 모습을 보면서 국제연합이 시작한
아시안 하이웨이 연계산업이 이루어져서, 아시아와 유럽의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소망도 생겼다.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중남미와 지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남북극까지 정말 시공간을
넘나들며 세계를 여행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