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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슬로우 라이프 - 천천히, 조금씩, 다 같이 행복을 찾는 사람들
나유리.미셸 램블린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문화에 피로함을 느끼게 된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북유럽사회의 복지와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을 막아주는 완충장치 그리고 공동체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사회적 안전장치가 갖추어지는 데는 국민들이 갖고 있는 국가에 대한 신뢰와
그에 따른 높은 세율을 바탕으로 한 재정마련, 그리고 투명한 집행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문화가 부럽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 그대로 이식해오기에는
많은 저항감이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핀란드에서 공예와 디자인을 공부한 나유리와 인간의 가치에 기반을 둔 실용철학을
공부한 미셸 램블린.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 부부가 핀란드에서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느낀 핀란드
식 생활양식 특히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의 일상을 담은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는 좀 더 다른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핀란드인의 노력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에는 특유의 ‘이웃사촌문화’가 있었지만, 아파트라는 공간이
늘어가면서 옆집에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하루 동안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곳 어디에서나 레스토랑을 열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해
만들어진 ‘레스토랑데이’는 다문화 사회에서 음식을 매개체로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고 이해할 수 있는 장이 되어주었다. 주인공 부부도 손님으로서 또 주인으로서 이 행사에 참여했는데,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주말농장이라고 많이들 만드는
것이 헬싱키에서도 있었다. 우리와 다른 것은 차를 갖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집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네사람들과 더 자주 만나게 되고, 서로 돕게 되고, 추수나 파종시기에는 자그마한 축제를 열어 수확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정보를 주고받으며 어울릴 수 있는 공간과 행사를 만든다는 것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그만큼 사람과 자연과 함께하는 것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다. 별장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코티지’라는 공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사치스럽거나 호사로 운 공간이 아니라,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고 상하수도도 없는 곳이 태반인 말 그대로 자연 속의 공간이었다. 녹지가 잘 갖추어져 있는 헬싱키에 살면서도 늘 코티지를 그리워하는 핀란드 인들은 문명의 이기보다 자연의 소중함을
제대로 만끽하길 바라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예전에 읽었던 어떤 기사에서
그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 시대의 최고의 기술을 동원해서 만들어낸 아파트가 지나치게 사생활을 지키는데
열중한 나머지 주민들끼리 서로 부딪칠 수 있는 동선을 없애버려서 도리어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록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과 다르게 이웃과 데면데면하게 지내고 있을지 몰라도 그마저도 없어진다면 사회는 더욱 삭막해질 것이다. 그러기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사람과 사람이 그리고 자연과 사람이 더욱 가까워지는 공간들이 늘어나길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