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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출간 10주년 기념 특별판) - 절망을 이기는 용기를 가르쳐준 감동과 기적의 글쓰기. 개정판
에린 그루웰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캘리포니아 롱비치 윌슨고등학교에 부임한 백인 여선생님 에린 그루웰. 점심시간에
잔디밭에서 식사를 할 때조차 인종 별로 어울리는 장소가 나뉘어져 있고, 갱들의 총과 폭력에 친구를 잃는
것이 놀라운 사건이 될 수 없는 환경에서 도리어 위험학생 혹은 열등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203호
교실을 맡게 된 그녀는 문학수업과 일기쓰기를 통해 아이들을 변화시킨다. 아니 변화시킨다는 표현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사랑하고, 꿈을 찾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는 상황을 변화라기 보다는 원래 그 아이들이 마땅히 있었어야 할 자리로
돌려놓는다고 표현하고 싶다.
솔직하게 털어놓는 아이들의 일기를 읽다 보면, 정말 작은 것들이 큰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너를 믿는다는 한마디,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일방적으로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닌 동등한 사람으로 대우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관심을 쏟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생님과 함께 여러 가지 일들을
함께 해간다. <두랑고 거리>라는 책을 읽고 영화를
만들면서, 빈민가에서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 채 성장하는 주인공 역을 맡고 싶어하던 아이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볼 때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멀끔해 보이는 친구가 그 역을 탐내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며 친구에게
관심을 갖고 대화를 나누면서 친구가 갖고 있는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그렇게 하나가 되어가는
아이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해나간다.
<로미오와 줄리엣> 속에서
두 가문의 대립을 갱단의 전투에 비유하는 에린 그루웰의 이야기에 반발하던 아이는 갱단들이 왜 싸우는지 자신조차 알고 있지 않음을 스스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아이들은 그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싸우고 있는
지금을 이해하기도 한다. 또 현대판 안네 프랑크라고 칭송 받는 즐라타의 일기를 읽은 아이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그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록 미국이 보스니아처럼 전쟁을 하는 국가는 아니지만
어린 즐라타가 그러했던 것처럼 갱단의 전투에 친구를 잃을까 봐 또 자신조차 살아남을 수 있을지 두렵기만 한 소리 없는 전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인들이 집집마다 검은색 크레파스로 인종을 표시해놓은 것이 자신들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안다. 모금활동을 통해 즐라타를 초대한 그들은 사회적 꼬리표를 다 떼어내고 그저 ‘그냥 사람’이고 싶은 그녀와 많은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 나이까지 살 수 있을까 걱정하던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심지어
그 집안에서 처음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증보판을 통해 그 후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모두가 다 성공을 하는 꿈 같은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욱 힘이 나는 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려움을 이기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대학졸업생이 되거나,
과거에 문제아로 쫓겨났던 학교에서 변화한 그의 모습을 존중 받아 교사로 활동하거나 자신의 가족이 자신보다 더 좋은 기억들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203호 교실을 떠난 후에도 거친 세상 속에서 강인하게 성장중인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