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제 사회의 경영 피터 드러커 라이브러리 4
피터 드러커 지음, 안세민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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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새로운 경제 사회의 경영>은 그가 미래의 경제학에 대해 그려본 큰 그림으로 시작된다. 애덤스미스나 케인즈처럼 시대를 지배한 학자가 등장해 거기에 기반을 두거나 최고의 가치로 삼기보다는 다양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상적인 부분은 인문학과 과학을 동시에 추구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최근에 출판된 장하준의 책을 보면 정말 경제학이 아우르는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피터 드러커는 그런 가설을 제시한 후에, 결국 미래 경제학에서의 주요한 가치는 바로 생산성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경제적 가치의 원천으로의 생산성이라.. 새로운 경제학은 좀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이야기는 바로 환경에 대한 것이다. 환경운동은 사람들의 위기의식을 일깨우는데 성공했다고 그는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운동이 갖고 있는 딜레마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환경에 대한 우려가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한다던지, 개발도상국에게 환경비용을 요구하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행태라던지, 또한 환경문제와 국가주권의 모순점은 지금도 상당한 고민거리가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제시한 대안을 읽다보면, 원래 경제학에서 설정하는 합리적 의사선택자로서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된다.

특히, 마지막에 이어진 일본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면 더욱 그러하다. 196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이 이루어지면서 많은 학자들이 그 원인을 분석하려 했다. 종신고용, 연공서열제, 기업별 노동조합은 일본의 고도경제성장을 가져온 3종의 신기라는 극찬을 받았고, 일본적 경영론을 세계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이 장기적인 불황에 접어들면서 일본문화의 우수론을 비판하는 수정주의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카렌 반 월프렌 같은 경우는 일본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비난하면서 일본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터 드러커가 일본이 이루어낸 업적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주목하는 것은 조금은 때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일하는 시간의 전부를 관계를 위해 사용하는 일본의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만남으로 시작해서 만남으로 끝나는 일과를 보내면서, 서로간의 이해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리고 공동의 이해, 상화간의 신뢰를 기분으로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고 한다. 이런 문화는 아무래도 일본의 독특한 의사결정 문화인 네마와시(根回し)에서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일본의 이룬 업적을 그 무엇도 아닌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서 찾은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어쩌면 피터 드러커가 바라보는 새로운 경제 사회의 경영의 핵심은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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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의 저주
로버트 러스티그 지음, 이지연 옮김, 강재헌 감수 / 한경비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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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특히 아동비만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버트 러스티크의 <단맛의 저주> 사실 나는 단 음식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전에 친구가 그의 테드강연 영상을 링크해주었을 때도 차마 눌러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저체중임에도 체지방률이 높다라는 검사결과를 여러 번 받기도 했고, 갈수록 더 달게 먹으려고 하는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는 사실 비만은 당신 잘못’, ‘적게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라라는 뻔한 충고를 하는 것이 싫어 비만환자를 피해 다니곤 했다. 하지만 아동비만이 급속도로 늘면서 과연 비만이라는 것이 탐식과 나태의 결과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한 살짜리 아이에게 너의 의식적 결정으로 인한 행동이 비만을 불러왔다면서 너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의학을 포함한 다양한 과학적 연구와 풍부한 임상치료의 경험과 역사적 사실 그리고 최신 통계 등을 활용하여 그 원인을 분석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멋진 몸매를 원한다면 다이어트 전문가를 찾아가라고 한다. 다만 내장지방과 간내지방을 줄이고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우리가 많이 듣는 말 중에 칼로리는 다 같은 칼로리일 뿐이라는 말이 있다. 내 친구는 다이어트는 정말 단순한 산수라고 말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소모량이 투입량보다 많으면 살이 빠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말을 전면적으로 부인한다. 소모한 칼로리는 다 같은 칼로리일지 모르지만 먹는 칼로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의 질이 양을 결정한다고 말하는데, 현 인류는 역사상 유례없는 인슐린 과잉상태에 빠져있다고 한다. 비만은 두뇌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인 변화에 의해서 촉발되는데 거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인슐린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슐린의 초과분은 도대체 어디에서 생긴 것인가?

거기에 대한 답이 바로 설탕중독이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지방을 제한하기도 하고 탄수화물을 제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다이어트의 공통점은 바로 설탕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품회사들은 맛을 좋게 해서 더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해 설탕을 첨가하고 있다. 이렇게 설탕이 넘쳐나는 환경에 아직 인간의 몸은 적응하지를 못한 것이 문제이다. 또한 섬유질은 인슐린을 낮게 유지하고 대사시스템을 개선해주는데, 질감과 유통기한을 향상시키기 위해 곡류를 정제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사람들이 섬유질을 흡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환경에 노출되면서 인간의 뇌의 생화학 작용이 바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탐식과 나태라는 행동이 나타났다고 그는 말한다.

생각해보면 비만인 사람들은 쉽게 희화화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정말 환경의 탓인가라는 생각을 몇 번 정도는 했다. 하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도리어 비만인 사람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될 거라고 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특히 아직까지 유혹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뇌를 갖은 아이들에게까지 그저 나태하고 탐욕스럽다고만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는 단순히 그 원인을 분석하는데 멈추지 않고 어떻게 하면 개인이 자신의 대사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을지, 또 식품업계나 정치적인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식습관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 다각도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서 도움이 된다. 그가 처음에 밝혔듯이 자신의 주머니에는 이 약만 먹으면 혹은 이렇게만 먹으면 혹은 이 운동만 하면 살이 빠진다라는 비법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만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전가해 큰 돈을 쓰게 하기보다는 사회적인 환경을 바꾸자는 그의 제안이 도리어 우리에게 필요한 비법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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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만든 사람들 - 일생에 한번은 역사에 미쳐라!
현경병 지음 / 무한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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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이끈 12명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묻는 <중국을 만든 사람들> 공자, 진시황, 유방, 한무제, 조조, 당태종, 무측천, 주원장, 강희제, 건륭제, 모택동, 등소평을 통해서 중국의 역사와 또 우리나라의 역사까지 짚어볼 수 있었다. 또한,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지금의 우리가 역사에서 배워야할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 정관정요를 읽고 나서, 당태종 이세민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기도 했었다. 무장이었던 그는 창업을 위해 전쟁터를 누비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당나라를 세운 이후, 수성을 위해서 자신을 변화시킨 인물이었다. 책을 즐겨 읽고, 당대의 학자들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황제로서 자신을 갈고 닦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보통 천명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황제의 운명을 타고 났다고 말하기 쉬운 시절이었기에 그의 행보가 더욱더 독특하게 느껴졌다. 특히, 그는 신료들의 간언에 귀를 귀울여서 신하들의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하고 자신의 실수를 고치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라 그 시대에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이 정관정요에 잘 나와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당태종의 그런 장점뿐 아니라 다른 면모도 볼 수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12명의 인물의 공과실을 구분해서 보여주고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고 무엇을 본받아야 할지 가늠해보기 좋은거 같다.

당태종과는 반대로 나에게는 잔혹한 여성이나 중국의 3대 악녀로 인식되어 있는 무측천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당태종의 정관의 치무측천의 무주의 치현종의 개원의 치를 당나라의 3대 전성기라고 한다는 것도 놀라웠다. 너무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그랬을까? 적인걸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도 무측천의 모습은 상당히 탐욕스럽다는 인상이었다. 물론 그런 면모는 책에서도 잘 조명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으로서 천하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3대전성기의 한 축을 도맡았다면 그녀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즐겨봤던 황제의 딸의 배경이 되었던 건륭제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특히 드라마의 내용과 연결되는 부분들이 꽤 많았는데, 순행을 자주 다니며 문인, 예술가와 담론을 즐긴 모습이나 청나라의 정통성과 정책에 어긋나는 서적을 불태운 문자의 옥같은 것이 그러했다. 건륭제는 할아버지 강희제를 넘을 수 없다하여 강희제의 제위기간인 61년이 되기전 60년만에 퇴위를 했다고 한다. 건륭제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강희제의 대외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강희제는 진정으로 화평을 원하는 것을 아는 순간 상대는 화평을 내세우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는 동북아 정세에서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입장이 어떠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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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사회학 - 실패, 위기, 재앙, 사고에서 찾은 성공의 열쇠
메건 맥아들 지음, 신용우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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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1620년 청교도인들이 처음 미국대륙에 도착했을때의 삶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곳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그들이 유럽대륙에서 가져온 종자는 신대륙에 맞지 않았고 정말 먹을거리도 추위를 피할 방법도 없이 신대륙의 겨울을 보내야 했던 그들은 거의 3분의 1정도가 사망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황무지같던 그 곳에 도시를 건설했고, 지금의 미국이라는 나라의 초석이 되었다. 그들이 만약 신대륙에서의 실패를 인정하고 돌아갔다면 미국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럴까? 미국은 자신들의 그런 개척정신을 자랑스러워하고 그 밑바탕에는 실패에 대한 관용이 있지 않는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실패를 창업의 자산으로 생각하는 실리콘밸리가 그런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정신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미국인들도 느끼고 있는거 같다. 이번에 읽은 <실패의 사회학>잔잔한 삶을 추구하고 있는 사회풍토를 지적하는 글이기도 하다. 심각하게 빗나가지 않는 삶, 안정이 보장되는 삶을 추구하다보니, 실패를 열심히 노력했다는 좋은 증표로 여기는 사냥꾼의 관점을 가족 있던 미국인의 정신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실패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의 경험이 필요하다. 누구나 나쁜 판단을 할 수 있기에 그로 인한 실패를 경험삼아 현명한 판단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잘못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아이들을 키우려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사실 이는 우리의 교육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학창시절 나는 부모님이 인정해주는 모범생이었다. 나 역시 잘 준비된 교육을 받았고, 또 거기에 매우 잘 적응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대학을 가고나서부터 너무나 많은 선택지 속에서 상당히 많은 방황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엄마가 학교와 집만 오간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었다며 후회를 하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 역시 학창시절 적당한 실패를 통해 배우는 과정을 생략했기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의 실수와 성인이 되서 실수는 확실히 위험도라고 할까? 타격이라고 할까? 그런 면이 확연히 달라진다. 거기다 우리나라는 실패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에 실패는 다시 일어서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만들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저자인 메건 맥아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사회문제로 확산시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볼 만한 일인 어머니의 응급실 경험이나 자신이 실연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거기에서 실패가 개인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살펴보고, 이를 확장시켜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면서,  또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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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미술관 - 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
박현정 지음 / 한권의책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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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혼자 간 적이 있습니까?”

 

나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혼자 하는 것에 꽤 익숙한 사람이다. 영화 파리넬리가 개봉했을 때는 혼자서 몇 번을 영화관을 찾아 아름다운 음악에 빠져들곤 했다. 작품의 이름도 기억 못하면서 그 작품을 봤을 때의 감각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하는 설치예술작품이 있다. 만약 그때 내가 혼자가 아니었다면 그 화면 속에서 웃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절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기억하는데 난 그 작품 앞에서 거의 한 시간을 앉아있었고, 누군가 함께 했다면 지루해하거나 다른 곳으로 가자고 내 손을 끌었을지도 모른다. 또 미술관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것을 좋아해서일까? 한동안 모리미술관에 거의 출석부를 찍었던 적도 있다. 어릴 때는 무제라던지 단상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작품을 보고 책임감이 없다던지, 생각없이 그냥 붓가는대로 그렸다며 짜증을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그런 이름을 가진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을 그 속에 투영시키고 나 자신을 한발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혼자 가는 미술관>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감상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특히 스스로에게 진실을 이야기한다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들었다. 미술관은 나에게도 그런 공간이기 때문이다. 덕수궁 미술관에서 연표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시간이 늦어버려 어둠이 깃든 밤의 궁에 서게 된 그녀는 고종을 옆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웅만이 기억되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 실패한 군주, 나라를 빼앗긴 군주로 기억되는 고종에게 향하는 작가의 독백은 그래서 안타깝고 또 아쉽다. 그런데 그 이야기 속에서 점점 고종이 치욕의 시간 속에서 박제된 인물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으로 다가오는 것이 참 독특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여러 화가 중에 눈길을 사로잡은 윤석남. 그녀는 남편의 사업이 번창하고 살림살이가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책한 권 읽을 방 하나가 없다는 것에 좌절하며 핑크룸Ⅳ를 탄생시킨다. 뭐랄까? 꽃분홍빛에 잔꽃무늬가 가득한 쇼파와 자개장이 떠오르는 구성을 보며 엄마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립스틱을 사오라면서 몇호가 아니라 꽃분홍색을 사오라고 시키는 엄마였다. 아마 작은 크기의 꽃이 아니라 왕 꽃이었다면 딱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무채색을 좋아하는 아빠와 꽃무늬를 질색하는 딸 사이에서 엄마는 작품 속에 여성처럼 답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석남 작가의 작품은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도 다시 등장하는데, 자신이기보다는 누군가의 무엇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많은 여성의 속내를 담아낸 그녀의 작품에서 시선을 떼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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