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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지식을 삼키다 - 어원과 상식을 관통하는 유쾌한 지식 읽기
노진서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영어의 어원을 통해 세상을 읽어나가는 책 <영단어, 지식을 삼키다> 영어는 타 언어에 대한 포용력과 창조성이 뛰어난
언어라고 말한다. 데인로를 통해 스칸디나비아어가 일상어휘로 많이 흡수가 되었고, 기독교와 르네상스의 영향으로 라틴어가 차용되었고, 노르만 정복 이후로
프랑스어가 영국의 상류사회로 유입되면서 수많은 어휘들이 변하기도 했다. 그래서 영어의 어원을 분석해나가는
과정은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변화를 추적하다 보면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도
느낄 수 있다.
바보를 의미하는 ‘idiot’은 국가의 공직을 갖지 못한 평범한 사람
그리고 개인적이라는 뜻을 가진 ‘idios’에서 파생되어, 보통사람을
뜻하는 라틴어로 그리고 고대 프랑스어에서는 얼간이를 의미하다 영어로 유입되면서 바보라는 뜻을 갖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평범하다는 의미는 희석되고 점점 더 부정적인 의미를 갖게 된 어휘이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을
의미하는 말은 도리어 연극의 등장인물이나 가면을 뜻하는 ‘persona’의 어원을 갖고 있는 ‘person’이 되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가면을 쓰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어원을 갖게 된 걸 보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많은 가면을 자유자재로 바꾸어
쓰며 그 역할에 맞게 연기를 해내기를 요구 받게 되리라는 것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죽음과 관련된 어휘 ‘mortal’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 말이 영어로 유입되면서 mortuary(영안실), mortgage(담보대출)이라는 파생어를 만들어냈다. 이 중에 담보대출을 의미하는 말은 ‘모기지론’이라 하는데, 특히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몰고 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도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다. 죽음을 의미하는 ’mort’와 맹세나 서약을 의미하는 ‘gage’가 합성된 말로서 죽음의
약속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절대 권력자, 독재자를 의미하는 ‘dictator’이라는 단어는 자신이 말한 것을 받아쓰게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권위에 대한 복종을 표현하는 말인데,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었다. 왜 그가 그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가에
대한 답으로 바로 철저한 무사유가 제시되었다. 왜 그런지 몰라도 절대 권력자라는 말이 갖고 있는 뜻을
되새겨보니, 권위를 갖고 있는 사람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그대로 행동에 옮기는 것만으로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시사적이거나 철학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흥미로운 접근도
있다. 달을 의미하는 ‘moon’은 가변성을 대표적인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honeymoon’이라는 단어가 어쩌면
신혼부부의 불타는 사랑도 금방 기울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