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지켜온 나무 이야기 -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로 만나는 우리 문화와 역사
원종태 지음 / 밥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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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해온 나무에 얽혀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나무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주는 <한국을 지켜온 나무 이야기> ‘세금 내는 납세자, 장학금을 주는 장학회장인 예천의 석송령, 정이품의 높은 벼슬을 갖고 있는 소나무, 동서양에서 인정하는 학자수인 회화나무 등 정말 다양한 나무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거기다 오래되고 유명한 나무들이 간직하고 있는 신기한 전설 같은 이야기도 많이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세조가 행차를 할 때, 스스로 가지를 들었다 하여 정이품이라는 벼슬을 받았다는 보은의 정이품송은, 아쉽게도 생사의 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명목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아스팔트가 깔리고 주위의 나무들이 사라지면서 같은 나무들끼리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생태계에서 인위적으로 밀려난 탓이다. 어쩌면 인위적인 손길로 자연의 섭리를 깨트렸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보여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나도 연리지를 실제로 본적이 있고, 연리지 하면 떠오르는 현종과 양귀비의 이야기도 그때 나눈 적이 있었다. 연리지의 그 신기한 자태와 사랑이야기에 빠져있어서 연리지가 되기까지 얼마나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지 몰랐었다. 두 나무가 껍질이 터지고 진물이 흐르는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함께해서 생기는 것이 연리지라고 한다. 그렇게 영원히 함께하는 사랑만을 꿈꿨지만,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 역시 잊어서는 안될 듯 하다.

그리고 무궁화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 어렸을 때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이라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는데, 나 역시 무궁화를 많이 본 것은 일본에서였던 거 같다. 사실 무궁화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한다. 중국의 <산해경>에는 "북방에 있는 군자의 나라는 사람들이 사양하기를 좋아하고 다투기를 피하며 겸허하고, 그 땅에는 근화가 많아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진다" 라는 기록이 있었고, 신라를 근화향 즉 무궁화의 고장이라고 불렀던 기록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꽃이라고 하는 무궁화가 사라지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의 무궁화 탄압에 의한 것이라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책을 다 보고도 계속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울릉도의 향나무이다.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자태가 아름다웠는데, 향나무는 사람들의 손길을 피해가기 힘들어서 그렇게 오랜 시간 자라온 향나무가 많지 않다고 한다. 울릉도뿐 아니라, 송광사 천자암의 곱향나무도 참 독특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었다. 어쩌면 나무가 갖고 있는 은은한 향 때문에 도리어 그 자태를 뽐낼 기회를 놓쳤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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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감옥 - 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
니콜라스 카 지음, 이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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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자동화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보이지 않는 유리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유리감옥> 생각해보면 나는 늘 기술의 발달에 혜택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지금에 만족해왔다. 때로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구현되는 미래를 보며 더 발달된 기술문명을 만끽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도 했었다. 하지만 <유리감옥>을 읽으며 문득 경험과 사유를 강조했던 칸트가 요즘 세상을 바라보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졌다.

우리의 삶을 좀 더 편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스마트 테크놀로지라고만 생각해왔기에 <유리감옥>을 쓴 니콜라스 카의 시각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고, 점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어느 날인가? 책에서 무슨 내용을 봤었는데 하며 서재를 돌아보다 막막하기도 하고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문득 서재의 모든 책들이 전자서류라면 바로 찾기버튼을 눌러서 쉽게 내가 원하는 그 것을 볼 수 있을텐데하며 짜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모든 정보를 외재화하고 저장과 검색을 자동화하는 것이 나에게 꼭 유익한 일일까?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어떤 책인지, 어디쯤인지 어느 정도는 기억을 하고 금새 찾곤 했었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이 떨어져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어떻게 보면 자동화 기술에 점점 더 의존적으로 바뀌면서 나의 생각과 경험들을 내 기억 속에 저장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점점 바로 대답을 찾아주는 컴퓨터에 의존하고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그런 능력들이 사라져가기도 한다. 이처럼 자동화는 우리를 행위자가 아닌 관찰자로 전락시킨다는 것이 문제이다.

나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 자동주차기능이지만, 이것이 필연적으로 인간의 기술을 퇴화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그런 현실을 가져온 곳이 바로 비행자동화인데, 비행기술의 높은 안정성과 효율성을 가져왔지만, 이로 인해 수동조정능력이 퇴화되고 상황인식에 어려움을 겪는 조종사들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한 사고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자동화 기술이 자동차운전에까지 확장된 요즘에는,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누가 운전을 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술문명을 거부하며 살 수는 없는 것이 현실 아닌가? 자동화 이전에 있었던 기계화의 상황 속에서도 그랬듯이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우리가 기대고 있는 기계의 능력과 프로그램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능력과 발전을 제한하는 유리감옥에 갇혀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과, 그것을 알고 대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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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황홀 - 우리 마음을 흔든 고은 시 100편을 다시 읽다
고은 지음, 김형수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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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의 시 전편에서 고르고 고른 100편의 시구를 만날 수 있는 <시의 황홀> 이 책을 엮은 김형수는 고은의 50주년 기념 작품집을 엮으면서 “50년 동안의 사춘기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다고 하는데, 책을 덮고 나니 그 말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참 어느새 꽤 많은 것들에 덤덤해지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책 표지를 만지작거리다 보니 원을 이루는 수많은 사각형 중에 일부가 조명에 비쳐 반짝였다. 어쩌면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를 써온 고은의 작품에서 그가 골라낸 이 시들도 그런 반짝임을 주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짙은 감수성이 베어있는 아름다운 글속에서 내 마음을 파고들은 시가 있었다. 그 시구들은 점점 무뎌지고 있는 내 정신을 반짝이게 해주고 예민했던 사춘기의 감성을 잠시나마 깨워주기도 했다.  

물결이 다하는 곳까지가 바다이다.

대기 속에서

그 사람의 숨결이 닿는 데까지가

그 사람이다

<그리움> 일부

나는 늘 바다를 보면 하늘과 맞닿아 있는 수평선에 시선을 뺏기곤 한다. 그래서 바다가 마치 나 여기 바로 니 곁에 있다고 말하고 싶은 듯 내 발등을 간질이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래서 이 시를 읽는 순간 난 참 먼 곳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참 어리석은 것이 늘 나중에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새벽에 쫓아나가 빈 거리 다 찾아도

그리운 것은 문이 되어 닫혀있어라

<여수3> 전문

모든 시에 다 그러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엮은 시인 김형수의 해설이 함께하는 시들이 있다. 그 중에 떠다니는 자의 우수가 담겨 있는 '여수'”라는 해설을 보며 문득 나는 떠다니는 자인가? 라는 자문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 시를 읽으면서 내 마음을 들킨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리움>이라는 시를 읽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꾸만 저 먼 곳만을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떠다니는 자의 정체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누구의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

나무들이 나를 보고 있다

<순간의 꽃>한 토막

딱 읽는 순간 바로 내 일기장에 적어놨던 시이다. 만약 가능하다면 모든 페이지에 인쇄를 해두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이지 나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떠밀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면서 하루를 돌아보고 싶어진다. 오늘은 나는 내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나? 아니면 누군가의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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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옥과 함께하는 클래식 산책 - 영혼을 울리는 클래식 명작, 그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
최영옥 지음 / 다연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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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정지용,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기사를 읽었었다. 시인 정지용의 고향 옥천을 스케치한 기사였는데, 기사를 읽으면서 내내 정지용의 시로 만든 노래가 저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기분이 들었었다. 그런데 <최영옥과 함께하는 클래식 산책>을 읽는데, 바로 이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신기했다. 납북시인이라 투명인간 대접을 받아야 했던 정지용 시인은 1988년이 되서야 해금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 서울대 음대 교수였던 성악가 박인수와 가수 이동원이 듀엣으로 향수를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성악가 박인수는 클래식 가수가 대중가수와 대중음악을 노래했다며 클래식을 모독했다라는 괘씸죄에 걸려 국립 오페라단을 떠나야만 했다고 한다. 정말 지금의 눈으로 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굳이 외국의 크로스오버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조수미씨가 직접 드라마 OST를 부르는 세상이니 말이다. 어쨌든 그 일로 많은 아픔을 겪으셨지만, 나에게도 그렇다. 향수라는 노래를 떠올리면, 아니 정지용 시인의 기사를 읽기만 해도 그 분의 목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울려온다.

이처럼 클래식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해주는 책이라, 읽는 내내 정말 바빴다. 왜냐하면 명반, 명연주로 완성하는 클래식 힐링이라 하여 어떤 CD DVD를 들어보라는 소개가 함께하는데, 평소 좋아하는 음악이나 또 궁금한 노래들을 찾아 들어봐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겨울나그네 하면 독일의 관조적인 바리톤이 부르는 것에 익숙했다. 그런데 미성으로 노래한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를 추천해주어 들어보았는데, 또 다른 느낌이 겨울 나그네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뭔가 섬세하고 창백한 느낌이 겨울나그네에 또 다른 멋을 더해준다고 할까?

그리고 학창시절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라며 흥얼거렸던 노래가 있었다. 사실 나는 바로 이 구절만 알고 있었는데, 막연히 외국곡에 가사를 붙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노래가 한국 가곡이고 사월의 노래라는 제목에, 박목월 시에 곡을 붙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내가 막연히 사랑 노래가 아닐까 하며 갖고 있던 이미지와 너무나 달랐다. 한국전쟁으로 남편이 납북당하고 홀로 세딸과 함께 피난길에 올랐다 돌아와 거의 폐허가 된 보금자리에서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노래를 만들어달라는 이야기에 쓴 곡이라고 한다.

평소 클래식을 좋아하고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그게 서양의 것에 매우 한정되어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향수보리밭’ ‘사월의 노래그리고 명태같은 한국가곡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기억에 남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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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의 마들렌
박진희 지음 / 리즈앤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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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의 기억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마르셀이 등장합니다. 저도 그 장면을 보면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은 어떤 냄새가 날까 따라해본적이 있었는데, 냄새에 대한 감각보다는 황금빛 마들렌에 홍차가 스며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추억을 떠올리는 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어쨌든 그래서 그 후로 특정한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해내는 걸 보고 '마들렌 효과'라고 했다는데, 이 이야기가 참 잘 어울리는 에세이를 만나게 되었네요. 바로 <나른한 오후의 마들렌>인데요, 아쉬운 것은 밥만 잘 먹더라라를 2PM의 노래로 적어놨다는 겁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도 해보았는데, 그래도 덕분에 오래간만에 옴므의 밥만 잘 먹더라를 들으며 나머지 글을 읽었으니 더 좋은 추억이 되었네요. 한편으로는 사랑이 떠나가도 가슴에 멍이 들어도 한 순간뿐이더라 밥만 잘 먹더라 죽는 것도 아니더라라는 노래가사가 참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큰 기대를 안 했었는데, <프로포즈>라는 영화를 정말 유쾌하게 봤었죠. 특히나, 산드라 블록이 무릎을 꿇고 청혼을 하는 장면을 보며 정말 행복하게 웃었던 기억들이 떠올라요. 이 책을 쓴 박진희는 첫 키스 후에 달라지는 그들의 표정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계약결혼을 했던 그들이 가족을 만나게 되면서 첫키스를 하게 되죠. 그때 분명 스파크가 튀긴 해요. 원래 키스는 상대의 냄새를 맡기 위한 그런 행위였다네요. 그리고 후각만이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변연계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독일에서는 당신의 냄새가 싫어졌다라는 말이 이별의 말이기도 하대요. 제가 요즘 쓰는 바디 미스트가 오렌지와 사과의 향을 섞어놓은 것인데, 남편에게는 모과향처럼 느껴지나 봐요. 원래 향수를 자주 바꿔 쓰는 성격이라 남편이 좋게 느껴지는 향에 대해서는 말을 해주곤 하는데, 이 향기를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듯 합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그다지 마음에 드는 향이라고 생각 안 했었는데, 남편이 마음에 들어 하니 같은 제품을 또 사게 되더라고요. 솔직히 냄새라는 것은 정말 주관적인거잖아요. 많은 사랑을 받았던 르 빠 겐조라는 향수가 저에게는 물비린내로만 기억되는 것처럼 말이죠. ‘마들렌 효과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이왕이면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향기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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