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토마스 바셰크 지음, 이재영 옮김 / 열림원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양극화의 심화와 중산층의 붕괴가 이어지면서 현대 자본주의에 비판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21세기 자본>에서도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다루며, 자본주의의 발달이 그런
현상을 심화시킨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은 조금 다른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애 대한 비판 이전에, 노동을 먼저 바꿈으로써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수 있다는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어쨌든 이 책의 저자 토마스 바셰크는 자본주의 조건 아래서도 ‘좋은
노동’이 만들어질 수 있고, 자본주의가 ‘나쁜 노동’을 만들어낼 때 우리는 자본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노동’은
무엇일까? 그는 우선 노동의 역사를 탐구하고, 그 후에 노동의
본질을 규명하고자 했던 철학자들의 노력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은 자유시간을 위해 싸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막상 세계 대공황으로 대량실업사태에 빠지자 그들의 모습은 ‘규칙적인
생활로부터 속박없는 공허로 미끄러져 떨어졌다’라는 묘사 그대로였다. 물론,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막상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노동과 자유를 갈등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일과 삶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세상속에서 사람들은 노동과 삶을 서로 다른 것으로 인식하며 삶을 누릴 수 없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노동은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기에서 노동은 ‘좋은 노동’을
의미한다. 좋은 노동이란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사용하며 거기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사회생활속에서 자신에 대한 신뢰를 강화시키며 스스로 가치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즉 노동이란, 의미있고 좋은 삶에 기여하는 실천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또 하나의 고민이 생긴다. 사실 내 주위에는
고위공무원으로 은퇴해서 연금으로 생활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상당한 액수의 연금과 여가생활을 누리던
것도 잠시, 이제는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신다. 하지만
이에 반해, 적은 연봉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고, 구직활동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던 사람도 있다. 어느정도 생활이 안정된
상황에서라면, 의미있고 좋은 노동이 사람들의 삶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책을
읽다보니 거기에 대한 반대논거를 확실히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런 ‘좋은 노동’을 제공하는 일자리가 과연 세상에 많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