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 취하다 - KHUN K가 방콕에서 찾은 100가지 리얼 스토리 매드 포 여행서 시리즈
이석우 지음 / 조선앤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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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매력에 취해 지금도 변화하고 있어 더 새롭고 다양해질 방콕을 만나기 위해 수없이 방콕 행 비행기를 탈 ‘KHUN K’ <방콕에 취하다> 여행을 가면 풍경을 담은 엽서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아 편지를 보내곤 했었다. 주로 나에게, 그리고 친구에게 보냈던 그 엽서들이 떠오르는 듯 하다. ‘DEAR’로 시작하여 ‘From KHUN K’로 끝나는 84개의 POST는 마치 방콕을 속속들이 여행한 친구에서 날아온 엽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어 나 역시 방콕에 대한 그의 사랑에 쉽게 빠져들게 되는 거 같다. 그 엽서들이 어디에서 쓴 건지 표시를 해놓은 15개의 지도와 6가지의 테마 별로 골라갈 수 있는 23일 추천여행코스 그리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팁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는 BOOKMARK까지 정말 태국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차게 담고 있는 책이다.

태국의 전통 인사법인 와이는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것이다. 방콕 맥도날드의 로날드도 취하고 있는 이 자세는 서로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행 중에 가끔 비슷하게 흉내를 내보긴 했었지만, 제대로 하는 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나는 ‘KHUN K’의 의미가 궁금했었는데, 이는 별명이라고 한다. 태국에서는 츠렌이라 하여 별명을 다들 사용하는데, 태국 사람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자신의 이름대신  ‘KOREA’에서 따와 ‘K’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문득 제 2차 세계 대전시 태국으로 파병되었던 미국인 짐 톰슨이 생각난다. 그는 태국의 아름다움과 태국인의 친절에 반해 태국에 정착해 가내 수공업 수준이던 태국의 실크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공헌한 인물이다. 처음에는 실크제품뿐 아니라 그가 수집한 골동품들이 넘쳐난다는 짐 톰슨 하우스에 가보고 싶어서 메모를 해둔 곳인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이 책의 저자인 이석우도 짐 톰슨과 참 닮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방콕만을 여행한적은 없다. 주로 리조트를 가기 전이나 후에 잠시 머무는 형식으로 방콕을 만났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방콕을 제대로 여행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아니 그게 아니라도 잠시라도 호텔이나 익숙한 곳만 돌아다니지 말고 방콕의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들을 찾아보고 싶다. 태국식 정찬을 맛볼 수 있는 반 카니타’, 특히 사톤에 있는 반 카니타 갤러리를 가보고 싶다. 그 곳은 이집트 대사관이었던 건물을 개조해서 만들었는데, 2층을 구경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더 많은 수집품들을 볼 수 있다는 팁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태국의 명문대학 출라롱코른 대학 앞에 스타일리쉬한 스터디카페 투패스트 투슬립도 관심이 간다. 책한권들고 그 곳에 가서 태국의 학생들의 열정에 빠져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또한 늘 찾던 반얀트리 스파 뿐 아니라 책에서 소개된 수많은 스파들에도 관심이 간다. 그 중에서 판퓨리는 오가닉 스파용품을 자주 구입했던 곳인데, 방콕에 가면 스파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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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에도 풍경은 있다 - 길에서 만난 인문학, 생각을 보다
김정희 지음 / 북씽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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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아빠의 서재에서 몰래 정비석이 쓴 <김삿갓>을 꺼내다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 은근히 내용이 야한 부분이 있어서 내가 읽기에 이르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은데, <돌아가는 길에도 풍경은 있다>에서 김삿갓 마을이 나오니 한 처녀와 나누었던 시가 떠오르긴 한다. 하지만 정말이지 바람 따라 흘러가는 구름처럼 살아갔던 김삿갓의 이야기뿐 아니라 풍자와 해학이 살아있는 시들도 참 좋았다. 이 책에서는 한자의 자획을 나누거나 합쳐서 맞추는 파자놀이를 이용한 시가 한 수 소개되어 있었다. “하늘이 관을 벗고 한 점을 얻었으며첫 구절만 읽어도 머릿속에서 한자가 마치 퍼즐처럼 움직이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려내는 것이 재미있었다.

길에서 만난 인문학, 생각을 보다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김삿갓처럼 전국을 유람하며 그 곳에 담겨 있는 선조들의 풍류와 운치, 그리고 사색과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산에 구름이 걸려 있는 모습을 좋아해서 산울림의 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를 곧잘 흥얼거리는 나로서는, 이미 산 이름부터 구름이 가다가 산에 걸려서 멈춘 산이라는 뜻을 가진 운길산에 수종사를 찾아가보고 싶어진다. 심지어 다산이 어린 시절 즐겨 찾던 곳이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간다. 뿐만 아니라 20여 년간 제주의 모습만 담아온 김영갑의 사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는 김영갑 갤러리에도 발길을 돌려보고 싶다. 물론 그의 사진작품도 인상적이겠지만, 이 책의 저자 김정희님처럼 그가 루게릭병과 싸우며 굳어져가는 손으로 일일이 빚은 토기인형이 궁금하기도 하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몰랐으면 그냥 스치듯 지나쳤을 그런 풍경이 아니었을까?

그런 면에서는 서대문 북쪽에 있는 연못 서련지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지금은 사라져서 표지판만 남아있다고 하니, 그 길을 지나더라도 보지 못할 확률이 더 클 거 같다. 하지만 그 곳은 다산시문집에 나오는 낭만적인 모임이 이루어지던 장소이다. 따로 날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에 맞는 꽃이 피면, 첫눈이 내리면 모이자는 그런 운치 있는 공간이다. 옛 선비들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연꽃이 피는 소리라 하여, 그 소리를 듣고자 그 곳에 모이곤 했다. 왠지 그 표지판 앞에 서면 그 모습들이 눈에 선할 것만 같다. 연꽃하니 연꽃차를 마시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사실 나도 연꽃뿐 아니라 꽃이 들어간 차를 즐기는 편인데, 뜨거운 물에 피어나는 꽃의 자태는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감동적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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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토마스 바셰크 지음, 이재영 옮김 / 열림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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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의 심화와 중산층의 붕괴가 이어지면서 현대 자본주의에 비판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21세기 자본>에서도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다루며, 자본주의의 발달이 그런 현상을 심화시킨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은 조금 다른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애 대한 비판 이전에, 노동을 먼저 바꿈으로써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수 있다는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어쨌든 이 책의 저자 토마스 바셰크는 자본주의 조건 아래서도 좋은 노동이 만들어질 수 있고, 자본주의가 나쁜 노동을 만들어낼 때 우리는 자본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노동은 무엇일까? 그는 우선 노동의 역사를 탐구하고, 그 후에 노동의 본질을 규명하고자 했던 철학자들의 노력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은 자유시간을 위해 싸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막상 세계 대공황으로 대량실업사태에 빠지자 그들의 모습은 규칙적인 생활로부터 속박없는 공허로 미끄러져 떨어졌다라는 묘사 그대로였다. 물론,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막상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노동과 자유를 갈등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일과 삶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세상속에서 사람들은 노동과 삶을 서로 다른 것으로 인식하며 삶을 누릴 수 없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노동은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기에서 노동은 좋은 노동을 의미한다. 좋은 노동이란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사용하며 거기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사회생활속에서 자신에 대한 신뢰를 강화시키며 스스로 가치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즉 노동이란, 의미있고 좋은 삶에 기여하는 실천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또 하나의 고민이 생긴다. 사실 내 주위에는 고위공무원으로 은퇴해서 연금으로 생활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상당한 액수의 연금과 여가생활을 누리던 것도 잠시, 이제는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신다. 하지만 이에 반해, 적은 연봉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고, 구직활동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던 사람도 있다. 어느정도 생활이 안정된 상황에서라면, 의미있고 좋은 노동이 사람들의 삶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책을 읽다보니 거기에 대한 반대논거를 확실히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런 좋은 노동을 제공하는 일자리가 과연 세상에 많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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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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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의 <오후 네시>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올리게 한다. 뭐랄까? ‘?’라는 의문이 무의미해지는 느낌을 주는 책이라 그런 것 같다.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가르쳐온 에밀은 그와 육십 년 동안 함께 해온 부인 쥘리에트와 함께 드디어 우리집을 찾는다. 자신들이 기다려온 곳, 그리고 함께 여생을 보낼 완벽한 집을 찾아낸 그들은 바로 옆집에 의사가 살고 있다는 말이 마치 너무나 완벽한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장식된 초콜릿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웃은 그들이 꿈꾸던 삶을 완벽하게 깨트려버린다.

오후 4시에서 6시사이면 그들의 집을 방문하는 이웃남자 베르나르댕. ‘그렇소’, ‘아니오라는 자신의 응답범주를 벗어나는 말을 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이웃남자의 방문에 두 부부는 정말 어쩔 줄을 몰라한다. 2층에 있으면서 안 들리는 척도 해보고 그 시간에 맞추어 산책을 나가기도 하지만 그의 방문을 피할 길이 없다. 처음에는 나 역시 라는 질문을 붙들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소설속의 이야기 속으로 초대되어 이웃집 남자를 상대해야 하는 에밀에게 빠져들게 된다.

지나치게 과묵한 이웃집 남자 앞에서 침묵을 지켜보기도 하고,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하고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소용없어지던 어느날, 에밀은 라는 질문을 이제는 자신에게 돌리게 된다. 아끼던 제자의 방문까지 망쳐버린 이웃집 남자의 행태에 그는 인생 전체가 실패다. 인생 전체가라며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이웃과 사이 좋게 지내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기 자신뿐 아니라 평범한 행복을 꿈꾸는 부인까지 힘들게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변화는 없다. 여전히 이웃집 남자는 부부의 오후 4시부터 6시의 시간과 그의 체중으로 움푹 파인 안락의자 그리고 커피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이쯤 되면 그를 뿌리치지 못하는 에밀에 대한 라는 질문이 아니라, 이웃집 남자에게 라는 질문이 돌아가게 된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그의 부인은 왜 그런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걸까? 자살하려던 이웃집 남자를 구한 에밀이 그제서야 그를 이해했다는 식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처음에 에밀이 이웃집 남자를 설명하기 위해 가져다 붙였던 장황한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솔직히 그 모든 것이 에밀이 갖고 있는 환상이길 바라는 마음까지 생겼었다. 그러나 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는 상당히 불친절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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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해줘, 레너드 피콕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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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친구였지만 지금은 죽이고 싶은 애셔 빌을 죽이고 자신의 삶까지 끝내기로 레너드 피콕. 그런 결심을 하고 할아버지가 2 세계 대전 당시에 전리품으로 얻은 나치 독일의 권총을 들고 나서는 날은 다름 아닌 그의 열여덟 살이 되는 생일날이다. 미국에서는 열여덟 살이 되면 성인으로 대우해주는데, 그는 성인이 되는 동시에 삶을 마감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쯤 되면 제목이 조금은 의아할 것이다. 이런 레너드 피콕에게 '용서해줘!' 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러나 영화로도 사랑을 받았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한편의 로드무비를 보는 했던 '지금 순간의 행운' 매튜 퀵은 레너드 피콕의 하루를 그려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묻고 있는 하다. 과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레너드 피콕만의 잘못인가라고..

레너드는 햄릿에 빠져 외우고 다닐 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더할 수 있을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이다. 하지만 그런 면이 도리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정형화된 사람을 원하는 사회에서 그는 이질적인 존재였다. 그렇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생일을 알고 말을 걸어준다면, 레너드는 자신의 계획을 멈출 생각이었다. 자신을 세상에 존재하게 만들어준 엄마조차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이 사랑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건네기 위해 4명의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하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함께 올드무비를 보며 우정을 쌓아온 옆집 할아버지, 그에게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었던 이란소년, 자신의 첫 키스의 상대이길 바라는 소녀, 그리고 마음속으로 존경해온 선생님을 만나면서 자신의 짧은 삶을 정리해나간다. 그런데 미래에서 온 편지랄까? 그런 장치가 있어서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그 정체를 알고 나니 도리어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렇게 현재의 레너드에게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미래의 레너드를 만들어낸 것도 그리고 돌아서는 레너드에게 전화번호를 건네는 것도 선생님 실버맨이다.  

선생님과의 이야기가 좀 더 길어졌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면 너무 진부한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을까? 하지만 나는 사실 이 책의 엔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그냥 너무 뻔한 이야기로 끝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얼핏 했다. 생각해보면 죽은시인의 사회를 읽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던 거 같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까지도 동화 같은 이야기가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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