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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왕조실록 1 ㅣ 신라왕조실록 1
한국인물사연구원 엮음 / 타오름 / 2014년 9월
평점 :

가끔은 ‘한국’, ‘한국인’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주로 이런 자신에
대한 의식이 강해질때가 바로 나와 다른 문명이나 문화에 접했을때인데, 어쩌면 그런 의식이 요즘처럼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중심축이 되어주지 않을까 한다. 그런 면에서 역사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있고, 또 어디로 나아갈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어령씨가 <신라왕조실록>에 추천사를 쓰면서 ‘안으로의 여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신라는 992년간 56대의
왕을 가질 정도로 오래 이어진 국가이다. 하지만 신라하면, 괜히
고구려가 아닌 신라가 통일을 해서 영토가 작아졌다는 식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에 <신라왕조실록>을 읽으면서, 고구려가 갖고 있던 내부의 문제점이 어떤 것인지도
탐구해볼 수 있었다. 경제력의 차이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조세제도에
변화를 끌어내지 못해서 도리어 지배층의 재산을 불리는데 급급한 나머지 내부에서부터 붕괴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면은 지금의 우리도 생각해볼 문제가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라왕조실록>에
재미있는 점은 우선 왕들을 한문장으로 설명을 하면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56대에 이르는 왕을 다 기억하는 것은 솔직히 어려운 일이다.하지만
태조 무열왕 계통이 끊어지면서, 쇠퇴와 멸망으로 치닫는 하대 진성여왕편을 시작할때도 ‘여왕의 타락에 무너지는 신라 천년 왕국의 소리는’이라는 문장으로 열기
때문에, 그 시대를 대략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가계도와 중요한 인물의 행적, 사건, 거기다 세계 동향까지
더해져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시대를 조망해볼 수 있는 여지를 다양하게 제공해준다.
선덕여왕에게 당나라 태종이 모란꽃을 보내 조롱한 이야기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과 삼국유사에
따르면 여왕에게 배필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또한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차돈에 대한 이야기도 관심을 끌었다. 나 역시 성이 이고 이름이
차돈이라고 생각했지만, 삼국유사를 보면 성이 박씨로 기록되어 있고, 김씨라는
설이 있기도 하다.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언문일치가 되지 않았던 그 시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기도
했지만, 우리가 받고 있는 역사교육의 부실함이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통일 과정에서 보여준 신라인의 기상이나, 골품제의 장벽 그리고 전제왕권중심의
사회에서 귀족중심의 사회로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던 혜공왕때 김양상의 정권장악같은 굵직한 이야기들 뿐 아니라,
각종 문헌에 근거한 다양한 신라시대의 이야기와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을 사진자료로나마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