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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전환점이 된 일란성쌍둥이에 관한 기록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 알마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전 1970년대에 동성애 성향을 바꾸기 위한 실험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실험을 주관한 박사는 성공적인 사례라고 이야기 했었지만, 실제로 실험에 참여해야 했던 남자는 자신의 성정체성과 교육으로 주입된 동성애에 대한 의식 사이에 괴리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 읽게 된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브루스와 그의 쌍둥이 동생 브라이언, 그들은 생후 6개월 즈음에 포경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하지만
형 브루스가 수술도중 사고로 성기를 잃게 된다. 그때, 심리적인
성과 유전적인 성은 다를 수 있고, 양육에 의해 남성 혹은 여성적인 기질을 습득하게 된다는 행동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던 머니 박사의 인터뷰를 본 그들의 부모가 연락을 취하게 된다. 머니 박사는 특히나, 성 정체성이 굳어지는 시기를 30개월에서 36개월 사이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쌍둥이 남동생이라는 대조군까지
갖고 있던 브루스는 자신의 이론을 입증해줄 수 있는 완벽한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거세수술을
받고 성전환 수술과 함께 여성으로 성장하게 된 브루스, 아니 브렌다는 머니 박사가 집필한 책이나 논문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성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리는’ 전무후무한
성공담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다.
브렌다의 부모는 머니 박사의 조언에 따라 남자와 여자를 구분지으며 교육을 했고,
브렌다에게 여자라는 생각을 주입하고 여자로 키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론과는달리 브렌다에게
여성으로서의 기질이나 정체성이 습득되지는 않았다. 심지어 매년 머시 박사가 있는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이루어졌던 상담은 그에게 더욱 큰 반발감을 가져왔다. 머시 박사의 상담방식은 솔직히 제 3자의 입장에서 읽기만 해도 상당히 거부감을 일으키는 수준이었는데, 실제로
그 상담을 받아야 했던 어린 브렌다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담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부모님이 알고 있을거라는 브렌다의 생각과 다르게 실제로 부모님들은 그 사실을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브렌다에게는 부모님에 대한 반감도 상당 수준에 이르렀고, 가정은 가정으로서 기능할 수 없었다.
엇나가는 브렌다를 상담한 사람들의 말이 기억에 난다. 그렇게나 성공적인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케이스’이기에 ‘일종의 의무감’을 갖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솔직히말하면서도, 브렌다는 그저 ‘머리를 기르고 여자 옷을 입은 남자’라고 기술할 수 밖에 없었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어린이가 크면서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문제를 상담해주겠다고 말했던 머시 박사의 기록마저도 거의 그런 수준이었기에, 브렌다의
내적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열 네 살 때 자신이 타고난 성으로 돌아가기
위한 결정을 내리는 브렌다는 자신의 이름을 브루스가 아닌 데이비드로 결정한다. 천하무적 거인을 골리앗을
이겨낸 다윗을 딴 이름인데, 어쩌면 그에게는 자신의 본성을 일방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세상이 골리앗보다
더욱 거대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한다.
이 책이 나온 후 오프라 윈프리 쇼 같은 것에 출연을 한 데이비드는 자기연민의 화신이 아닌 당당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의 후기를 읽어보면 그 역시 자살을 선택했다고 해서 안타깝기만
했다. 자신이 타고난 성과 세뇌식으로 주입받은 의식사이에서 갈등이 얼마나 심했는지 느껴지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그의 부모는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의 성정체성을 강제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 혹은 바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