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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 어디로 가니?
김병종 글.그림 / 열림원 / 2014년 9월
평점 :
영국에서 온 40여일 된 포메라이언,
자스민과의 만남에서부터 이별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자스민, 어디로 가니?> 나 역시 반려견과의 다양한 인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내내 내 이야기 같아서 참 애틋한 마음이었다. 지금은
개인적은 사정으로 함께하던 많은 아이들과 멀리 떨어지게 되었는데,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리움과 미안함을
감출 길이 없기 때문이다. 나나 남편이나 반려견과 참 오랜 시간 함께해왔지만, 이번의 이별을 계기로 더 이상 반려견을 키우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나는 늘 반려들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나와 비슷하지 못하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늘 이별의 시간을 두려워했고, 또 그 시간을 넘기는 것을 힘겨워했다. 하지만 막상 그 시간마저 끝까지 함께해주지 못했다는 것은 더 나에게 상처를 남겼던 거 같다.
자스민과 함께하면서 사랑, 가족,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목욕을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막상 목욕을 하고 나면 칭찬해줄 사람을
찾아 다니는 모습을 보며 “사랑으로 크고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인정받기 위해 사는구나”라고 이야기 하는 게 기억에 남는다. 나와 함께했던 반려견들도 그랬다. 하다못해 하루에 몇 번씩 쓰는 배변판을 사용하고 나서도, 어렸을
때 배변훈련을 받을 때처럼 잘했다고 등을 쓰다듬어 달라며 나에게 와서 몸을 낮추곤 했었다. 가끔은 귀찮아서
혹은 놀려보려고 못 본척하면 아쉬워하던 그 눈빛들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 많이 안아주고 예뻐해
줬어야 하는데 말이다.
또 한편으로는 너는 참 지적이지 않다는 아빠의 말에 그럴지 몰라도 나는 ‘안
돼’라는 말보다 ‘사랑해’라는
말아 더 듣고 싶다는 지적이지 않을지 몰라도 속 깊고 솔직한 ‘자스민의 일기’가이어지는데, 참 재미있다. 반려견들의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것, 싫어하는 것은 ‘아무도 없는
빈 집’이지만 잘하는 것은 ‘기달리기’인 그 마음도 너무나 다정하게 느껴졌다. “사랑은 기다림일 뿐이구나. 오지 않는 그대를 기다리는 것뿐 아니라 그대의 실수와 잘못까지도 기다려주는 일이구나, 깨달았던 것이다.” 그렇다. 늘
날 기다려줬고 그 누구보다 날 반겨주었다. 지금도 영상통화를 할 때면 반가워하고, 문을 향해 짖고 실망하는 기색을 보일 때면 내가 너무나 오랜 기다림을 안겨준 거 같아서 미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나도 그렇다. 아직도 가끔은 아이들이 층계를 오르내리며 내는
그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 거 같기도 하고, 땅바닥에 옷을 떨어트리면 아 얼른 와서 앉을 텐데 하고
치우곤 한다. 나와 함께 했던 아이들은 그 어떤 쿠션보다 내 옷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주석이 7월에 방한했을 때 서울대 총장이 이 채의 저자인
김병종님의 글과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다는데, 그의 손끝에서 되살아난 자스민의 모습과 함께 나눈 시간은
나와 함께했던 많은 반려견들과의 추억을 더듬어보는 참 따듯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