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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레이 얼 지음, 공보경 옮김 / 애플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오옷, 소설을 다 읽자마자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바로 찾아서 봤다. 영국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유럽의
10대들에게 '매드팻 신드롬'을 일으켰을 정도라고
한다. 만화 같은 이펙트가 적절하게 섞인 드라마는 소설만큼 유쾌하고 또 공감가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내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인물들이 툭툭 화면으로 나오는 느낌이 재미있었다. 소설을 읽고 바로 드라마를 봐도, 아니면 반대로 해도 재미있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스토리의 힘이 느껴지기도 한다.
160cm에 90킬로그램이
넘는 몸무게를 갖고 있는 레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엄마와 투닥거리고,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은데, 참 뜻대로 안되는 그녀가 '자신의
비밀스러운 감정을 모조리 던져 넣기로 한 일기장, 거의 친구 같은 아니 친구인 일기장,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이다. 공산주의가 무너졌는데도,
아직도 처녀인 레이는 바비인형같은 외모를 추구하는 시대에서 어쩔 수 없이 길을 걷다가도 놀림을 받는 상황이다. 심지어 실제로 그런 외모를 가진 친구가 옆에 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해지고, 그러다 보니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폭식을 하게 되고..
하지만, 그녀의 일기장은 자조적이고 우울하기보다는 흥미진진하고 공감이 가고, 뭐랄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쁜 친구들을 같이 욕하게 되고, 상처받은
레이를 다독여 주고 싶고, 더 응원해 주고 싶고 그렇다. 나도
비슷한 때에 학창시절을 보냈고, 그때는 꽤나 살이 많이 쪘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내내 레이는 내 친구 같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다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그랬다. 초콜릿에 대해서 레이가 다시 쓴 동화는 정말 공감100만개라고 써주고
싶은 느낌이랄까? 특히나 이 책은 저자인 '레이 얼'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해서 더욱 생생하고 꾸밈이 없이 다가오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리고
레이와 엄마의 관계도 흥미로웠다. 나는 학창시절 내가 생각해도 지나치게 모범생이었고 자기 생각이 없었다고
할까? 그래서 엄마가 하는 말에 상처를 꽤 받기도 했었고, 가끔은
이렇게 시간이 오래 흘렀음에도 그때 왜 그랬었냐고 묻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레이는 거침없이 엄마와
소통하는데, 때로는 버릇없어 보이고 함부로 하는 느낌마저 들 때도 있다. 아이가 아니라 어른처럼 행동할 때가 됐다는 엄마에게 엄마답게 행동할 때가 되었다고 대답하는 모습은 좀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투닥거리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그리고 두 사람이 더 성장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했다.
일기라는
것, 그리고 비슷한 시절을 보내는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일상 속의 고민들이 담겨 있다는 것
때문인지, 예전에 <브리짓 존스의 일기>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도 떠오르고 그랬다. 영국과 한국이라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낯선 이야기나 관계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감하면서 읽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