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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 성숙한 삶을 향한 열여섯 번의 만남
한성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행복과 불행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해보자. 내 마음속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덜어낸다고 해서, 그 빈 자리가 긍정적 감정으로 자연스럽게 채워질까?
내 경험을 비추어 생각해보아도 그렇게 간단한 매커니즘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라는 고려대학고 심리학과 한성열의 지적처럼, 불안이나 우울한 감정을 줄인다면
그저 덜 불안하고 덜 우울한 사람이 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차라리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상황과 방법을 잘 이해하고 행복을 키워나가 건강한 마음을 갖자고 말하며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을 썼다.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것, 즉 성숙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어느정도는 불안과 우울한 감정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발견하고 정신분석을 탄생시킨 이후, 우울과
불안은 심리학의 영혼의 단짝이 된 것이 아닌가 한다. 1부 억눌린 마음, 모든 불행의 이유; 2부 아픈마음,
가만히 들여다보기; 3부 충만한 마음, 나를
인정할 때 생기는 것;: 4부 긍정의 마음, 행복을 이끄는
강력한 힘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읽다보면, 나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기는 하지만 또 내
심연에 가려져 있던 불안과 우울을 찾아낼 수 밖에 없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방어기제’라는 프레임으로 마음을 분석하는데, 방어기제라는 것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상상’에 대한 부분에 내가 자꾸만 걸리는 느낌이 든다. 늘 그랬던 거 같다.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거나, 일이 밀리거나, 아니면 어려운 일에 부딪쳤을때는 상상의 나래를 쉽게 펴곤 했다. 주로
그 상상의 끝에는 자기합리화가 존재했고, ‘생각도 못해보나?’라는
식의 말로 얼버무리곤 했다. 하지만 상상은 현실적으로 그 결과가 나타날때에만 의미기 있다는 말은 내가
상상을 얼마나 손쉽게 ‘방어기제’로 사용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물론 꿈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상상도
꿈의 일종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은
높게, 방법은 현실적으로’가 아닌 ‘이상은 높게 방법은 비현실적으로’라는 길을 걷고 있다면 잠시 저 멀리
미지의 세계로 날아가려는 자신의 발을 현실의 땅에 내려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나를 자꾸만 만나는 것이 즐겁지는 않았다. 뭐… ‘불편한 진실’이라고 할까?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자기 객관화’라는 부분을 읽으며, 이 과정이 나에게 꼭 필요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는 것,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것,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유머’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유머’란 “즐거움을 방해하는 고통스러운 감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사실 순도 100%의
즐거움만을 누리며 사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다들 나름의 어려움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어떻게 승화시킬 수 있느냐가 자신의 행복을 좌우한다. 그리고 그 승화의 힘에는 바로 ‘유머’가 자리잡고 있다. 생각해보면
자꾸만 스스로 엄숙해진다고 할까? 외부의 자극에 즐거워하는 일이 많고,
나 스스로가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일이 준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정도 나이가 드니 스스로를
자꾸만 괜찮은 사람, 크게 흠잡을 것이 없는 사람으로 드러내고 싶어진다. 그래서 ‘유머’의 힘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진짜 즐겁게 사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솔직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