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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공경희 옮김 / 책만드는집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는 오랫동안 두고 읽어온 칼릴 지브란의 책이 있다. 바로 <예언자>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참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책인데,
그 중의 하나가 책이 참 많이 상하게 된 이유이다. 책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도 새로 구입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너무나 사랑한 반려견들의 흔적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갈이를 할때, 장난감과 개껌을 그렇게 많이 던져주었는데도 이 책이 희생양이 되었다. 나름대로는 늘 가까이 두고 읽던 책이라 그랬으리라고 미루어 짐작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결혼할 때 <예언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리고 이번에 책 만드는 집에서 <예언자>의 뒷표지에 실린, ‘결혼에 대하여’를 남편에게 전해준적이 있다. 나름 직접 일본어로 번역까지 했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물론, 내가 그 글처럼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즐기되, 각자 홀로 있기를. 비파의 현들의 하나의 음악을 만들지만 따로따로이듯이”처럼 살아가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이번에 다시 <예언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며, 여전히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너무나 많았다. “사람의 통찰력은 그 날개를 다른 이에게 빌려주지 않으므로”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엄마는 나에게 ‘헛똑똑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책을 많이 읽지만, 읽기만 하면 무엇 하냐는 요지의 말이었는데, 그래서 이 말이 더욱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책을 통해 사람들은 좋은 말을 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이 깨달은 것을 나에게 전해줄 수는 없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도 없다. 오로지 그런 것은 나의 몫인데,
나는 그런 것에는 늘 게으르기만 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이 몇 가지 있기는 하다.
아, 이 말도 중요하다. "내가
진실을 찾아냈다"가 아니라 "내가 진실
한 가지를 찾아냈다"라고 말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말은
생각을 표현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재단하는 틀이 되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찾은 한가지의 진실은 바로 “슬픔이 존재 속을 깊이 파고들수록
그대들은 더 많은 기쁨을 품을 수 있지”라는 말이 나오기까지의 깨달음이다. 이 책에서는 저울이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슬픔과 기쁨의 관계는 진자의
추와 같다고 생각해오곤 했다. 그래서 기쁨의 폭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슬픔의 폭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진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칼릴 지브란은 저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가만히 있다는 것은 텅 비어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평상심이라고 여겼던 것은 어떻게 보면 텅 비어있는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혼이 마음이 생각이 텅 빈 사람이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글을 읽고 또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물론, 내가 했던 생각들을 글로 딱 표현해낼 수 있다면 좋을 것이지만, 그것은
참 쉽지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고집스레 갖고 있던 판단에 또 다른 시각을 갖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