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라임 이펙트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들
이창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범죄라는 창으로 세계사를 개괄한 <크라임 이펙트> 이 책의 저자 이창무는 우리가 이룩한 문명이 고통의 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범죄’라는 잣대에서 찾아보고자 했다.
범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방향이 달라졌다고까지 말하는데, 책을 읽다보면 그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아스테카 제국의 ‘인신공양’, 진시황의
‘분서갱유’,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을 들여다보면, 특정한
범죄를 일시적으로 강력하게 처벌한 정치적 목적이 있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기독교의 유럽사회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함인데, 이를 통해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생각해보면 진시황의 ‘분서갱유’는
학문을 말살하여 왕권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배웠던거 같은데, 그 상징성때문인지 앞쪽의 이야기만 기억하고
있었던 거 같다. ‘마녀사냥’역시 그 범죄의 잔혹성이나 엽기성에만
주목했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했던 거 같다. 특히나 ‘마녀사냥’의
경우에는 부유하고 가족이 없는 말그대로 돈많은 과부들이 타겟이었다고 한다. 마녀임을 추궁당하는 모든
과정의 비용을 당사자가 지불해야 하고, 마녀로 밝혀지면 전재산을 몰수당했다고 하니,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남성중심사회에 이질적인 존재로 자리잡는 것에 대해서 극렬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 신문을 보다보니, 북한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완전 다운되었다고
한다. 지난 주말 북한의 소니 해킹 사건에 대한 미국의 대응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해커단체 어나니머스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또한, 우생학, 골생학 시대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실제로 범죄자의 어머니라고까지 불리는 ‘애더 주크’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결국은 우생학, 골생학이 유대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 미국의 흑백인종차별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안타깝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란다
원칙’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사실 누군가의 이름을 딴 것이
분명해보인다고는 생각했지만, 막연히 백인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미란다 원칙’은 스물세 살의 멕시코계 청년 에르네스토 미란다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법적 권리를 무시당하고 거짓말과 강압 회유로 자백을 하게 된다. 과정의 불합리함을 이유로 무죄선고를 받게 되지만, 나중에 동거하던
여인의 증언으로 유죄가 확정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이
주목을 받은 것은 미국 수사기관의 대부분이 백인 남성이었던 시대, 그들이 갖고 있던 인종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미란다 경고문’이 탄생시킬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2년 ‘한국판
미란다 판결’이 있으면서, 그동안 등한시되었던 피의자 인권에
대해 재조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거기에 합당한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범죄와 처벌 사이의 과정 역시 법적인 절차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 역시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합리적인 장치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범죄가 없는 세상이 온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범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깨닫게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