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모든 것 1
제인 호킹 지음, 강형심 옮김 / 씽크뱅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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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모든 것> 제목도 그러하고, 거기다 이미 영화화 된 터라 예고편도 봤고, 세계적인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첫번째 부인인 제인 호킹의 회상록이라는 것을 알고, 꽤나 감동적인 책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던 기대와는 조금은 다른 책이었다. 그래서 다시 원제를 보니, ‘Travelling to Infinity: The True Story behind The Theory of Everything’이었다. 차라리 그대로 번역을 해서 제목을 붙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제인의 글을 받아들이기 좀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생크림 케이크를 기대했는데, 담백하고 조금은 거친 스콘을 한 입 베어 문 기분이랄까? 나만 그렇게 느끼는지 몰라도 책을 읽는 과정을 덜컹거리게 해준 번역의 문제를 제외하고라도 말이다.

1960년대 한 여름, 파티에서 스티븐 호킹과 만나 사랑에 빠진 제인 와일드, 그녀는 스티븐이 루게릭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감행하게 된다. 이미 21살의 나이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와 결혼을 한다, 나라면 가능했을까? 그런 의문을 끝없이 갖게 되기도 한다. 심지어 그녀는 스티븐의 병을 그저 결혼생활의 또 다른 동반자로 여길 뿐이었는데,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그녀의 예감이 정말 정확했다는 것이다. 시한부를 이겨내고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스티븐이지만, 이와 별개로 그의 병은 확실히 결혼 생활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참 대단한 여성이라는 생각을 한다. 스티븐 호킹의 모든 것을 감당하고 일방적인 헌신이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문득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 누군가의 부인,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다, 어느날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스티븐 호킹과 3명의 아이를 갖기도 한 제인의 상황이라면, 쉽게 그렇게 사라지게 될 상황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사랑이야기만이 아닌 그녀의 이야기가 더욱 큰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1권을 다 읽고 아쉬워하던 차에 2권이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첫번째 부인이라고 지칭했듯이 그녀가 이미 스티븐 호킹과 이혼한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2권을 읽기 시작하면, 조금 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스티븐 호킹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다면, 2권을 읽을때는 제인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채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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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
원철 지음 / 불광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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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이 어디 있느냐?"

"방금 보고 오지 않았느냐."

"! 그 빨래판같이 생긴 것 말이에요?"

 

일명 국보 빨래판사건 이후 법정스님은 소통언어를 필요성을 느끼시고, 그 후 대중이 사용하는 언어로 글쓰기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이제 법정스님께서는 떠나셨다. 당신에게 봄마다 꽃공양을 해준 오두막 뜰 철쭉나무에 뿌려달라시던 그 마음처럼 우리에게 많은 책을 남겨주셨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제목조차 너무나 좋은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를 읽으며, 법정스님과 성철스님의 이야기가 간간히 나와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원철스님을 새롭게 알게되어, 행복했다

 

<삼시세끼>라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이서진이 맷돌로 원두를 갈아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커피 문화를 조금 더 주체적으로 수용하려는 의지의 일환으로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두부콩 맷돌을 잘 돌리는 할머니는 커피콩도 잘 간다고 한다. 또한 깨를 잘 볶는 할머니가 커피를 잘 볶는다고 하니, 그 형태는 다를지 몰라도 그 이치는 비슷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성철 스님과 법정스님의 일화를 읽으면서도, 법정스님과 이해인 수년님의 일화를 읽으면서도 커피콩과 맷돌이 떠올랐다. 뭐랄까? 어떤 분야든 성철스님의 표현처럼 밥값을 하는 사람들은 잘 통하는 것인걸까?

 

한문에 능통했던 아빠는 딸이름으로 하려고 두개의 이름을 간직하고 계셨다고 한다. 그러다 사촌언니가 태어나면서 하나를 사촌언니에게 주었는데, 그게 바로 선경이라는 이름이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내가 초등학교때 언니는 이미 여대생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세련되고 도도한 언니가 부러웠는지, ‘선경이라는 이름을 가지면 저렇게 되는건가 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대황이 장군시절 자기와 같은 이름을 가진 병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병사는 말썽꾸러기였다. 그래서 대황은 그에게 가서 "병사는 두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 네 이름을 바꾸든지 아니면 네 인생을 바꾸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원철스님은 이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 것이냐라고 말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그 후로도 이어진다. 이와 비슷한 붓다의 말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출신에 의해 천인이 되는 것도 아니요. 귀족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가 하는 행위에 의해 천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귀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라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사촌언니의 이름을 가졌어도 나는 그대로 나일 것이다.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철 스님이 일상속에서 느낀 생각들을 간결한 글로 옮긴 이 책은 읽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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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필요할 때 -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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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에서 독서치료사로 활동하는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의 <소설이 필요할 때> 인생에서 부딪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부터 꽤 복잡한 문제까지 정말 다양한 증상에 따라 처방된 751편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 ‘독서치료는 문학 애호가들이 수세기동안 사용해온 방법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낯설다고 느꼈는데, 책을 읽다보니 나 역시 어렸을 때는 독서치료에 꽤 익숙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남독녀로 성장하다보니, <작은 아씨들>을 읽으며 자매가 있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구나 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사업으로 바쁘셨던 터라 <소공녀>를 읽으며, 집에 가면 일을 해주는 아주머니가 아닌 부모님이 문을 열어주시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어린시절 나름의 치유법을 찾고 있어던 것일까?

어렸을 때에는 동화도 참 좋아하고 소설도 즐겨 읽곤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소설과 멀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올해 독서 목표중에 하나가 소설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있었을 정도였는데, 만약 이 책을 올해 초에 만났다면 정말 좋은 가이드북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올해도 소설을 많이 읽지 못해서, 같은 목표를 내년에 갖게 될 것이 뻔하기에 이 책은 한동안 내 손이 닿는 곳에 머물 것이 분명하다. 정말 다양한 증상을 갖고 이야기를 하는데, 특정한 나이에 접어 덜었을 때 읽으면 좋은 소설 베스트 10, 또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을때라는 표제어도 제시되어 있다. 다만, 이런 분류가 다 영어로 되어 있는데, 표제어에 대한 설명이 끝났을 때 더 찾아보기라고 하여 비슷한 방향의 표제어를 제시해주는 과정에서 영어가 함께 써있지 않다. 물론, 뒤에 증상리스트를 한글로 다시 정리해놓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영어로 분류된 사전 같은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한글과 영어를 병기해놨으면 살펴보기 더 편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침대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때라는 표제어가 있다. 물론 그 원인은 정말 다양할 것이다. 그 원인들마다의 독서테라피가 또 따로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이 상황에 제시된 책이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의 <침대>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사실 <침대>는 내가 읽다 포기한 몇 안되는 책 중에 하나이다. 침대밖으로 나가지 않기로 결심한 주인공, 그의 몸무게는 647KG인데 자신의 몸무게에 짓눌리고 있는 상황의 생리적인 문제점에 대한 묘사가 책을 읽어나가는 것을 힘들게 했던 책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아도 정말 당장이라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들 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마음을 위로해주는 독서테라피도 풍부하다. ‘지치고 감정적이 될 때에 소개된 케이트 제이콥스의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이라는 책은 나 역시 좋아하는 책인데, 따듯한 양모타래 같은 이야기가 엮여져 있어서 저절로 위로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보다는 내가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제시하는 독서테라피에 자꾸 눈길이 갔다. ‘인터넷 중독일 때에 제시된 책은 존 쿠포 포위스의 <울프 솔렌트>인데,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을 때는 눈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인 모든 감각을 일깨우는 것임을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은 내가 느끼는 증상 하나만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촘촘한 거미줄처럼 나를 수많은 책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삶의 문제에 부딪칠때나 마음이 복잡할 때도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 분명하지만, 나처럼 소설이라는 세계에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모를때도 정말 완벽한 친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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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집 - 집을 헐어버리려는 건설감독관과 집을 지키려는 노부인의 아름다운 우정
필립 레먼.배리 마틴 지음, 김정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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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업(up)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다. 수천 개의 풍선으로 집채로 두둥실 날아올라 먼저 하늘나라로 갔던 아내와 약속했던 모험을 하러 가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아내와의 추억이 가득한 집을 지키고 싶어했을 뿐이었는데,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만화적인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이 애니메이션에 모티브를 준 실화가 있었다고 한다. 시애틀 근교의 작은 마을 밸러드를 개발하고 대형 쇼핑몰을 건설하려는 사람들과 달리, 그저 자신의 집에서 살고, 거기에서 죽고 싶어하는 노부인과 쇼핑몰의 현장감독관의 우정을 그린 <나의 삶 나의 집>이다.

집이란 어떤 곳일까? 무남독녀로 성장해서일까? 나는 나만의 공간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라, 책을 읽으며 이디스 할머니에게 많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디스 할머니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당신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쇼파에서 인생을 마무리 하신 후, 그 집을 물려받게 된 현장 감독관 베리가 물건들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음반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그리고 CD로 그렇게 이디스가 지나온 시절이 그대로 담겨 있는 공간, 그녀가 즐겨 읽던 책과 좋아하는 워커스 퓨어 버터 숏브래드까지.. 사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과자와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비슷한 취미라서 그럴까, 이디스 할머니가 남 같지만은 않았다.

솔직히 대형쇼핑몰을 지으면서 이디스 할머니 부지를 빼고 지었다는 이야기에 고집불통의 할머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런 면도 조금은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자신의 뜻대로 인생을 다채롭게 가꾸어온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베리처럼 할머니의 매력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지역을 개발하는 회사에서는 그녀의 집 가격에 10배가 넘는 75만불을 제시하면서도 또 다른 방향으로는 복지사를 보내 요양원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디스를 괴롭힌다. 사실 자신의 집에서 살던 대로 살아가고, 거기에서 죽고 싶다는 것이 그렇게 큰 욕심은 아닐 텐데 말이다. 현장감독관인 베리에게도 화를 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합의점을 찾아내고 우정을 키워 나간다. 그리고 베리는 이디스와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가족과 노화로 쇠락해가는 부모를 이해해나가기도 하고, 또 단조로운 자신의 삶에 조금씩 다채로움을 더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풍선장면이 그저 만화의 한 장면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디스의 집을 산 사람은 실제로 애니메이션 <up>에 나오는 집처럼 집을 띄워서 그 곳에서 자신의 신조에 따라 살아간 이디스의 이야기를 오래 오래 남겨둘 생각이라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듯해지고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실화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CSI 마이애미편을 보면서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도시가 바로 마이애미인데, 가고 싶은 이유가 또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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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임 이펙트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들
이창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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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라는 창으로 세계사를 개괄한 <크라임 이펙트> 이 책의 저자 이창무는 우리가 이룩한 문명이 고통의 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범죄라는 잣대에서 찾아보고자 했다. 범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방향이 달라졌다고까지 말하는데, 책을 읽다보면 그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아스테카 제국의 인신공양’, 진시황의 분서갱유’,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을 들여다보면, 특정한 범죄를 일시적으로 강력하게 처벌한 정치적 목적이 있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기독교의 유럽사회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함인데, 이를 통해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생각해보면 진시황의 분서갱유는 학문을 말살하여 왕권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배웠던거 같은데, 그 상징성때문인지 앞쪽의 이야기만 기억하고 있었던 거 같다. ‘마녀사냥역시 그 범죄의 잔혹성이나 엽기성에만 주목했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했던 거 같다. 특히나 마녀사냥의 경우에는 부유하고 가족이 없는 말그대로 돈많은 과부들이 타겟이었다고 한다. 마녀임을 추궁당하는 모든 과정의 비용을 당사자가 지불해야 하고, 마녀로 밝혀지면 전재산을 몰수당했다고 하니,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남성중심사회에 이질적인 존재로 자리잡는 것에 대해서 극렬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 신문을 보다보니, 북한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완전 다운되었다고 한다. 지난 주말 북한의 소니 해킹 사건에 대한 미국의 대응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해커단체 어나니머스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또한, 우생학, 골생학 시대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실제로 범죄자의 어머니라고까지 불리는 애더 주크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결국은 우생학, 골생학이 유대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 미국의 흑백인종차별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안타깝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란다 원칙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사실 누군가의 이름을 딴 것이 분명해보인다고는 생각했지만, 막연히 백인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미란다 원칙은 스물세 살의 멕시코계 청년 에르네스토 미란다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법적 권리를 무시당하고 거짓말과 강압 회유로 자백을 하게 된다. 과정의 불합리함을 이유로 무죄선고를 받게 되지만, 나중에 동거하던 여인의 증언으로 유죄가 확정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이 주목을 받은 것은 미국 수사기관의 대부분이 백인 남성이었던 시대, 그들이 갖고 있던 인종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미란다 경고문이 탄생시킬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2한국판 미란다 판결이 있으면서, 그동안 등한시되었던 피의자 인권에 대해 재조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거기에 합당한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범죄와 처벌 사이의 과정 역시 법적인 절차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 역시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합리적인 장치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범죄가 없는 세상이 온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범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깨닫게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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