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엘리트의 만국 유람기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2
나혜석 외 지음, 성현경 엮음 / 현실문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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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14년 동안 발간되며 대중의 앎과 흥미를 확장시키고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대중잡지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삼천리>이다. 제목도 독특한, 물론 지금의 표기로는 사용할 수 없기는 하지만, <경성 에리뜨의 만국 유람기>는 그 잡지에 실렸던 기행문들을 모아 만든 책이다.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의 두 번째 책이기도 하다. 첫번째 <미주의 인상>도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앞으로 2권의 책이 더 나온다니 기대가 크다.

안타까웠던 것은, 그들은 식민지라는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렸다는 무용가 최승희만 해도 그러하다. 그녀는 국제무용의 무대에 서면서, 자신의 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일과 친일이라는 굴레에서 끊임없이 고민했던 흔적이 느껴졌다. 그것은 손기정의 기행문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시대 가장 사랑 받았다던 두 사람이건만,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펼침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거 같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성지식인의 한계에 대한 것이다.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으로 파산했던 독일의 재건을 보며,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무엇을 배워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우리 농촌을 일으켜 민족 전체가 여유 있게 살아가길 바랬던 박인덕이지만, 그녀는 막상 자신의 뜻을 펼치지는 못했다. 도리어 언론에 그녀의 사생활만 부각되었고, 결국 순회강연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던 그녀는 이제 이 땅을 떠나는 하나의 실향자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심경을 대신하기도 했다. 조선 최초의 유학파 경제학사이자 5개 국어에 능통했던 최영숙 역시 조선으로 돌아와 콩나물 장사를 하다 궁핍한 생활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으니, 그 시대 여성 지식인으로서의 삶이라는 것이 참 만만치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사람이 여러 나라를 다니며 쓴 기행문을 모아놓았고, 또 그들이 타고 간 배나 도착한 항구의 풍경 같은 것을 같이 실어놔서 그 시대 속으로 나 역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필리핀 유학생인 오영섭은 살을 드러내고 화려하게 꾸미는 여성의 옷차림에 불편한 심경을 표하는 걸 보면 역시 조선남자다 싶기도 했다. 반면 안창호 역시 필리핀을 다녀와 글을 남겼었는데, 그의 글에서는 온통 자체제도가 확립된 필리핀의 제도와 필리핀 원주민의 삶에 대한 관찰만 있는 걸 보면 나라의 주인은 나라를 지키는 자라던 그의 신념을 짧은 여행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사를 공부하면서, 1860년에 태평양을 횡단한 간린마루를 타고 외교교섭과 시찰을 떠난 사실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그런데 우리도 시기적으로는 조금 늦었지만, 세계와 조선을 바라볼 수 있는 지식인들이 등장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안에서만 보면 자신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다른 세상을 만났을 때, 즉 타자를 만났을 때 자신을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기에 식민지 지식인의 눈으로 바라본 기행문은 그 당시 사회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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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의 인상 - 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1
김동성 글.그림, 황호덕.김희진 옮김, 황호덕 해설 / 현실문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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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단행본을 출간한 김동성. 그의 책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를 번역하고, 1918년 매일 신보에 그가 연재한 <미주의 인상> 그리고 그의 책에 대한 당시의 평과 번역자의 해설까지 알차게 담은 <米洲의 印象>. 사진자료도 많고 심지어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는 정말 오래된 책처럼 종이를 처리해놔서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그러나 재미뿐 아니라, 이 책을 통해 나는 1910년대의 미국과 한국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의 서문을 쓴 <신시내티 인콰이어러>편집장의 서문을 보면 동양은 동양이고, 서양인 서양일 것이나,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는 우리 모두가 동족임을 입증한다라고 했는데, 그 후로 100년의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모두 하나임을 느낄 수 있기도 했다.   

김동성은 <미주의 인상>에서 자신을 큰 바다의 한 방울 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람의 바다라고 했던가? 그 속에서도 자신을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자신에게 인사를 건낼 사람 하나 없는 상황을 그렇게 표현했다. 아마 그가 살아간 조선이라는 공간은 그와 반대였기에 그런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1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글쎄, 그가 뉴욕에서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자신은 칭크도 아닌데 하던 것은,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고 외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 한동안 내가 느꼈던 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 긴 시간이 흘러도 외국에서의 한국의 정체성은 모호하기만 한 거 같다.

그는 미국의 제도에 대해 경이로움을 표한다. 모든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신분이 세습되지 않고 대통령을 4년에 한번씩 선출한다는 사실에 꽤나 감탄을 하는 눈치였다. 사실 이 책은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라는 시리즈의 1권이다. 2권은 <경성 에리뜨의 만국 유람기>인데, 두 권의 책을 함께 읽다 보면, 지금의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경이로움의 대상이었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심지어 책을 외울 필요가 없이, 공공 도서관에 가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부러워하는 눈치도 보인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조선시대는 책이 참 귀해서 외울 때까지 읽어야 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공공 도서관을 봤을 때의 충격이 어떨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그가 야구가 얼마나 큰 사랑을 오랫동안 받을 지 예측한 것도 재미있었지만,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자동차는 소유주의 광고대행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아마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차가 그 사람의 재산 수준을 보여준다는 것은 지금도 통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난폭운전이 뉴스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김동성은 제 무덤을 향해 돌진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요즘은 웬만한 교통사고는 뉴스에도 잘 나오지 않는데 말이다. 하기사 그때도 일요일에는 너무 사고가 많아서 많은 건수가 보도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 흐름의 연장선상에 우리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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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미래를 여는 명강의 2015 - 성장의 한계와 대안을 모색하다
카이스트 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 푸른지식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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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에서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2주간 진행된 우리나라의 미래전략에 대한 강의 미래 전략 특강과 일반 대중을 상대로 진행한 미래전략 심포지엄성장의 한계를 정리하여 만든 <카이스트, 미래를 여는 명강의> 2014년도에 이어서 2015년도에도 이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우리가 지나온 과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그런 강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2014년도에는 스테퍼(STEPPER)를 선점하고 메시아(MESIA)를 육성하라라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었다. 스테퍼는 한계의 원인이자 미래변화의 7대 요소를 의미하는데, 사회, 기술, 환경, 인구, 정치, 경제, 자원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메시아(MESIA)는 의료바이오, 에너지환경, 사회안전, 지적서비스, 항공우주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2015년도에는 성장의 한계와 대안을 모색하다라는 주제를 갖고 있다. 카이스트가 개발한 미래변화 7대 요소인 스테퍼를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점검해보고, 과거를 교훈 삼아 바로잡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 미래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정학을 알아야 미래가 있다라는 주제로 분류된 4개의 강의 중에서는 통일대박론, 자주국방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또한 ‘2015년을 돌파할 히든카드로 진행된 6개의 강의에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2족형 인간 로봇에 대한 환상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아이로봇에서는 2족형 인간 로봇을 재롱 떠는 로봇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동일본대지진당시에 2족형 인간 로봇의 대명사격인 아시모를 보면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도리어 동물이나 곤충들을 모티브로 제작된 로봇들이 큰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문제는 그런 로봇중에서 전투형 로봇들이 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이 아쉬운 문제이기는 했다.

2015년의 주제어 같기도 했던 성장의 한계’, 그 차원을 넘어서 성장으로부터의 한계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우리가 갖고 있던 성장 패러다임을 이제는 다른 것으로 바꾸어 한다는 지적이었는데, 진정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성공이 아닌 성숙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만 언급하면 조금은 뜬구름 잡는 듯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인용된 두 사람의 말을 함께 남겨두고 싶다. 아인슈타인의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 즉 그것을 서서히 이루어가는 성숙해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우리가 대화를 하고 있는 한 진보를 이루고 있다"이다.

얼마전 읽었던 <세계가 일본된다>라는 책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일본에서 나오는 질적 경제로의 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며,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전략중에 하나임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제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적인 삶 즉 삶의 질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파이를 키울 것인가 나눌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기브 앤 테이크가 답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기업 역시 사회와 함께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공유가치 창출에 힘써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확실히 우리가 갖고 있는 프레임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시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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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 -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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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그 시대와 사회의 거울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통시적 관점으로 보자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구성원들의 역사를 고찰해볼 수 있다. 이번에 읽은 <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를 봐도 그러하다. 'toadeating’아첨’, ‘toadeater’ '아첨쟁이'라고 하지만, 그런 표현이 사용된 배경을 모른다면 단순하게 외울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우리에게는 ‘toad’, 두꺼비는 새집을 주는 존재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떠돌이 약장수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두꺼비는 종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독을 갖고 있는데 옛날에는 자신의 약이 갖고 있는 효과를 과시하기 위해 조수에게 두꺼비를 먹게 하거나 그럴듯한 연기를 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표현들도 자연스럽게 사용되게 된 것이다.

또한 언어 속에는 고대 그리스의 생활상이나 신화에서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은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오프라화 현상을 의미하는 ‘Oprahfication’인데, 이런 표현을 볼때면 오프라쇼를 즐겨보기도 했고, 문맥에 따라 무슨 뜻인지 이해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단어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확장된 의미가 있었고, 일상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중국인의 협상기술인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영어표현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보통 이런 표현들을 딱 부러지게 영어로 옮기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말을 풀어서 하다보면, 머릿속에서 꼬일 때가 있는데, 이렇게 딱 맞는 표현이 있다는 것이 놀라워서 메모를 해두었다. 뿐만 아니라 구동존이와 관련된 많은 명언도 소개되어 있었다. 이런 책들은 좀 더 유연하고 풍성하게 대화할 수 있는 훌륭한 바탕이 되어주어서 고맙다.

2월의 탄생석 '자수정 Amethyst'였는데, 그 배경을 모른다면 왜 자수정이 순결과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지 쉽게 파악하기는 아려울 것이다. ‘on the level’이 갖고 있는 정직하게, 공평하게, 솔직히, 신뢰할 수 있는의 의미도 그러하다. level은 수평을 의미하는데, 옛날에 석조건물을 지을때는 수평을 맞추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또한 구애자에게 퇴짜를 놓는 것을 의미하는 ‘brush-off’같은 단어가 소개되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표현을 오역한 실제 예를 소개하기도 한다. 다행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조금만 손가락품을 팔면, 그런 실수를 줄일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모국어가 아닌 이상 완벽하게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문득 언어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이 꼭 그렇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언어가 만들어지는 배경이나 사회 문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한다면, 낯선 표현을 만났을 때 유추라는 것도 조금은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쌓을 수 있었던 역사, 문화, 사회 전반에 대한 지식들이 더욱 가치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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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개 1~3 세트 - 전3권
강형규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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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시작은 월병모양으로 제련한 금덩어리가 400kg이었다. 대충 생각해봐도 100억이 넘는그런 것이다. 밀가루를 발라서 월병인 척 하려고 했더니, 나름 황금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다. 실제로 중국에서 금과 은을 식재료에 포함해 금은월병이라는 것을 만들어 뇌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월병은 우리에게는 추석인 중추절날 풍요와 나눔을 상징하는 그런 것이었다. 달에게 월병을 바친 후 친척들과 나누어 먹었는데, 월병모양의 금덩어리는 사람을 탐욕에 불타게 한다. 사람들이 죽고, 팔을 잃고,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인조차 외면하게 만든다. 그리고 수십년이 흘러도 그 탐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아니다. 도리어 그런 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혹은 알게 되는 사람들마다 탐욕이 강렬하게 불타오르기만 했다.

이름이 쓸개라고 했다. 쓸개? 있으나 마나 한 장기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사실 나도 쓸개를 제거하기 전까지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던 장기이기도 하다. 그런 장기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갖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의 엄마는 조선족이었는데, 그녀의 고향에서는 어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아기의 이름이기에 신체 기관이나 신체 부위로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미신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그런 미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녀는 그런 미신에 기대서 아들을 지키고 싶을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다. 바로 금 400kg을 세상으로 가지고 나온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사람들의 탐욕에는 전혀 통하지 않는 그런 것이었다.

결국 아들을 지키기 위해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엄마를 그리워하며 무적자로 골방에 갇혀 성인이 되어야 했던 쓸개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도 금이었다. 그리고 그 금은 세상을 요동치게 만든다. 자신처럼 출처가 모르는 금의 가치를 되찾아주겠다고 했다. 책과 몸이 자신의 장난감이었다고 말하는 쓸개는 동화에서는 금을 찾으면 끝나지만, 현실에서는 지금부터 시작임을 잘 알고 있는 남자였다. 정보가 얻어질때마다 그것을 연관지어 금에 관련된 이야기를 추적해나가고, 중국까지 밀항하여 금의 소유자, 그리고 엄마의 행적을 찾고자 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의 아버지이기도 하고, 유력자의 비호를 받은 조직의 추적을 쉽게 뿌리치기도 한다. 금을 두고 사람들끼리 싸우게 만들고 결국 판을 엎어버리는 그의 능력에 기대어 이야기가 흘러간다. 전직 정보부요원도 아니고, 전직 북한 첩보원도 아닌데 말이다.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더니, 이런 부분을 조금 더 보완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책장이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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