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인물로 본 임시정부 100년
문영숙.김월배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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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어떤 광고에서, 대한민국 첫 번째 집인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나와서 유심히 본 기억이 있어요. 내 집 갖는 게 꿈인 세상에서, 우리의 꿈은 그 곳을 떠나는 것이었노라던 그 문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이번에 읽은 <사건과 인물로 본 임시정부 100>에서, 이들이 그토록 떠나고 싶던 임정에서 한국으로 오는 길 역시 말 그대로 질곡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임정은 미연합으로 국내진공작전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일본의 항복으로 인해 무산되었습니다. 꿈에도 그렸을 귀국길은 도리어 개인자격으로 와야 한다는 조건부의 허락으로 이루어졌을 정도였죠. 그저 한국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냥 좋아하던 그 분들이, 친일파들이 득세하던 광복 후 한국에서 그들이 느꼈을 분노는 미루어 짐작할 수 없을 것만 같네요.

 이 책은 100년전 임시정부가 걸었던 길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행문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요. 물론 약산 김원봉이 사용하던 숙소처럼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있는 곳들이 너무 많아서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제가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임정하면 상하이면 떠올리기 쉽지만, 수없이 이전을 하면서 떠돌아 다녀야 했다는 것도요. 또한 이봉창과 윤봉일 의거를 계획했던 김구 선생님의 이야기도요. 독립운동과 함께 일본의 집요한 추적을 따돌려야 했던 그가 잠시의 도피생활에 도리어 잠깐의 여유를 맛볼 수 있었던 것이 남긴 글에서도 느껴지더군요. 또한 학도병으로 일본군에 끌려갔다가 탈출했던 장준하가 제비도 넘기 힘들다는 바쑤웨 고개를 넘으며 부끄러운 조상이 되지 않으리라결심했던 것도요. 저도 최소한 부끄러운 조상은 되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생기기도 하더군요.

2019년은 안중근 순국 109주년이라고 해요. 하지만 아직도 그의 유해를 찾지 못했는데요. 이 책의 저자인 김월배와 문영숙 역시 이 부분을 너무나 안타깝게 여기는데요. 저 역시 속이 상해서 검색을 하니, 러시아 신문에 이에 대한 기록이 있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최근에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 요청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고 너무 좋아했던 것처럼,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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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으로 간 꽃밭 여행자
소강석 지음 / 샘터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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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책 제목에 끌려들었던 것 같아요. 목사 소강석의 <사막으로 간 꽃밭 여행자>, 갈수록 마음이 건조하고 황량해지는 기분이 드는 요즘, 제 마음에 시라는 꽃씨를 뿌려줄 것만 같았죠. 그리고 그런 기대에 잘 맞는 시집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2꽃밭 여행자는 꽃에 대한 시들이 이어지는데요. 잘 모르는 꽃은 찾아보기도 하면서 읽을 정도로 좋았어요. 그 중에 꽃씨라는 시가 있지요. “더딜지라도/코끝에 물씬 풍기는 향기 없을지라도/한 아름 안겨주는 화사함 덜할지라도/오늘도 꽃씨를 뿌립니다/마음의 밭을 일구어/열심히 꽃씨를 뿌립니다생각해보면 저는 계속 투정만 부렸던 것 같아요. 갈수록 마음이 밋밋해지는 것만 같아서, 모든 걸 봐도 그저 어제와 같고, 그저 다 평범하게만 느껴지는 것 같아서 말이죠. 나이가 드는 것이 이런 것인가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그래서 이 시집을 선택하기도 하고 그랬죠.  하지만 그게 정말 나이 탓일까요? 어쩌면 제가 마음의 밭을 일굴 생각조차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리 풍성한 향기와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꽃을 피울 씨앗이라도 제가 마음의 밭을 일구지 못하면 여전히 씨앗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홀씨라는 시도 자주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를 좋아하나보네요. “언젠가 다시 흩날리고/또 바람에 흩날리다 보면/우리 다시 만나/꽃향기를 발하는 날이 오리니그냥 계속 되뇌고 있으면 왠지 마음 속에 선한 기운이 가득해지는 시였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시는 내 마음 강물 되어입니다. “미움도 원망도 슬픔도 고통도 고일 곳이 없어서/흐르고 흘러가고 있습니다/멈추고 붙잡는 것이 속절없는 것을/흘러야 행복인 줄 알기에 끊임없이 흘러갑니다요즘 저를 사로잡고 있는 미움도 원망도 흘러 보내야 하는데, 그래야 행복이 찾아 올텐데 말이죠. 알면서도 애써 움켜쥐고 그 시간을 계속 되씹고 있을 때마다 이 시를 떠올려야 할 것 같아요. 내 마음 강물이 되어, 흘려보내야 그래야 행복일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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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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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 줄리언 반스의 에세이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원제는 'The pedant in the kitchen'인데요. 여기에서 ‘pedant’는 현학자라는 뜻으로 번역되어서, 수없이 책에서 등장하죠. 현학자하면 학식을 자랑하며 뽐내는 사람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 책에서는 실속 없는 이론이나 빈 논의를 즐기는 깐깐한 공론가라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번역가의 주석을 봤어요. 저는 예전에 미드를 볼 때, ‘pedant’를 거의 노이로제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규칙에 집착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봐서일까요? 책에서 요리책의 레시피에 적혀 있는 방법에 집착하는 그를 보면서 왠지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해지는 거 같아요.

 사실 저는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레시피에 나오는 그대로 해야 한다는 집착을 갖고 있어서, 왠지 줄리언 반스가 부엌에서 펼치는 고군분투가 남의 이야기가 같지만은 않습니다. 소스를 구입했는데, 하필 조리법이 나온 부분이 상품설명을 번역해놓은 스티커로 가려져 있어서, 그걸 떼느라 고생한 기억도 있거든요. 심지어 요리책에 나오는 작은 양파, 중간크기의 양파, 큰 양파를 보면서, 도대체 어떤 기준이냐고 따져 묻는 줄리언 반스와 똑같은 그리고 유사한 고민을 지금도 반복할 때가 많고요. 미국의 저명한 요리사 리처드 올니가 쓴 잼 레시피를 보며 그는 고민하죠. ‘두 손을 합쳐 최대한 덜어낼 수 있을 만큼의 딸기라니, 이런 엄마나 이모에게 레시피를 물어보면 돌아오던 적당히와 같은 이야기 아닐까 합니다. 특히나 요리책에 나오는 모든 문장에 집착하며 그대로 하려는 줄리언 반스에게는 엄청난 도전과 같은 말이었겠죠. 어떤 면에서는 <10분 안에 하는 프랑스 요리, 현대인의 생활리듬에 맞추기>라는 책이 도움이 될 것 같군요. 대기업의 제품을 잘 활용하는 법을 알려주니까요. 물론 그에게 높은 성공률을 안겨주며 자신감을 북돋아준 요리책을 쓴 분은 마르첼라 하잔이지만 말이죠. 저는 아직까지는 10분안에 하는 프랑스 요리책에서 눈길을 못 떼겠네요.

 물론 이런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요리에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와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요리의 효율을 높여주는 그 어떤 도구보다 필요한 것은 여기는 음식점이 아닙니다라는 표지판이라는 말, 그리고 사람들을 초대해 대접하지만 이것은 디너파티가 아니다라는 마음가짐 역시 너무나 좋았습니다. 요리를 할 때, 마음의 부담이 확실히 덜할 것 같거든요. 요리사이자 테니스선수인 케네스 로의 조언도 같은 맥락이죠. 함께 테니스를 쳤던 줄리언 반스는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는 그의 테니스 실력에 비결을 물어보았는데요. 답은 바로 좀 더 느긋한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죠. 그건 비단 테니스뿐 아니라 요리에도 적용될 것 같다는 그의 추론이 맞다고 생각해요. 나름 저도 부엌에서 보낸 시간이 늘어날수록 조금 덜 조금해지고, 조금 덜 레시피에 집착하고 있으니 말이죠. 언젠가 저도 디너파티는 절대 아니지만, 사람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할 날이 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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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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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어른들의 말을 들어봐도,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나만의 공간을 챙겼다고 해요. 그래서 이번에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를 읽으며 너무나 공감하고, 또 너무나 부러워할 수 밖에 없었던것 같네요.


백세시대를 살아가는그는 자신만의 후반전을 준비하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었는데요. 그가 다시 한국에서 자리잡은 곳은 이외로여수였습니다. 삶의 후반전을 책임져줄 자신만의 공간을 오롯이 소유하기 위한 여정, 그리고 그런 공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눈앞에서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바닷가 작업실에서 보낸 2년의 시간과 아름다움의힘으로 창조적인 생각을 한다라는 뜻의 미역창고"(美力創考)를 짓는 과정까지 담겨 있는데요. 아쉬운 것은 미역공간이 완성된 모습을그리고 그 곳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이야기까지는 듣지 못했다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coming soon’이라는 문구로 마무리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에서는‘놀이(Spiel)’공간(Raum)’이라는 뜻의 단어를 합쳐서, 슈필라움(Spielraum)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고 해요. 말 그대로 나만의물리적 공간이기도 하고, 또한 내 마음대로 놀 수 있는 그런 공간인 것이죠. 그가 자신만의 공간을 찾게 된 이유 중에 정말 공감이 가는 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인데요. 제가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라서요. 딱히저처럼 예민하지 안더라도, 타인의 시선이 개입할 수 없는 곳에서 비로서 사람은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볼수 있다고 해요. 비로서 자신다워질 수 있고, 자신의 생각과관점을 펼쳐나갈 수 있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거쳐서 자신만의 공간을 찾고, 만들어간 김정운, 이제는 문화인류학자, 작가, 그리고 그 옆에 화가까지 더하고 싶어지네요. 미역창고 책장의 빈 공간을 채우듯, 또 미역창고의 벽을 자신만의그림으로 채워나갈 것이라는 기대도 생깁니다. 그 미역창고에서 흐르는 시간의 이야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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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 자연의 역사를 읽는 사람들
랜스 그란데 지음, 김새남 옮김, 이정모 감수 / 소소의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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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다 읽고 나니 다시 한번 부제가 눈에들어옵니다. ‘자연의 역사를 읽는 사람들자연사 박물관의큐레이터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수식어인 것 같네요. 미국의 3대자연사 박물관 중에 하나라는 시카고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서 34년동안 큐레이터로 활동한 렌스 그란데의 <큐레이터>는 그의 자서전이기도 하고, 큐레이터와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

 오랜친구가 선물한 물고기 화석, 나중에 나이티아 어류 화석으로 밝혀진 그 화석으로 자신이 걸어갈 길을 발견한그는 필즈 자연사 박물관에 큐레이터로 첫걸음을 내딛게 되는데요. 그에게 주어진 사명은 활동이 왕성한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큐레이터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는데요. 다양한전시를 기획하고, 대중과 박물관이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큐레이터라고 생각했는데요. 자연사 박물관의 큐레이터들은 자연과 인류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을 기본으로, 새로운것을 발견하고 연구하고, 또 탐구하는 과학자이고 나아가서 이를 통해 대중과의 연결점을 찾아내는 사람이기도하더군요. 그는 고생물학자이자 어류화석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데요.처음 그가 일을 시작할 때 식물화석, 무척추동물화석, 양서포유류화석, 포유류화석 큐레이터들과 함께였는데,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되어도서로 도우며 함께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동료 큐레이터의이야기 중에서는 인류학 큐레이터였던 보아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더군요. 비록 그와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인종편견 근절에 기여한 인물이라는 평처럼, 시대를 앞서나갔던 관점이 기억에 남아요. 아무래도 인간의 유골을보관하는 것은 민감한 문제일 수 밖에 없죠. 그래서 반환전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여겨졌는데요. 과거에 인종우월주의적인 관점으로 접근했었던 부분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누이트 원주민의 유골을 몰래 빼돌렸던 현장일지를 발견하고, 반환했다니그런 노력에는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네요.


 필드자연사 박물관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라는 이름까지갖고 잇는 티렉스인데요. 거대한 포식자로 28세까지 장수한수는 생존 당시보다 화석으로 발견되고 나서 험난한 시간을 거쳐서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 자리잡게 됩니다. 그화석이 갖고 있는 가치는 학문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하면 떠오른스티븐 스필버드도 찾아왔었다고 하는데, ‘이것보다 클 줄 알았다라는말을 남겼다고 해요. 생각해보면 저도 영화 주라기 공원을 보면서 막연하게 티렉스의 크기를 상상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직접가서 보면 저 역시 비슷한 감상을 남길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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