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씨앗 - 제인 구달의 꽃과 나무, 지구 식물 이야기
제인 구달 외 지음, 홍승효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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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득 얼마 전에 읽은 오프라 윈프리의 책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 떠오른다. 오프라가 가난했던 어린 시절 채소를 재배해서 먹어야 하는 게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제는 자신의 텃밭을 가꾸고 거기에서 나온 채소를 먹으며 그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잘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나도 할아버지가 텃밭에서 툭 잘라주신 옥수수, 호박, 깻잎 같은 것들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가끔은 생각난다. 그때는 그것이 그렇게 소중한지 몰랐는데 말이다. 어쩌면 세계적 환경 운동가 제인 구달이 <희망의 씨앗>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도 점점 잊혀지고 있는 그 소중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일까? 전에 읽어보았던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도 많이 떠오르곤 했다. 모든 채소를 다 재배하는 것은 다 어렵겠지만, 텃밭을 가꾸고, 될 수 있으면 지역먹거리를 이용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자연을 위해 희망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작은 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희망의 씨앗>은 그렇게만 정리할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첫사랑은 나무였노라고, 그녀 스스로 고백했듯이 제인 구달이 갖고 있는 꽃과 나무 그리고 식물에 대한 사랑은 참 깊고 아름다웠다. 사랑의 시작은 상대에게 관심을 갖는 것부터라고 했던가? 자연과 어우러져 성장한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행보는 참 일관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녀가 식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보면 그 방대한 지식에 감탄하게 된다. 물론 내가 그런 쪽의 지식이 많이 부족해서인지,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솔직히 몇 번씩 앞장으로 넘어가 다시 확인해보고 그래야 할 때도 많았고, 인터넷으로 찾아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식물들이 갖고 있는 경이로운 생명활동에 대해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할까? 우리가 너무나 식물을 수동적인 생명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걱정스러웠던 것은 식물들의 멸종, 생태계의 파괴 그리고 유전자 조작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미국의 다국적 농업생명공학 기업인 몬샌토가 유전자 조작기술로 주요 작물을 불임상태로 만들어 두 번째 발아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우리 스스로 자연의 무한함을 제거해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에 대한 내용도 그러했지만, 인간의 근시안적인 어리석음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이 참 심각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은 자연이 갖고 있는 치유능력과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살아남은 나무들과 9.11테러에서 살아남은 나무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1860년대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하와이산 나무 코키아 쿠케이의 이야기도 그러했다. 그 후에도 몇 번을 멸종된 것으로 보고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그 코키아 쿠케이의 희망의 묘목은 우리 곁에 남아있다. 다만 인간이 저지르는 만행이 자연의 치유력마저 넘어서버리기 전에, 우리가 좀 더 자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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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목민심서 - 하
황인경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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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그의 유배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죄인 신분으로 목민관들을 가르칠 수 없음을 직시한 정약용은 조선의 온 백성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목민관이 해야 할 일을 글로 남길 결심을 하게 된다. 18년에 이르는 유배기간 동안 그는 많은 저서를 남겼고, 그가 후학들을 가르치며 남겼던 이야기들도 인상적이었다. ‘이라는 것은 마음가짐이 아니라 행동이어야 한다던 정약용은 후에 추사 김정희를 만나서도 탁상공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그의 형 정약전의 <자산어보>집필과정에 대한 이야기나 홍경래의 난을 비롯한 요동치는 조선 후기 사회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끄는 이야기는 그의 유배생활이었다. 그는 마음이 울적할 때면 산행을 하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바다가 있었다. 형 약전이 있는 흑산도로 갈 수 있는 그 바다로 나아가지 못하는 마음이 어찌나 아팠을까? 정약전 역시 동생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깊었는데, 해배가 될 조짐이 있다는 정약용의 편지에 그렇게 행복해했건만, 끝내 동생을 만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의 가묘는 고향뿐 아니라 동생이 있는 강진도 볼 수 있게 자리를 잡았다고 하니, 형제의 우애가 얼마나 지극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긴 유배가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정약용은 형 정약현을 만나 큰 절을 올린다. 왜 그렇게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나던지…… 열여덟 해 전, 유배 가는 두 아우를 남몰래 배웅하던 정약현에게 절을 올리던 형제지간 중 한 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어릴 적에는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유배생활이 나쁠 게 무엇이냐는 생각도 했었지만, 지금의 눈으로 보는 것과 그 시대의 유배생활은 엄연히 달랐음을 몰라서 그랬던거 같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의 유배생활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훌륭한 저서를 남기고 백성을 위해 목민관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했던 그의 마음가짐이 새삼 존경스럽다. 그 후로도 그는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를 잡지 못하고,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저서들과 그가 완성한 조선의 학문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 때 그가 쌓아둔 경륜을 펼칠 기회가 있었다면 후기 조선사회의 모습은 상당히 달랐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역사란 만약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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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목민심서 - 중
황인경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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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 한양 땅에서 기 못 펴고 지내기가

병든 새 조롱 속에 갇힌 것 같더니만

말채찍 울리며 성 밖으로 나아가니

아득한 산과 들에 야색夜色 깔려 있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청운의 꿈을 안고 성실하게 학문을 갈고 닦았으나 결국 그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약용과 그의 지인들, ‘죽란시사라고 했던가? 그들과 뭐처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는 나라 걱정을 내려놓지를 못했던 거 같다. 백성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결국 민란을 일으키고, 또 그 화가 그들의 가족을 다 몰살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런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 조선 후기 사회에서 그는 오로지 그 악순환을 끊는 유일한 방법이 백성에게 있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백성들이 잘 살아야 비로서 나라가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고민을 끝내 내려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사, 뜻하지 않게 유배를 가게 된 상황에서도, 그 가난한 유배지에서도 잘만 다스린다면 낙원을 만들 수 있으리라며 자신도 모르게 펼쳐지는 꿈을 보며 헛웃음을 삼켰던 분이 아닌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목민관으로서의 삶을 내려놓지 못하던 분이 아닌가 싶어, 새삼 책의 제목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그런 정약용이 자신의 꿈을 펼치던 곳이 있었다. 중편에서는 그 곳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바로 황해도 곡산인데, 그는 곡산부사로 부임하면서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잠시 맛보기도 한다. 신분을 숨기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모습을 보면 팩션 역사소설’ ‘조선 명탐정 정약용에서 보이는 유들유들함과 말재주가 잘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그는 지인들에게 지나치게 외곬으로 일한다는 평을 듣곤 했는데, 죽란시사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그를 좀 더 다채로운 인물로 만들어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상적이었던 것, 바로 세금을 공평하게 부과하는 것이었다. 그가 펼친 정책들은 백성을 살기 좋게 해주었고, 결국 곡성을 부유하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위민위국(爲民爲國)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일이다. 그렇게 오롯이 백성을 위하는 마음만을 안고 살아가던 정약용이지만, 그를 겨냥한 벽파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결국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을 하게 되어 형제들의 곁으로 돌아오게 된다. '선인들 남긴 글 차례로 읽어가며 남은 생애 이 속에서 의탁하리라' 라는 시처럼 그가 살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군신지간이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이였던 정조의 죽음은 더 이상 그를 비호해줄 인물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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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목민심서 - 상
황인경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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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목민심서> 500페이지정도의 분량으로 상중하로 이루어져 있어 처음에는 약간 부담스럽게 여겼는데, 책장을 덮고 나니 아쉬운 마음까지 든다. 그만큼 정약용의 일생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 그리고 후기 조선시대의 사회상을 잘 그려낸 소설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약전, 약용 형제가 공부하던 집에 세 들어 살던 소목장이 천만호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때 정약용과 그의 형 약전은 과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정약용은 천만호가 일거리가 없으면 굶기를 예사로 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그가 자신의 재주를 살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에게 공부에 열중하지 않고 한눈을 파느냐 충고를 하던 정약전은 지식을 쌓기 위한 학문이 아는 백성을 위한 학문을 펼쳐야 하지 않겠냐는 동생의 말에 감탄하며, 한 수 돕기도 한다. 정약용이 고안한 기계로 쌓인 큰 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천만호에게 거상이 되어 부국강병에 힘써달라던 약용은 정말이지 앉으나 서나 백성을 배불리 살게 하고, 나라를 강하게 할 궁리만 하는 인물이 아니었나 싶다.

그와 더불어 천주학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길게 나온다. 처음에는 약간 지루하다는 생각도 얼핏 했다. 하지만, 책을 쭉 읽어나가다 보니 초기 천주교사를 주도해나간 약용의 친인척들뿐 아니라, 천주학은 정약용을 폄하하려는 인물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약용을 아낀 정조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특히 뒤주대왕의 능에 얽힌 일화를 통해 정조의 효심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정조는 관료집단을 양성하고자 하는 목표로, 왕실 도서관 규장각에서 신진관료를 직접 지도하는 초계문신제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약용은 대과에 급제하자마자 초계문신으로 뽑힐 정도로 정조의 사랑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암행어사를 하기도 했는데, 그때 백성들의 삶을 가까이서 돌아본 정약용은 구중궁궐 깊고 멀어 어찌 다 살펴보랴라는 시를 남기기도 했는데, 정조가 꿈꾸던 관료라는 체계가 왜 필요한지 잘 들어나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부무군이라 하여 서학을 금하게 되면서, 약용의 벼슬길은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태행산 올라가는 수레 신세 되었다니라는 시의 한 구절의 마음에 콕 박힐 정도로, 그의 삶은 험준한 태행산을 올라가는 형세가 되어버린다. 그래도 상권에서는 관직을 내려놓고 자유인이 된 그의 유유자적함으로 마무리 되어 그래도 다행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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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오사카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First Go 첫 여행 길잡이
정해경 지음 / 원앤원스타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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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하면, ‘천하의 부엌이라는 별칭이 있다. 정치의 중심이 에도로 넘어가면서, 경제와 물류의 중심지가 되어서 생긴 별칭인데, 이런 이유가 아니라도 나에게 오사카하면 천하의 부엌이라는 느낌이 있다. 바로 수도 없이 많은 맛집때문이다. 주로 교토로 여행을 다녀서, 오사카에서는 맛있는 것을 먹는 식으로 여행을 해서일까? 식도락 여행이 아닌, 오사카의 멋과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

전에 <처음 상하이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도 그랬지만, <처음 오사카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도 정말 처음 여행을 가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만 잘 정리해놓은 책이기도 하다. 대중교통 시스템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간사이 지방에서 유용한 교통패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점이 그러하다. 그리고 23일로 구성된 여행코스에도 지도뿐 아니라, 가는 방법을 사진을 통해 상세하게 설명해서 복잡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소한 길을 잃지는 않을 거 같다.  

오사카하면 떠오르는 오사카성뿐 아니라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인 스미요시 타이샤’, 그리고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시텐노지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는 일정이기도 하다. 그래도 역시 오사카하면 을 빼놓을 수 없다고 할까? 나는 글리코맨을 보면 미리 입맛이 돈다. 그를 보면 도톤보리에 제대로 찾아왔다는 의미이고, 그것은 식도락 여행의 시작이기도 하다. 글리코맨은 조명이 들어왔을 때 더 독특하기도 한데, 처음 오사카에 갔을 때 글리코맨을 보고 , 일본에 왔어!!’ 했던 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도톤보리는 정말 맛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각종 입체 간판들도 독특하고, 지역마다 개성을 잘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난바 파크스를 중심으로 한 난바 빛의 여행도 그러하다. 일본의 겨울을 빛나게 하는 것은 일루미네이션이다. 하지만 나 역시 난바 파크스의 빛의 폭포만큼 화려한 야경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우메다 스카이 빌딩의 공중정원전망대도 손꼽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은 아무래도 2014년에 개장했다는 아베노 하루카스이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등극했다고 하는데, 발 아래로 구름이 지나가는 풍경을 볼 수 있다니, 꼭 전망대에 올라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여행지마다 ‘tip’이 제시되곤 하는데, 아베노 하루카스에는 화장실도 전망대라는 팁이 있어서 더 설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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