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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 옛 공간의 역사와 의미를 찾아 떠나는 우리 건축 기행
노은주.임형남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지금 세대는 서양식 교육을 받았고, 나 역시 그러한데, 솔직히 국악보다 클래식에 익숙하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를 읽으며, 부석사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부석사를 몰이의 장단이 주가 되는
산조에 비교하는 것이 참 막연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산조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이런저런 영상을 찾아보다 보며 산조를 들어보고,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며
글을 읽다 보니, 부석사의 건물 배치가 갖고 있는 감각이 어떤 느낌인지 조금은 알 거 같았다. 그래서 부석사와 대비되는 도드리 장단처럼 느긋한 절이라는 마곡사를 가보지 못했는데도, 도드리 장단을 듣다 보니 ‘아, 이런
느낌이겠구나.’하며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었다.
사실 국악에 대해서 큰 관심도 없고 찾아들어본적도 거의 없어서, 배경지식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국악학교 소리샘예술제라는 영상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기에 여기에
꼭 밝혀두고 싶고, 간단한 지식과 함께 좋은 영상을 올려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더 놀라웠던 것은, 국악하면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나의 편견을 깰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어린 시절 아주 짧은 경험으로 국악 전체를 판단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에 있을 때는 양식미를 음미해야 한다는 ‘노’ 공연을 굳이 찾아가서 보며 지루함에 몸서리를 쳤으면서, 왜 우리문화에는
그렇게까지 인색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내 주위에도 국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니 한 명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어떤 문화에 익숙하느냐에 따라 척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서양의 문화에 익숙한 채, 우리의 문화와 우리의 옛 공간을 바라보면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고, 도리어 서양의 웅장한 건축문화에 비교하며 바라보기 쉽다. 처음에는
우리의 것을 위한 ‘제대로 된 자’가 하나 있어야 한다고
할 때, 그래도 한국사람인데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가본 곳도 꽤 나왔지만, 내가 느꼈던 감상과는 참 달랐다.
생각해보면 그 건물을 보기 위해 걸어가야 했던 공간들이 왜 이렇게 넓은지, ‘저기까지
어떻게 가?’라며 툴툴되기만 했다. 그래서 그 건물의 배치와
그 곳을 향하는 발걸음마저 어느 정도 계산되어 있고 자연을 끌어들여 바라볼 수 있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음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모든 것이 명확한 서양에 비하면, 조금은 불친절한 건축문화가 아닐까
싶은데, 우리마저 그것을 모른다면 결국 다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일단
나의 문제는 그 길을 통해 볼 수 있는 풍경보다는, 목표가 되는 건물만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좀 더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게, 공부를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우리 건축을 바라보는 1차원적인 시야부터 넓혀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