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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왔다
티무르 베르메스 지음, 송경은 옮김, 김태권 부록만화 / 마시멜로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독일에서 최단 기간에 140만 부를 판매되고, 영화화가 결정된 소설, <그가 돌아왔다> 책의 표지만 봐도 그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시그니처 룩’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바로 독재자의 대명사, 최고의 대중선동가 그리고 세계사에서 악명을
떨친 인물로 1,2위를 다투지 않을까 싶은 아돌프 히틀러이다. 이
책은 그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났는데, 그의 입장에서는 일장춘몽이 아닐까 싶게, 순식간에 6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리고 2011년이 된 상황에서 시작된다. 정말 말 그대로 ‘ER IST WIEDER DA’이다.
긴 시간을 뛰어넘어 현대로 돌아온 히틀러, 제국의 최고 지도자인 자신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그는 시간여행 같은 장치가 무색할 정도로, 영민하게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고 적응해나간다. 현대 독일과 자신이
기억하는 독일을 절묘하게 오버랩 시키면서 이해해나가는데, 그가 갖고 있는 정치적인 감각이 상당수준임을
잘 보여주는 맥락이기도 했다. 물론, 전시상황에 대한 이야기나
자신의 참모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그가 과거에서 튀어나온 것을 잊지 않게 해주지만 말이다. 방송에
출연하게 되면서, 그는 큰 인기를 모으게 된다. 그는 1930년대 독일과 2011년의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게 받아들인다. 물론 TV나 컴퓨터 그리고 스마트폰 같은 매체들이 존재하지만 그런
첨단문명의 혜택 속에서 살아가는 통일독일의 급증하는 실업자, 사람들 사이에 팽배한 시대상황에 대한 불만을
예민하게 감지해내고 자극한다. 그때 그가 “그리고 나머지는
역사가 결정할 것이다. 아니면 시청률이 결정하거나.”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중선동을 통해 독일 전체를 집단 애국주의로 빠트려 권력을 획득했던 히틀러의
정치적 센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었고, 굳이 그를 다시 소환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연설은 사람들에게 처음에는 유머 그리고 정치풍자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마치 블랙코미디처럼 현대 독일의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비판처럼 받아들여지지만, 나는 왠지 조금씩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점점 더 그의 말들이 독일 사회에서
의미를 갖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이 단순한 블랙코미디로만 치부하기에는 의미심장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 독일인을 보며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아무런 정치철학이 없다고 말이다. 물론 그의 정치철학과 가치관은 그릇된 것이지만 말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국 선동에 가장 취약한 상태가 아닌가 싶었다. 정말이지, 이 책의 추천사 중에 하나였던 ‘상당히 못된 책이지만, 살 수 밖에 없다.’라는 말에 공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현대 대한민국에서 ‘다시’ 깨어난 히틀러를 그린 김태권의 스페셜만화를 볼 수 있었는데, 그
또한 책의 재미를 한층 더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