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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빅퀘스천 -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4년 12월
평점 :
KAIST 뇌 과학자 김대식이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을 주제로 자신의 전공과 인문고전 영화 등의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이야기를 풀어낸 <김대식의 빅퀘스천>. 삶은 의미 있어야 하는가, 우리는 왜 정이를 기대하는가, 만물의 법칙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세가지 큰 분류로 31가지의 질문을 구성했는데, 나는 이상하게
그 질문들이 자꾸만 하나로 즉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가다듬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죽음……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을 거친 죽음까지도, 인간이 피하고 싶어하는 그런 운명이 아닐까 한다.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죽음이 사라지면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모든 생명체들은 해마다 약 1.000억 톤의 탄소를 소모하는데, 그 중에 자연스럽게 만드어지는
것은 5억 톤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995억 톤은 죽은 생명체의 시체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인간은 죽음 앞에서 그렇게 거시적인 관점을 수용하기 쉬운 존재는 아니다.
그래서일까? 인간이 먼 곳을 그리워하는 이유도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뇌에는 ‘결정적 시기’라는 것이 존재한다. 인간의 경우에는 대략 10년 정도의 기간인데, 이때의 환경과 경험이 인간의 뇌 구조를 완성하게
된다고 한다. 사화학에서는 이런 것을 사회화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던데, 실제로 뇌가 그런 과정을 통해 한국에서 성장하면 ‘한국에 최적화된
뇌’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성장한 지역에 최적화가
되었음에도 사람들은 먼 곳을 그리워한다. 이것은 고대부터 그러했고, 헤어짐, 성숙, 그리고 귀향이라는 것은 인류 공통의 ‘단일신화’라고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과정을 통해 끝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고자 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그 정도의 거리는 쉽게 갈 수 있어 쉽게 여행이라고 표현하지만, 고대에는
신화나 대서사시를 보더라도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사람들이
모험을 떠나게 된 이유는 자신이 그 과정을 거쳐 살아 돌아옴으로써 죽음의 공포를 잊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영생의 약초를 잃어버린 길가메시가 등장하는 삶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죽음에 대한 생각은 계속 머릿속을 지배하고,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으로 확장되어 나간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도 계속 머릿속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아, 어쩌면 비교적 이 이야기가 초반에 실려 있어서, 계속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에 붙들려 있었는지도 모른다. 바로,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사건을 취재하려다 참수를 당한 대니얼 펄의 이야기이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바로 그의 아버지 주데아 펄이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논리학자이자 수학자였는데, 자신에게 닥친 끔찍한 시련의 원인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그는 ‘반복된 개입’이라는 개념을 도출해낸다. 사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수천번을 그 상황을 반복해야 겨우
이해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김대식이 선정한 31가지의 질문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철학자들부터 일반인들까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았던 그런 질문들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정말이지 그 과정을 수천번, 아니 수억번을 더해봐도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물리적으로도
그런 시간이 나에게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가 책을 읽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