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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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불황의 경제학> 그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 책의 목적이 무엇인지 명백하게 밝힌다. 바로 왜 불경기에 들어서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1990년대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초전이라며 다루겠다고 말을 하는데, 한국인은 그 시기를 직접 부딪치며 살아온 경험이 있다. 아마 어떤 현상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는 알기에, 그가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것이 더욱 궁금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이 책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를 한다. 새롭거나 낯선 개념들을 가지고 놀준비를 시켜주겠다는 취지였는데, 정말 쉬운 표현과 베이비시팅조합같은 간결한 실물경제모델을 통해 복잡한 경제현상을 간략화시켜 이해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그런 학자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서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어쩌면 경제학의 고전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는 시장의 힘이라는 것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한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을 넘어서고, 이제 공황에 대해서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의 오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의 라틴아메리카와 일본 그리고 미리 언급한 대로 아시아에까지 닥친 경제위기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대처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의 말대로 정책이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힘을 상실했음을 느낄 수 있기도 했다. 즉 뉴딜 정책으로 세계 공황을 극복했던 교과서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아직까지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담 스미스나 뉴딜정책은 우리가 중학교때 배웠던 교과서에 실려 있던 내용이다. 물론 기본이 중요하지만, 아직까지 그것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은 조금은 무리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세계 대공황과 극복을 통해 배워야 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세계 경제가 그때처럼 공황상태에 빠질 위험은 적지만, ‘불황 경제학의 범위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 역시 어렵게 생각하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술술 읽혀지는 매력이 있었다. 우리의 삶은 경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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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빅퀘스천 -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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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뇌 과학자 김대식이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을 주제로 자신의 전공과 인문고전 영화 등의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이야기를 풀어낸 <김대식의 빅퀘스천>. 삶은 의미 있어야 하는가, 우리는 왜 정이를 기대하는가, 만물의 법칙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세가지 큰 분류로 31가지의 질문을 구성했는데, 나는 이상하게 그 질문들이 자꾸만 하나로 즉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가다듬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죽음……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을 거친 죽음까지도, 인간이 피하고 싶어하는 그런 운명이 아닐까 한다.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죽음이 사라지면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모든 생명체들은 해마다 약 1.000억 톤의 탄소를 소모하는데, 그 중에 자연스럽게 만드어지는 것은 5억 톤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995억 톤은 죽은 생명체의 시체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인간은 죽음 앞에서 그렇게 거시적인 관점을 수용하기 쉬운 존재는 아니다.  

그래서일까? 인간이 먼 곳을 그리워하는 이유도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뇌에는 결정적 시기라는 것이 존재한다. 인간의 경우에는 대략 10년 정도의 기간인데, 이때의 환경과 경험이 인간의 뇌 구조를 완성하게 된다고 한다. 사화학에서는 이런 것을 사회화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던데, 실제로 뇌가 그런 과정을 통해 한국에서 성장하면 한국에 최적화된 뇌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성장한 지역에 최적화가 되었음에도 사람들은 먼 곳을 그리워한다. 이것은 고대부터 그러했고, 헤어짐, 성숙, 그리고 귀향이라는 것은 인류 공통의 단일신화라고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과정을 통해 끝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고자 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그 정도의 거리는 쉽게 갈 수 있어 쉽게 여행이라고 표현하지만, 고대에는 신화나 대서사시를 보더라도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사람들이 모험을 떠나게 된 이유는 자신이 그 과정을 거쳐 살아 돌아옴으로써 죽음의 공포를 잊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영생의 약초를 잃어버린 길가메시가 등장하는 삶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죽음에 대한 생각은 계속 머릿속을 지배하고,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으로 확장되어 나간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도 계속 머릿속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 어쩌면 비교적 이 이야기가 초반에 실려 있어서, 계속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에 붙들려 있었는지도 모른다. 바로,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사건을 취재하려다 참수를 당한 대니얼 펄의 이야기이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바로 그의 아버지 주데아 펄이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논리학자이자 수학자였는데, 자신에게 닥친 끔찍한 시련의 원인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그는 반복된 개입이라는 개념을 도출해낸다. 사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수천번을 그 상황을 반복해야 겨우 이해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김대식이 선정한 31가지의 질문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철학자들부터 일반인들까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았던 그런 질문들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정말이지 그 과정을 수천번, 아니 수억번을 더해봐도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물리적으로도 그런 시간이 나에게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가 책을 읽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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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엮음 / 채륜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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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거울로 삼으라는 말이 있다, 심지어 미래를 보려면 과거로 가봐야 한다고도 한다. 이번에 당시의 신문기사와 문헌자료 등을 통해서 구성해본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정말 역사는 우리의 자화상을 비추어주는 거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리 수없이 강산이 변하고 문명이 발전한다 해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말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비슷한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인형이 한국에 상륙하는 것을 환영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연애 결혼을 둘러싼 논쟁을 담은 신문기사, 성병에 대한 문제를 여성 특히나 화류계 여성에게 떠밀던 행태나 증권시장의 선물거래와 유사했던 미두거래를 통해 큰 부를 쌓았던 미두왕 반복창의 흥망, 어린이날의 진정한 의미를 포함해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아이들의 장난감을 사주기 위해 백화점에 줄을 선 지금의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본 이야기는 아름다움과 치장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하얀 옷을 즐겨 입었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여성의 노동과 경제적 부담이 필연적으로 수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곤 했는데, 안타깝게도 경제와 편의의 관점이 지배적이었던 거 같다. 그래도 그런 상황에서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색같이 미의식을 갖고 논쟁에 참여한 사람이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하지만, 과한 치장과 서구의 그것을 무차별적으로 모방하는 모습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그들이 지금의 우리를 보면 얼마나 놀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현대에도 유의미한 지적이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바로 안경기호병을 버리라는 것인데, 하이칼라의 필수적 요소로 안경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도 중학교 때인가, 무슨 영화를 보고 시력이 좋음에도 안경을 쓰고 싶어서 부모님을 졸랐던 기억이 있다. 물론, 지금은 시력보호차원에서 끼라고 해도 잘 안 끼지만 말이다.

또한, 치명적인 중금속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바르는 모습에 충격을 받곤 했는데, 얼굴의 일부가 녹아 내리거나 뇌까지 번져서 정신착란을 일으키기까지 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 글의 끝에는 피부가 좋아질 거라고 새로운 화학물질을 바르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서 조금은 뜨끔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여성들의 집착은, 정말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주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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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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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간판 앵커 출신 방송인 백지연의 소설 <물구나무>. 그녀의 에세이는 몇권정도 읽어 본적이 있는데 소설이라? 조금은 낯설게 다가왔지만, 책을 읽다 보니 더없이 익숙한 우리의 이야기 같은 느낌을 준다. 정말 쉴 새 없이 나의 학창시절로도 돌아가게 되는 느낌이랄까?

고교시절 절친이던 수경, 승미, 문희, 미연, 하정, 그리고 민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문대에 다들 진학하면서 그 우정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그렇게 단짝이던 친구들이 문과와 이과로, 성적순으로 짜인 분반으로, 그리고 수능이 끝나고 본고사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로 수없이 밖에서 강요되는 분류에 의해 나뉘어진다. 거기다 서로의 성적에 따라 갈라지는 대학부터 또 결혼과 출산이라는 것들이 다 그렇게 사람들의 관계를 조금씩 흩트려놓기도 한다.

<물구나무>속에 등장하는 절친들 사이에서 민수는 미팅사건이라는 작은 에피소드로 그들과 멀어지게 된다. 사람들이 멀어지는 방법이 정말 제각각 이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했다. 그렇게 친구들과 멀어진 민수는 인터뷰이로 자리를 잡게 되고, 27년이 흐른 어느 날 수경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집안에서 성장하여 치과의사가 된 하정의 의문의 죽음이 그들을 다시 모이게 하는데, 인터뷰이인 민수가 중심이 되어 이제는 중년의 여인이 된 친구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미스터리인가 싶었지만, 이야기는 수많은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친구들의 삶 속으로 흘러간다.

뭐랄까? 참 나와 닮은 듯한 이야기도 많았고, 내가 지금 하는 고민들이 많이 녹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추천평을 쓰신 소설가 황석영이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자기 주체를 확립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호소하고 있는 듯 하다라고 이야기 한 이유를 너무나 잘 알게 되는 소설이기도 했다. 사실 나는 가끔은 나만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소설 속의 등장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아버지와의 가지각색의 관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대학을 입학하고도 축하 한마디 듣지 못했던 민수도 그러했다.

그래서 에필로그에서 등장한 민수와 민수 아버지의 대화가 그렇게 마음에 남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민수의 머릿속을 헝클어버릴 책이라 걱정하며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겨둔 이야기가 꼭 우리 아빠 같아서 더욱 마음이 갔다. 물론 나는 굳이 꺼내보는 딸이긴 했지만…… 그리고 나도...... 누군가의 아들이었단다라는 말이 내 가슴속에 쿵 하고 자리잡은 것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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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이룸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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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___년이다.

빈칸을 채우시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바로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문제의 답을 바로 쓸 수 없었던, <독학獨學>의 저자 시라토리 하루히코처럼 불교에 대한 책을 집필할 수는 없다. 불교가 지배층, 상류층을 중심으로 포교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절의 돌층계가 그들이 말을 타고 와야 하기 때문에 높아졌다는 것은 잘 모른다. 물론 나 같은 체계의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시험을 본다면 내가 더 많은 점수를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성인이다. 그래서 그런 시험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운 상태이다. 그런데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정답을 맞추는 기술을 배우는 것에만 익숙하다.

그래서 그녀는 라는 질문으로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찾으며 공부하는 <독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독학의 중요성 중에 또 하나는 공부를 하는, 책을 읽는 그러니까 지식의 형태로 나타나는 결과보다도 과정에 있다. 세상에 대한 의문과 더 나은 가치에 대한 탐구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인데, 그녀의 책 <초역 니체의 말 2>에 담긴 내용을 인용한 부분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가끔은 나 자신이 딱딱해진다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나에게 익숙한 것들을 답습하려는 경향을 보일 때 특히나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독학은 그런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해주고 있었다.

또한, 그녀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생각하기라는 것이다. 생각하기를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얻을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생각하기를 좀 더 체계화하는 독학자의 프리노트같은 방법을 알려주기도한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은 독서가이지만, 생각하는 것은 독학이라는 지적이 나의 독서습관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또한, 책을 읽을때도 방관적 자세로 읽기라는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게 만들어 주었다. 가끔 나도 지적 허영심 때문에 내가 읽기 버거운 책들을 사곤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 책을 통해, 그렇게 산 책들에게 짓눌리는 나에게 한줄기 빛을 던져주었다. ‘평생교육이 아닌 독학이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임을 알게 해주는 책이 바로 <독학獨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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