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공항을 읽다 - 떠남의 공간에 대한 특별한 시선
크리스토퍼 샤버그 지음, 이경남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학, 공항을 읽다> 제목을 보는 순간 떠오른 책이 바로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이다. 아마 나는 나에게만 몰두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비행기에서의 시간과 현실로 돌아오게 만드는 공항, 특히나 비슷하게만 생긴 수화물들 중에 나의 짐을 찾아야 하는 지상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던 느낌을 기대했던 거 같다. 이 책의 작가 크리스토퍼 샤버그는 영문학 중에서도 현대문학 빛 비평이론 교수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문학이라는 도구로 공항을 읽어준다. 하지만 나의 부족한 소양 탓에 꽤나 어렵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어떤 외계인이 공항을 관찰하게 된다면, 그 모습이 가히 기괴하게 느껴질 것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컨베이어 벨트에 가방을 올리고 주머니에 있는 물건을 꺼내놓고 신발을 벗고, 보안검색대를 지나면 그 과정을 또 역으로 수행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국가보안이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 과정에 참여하는 공항직원들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였다. 특히나 9.11테러 이후에 강화된 공항보안은 합리적인 통제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주 작은 가능성까지 통제하려고 하는 행태가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남는 거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도 공항 보안과 심사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장에 걸쳐 다루어진다. 보안과 여흥의 불확실한 교차점, 속도와 보안의 경쟁점같은 표현들은 사람들이 조금은 귀찮지만 괜히 불안한 감정으로 지나가야 하는 그 시간에 대한 양가적인 의식들을 잘 드러내주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나는 공항이라는 공간은 여행의 시작과 끝 같은 느낌이랄까? 설렘과 아쉬움 때로는 따분한 기다림이 교차하는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것은 바로 1장 공항 읽기였다. 요건 조금 조심해야 하는데, 공항, 읽기 사이에 라는 접속사가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바로 공항에서의 독서에 대한 이야기인데,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던 거 같다. 비행기나 공항에서 읽을 책은 주로 미스터리 추리소설이기 쉽다. 그래서 기다리는 시간을 몰두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그렇게 오픈된 공간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는 혹은 혼자 낄낄 웃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게 정서적 몰두는 떨어지는 책이 딱 이라는 이야기에 정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을 얻는 프란치스코 리더십의 12가지 비밀 - 나는 여기 아래 서겠습니다
제프리 A. 크레임스 지음, 백혜진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란치스코 교황, 그는 그 누구에게도 완벽을 요구하지 않고 그 사람의 모습 그대로 포용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런 리더의 모습은 그 동안 우리가 봐왔던 리더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리더십 전문가, 제프리 A. 크레임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과 행동을 분석하여, 이 책을 집필했다. 바로 <사람을 얻는 프란치스코 리더십의 12가지 비밀> 이 책의 부제는 나는 여기 아래에 서겠습니다인데, 책을 다 읽고 기억에 가장 많이 남은 말은 "내가 무슨 권리로 뭐라 하겠습니까 Who am I to judge?"이다. 이 말은 심지어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표하는 다섯 단어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는 말뿐만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도 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부터가 일단 상대를 판단하는 데 무척 열심이다. 심지어 짧은 첫인상만으로도 호불호를 정하곤 하는데, 교황은 자신에게는 누군가를 판단할 권리가 없다고까지 말한다. 처음에는 판단하지 말고 평가하라는 말이 왠지 말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차이가 명확하게 존재했고, 판단과 평가의 사이에는 사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진정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 심지어 요즘 젊은 사람들의 말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말이 독백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경청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그의 설교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3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라는 글을 읽으면서, 세상에 중심에 성당이 있지 않다고 걱정하기보다, 누구보다 열려 있는 성당이길 바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념이 더욱 뚜렷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7실용주의를 선택하라는 직접 다가가서 그들의 곁에 서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게 해주었다. , 그래서 나는 여기 아래에 서겠습니다라는 말이 부제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온종일 아픈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이 어떻게 좋은 판단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어서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어쩌면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면, 더 넓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바라본 세상은 지극히 피상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더욱 크다.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부딪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곁에 설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십을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을 만나러 간다 파리 도시의 역사를 만든 인물들
마리나 볼만멘델스존 지음, 장혜경 옮김 / 터치아트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누군가는 편견이나 허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가본 수많은 도시 중에 가장 로맨틱한 도시를 꼽으라면 파리를 이야기 하고 싶다. 어쩌면 나는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여행의 즐거움에 빠져있을 때 그런 일상 속의 작은 사치에 참 잘 어울리는 도시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러 간다 파리>를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이 그 곳에서 살아가고 사랑하고 일해온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빛의 편린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파리에서 살아간 스무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께서 내게 생명을 허락하신다면 나는 내 나라에서 일요일에도 닭고기를 먹지 못하는 농부가 없도록 살피겠노라."던 앙리 4세가 그 기틀을 다졌다면, 국가의 황금기를 이끈 루이 14세는 빛의 중심에 파리를 두었다. 그리고

파리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고자 했던 나폴레옹이 함께해 파리는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평화만큼 사랑에 충실했던 인물인 앙리 4세의 기마상이 보이는 곳에 있는 도핀 광장, 그 곳은 황태자의 탄생을 기뻐하며 그가 만들어낸 공간이라고 한다. 도핀광장은 인기 높은 만남의 장소라고 소개 되어 있었는데, 언젠가 도핀광장에서 만나자고 하는 사람은 따듯한 사람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앙리 4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그의 영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도시의 틀을 잡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 곳을 각양 각색의 색으로 물들인 사람들도 있었다. "맛난 요리가 만복의 근원이다."라고 말했던 미각의 왕 오귀스트 에스코피에, 그리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더해준 코코 샤넬이 있었다. 그리고 파리하면 떠오르는 사람으로 오래 간직하고 싶은 인물은 바로 이브 생 로랑이다. "한 여성이 입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옷은 그녀가 사랑하는 남성의 포옹이다. 그러한 행운을 발견하지 못한 여성을 위해 내가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는데, 이 말이 그렇게 아름답게 다가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의 뮤즈라고 하는 카트린 드뇌브의 사진을 꽤나 찾아보기도 했다. 이브 생 로랑이 남긴 말이 어쩌면 파리라는 도시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사랑을 아직 찾지 못한 여성을 위한 도시? 너무 과장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파리가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성의 몰락 - 이재용(JY) 시대를 생각한다
심정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4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어닝쇼크, 즉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도 저조한 영업이익을 낸삼성. 거기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와 후계문제까지 겹쳐서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불안함이 더해지고 있다. 하기사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전자제품에서 혁신적이고 첨단을 달리는 회사는 소니었다. 책에서 소개된 GM의 몰락보다는 뭐랄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소니의 몰락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거 같다. 물론 소니가 일본에서 차지하는 위상보다는 GM이 미국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조금 더 삼성과 닮았다. 특히 미국에서 한때 "GM이 곧 국가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은 것이다"라는 말이 통용되곤 했다니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지금과 닮아있기는 하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몰락>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삼성맨 출신 칼럼니스트 심정택이 쓴 이 책은, 갤럭시는 저무는가, 경영권 승계와 기업문화, JY BJ시대, 플랫폼 장악과 생태계 구축까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삼성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뒷이야기와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인물과 조직에 대한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었다.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움직이는 삼성, 그리고 양날의 칼인 언론을 다루는 삼성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물론 이재용 부회장의 이니셜 JY가 사회전반에 일반화되어 있고,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되었다는 이야기에는 동의하기 어려웠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이야기도 관심 있게 읽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에는 오래 전부터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개인 이미지 관리 전담 팀이 움직이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에 비해서는 성과가 크지 않다는 것에는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1장과 4장이 인상적이었는데, 가격경쟁력과 고가제품 사이에서 방황하는 삼성브랜드라는 평이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갤럭시라는 브랜드가 외국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잘 평가하고 있는 말이기도 했다.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 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을 점유하기 시작했던 갤럭시이지만,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이 고쳐가는게 경쟁력"이라는 마오쩌둥식의 사업철학을 앞세운 레이쥔의 샤오미에게도 유효한 전략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업의 본질은 제조라는 삼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4장을 보면서는, B2B사업과 B2C의 균형을 적절하게 가져가고 있는 삼성의 포트폴리오 자체는 상당히 유효한 것이 아닌가 하는 나의 생각에 다른 각도를 제시해주어서 도움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동화를 신은 마윈 - 알리바바, 마윈이 공식 인정한 단 한 권의 책
왕리펀.리샹 지음, 김태성 옮김 / 36.5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중국에 컴퓨터나 인터넷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창업을 시작한 마윈의 알리바바는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중국 전자 상거래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작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상장 첫날, 인터넷 기업 중 구글의 뒤를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한국에서는 약간 생소했던 인물, 마윈에 대한 책이 여러 권 출간되기 시작했는데, ‘마윈이 유일하게 공식 인정한 책은 그의 청년시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결정적 순간 27개를 다룬 <운동화를 신은 마윈>이다. 물론, 최근 알리바바는 중국당국과 갈등을 빚으며 힘겨운 행보를 걷고 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왠지 이 시기가 나중에 결정적 순간 28로 기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윈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이 소프트뱅크를 이끌고 있는 손정의이다. 알리바바의 상장으로 2000년에 알리바바에 투자를 했던 손정의가 큰 부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마윈에게 6분만에 2.000만 달러의 투자를 한 것은 하나의 신화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그 순간 역시 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알리바바의 CFO 차이충신의 존재였다. 저돌적인 추진력과 실행력을 갖고 있는 마윈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움직이는 차이충신은 알리바바의 중심을 잘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언변이 좋다고 할까? 그의 어록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달변가인 마윈이지만, 그의 능력이 돋보이던 자리가 인터넷 포럼 서호논검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무협소설을 좋아했던 그는 진융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으로는 김용의 무협소설을 모티브로 하여 기업문화를 확립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정체가 바로 서호논검이었다. 서양에는 익숙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중국문화권에서 진유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나 역시 그의 작품을 즐겨 읽어서일까? 소오강호를 빗대어 한 마윈의 연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그가 꿈꾸는 세계 최대의 전자 비즈니스 회사를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의 형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중국적인 문화로 자신의 목표를 설명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그의 모습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식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