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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수업 - 천재들의 빛나는 사유와 감각을 만나는 인문학자의 강의실
오종우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1월
평점 :
인문학자가 바라본 예술에 대한 이야기, <예술 수업> 이 책은 성균관 대학교에서 최고의 명 강의로 손꼽히는 ‘예술의
말과 생각’을 책으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예술과
철학 등 여러 분야에서 축적된 인문학적 깊이를 만날 수 있는 강의가 있다니 놀라웠다. 물론 풍부한 자료와
QR코드까지 활용하여 잘 짜인 책을 만나는 것도 너무 기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다면 강의를 직접 들어보고 참여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시간과 공간은 균일한 성질을 갖고 있지만, 인간의 행위가 얽히면서
수많은 의미를 갖게 된다고 한다. 이 말을 처음 읽었을 때는, 일반론적인
이야기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통해 ‘예술이 삶의 진실을 담는 법’을 다룬 8강을 읽으면서는 그 말이 또 다르게 다가왔다. 단편소설이라 소설을 다 실어놓고 있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사랑의 만들어내는 환상이 갖는 마력에 대해서 생각했다. 자신의 부인을 저급한 여성으로 이야기하는 남자지만, 과연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러했을까? 아니 그가 수없이 만났다는
여성도 그러하다. 아마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인 안나가 깨우쳐준 것처럼 느끼는 사랑의 의미를 그때도
느꼈을 것만 같아서 하나의 농담이 아니라 지극히 이기적인 말장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은
다른 사람들 버지니아 울프나 수전 손택 같은 경우에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역시 나와 다른 접근방식으로 이 단편소설을 설명한다. 예전에는 소설을 읽고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깊은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나를 보며, 감수성이 메말라 버린 거 같아서 안타깝게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어쩌면 나의 독서 역시 인간의 행위가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의미 중의 하나가 아닐까라며 조금은 시각을
달리해볼 수 있기도 했다.
햄릿의 3막 1장을 통해
‘불완전한 인간의 완전한 비극’을 다룬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우리 말로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유명한 대사의 의미를 탐구해보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비극의 의미와 인간의 가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햄릿에 해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을
찾아보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무나 단순하게 해석된 저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지 않고 그저 저 대사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어쩌면 저 유명한 대사에 관련된 사람들의 반응 역시도 ‘불완전한
인간의 완전한 비극’이 아닐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