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자크,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14
닐 웬본 지음, 이석호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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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음악의 아버지드보르자크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슬라브 춤곡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간 공연장에서 앙코르곡으로 연주되었던 짧은 곡이었는데,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었다. 물론 대표곡을 꼽으라하면, 팍스아메리카나를 노래속에 그대로 담아낸 듯한 신세계 교향곡을 떠올리겠지만, ‘슬라브 춤곡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그대로 녹아내린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잘 어울리는 거 같아 즐겨 듣는 음악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14번째로 드보르자크가 선정되어서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드보르자크, 그 삶과 음악>, 정말 제목이 정직하다고 할까? 체코 보헤미아 지방의 가난한 푸줏간집 아들로 태어난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이야기가 섬세하게 담겨 있었다. 섬세하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드보라자크의 회상과 그 시대의 상황 그리고 기록들을 씨줄과 날줄로 엇갈리며 짜내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발견한 드보르자크는 자신의 꿈을 향해 성실하게 때로는 엄격하게 나아갔는데,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던 것은 그의 엄격함이다. 그는 비올라로 생계를 꾸리며 긴 시간을 보냈는데, 그 당시를 회고하며 불쏘시개로 쓸 종이만큼은 부족했던 적이 없노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물론 자신의 음악에 지극히 엄격했던 그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그래도 불쏘시개로 쓰지 않고 어디다 쌓아두었다면 후대에 남기고 싶어 했던 자신의 선물을 조금 더 다양하게 만들지 않았겠는가?

영국방문을 통해서 세계적인 명성을 확인하고, 미국 국립 음악원장에 취임하면서 미국 음악계의 정체성을 제시하고 했던 그이지만 그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했던 곳은 바로 자신의 나라 체코이다. 물론 평론가들은 그가 오페라에 열중했던 시절을 폄하하기도 했지만, 체코 국민의 민족 정서를 잘 녹여낸 자신만의 오페라를 만들고 싶어했던 그의 마음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면에 비해서 그의 음악세계는 그의 외부적 상황과는 또 다른 흐름을 갖고 있었다. 아이들이 잇따라 죽는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음악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격렬한 감정과 엄격한 형식적 통제의 결합이라는 문구를 만나게 되었다. 드보르자크의 삶과 그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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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펜터의 위대한 여행
김호경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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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호텔왕이자 미시시피 지역사회를 위한 사업을 펼쳐온 데이비드 카펜터의 사망한지 10년 후,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고향 미시시피에 카펜터 기념관이 설립된다. 데이비드 카펜터가 남긴 유품을 판매하는 자선바자회에서 25달러를 주고 소설책 한 권을 구입한 남자는 실수로 그 소설이 바자회에서 판매되었다며 애타게 찾는 데이비드 카펜터의 아들 헨리 카펜터의 광고를 보고 그를 만나러 가게 된다. 헨리가 찾던 것은 소설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낡은 메모지 한 장이었다. “그 메모지는 대체 뭡니까?” 라는 질문으로 국제시장의 작가 김호경의 신작 <카펜터의 위대한 여행>은 시작된다.

그 낡은 메모지에는 'thanks to', 'sorry for'로 분류된 사람들이 인적 사항이 적혀 있었는데, 그것은 데이비드 카펜터가 자신의 일생을 통해 고마워한 사람, 그리고 미안해한 사람들의 목록이었다.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데이비드는 인생에 큰 위기 앞에 좌절한 아들과 함께 짧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물론 평소에 자신에게 무관심하던 아빠를 원망하던 헨리는 갑작스러운 여행을 거부하지만, 평소 그렇게 원했던 차를 사달라는 조건으로 여행을 수락하게 된다. 물론 이 여행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처음에 문제가 되었던 소설책 역시 데이비드가 미안해하는 사람이 있는 서점에서 구매하기는 하지만, 그 사람은 끝내 데이비드를 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여행을 통해 헨리는 아빠가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학교의 농구스타였던 헨리가 한 순간에 그 위상과 꿈을 다 날려버리는 과정이 나온다. 그리고 떠밀리다시피 휴학과 여행을 결정한 헨리에게 선생님이 한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모든 것이 맘대로 안되고, 꿈꿨던 것이 무너지는 그런 때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성장하고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수없이 그런 순간에 부딪치곤 했다. 물론 그 때마다 나 자신이 성장해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그 시간들을 다 지나쳐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에게도 고마운 사람도 미안한 사람도 물론 생겨났다. 그들에게 그 말을 전하는 것은,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데이비드 역시 20명의 사람에게 그 말을 다 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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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수업 - 천재들의 빛나는 사유와 감각을 만나는 인문학자의 강의실
오종우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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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가 바라본 예술에 대한 이야기, <예술 수업> 이 책은 성균관 대학교에서 최고의 명 강의로 손꼽히는 예술의 말과 생각을 책으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예술과 철학 등 여러 분야에서 축적된 인문학적 깊이를 만날 수 있는 강의가 있다니 놀라웠다. 물론 풍부한 자료와 QR코드까지 활용하여 잘 짜인 책을 만나는 것도 너무 기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다면 강의를 직접 들어보고 참여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시간과 공간은 균일한 성질을 갖고 있지만, 인간의 행위가 얽히면서 수많은 의미를 갖게 된다고 한다. 이 말을 처음 읽었을 때는, 일반론적인 이야기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통해 예술이 삶의 진실을 담는 법을 다룬 8강을 읽으면서는 그 말이 또 다르게 다가왔다. 단편소설이라 소설을 다 실어놓고 있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사랑의 만들어내는 환상이 갖는 마력에 대해서 생각했다. 자신의 부인을 저급한 여성으로 이야기하는 남자지만, 과연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러했을까? 아니 그가 수없이 만났다는 여성도 그러하다. 아마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인 안나가 깨우쳐준 것처럼 느끼는 사랑의 의미를 그때도 느꼈을 것만 같아서 하나의 농담이 아니라 지극히 이기적인 말장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은 다른 사람들 버지니아 울프나 수전 손택 같은 경우에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역시 나와 다른 접근방식으로 이 단편소설을 설명한다. 예전에는 소설을 읽고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깊은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나를 보며, 감수성이 메말라 버린 거 같아서 안타깝게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어쩌면 나의 독서 역시 인간의 행위가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의미 중의 하나가 아닐까라며 조금은 시각을 달리해볼 수 있기도 했다.

햄릿의 3 1장을 통해 불완전한 인간의 완전한 비극을 다룬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우리 말로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유명한 대사의 의미를 탐구해보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비극의 의미와 인간의 가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햄릿에 해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을 찾아보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무나 단순하게 해석된 저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지 않고 그저 저 대사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어쩌면 저 유명한 대사에 관련된 사람들의 반응 역시도 불완전한 인간의 완전한 비극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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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사 편력 2 - 근대에서 현대까지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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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도 그 의미를 잃지 않을 역사적 사건 94개를 모은 <나의 서양사 편력 2>권은 근대에서 현대까지를 다루고 있어서, 조금 더 우리와 가까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부분들이 재미있었다. 케이트 윈슬릿 주연의 영화 물론 원작도 너무 인상적이던 <더 리더> 194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이다. 문맹자이고 그것을 몹시나 수치스럽게 여기던 여주인공의 이야기 속에서 이 책의 저자 박상익은 그 시대에 이미 문맹이라는 것이 부끄러운 상황이었던 독일의 현실에 주목한다. 19세기 초부터 국민 교육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문맹퇴치를 시작했던 독일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나라와 연결되는 고리가 없을 것처럼 느낄지도 모른다. 현대 한국의 문맹률은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기부터 독일이 집중했던 것은 그저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낮은 독서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을 보며 역사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봐야 할지 잘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언어학을 배우다 보면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고 나 역시 매우 자랑스러워 하곤 했다. 하지만 괴테는 독일어의 우수성을 자랑할 때, 다른 것도 아닌 독일어의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사람들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 물론 진학이나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영어를 알면 더 많은 그리고 양질의 컨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자료 역시 영어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괴테의 접근이 얼마나 유의미한 것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버락 오바마의 친아버지 오바마 시니어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만연한 불통과 비합리적인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준다. 술집에 간 오바마 시니어는 그가 단순히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폄하하는 백인을 만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싸움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오바마 시니어는 그를 설득하여 스스로 깨닫고 사과하게 만든다. 물론 오바마 시니어의 선택 역시 탁월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백인의 모습도 우리 사회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모습인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역사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현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가 무엇을 봐야 할지 잘 정리해준 책이라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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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사 편력 1 - 고대에서 근대까지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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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가늠해보고자, 서양사를 들여다보며 반면교사를 찾고자 한 <나의 서양사 편력 1>은 고대부터 근대의 전반기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오랜시간 연구한 존 밀턴에 관련된 글 5편이 더해져 있는데, 그가 손꼽은 결정적인 장면들은 그 자체로는 짧은 분량이지만, 단순히 암기식으로 배우는 역사가 아닌 우리가 지금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정확히 찾아내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반달리즘과 피맛골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반달리즘 하면, '고의 또는 무지에 의해 예술품이나 공공시설을 훼손하거나 약탈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반달리즘의 단어의 유래도 내가 아는 것과 조금은 다른 면이 있었다. 실제로는 새로운 로마를 만들고자 옛 로마를 파괴했던 로마인들 자신이 더욱 많은 훼손을 했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외국을 나가면 그 곳의 풍경이 한폭의 그림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물론 우리가 사는 곳과 다른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자신들이 살아온 도시의 모습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일때도 많다. 그럴때마다 과거와 너무나 단절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참 안타깝다. 그런데 그나마 남아있는 흔적도 새로운 서울을 만들겠다며 파괴한 결과가 바로 피맛골이다. 피맛골은 '피마避馬에서 유래되었는데, 벼슬아치들을 피해 종로 뒷편 골목으로 사람들이 피해서 왕래하게 되면서 화려하게 꽃핀 서민문화를 간직하고 있던 공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그런 유래를 떠올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새로운 로마를 만들고자 했던 로마인이나 반달리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동안 마케팅에 관련된 업무를 해와서, 눈에 확 들어왔던 이야기가 있다.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였던 베네치아와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황금사자상인데, 그런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는 마케팅 기법이 이미 중세에 만들어졌다는 것은 상당히 놀랍기도 했다. 그리고 과인은 국가와 결혼을 하였다라고 말한 걸로 기억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1세가 유럽의 많은 구혼자들을 대상으로 요즘 말하는 밀당을 하면서 잉글랜드의 위상을 올렸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또한 007시리즈로 유명한 제임스 본드가 그녀의 스파이였던 존 디를 모델로 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007일까 생각해본적도 있는데 그저 행운의 표상이려니 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여왕의 비밀스러운 눈이라는 두개의 원과 성스러운 행운의 숫자인 7이 어우러진 것이라고 한다. 그 시대에는 숫자에도 힘이 있다고 여겼다고 한다. 007 제임스 본드의 힘은 중세부터 이어져 온 것이 아니겠는가?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중간중간에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도 등장해서 더욱 몰입해서 읽게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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