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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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고양이 서재> 하루종일 서재에 책 사이를 지나다니는 고양이고 싶었다는 장샤오위안의 책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나의 또다른 취미생활중 하나인 십자수로 그려낼 수 있는 그림인 책장에서 잠든 고양이가 자꾸만 떠올라서 책을 읽는 내내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거기다 새로 편찬해서 내놓은 책을 딸에게 선물해주어도 예전 책을 추억이라며 아끼는 이야기는 너무나 나랑 닮아 있어서 괜히 친구처럼 느껴지는 책이기도 했다.

그는 문화대혁명이 일어난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다. 봉자수라고 하여 봉건주의, 자본주의, 수정주의에 해당하는 그리고 중국의 전통문화, 서구문화까지 거의 모든 책이 독초로 분류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책을 사랑하게 된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책을 유포시키는 허브 역할을 했고, 부모님 덕에 조금 길게 빌려볼 수 있는 책들은 직접 필사를 했을 정도로 책에 대한 열정의 뛰어났던 인물이다. 특히 그때는 중국 고전 문학을 정말 좋아했는데, 시를 짓는 율격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에게 혼이 난 후, 스스로 수많은 율시를 골라 정리하고 규칙을 찾아낼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게 문학에 빠져 있던 그이지만, 대학은 또 이과쪽으로 갔다가 대학원은 또 문과와 이과를 연결시키는 과학사를 공부했다. 그의 대학 입학 성적표를 보면 이과랑은 전혀 적성에 맞지 않았던 나의 성적 분포를 보는 느낌이랄까? 지금은 과학사학자이자 천문학자 거기다 저자, 번역가, 편집자, 서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인물이기도 하다. 상하이 천문대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다, 아직 그렇게 노인처럼 보낼 나이는 아니라는 친구의 조언에 상하이 교통대학교에 중국 최초로 과학사학과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그의 서재는 이동책장을 통해 이만 권이 책을 수납하여, 많은 매체에서 취재를 오기도 했다니 여러모로 참 흥미로운 인물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딸과의 일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책에 대한 탐욕을 그대로 닮은 딸과 딸의 취향이 다시 아빠에게 영향을 주는 그런 이야기었다. 나 역시 아빠의 독서습관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책을 읽다가 너무 좋은 책은 새로 구입해서 아빠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또 아빠가 책을 읽고 남겨놓은 메모를 보고 내가 읽을 책을 고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활자중독인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공감할 거리가 많은 책이기도 하고, 서평을 쓰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팁이 많고 또 우리에게는 조금은 낯선 중극 현대사회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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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이야기 - 다윈에서 뇌과학까지 생물학의 모든 것
김웅진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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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은 우리에게 친숙한 과학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피상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학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생물학의 전반적인 흐름과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을 정리해서 묶은 <생물학 이야기>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물론 처음부터 시대적 순서에 맞게 읽어나가는 것도 좋겠지만, 나처럼 궁금한 이야기들을 먼저 찾아보고, 다시 정리하는 것도 괜찮은 접근법이다. 좀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원하거나 탐구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생물학 단상이나 더 깊게 이해하기같은 중간코너도 있지만, 어렵게 느껴진다면 읽지 않아도 책을 이해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내가 이 책에서 관심 있게 본 것은 바로 진화에 대한 것이다. 진화론 하면 필연적으로 떠오르는 다윈과 그를 지지하고 수호한 헉슬리 가문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디스토피아 소설 멋진 신세계를 쓴 작가 올더스 헉슬리 역시 이 가문 출신이었다. 하지만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진화는 멋진 신세계에 구현되어 있는 인간의 구상과는 또 어쩌면 진화론 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막연히 떠오르는 적자생존 같은 형태와도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되기도 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진화는 물론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그를 통해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즉 우성한 종류만을 남기겠다라는 식의 접근과는 다르다. 물론 생존과 생식에 필요 없는 기능을 퇴화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환경에 맞게 최적화된 상태로 적응할 수 있게 진화해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생태계의 서식공간이 다양해지면서 종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거기에 맞추어 생태계의 공간이 세밀화되는 선 순환이 이루어져 온 것이다.

물론 이런 진화는 아주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단순한 유전 형질의 분포는 짧은 시간 내에 변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부모가 키가 작지만 충분한 영양공급이라는 환경을 통해 아이들의 키가 클 수 있는 것이다. 내 사촌동생들만 해도 부모님은 키가 그 시대에도 작은 편이었지만, 동생들은 180보다 약간 작거나 약간 크다. 그리고 이모와 이모부가 얼마나 아이들을 잘 먹였는지는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 이 역시 진화의 한 형태인 것이다. 물론 걸어 다니는 고문서라는 표현처럼 우리의 뇌는 문명 이전의 삶에서 진화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유연하고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진화이기도 했다. 그래서 자연은 시계 같은 정밀기계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만들 수 있는 인간의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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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2-26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 에라스무스 다윈이 이미 동물 발생에 대한 진화설에 기초를 두고 이론을 전개했더군요. 그러니까 찰스 다윈이 짠~한 것도 아니라는...우리는 앞세대의 모든 걸 계승발전시키는 단계이겠죠.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쓴 음모론과 위험한 생각들
캐스 선스타인 지음, 이시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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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 R. 선스타인, 그의 책 심플러넛지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에도 상당히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솔직히 갈피를 잘 못 잡겠다. 그가 서문에서, 학계에서는 상식이 제약요소가 되지 않는다라는 언급을 한 것이 기억이 난다. 학계에 발표되는 논문들이 상식선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발표될 가치조차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러하다. 어떻게 보면 상식이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의심하지 않고 수용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제시하는 것이 학자들의 역할일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책의 제목이다.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쓴 음모론과 위험한 생각들이라는 부제가 있기는 하지만,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라는 제목은 아무래도 음모론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위험한 생각에 대한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된다. 심지어 음모론 역시 위험한 생각의 하나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음모론에 대한 시각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음모론이 전파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그렇게 느껴지는데, 그 메커니즘을 깨닫지 못한다면 음모론을 어떻게 사회에서 희석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사람들이 끔찍한 사사건 접했을 때, 느끼게 되는 강렬한 감정들이 자양분이 된다. 그래서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선택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감정의 눈덩이 효과가 수반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게 된다. 또한 정치적 신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실험을 통해 집단 극단화와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기반으로 특정 사건의 가능성을 추론하는 가용성 휴리스틱같은 이론들이 음모론의 메커니즘을 분석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그런 사회적 아노미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것은 바로 인지적 침투이다. 즉 음모론을 강력하게 신봉하는 집단에게 인지적 다양성을 불어넣자는 것인데, 서문을 읽을 때 여기에 대한 상당한 논란이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아마 음모론에 대한 부분만 읽는다면, 나 역시 고개를 갸웃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주의와 중간주의에 대한 이야기까지 읽고 나니, 그가 제시하는 인지적 다양성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대략 갈피가 잡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침투라는 단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거 같은데, 그가 자신의 책 넛지에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표현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뿐만 아니라 동물의 권리 동성결혼 같은 사회담론에 다양한 면모들을 살펴보고 극단적인 의견들에 대한 부분들도 짚어주는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런 것들이 모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포석을 놓는 느낌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매끄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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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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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DJ 아크의 상상라디오. 모든 것이 내 상상력에 달려 있는 그런 라디오다. 심지어 그의 목소리 결까지도 내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어서, 할아버지의 조금은 느리지만 따듯함이 담긴 어조를 더해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분명 6M 높이의 쓰나미라고 했는데, 그의 몸이 붕 떠올라 도착한 것은 어느 높은 삼나무 위다. 그리고 그의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손에 들려 있는 방수핸드폰만 간헐적으로 켜졌다 꺼지곤 했다. 이 즈음 되면,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2011 3 11일에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때 세상을 떠나야 했던 그리고 남겨져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는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즐겁게 라디오를 진행한다. 이야기가 끝나면 음악도 선곡해서 틀어주는데, 매번 그 노래를 찾아서 듣느라 더욱 감상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물론 상상라디오니까 듣지 않아도 좋고, 음소거를 해도 좋다고 했지만 하나하나 다 찾아서 들어보니, 이 책이 갖고 있는 감성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음악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아내의 추천곡, 그리고 그가 자신의 소멸을 예감하는 순간에 트는 노래 밥 말리의 ‘Redemption Song’. ‘All I ever had, redemption songs These songs of freedom Songs of freedom’라는 가사와 함께 그의 작별 인사가 들려오는 듯 해서 애틋했다.

사실 그가 상상라디오를 진행하며 애타게 기다린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의 아내이다. 그래서 상상라디오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그의 말에,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쪽에 없다라는 의미라는 말은 그가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혹시 저기 혹시 설마그런 마음으로 그래도 아내를 기다렸지만, 우리 쪽에 없다는 것은 그녀는 살아있다라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그는 도리어 기쁨이 넘쳐흐른다고 말한다. 물론 자신을 찾아와 말을 거는 아버지와 형에 대한 현실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기에 코린 베일리 래의 ‘The Sea’를 선택하게 되지만 말이다.

물론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의 교차점이라던지, 살아남은 사람의 추억도 죽은 사람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다 마음에 와닿았지만, 왜 그런지 몰라도 그냥 그의 상상 라디오그 자체를 즐기며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을 쓴 작가에게는 참 별난 독자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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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 자서전
마크 트웨인.찰스 네이더 지음, 안기순 옮김 / 고즈윈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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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히게 생생하다"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의 책 띠에 있는 라이브러리 저널의 평가였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쇠퇴하는 것이 슬프기 짝이 없다며 마치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어린 시절 삼촌 농장에서 즐겼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반 페이지 넘게 펼쳐지는데 정말 침이 꼴딱 넘어가게 묘사한다. 그리고 12살 무렵에 농장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특히 그를 중심으로 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편의 소설처럼 펼쳐진다. 조금씩 헛갈려할 때도 있지만, 자신의 작품 속에 어떻게 녹아 들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작가로 성공하고 나서, 자신을 속인 사람부터 정말 여러 사람을 꼼꼼하게 챙겨주는 장난인 듯 진심 가득한 저주까지 읽어서일까? 기억력에 대한 한탄을 쓴 마크 트웨인이 왠지 펜을 다시 들면서, 입 꼬리를 쓰윽 올리며 악동처럼 웃었을지 모른다는 상상까지 가능해진다.

사실 자서전은 감동적일 수는 있지만, 재미있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은 재미와 감동 그리고 그의 삶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볼 수 있는 행복한 경험을 준다. 사실 나는 마크 트웨인이 동화작가라고 생각했었다. 어린시절 읽었던 세계명작에 톰소여의 모험왕자와 거지가 있었기 때문인데, 언젠가 대학에서 문학사를 배울 때 그에 진정한 면모를 알게 되었다.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한지 2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 1800년대 마크 트웨인의 작품 톰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출판되었다. 그리고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미국인의 정체성을 완성시킨 미국의 아담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헤밍웨이는 모든 미국 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나온다다고 평가했을 정도이다. 그때 수업을 듣고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기는 했는데, 교수님이 말한 미국적 실용주의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는 얕은 한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을 통해, 그의 삶의 굴곡을 함께 오가고, 그가 바라보았던 미국의 성립부터 남북전쟁 그리고 미국의 자유주의와 노예의 존재가 갖는 이질감, 또한 황금주의에 물들어가는 미국을 함께 바라보면서, 도리어 그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했는지 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그의 작품들을 꼼꼼히 챙겨서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삶뿐 아니라 작품들까지도 잘 스케치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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