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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 2014 앙굴렘 국제만화제 대상후보작
톰 골드 지음, 김경주 옮김 / 이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골리앗과 다윗, 모두가 두려워하는 거인 골리앗을 하나님에 대한 신실한
믿음으로 이겨낸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이다. 전신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거인이지만, 돌팔매로 불가능해 보이는 승리를 거두어낸 다윗, 얼마 전에는 말콤
글래드웰이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책을 통해서, 근접전투에 대비한 골리앗의 약점을 파악한 다윗을 예로 들어서 룰을 바꾸는 게임체인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골리앗과 다윗의 이야기는 다윗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골리앗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톰 골드는
그래픽 노블 <골리앗>을 통해 그 간극을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이와이 슌지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감상할 것인지, 그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그냥 성적표를 심층 분석할 필요도 없이 나는 지극히 문과적인 성향을 지닌 학생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성적순으로 문,이과를 갈랐고, 성적이 좋으면 학생의 성향과 관계없이 이과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2년 동안 겪었던 인고의 세월은 정말 힘들었고, 결국
교차지원을 통해 내가 공부하고 싶던 학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한 골리앗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보통사람이라면 사다리를 올라가서 재어야만 키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거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소대에서도 꼴찌에서 다섯 번째로 검을 못 다루고,
도리어 아주 유능한 행정병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전사 같은 체구만을 바라볼 뿐이다.
물론, 이 책의 결말도 우리가 아는 골리앗과 다윗의 이야기와 똑같다. 하지만, 그 느낌은 참 달랐다. 물을
떠다 시냇가 바닥에 있는 조약돌을 줍기도 하고, 노인과 어린아이들을 아껴주고, 싸움을 위해 잡혀온 곰이 도망가는 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기도 하고, 그저
큰 덩치만 아니었다면 아니 그 때가 전시상황만 아니었다면 너무나 소박하고 따듯하게 살아갈 거 같은 골리앗 아닌가?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마냥 통쾌하게 생각했던 이야기가, 또 경영사상가의 눈을 통해 볼 때는
흐름에 뒤처진 인물로 보이던 골리앗이 쓸쓸한 그림체와 어우러져, 안타깝게만 느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