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라비아 콜롬비아! - 커피 향을 따라간 호또리아 가족의 생활연극기
이재선 지음 / 효형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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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해리포터를 읽으며 점술수업에서 찻잎을 해석해서 미래를 점치는 걸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말이다. 커피를 마시고 남은 커피찌꺼기로 점을 치고, 그 역삼각형 모습이 마치 남미대륙 같아서, 콜롬비아로 떠나기로 결심한 가장과 가족이 있었다. 물론 그런 점을 칠 때는 본인이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봐야 하고, 그와 함께 했던 선배는 인마, 역삼각형이면 다 남미냐?”라고 반응했지만서도 말이다. 마치 어린 시절 친구들이 자주 했던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닭다리 잡고 삐약삐약이 떠오르는 <아싸라비아 콜롬비아!>속의 1,000여 일이 넘는 콜롬비아 생활을 읽으면, 그 점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커피잔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문득 철이 들어서 나름 공부를 하고 외국에 나갔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한 순간에 무너진 것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언어가 아닌 소음으로 들리는 순간이었다. 알아듣지를 못하니 그저 소음일 수 밖에…… 그리고 콜롬비아에 도착한 이재선, 안정희, 이소영, 이정호로 이루어진 호또리아 가족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거기다 아무런 대책 없이 다시 커피의 마을 부에나비스타까지 가는 10시간의 여정은 어떠한가? 하지만, 연극배우였던 이력을 잘 살려서 자신은 커피농장에서 일하고 싶고, 두 아이들은 학교에 보내고 싶고, 집을 구한다는 메시지를 잘 전해 누비아를 만나게 된다. 그런 손짓발짓을 이해하고 10시간이 넘는 긴 버스여행에 지친 가족을 쉬게 해주고, 집과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다리를 놔준 누비아. 그녀가 세번째 엄마라는 부인의 말도 그랬지만, 낯선 동양인과 이웃이 된 부에나비스타 사람들은 참 정겹고 따듯했다.

커피잔에 이가 나간 부분이 반들반들 윤이 나도록 사용하는 그들은 커피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커피가 맛있을 거 같아서콜롬비아로 떠나온 이유와도 참 잘 맞는다고 할까? 거기에 여행이 아닌 그 곳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호또리아 가족이 아니라면 만나볼 수 없을 콜롬비아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영화나 여행기에서 만나는 모습이 아닌 콜롬비아 사람들의 민낯을 만나본 느낌이 들었다. 막상 외국에 나가면 이국적인 풍경보다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심이 갈 때가 있다. 물론 사람 사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라지만 또 그 속에 다름이 있기에 더욱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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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 1년 넘게 여자로 살아본 한 남자의 여자사람 보고서
크리스티안 자이델 지음, 배명자 옮김 / 지식너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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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의 차이, 어떤 책에서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까지 말할 정도인데 과연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선천적인 것일까? 사회화의 과정에서 형성된 것일까? 예전에 불의의 사고로 거세가 된 남성을 여성으로 키운 이야기를 책으로 본 적이 있는데, 성 정체성이라는 것은 임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성과 여성 사이에 거대한 분리의 벽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책을 또 만나게 되었다. 바로 <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이야기의 시작은 아주 작은 것에 있었다. 바로 스타킹인데, 겨울을 나기에 내복은 너무 불편하고, 그냥 바지 한 장만 입기엔 너무 춥고 그런 고민을 하던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크리스티안 자이델은 스타킹을 신어볼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곧 여자의 삶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치마, 스타킹, 하이힐, 화장에 관심을 두는 그를 보며 혹시 이성의 복장을 입는 행위로 성적인 만족을 얻는 트랜스베스티즘 즉 복장도착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게 인조가슴을 골라준 가게 주인 역시 트랜스베스타잇이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의 실험에 대해 들은 부인 역시 자신과의 성생활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의 도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 정도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그저 남자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 안의 여성성을 돌아보고 또 여자들의 삶과 생각을 이해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초반에는 약간 알쏭달쏭하게 읽어나갔는데, 그의 체험이 계속될수록,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 생에 어떤 성별로 태어나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늘 여자라고 말한다. 남자는 좀 재미없을 것 같고, 꾸미지도 못하니까 말이다.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남자의 모습은 그러한데, 남성으로서 여자로 살아보기체험을 하는 그의 시선은 또 달랐다. 남자들은 틀에 박힌 남성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함과 날카로움 같은 지극히 남성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패션만을 고집할 수 밖에 없고 개별성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그가 했던 남성 해방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에게도 그렇지만, 여성해방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남성에 해방이라는 단어를 더하는 것은 좀 낯설다. 그처럼 그는 남성들이 남성해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도리어 그것이 남성들이 더 나아지려는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극히 고전적인 형태에 머물러 있는 남성상에 비해 끊임없이 변화해온 여성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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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비정상의 과학 - 비정상의 시각으로 본 정상의 다른 얼굴
조던 스몰러 지음, 오공훈 옮김 / 시공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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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낮과 밤의 경계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 해가 지는 순간 혹은 해가 뜨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임의적인 것이고 딱 구별되는 경계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부교수이자 하버드 대학교 보건 대학원 역학疫學 부교수인 조던 스몰러는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도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저 가장 흔하고 평균적이거나 이상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분포도나 스펙트럼의 분포라고 할까?

하지만, 정신의학과에서는 비정상적으로 판단되는 사람들에 집중하고, 그들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그런데 말이다. 비정상이라는 말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어떤 것인지 기준이 되어주어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1950년대에는 100여 가지였던 정신질환 진단 분류항목이 1994년도에는 350개로 늘었다는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또한, 나에게는 낯선 가면이라는 책으로 다가온,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주인공의 정신질환이기도 한 다중인격장애를 둘러싼 유행과 인기에 부화뇌동하는 변화 역시 그러하다. 정상에 대한 기준이 딱히 없으니 비정상에 대한 것도 당연히 유동적으로 대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조던 스몰러는 정상과 비정상은 같은 곳에 있다라는 글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정상의 생물학을 탐구해보자고 말한다. 심리학, 정신의학, 발달 및 인지 신경과학, 유전학, 분자 생물학, 경제학, 역학, 비교행동학, 진화생물학 최신 연구 사례와 임상의로 활동하면서 얻은 자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그 과정은 인간의 마음이 지닌 복잡한 특성, 그리고 개인의 성격이나 사회성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연구로 시작된다.

사실 분량도 상당한데다 어려울 듯한 아우라를 풍기는 책이라 마음을 굳게 붙잡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만나는 환경 속에서의 선택에 따라 수없이 전환되고 수정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성격이다. 자연선택, 유전자 변이, 경험 등을 통해 수없이 수정되고 조율되는 뇌 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 인간인데, 그 과정 속에서 삶의 궤적이 뒤틀어질 때, 비정상이라는 문제가 도출되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러하다. 내가 특정한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또 나 자신을 돌아보면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생각 또는 선택을 수없이 하곤 한다. 나라는 사람이 삶을 통해 만들어낸 수많은 스펙트럼 역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고 있는 느낌이다. 뭐 심지어 우리 모두는 한 가지 이상의 정신 질환을 안고 산다라는 말까지 있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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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 2015-11-08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공훈 역자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손의 비밀> 입니다. 이번에는 손의학에 대한 교양서 입니다. ^^
 
징비록 - 유성룡이 보고 겪은 참혹한 임진왜란
김기택 옮김, 임홍빈 해설, 이부록 그림, 유성룡 원작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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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영화 명량그리고 올해에는 드라마 징비록이 방영되면서, 임진왜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거 같다. 사실 나는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읽어서, 유성룡하면 이순신의 눈으로 바라본 모습만을 주로 기억하고 임진왜란 역시 그런 관점에 익숙하다. 그래서 이번에 유성룡이 직접 쓴 임진왜란의 기록 <징비록>을 읽으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솔직히 읽다가 선조와 조정대신들의 행태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관점에서 임진왜란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니다. 생각해보면 내가 임진왜란을 바라본 시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일본사에서 바라본 임진왜란이다. 난세는 영웅을 만든다고 했던가? 일본의 3대 영웅이 다 등장했던 일본의 전국시대는 100년을 이어왔다. 그리고 봉건제도를 취하고 있던 일본에서는 다이묘에게 나눠줄 봉토가 부족해지고 불만세력이 커지면서, 그 것을 무마시키고 일본이라는 나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밖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유성룡이 신립에게 이야기 했던 것처럼 조선은 오랫동안 전쟁 없이 편하게만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을 짓자는 이야기에도 험준한 지형을 활용한 성이 아니라 도리어 백성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넓고 큰 성을 짓기도 한다. 워낙 국력의 차이가 컸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를 했어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임진왜란 당시 왜군 선봉대의 진격속도를 보면, 정말 파죽지세로 서울까지 밀고 올라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대로 임금은 평양으로 떠나게 된다. 그 와중에서도 얼마나 우왕좌왕을 하던지, 일본군이 쳐들어온지 처음으로 우리 군사가 승리를 해서 사람들이 기뻐하던 상황에서도, 잘못된 보고로 그 장수를 처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거북선으로 왜군을 물리친 이순신의 품계를 하나 올려주는 것 역시 대신들이 너무 지나친 일이라고 막았다니, 정말 답답하기만 하다. ‘문고리 권력이라고 하던가? 위정자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또 그런 자들을 곁에 두고 자신의 안위만을 도모하는 모습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징비록>은 징비懲毖], 즉 시경에 "지난 일의 잘못을 주의하여 뒷날에 어려움이 없도록 조심한다"라는 글에서 따왔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를 떠올려보면,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생각해봐도, 이 책이 갖고 있는 의미는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고서를 읽는 듯한 독특한 구성이지만, 마치 유성룡이 현대에 살아나서 글을 쓴 것처럼 시인 김기택의 매끄러운 번역과 미술작가 이부록의 독특한 그림과 전 국방부 전사편찬위원의 자세한 설명까지 더해져서 그 가르침이 더욱 뚜렷하게 살려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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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인문학 -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
다이앤 애커먼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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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학창시절 느꼈던 고요함이 떠오른다. 잠을 많이 자는 편이 아니어서, 새벽시간에 깨어있을 때가 많았는데,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새벽이라는 시간이 정말 고요했다. 마치 세상에 나 홀로 깨어 있는 거 같은 환상에 빠지곤 했고,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시간이라 그런가 지금은 별로라 하는 시집도 꽤나 읽고는 했다. 그래서 이번에 <새벽의 인문학>이라는 제목만 보고도 참 궁금했다. 새벽시간을 풍부한 사색과 통찰로 채워줄 거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할까? 물론 내 예상도 잘 맞았지만, 정말 독특한 것은 산문임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시처럼 읽혀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물론 나에게만 그런 것인지 몰라도, 마치 경계선에 서있어 자칫 잊혀지기 쉬운 새벽을 위해 쓰여진 장편 서사시 같았다.

또 한편으로는 자연에 대한 지극한 애정이 살아 숨쉬는 느낌이랄까? 사람들이 이웃과 임의로 땅을 나누어 갖고 있지만, 그 곳은 그저 자연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도 길 고양이를 쫓아내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며, 거기가 그들의 영역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일 본 기억이 난다. 마치 자연이 내것인것처럼, 내가 오롯이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말이다. 과연 그럴까? 그런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했다. 거기다 토끼와 민들레, 달팽이와 거미, 다시 태어나면 되고 싶은 부엉이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물아일체의 경지에 오른 호접몽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의 구분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되어 있지만, “가을이라고 부르는 마음 상태로 쓰는 글이라는 표현이 그려내는 생각의 한 자락을 내가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이 책의 저자 다이앤 애커먼이 좋아하는 사진집은 눈송이를 담고 있는 것이다. 윌튼 A. 벤틀리라는 사람의 눈송이 현미경 사진인데, 그는 원하는 종류의 눈 결정을 만들어내는 타입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극심한 눈보라 속에서 집으로 돌아오다 폐렴에 걸리고 말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와 눈송이에 대한 사랑을 잘 보여주는 말이 바로 똑같은 눈송이는 하나도 없다이다. 다이앤 애커먼은 <새벽의 인문학>을 통해서 수많은 모습의 새벽을 우리에게 열어준다. 헤이안 시대의 문학작품은 겐지 모노가타리를 떠올리곤 했는데, 세이 쇼나곤의 수필집 마쿠라노소시의 눈부신 이슬에 대한 글을 읽으며, 얼마나 감탄했던지, 물론 때로는 조금은 어려운 글도 있었지만 그녀의 풍요로운 생각의 넓이가 부러운 지점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의 리뷰를 마무리할 때는 똑같은 새벽은 하나도 없다라고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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