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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비정상의 과학 - 비정상의 시각으로 본 정상의 다른 얼굴
조던 스몰러 지음, 오공훈 옮김 / 시공사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당신은 낮과 밤의 경계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 해가 지는 순간
혹은 해가 뜨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임의적인 것이고 딱 구별되는 경계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부교수이자 하버드 대학교 보건 대학원 역학疫學과 부교수인 조던 스몰러는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도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저 가장 흔하고 평균적이거나 이상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분포도나 스펙트럼의 분포라고 할까?
하지만, 정신의학과에서는 비정상적으로 판단되는 사람들에 집중하고, 그들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그런데 말이다. 비정상이라는 말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어떤 것인지 기준이 되어주어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1950년대에는 100여 가지였던 정신질환 진단 분류항목이 1994년도에는 350개로 늘었다는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또한, 나에게는 ‘낯선 가면’이라는
책으로 다가온,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주인공의 정신질환이기도 한 다중인격장애를 둘러싼 유행과
인기에 부화뇌동하는 변화 역시 그러하다. 정상에 대한 기준이 딱히 없으니 비정상에 대한 것도 당연히
유동적으로 대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조던 스몰러는 ‘정상과 비정상은 같은 곳에 있다’라는 글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정상의 생물학을 탐구해보자고 말한다. 심리학, 정신의학, 발달
및 인지 신경과학, 유전학, 분자 생물학, 경제학, 역학, 비교행동학, 진화생물학 최신 연구 사례와 임상의로 활동하면서 얻은 자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그 과정은 인간의 마음이 지닌 복잡한 특성, 그리고 개인의 성격이나
사회성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연구로 시작된다.
사실 분량도 상당한데다 어려울 듯한 아우라를 풍기는 책이라 마음을 굳게 붙잡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만나는 환경 속에서의 선택에 따라 수없이 전환되고 수정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성격이다.
자연선택, 유전자 변이, 경험 등을 통해 수없이
수정되고 조율되는 뇌 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 인간인데, 그 과정 속에서 삶의 궤적이 뒤틀어질 때, 비정상이라는 문제가 도출되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러하다. 내가 특정한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또 나 자신을 돌아보면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생각 또는 선택을 수없이 하곤
한다. 나라는 사람이 삶을 통해 만들어낸 수많은 스펙트럼 역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고
있는 느낌이다. 뭐 심지어 “우리 모두는 한 가지 이상의
정신 질환을 안고 산다”라는 말까지 있다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