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사용법 - 변호사 앞에만 서면 주눅드는 당신을 위한 전문가 사용법 시리즈 1
김향훈 지음 / 라온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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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사용법 시리즈의 문을 연 것은 바로 12년 차 현직 변호사인 김향훈의 <변호사 사용법>이다. 사람들은 아프면 병원에 간다. 그렇듯이 분쟁에 휘말리면 변호사를 찾아가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겠지만, 안 그런 경우가 더 많은 거 같다. 도리어 변호사라는 존재를 조금 어려워하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변호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고 현실적으로 담은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 의뢰인들은 잘 부탁합니다. 저희는 변호사님만 믿고 있겠습니다라는 말을 한다. 솔직히 나도 그랬던 거 같다. 변호사에게 맡기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의뢰인은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아주 편한 상대가 되는 것이라고 김향훈 변호사는 말한다. 병원에서 만약 어떠한 병이라고 진단을 하면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인터넷으로 병명 정도는 넣어본다. 그리고 뭐 좋다는 음식이나 치료법도 찾아보기도 하는데, 이상하게 소송에 휘말리면 변호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는 경향이 생기는 거 같다. 하지만 자신의 일을 자신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또 자신의 일을 자신만큼 더 열심히 생각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공부를 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변호사가 무서워하는 의뢰인이 되라는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나에게 달콤한 말만 하지 말고, 실제의 상황과 냉정하고 객관적인 승소 가능성을 말해 달라"라고 말하는 의뢰인이라면 변호사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나 변호사에게 사기 당하지 않는 법 같은 것도 형사, 민사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도움이 된다.

또한 증거를 남기는 방법이라던지, 역으로 증거를 남기려는 시도를 무산시키는 방법이라던지, 재판과정, 법무법인에 대한 이야기, 재판비용같이 우리가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좋았다. 보통 법률분쟁에 휘말리더라도, 무슨 소송까지 가느냐, 좋게 해결하자라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법률분쟁을 통해서 나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절대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난 원래 착하고 이렇게까지 요란스런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라고 대답하라는 조언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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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바로 지금 여기에서, 고유명사로 산다는 것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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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그랬던 거 같다. 학창시절 노장사상(老莊思想)을 배우면서 무위자연(無爲自然)’이나 호접몽(胡蝶夢)같은 연관단어 정도만 암기를 했었고, 막연히 속세를 초월한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무위자연의 무위라는 개념이 자연의 길을 걸은 노자와 인간을 걸었던 공자의 인위(人爲)를 구별해주는 그런 것임을 잘 몰랐다. 그래서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을 읽으며 노자의 생각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마치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오랜 착각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접근법은 왜 노자가 그런 생각을 했느냐를 큰 줄기로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역사를 간략하게 바라보면서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나아가는 변화의 흐름을 읽어주는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하늘의 뜻보다 인간의 힘과 인간의 활동으로 중심축이 변화하는 과정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즉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철기시대로 즉 춘추전국시대로 넘어가면서 이러한 천명론을 극복하는 것이 중국인의 시대적 사명이 되게 되면서 제자백가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냥 막연하게 암기했던 것들이 선후관계를 찾으면서 좀 더 명확하게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시대적 사명에 응답한 두 인물이 바로 공자와 노자였고, 그들은 인간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했고 인간의 질서를 탐구했다. 솔직히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노자보다는 공자가 익숙하다. 인간의 내면에서 영감을 얻은 공자와 자연의 존재형식을 사유원천으로 삼은 노자이기 때문에, 공자를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도 노자의 사상에 대해 탐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노자의 사상은 관계성에서 온다는 생각이 든다. 공자는 어떠한 본질이 있다고 보고, 그러한 형태로 완성되어 가는 길을 제시했다면, 노자는 그 어떤 본질이나 이상, 기준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보지 않았다. 그래서 바람직한 삶이 아닌 바라는 삶을 살아라!”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노자가 필요한 시간이라는 질답코너가 매 강의가 끝날때마다 작은 코너로 등장한다. “바라는 일과 하는 일의 일치”, “왜 사랑을 정의 내리고 시작하려고 하느냐. 사랑하라. 그것이 너의 사랑이다. 너의 사랑을 하라.” 같은 말들은 노자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솔직히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접근했었는데, 아무래도 EBS<인문학 특강>으로 진행된 최진석 교수의 노자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라 그런 것일까? 책을 다 읽고 생각해보니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이 한권의 책으로 노자의 사상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의 철학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나에게 어떠한 가르침이 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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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고 앉아있네 1 - 이정모의 공룡과 자연사 스낵 사이언스 Snack Science 시리즈 1
원종우.이정모 지음 / 동아시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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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랩터로 더 익숙하기도 한 벨로키랍토르는 깃털이 있었다는 증거와 흔적이 발견되고 있고 15kg정도의 작은 공룡이라고 하는 글을 인터넷에서 읽은 적이 있다. 심지어 소수설이고 합리적인 반론이 수없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티라노사우러스가 깃털이 있었을 거라는 식의 모형도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이 두 공은 어린 시절 본 영화 주라기 공원에 등장했고, 심지어 랩터는 상당히 두려움의 대상이었는데 15kg의 깃털이라니…… 물론, 검색을 해보니 그 당시 과학의 한계이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공룡하면 거대한 파충류를 떠올리곤 해서 더욱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서 원종우의 과학 전문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에서 공룡에 대해서 다룬 것을 모은 1이정모의 공룡과 자연사를 읽으면서 무척 신기하고 또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이정모 관장과 함께한 이 책에서도 백악기 말 대 멸종을 견뎌낸 새가 공룡의 후손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내가 막연히 갖고 있던 공룡의 모습에 어느 정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또 과학이 갖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책에 나온 표현대로라면 선배의 업적을 배신해나가는 게 과학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는 공룡의 멸종을 마치 거대한 실패처럼 이해한다. 하지만 그 것은 지구상에서 살았던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지는 방법이었다. 심지어 지구상에 살았던 생명 중 99퍼센트가 과거 형이라고 하니, 우리가 공룡에 대해서 갖고 있는 근거 없는 우월감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공룡은 알을 둥지에 낳고 보살피기도 하고 새끼를 양육하는가 하면 육식공룡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두뇌가 좋은 것으로 보아 단체사냥을 하는 등, 자신들이 지배하는 시대의 환경에 맞춰 적응하고 생존해 왔다. 그렇기에 1 5,000만년 동안이나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질 연대표를 쉽게 외우는 방법 ‘come, 오실 때 석탄 퍼오시면 튀긴 쥐포 백 마리 드릴게요를 제시하는 것처럼 웃으면서 공부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까? 거기다, 지구 생명의 역사가 36 5,000만 년이라고 하고 1,000만 분의 1로 줄이면 1년의 달력이 된다는 식으로 좀 더 쉽게 설명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면도 참 마음에 들고, 진행을 하는 원종우의 질문들이 내가 궁금해 했던 것들을 딱 집어주는 거 같아서 좋았다. 바로 2편 그리고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이명헌의 외계인과 UFO’를 바로 구입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고, 앞으로 계속 될 이야기들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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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의 인문학 -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세상을 보는 법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시드페이퍼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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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대학시절이 떠오른다. 선배들이나 주위사람들을 잘 못 알아봐서 상당히 버릇 없는 사람으로 찍혀있었을 정도이다. 다행히 그런 오해를 풀게 되었지만, 생각해보면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사실 이런 성향은 그다지 변하지 않아서 지금도 지나치게 주위에 둔감한 편이긴 하다. 그런데 또 자연에는 비교적 민감한 편이라, 함께 다니는 지인들은 그런 건 또 어떻게 봤냐며 놀라워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어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나 홀로 하늘에 구름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기도 해서 그런 영향으로 내가 좀 별나진 것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관찰의 인문학>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보지만 제대로 보지 못하고, 또 사람들의 숫자만큼 제 각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더욱 궁금해져서 찾아보았지만 절판이라 눈물짓게 만들었던, 뉴욕타임스 초대형 베스트셀러 <개의 사생활>의 저자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그녀는 자신의 아들, 지질학자, 타이포그라퍼, 일러스트레이터, 곤충 박사, 야생동물 연구가, 도시사회학자, 의사&물리치료사, 시각장애인, 음향 엔지니어,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며 그들이 보는 세상을 만나고자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집중력을 갖고 있고, 직업적 왜곡이라고 할 수 있는 관점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이런 다양한 직업 군과 함께 하는 산책은 그녀에게 산책이라는 너무나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만들어주는 그런 시간이었다. 물론 오감으로 받아들여지는 거의 모든 것을 놓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극히 인간적인 특징이라고 하고, 현대사회에서 원시시대의 뇌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일 수도 있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서 제대로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충분히 유의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기억이 있다. 이 책의 저자와도 조금 유사한 것이었는데, 다만 나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나보다 반려견들의 힘과 의지가 더 셌기 때문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래서 덕분에 정말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 있는 집도 본적이 있고, 늘 그 시간이면 길 고양이들을 위해 햇빛 좋은 곳에 방석을 깔아놓고 있는 할머니도 뵌 적이 있다. 거기다 사람에 둔감한 내가 반려견들을 산책시키는 동네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왜 몰랐을까? 그런 시도들이 굳이 이국적인 곳으로 여행을 가지 않아도, 내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가치를 만날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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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의 나라
김나영 지음 / 네오픽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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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돈 냄새가 넘실거리는 곳, 도박장에서 펼쳐지는 삶과 죽음 그리고 복수와 사랑의 이야기 <야수의 나라> 영화화되기도 한 만화 타짜가 떠오르기도 하고 정우성이 출연한 영화 신의 한 수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정신 없이 빠져드는 그런 소설이기도 하다. 철저하게 돈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놀음판이라 그럴까?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 먹히는 세상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서인 것일까? 이 책은 인터파크 주최 K-오서어워즈 5차 최종 후보작으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만하다.

천재도박사 이정연, 그는 자신의 소망대로 놀음판에서 손을 끊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짧은 행복도 잠시, 부인이 큰 병을 얻게 되면서 식인사자라는 악명으로 이름을 날리는 강회장의 하우스에 선수로 참여하게 되지만, 결국 사체로 발견되고 만다. 우연히 정연과 도박판에서 인연을 맺게 된 용팔은 그의 아들 재휘를 거두어 키우게 되는데, 재휘는 아빠의 피를 그대로 이은 천재도박사였다. 하지만 재휘는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이용해 강회장에게 복수하기보다는 행복을 선택하고 호텔 카지노학과를 졸업하고 카지노 딜러의 길을 걷고자 한다. 하지만 운명처럼 그들에게 다가온 선영으로 인해 재휘는 식인사자의 하우스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도박에 관련된 책이나 영화를 봤다면 어느정도 예측가능한 흐름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도 하고, 나처럼 카드게임을 잘 몰라도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문득 재휘가 아빠와 함께 카드게임을 하며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자꾸만 카드게임에서 져서 억울해하는 아들에게 이정연은 카드 게임에서 이기려면 도박의 신한테 잘 보여야 해.”라는 말을 하는데, 도박의 신의 미움을 받지 않으려면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고도 말한다. 책을 읽을때는 부인의 목숨값으로까지 도박을 하고, 딸까지 팔아넘기고 결국 자살하는 아빠의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본 선영의 복수심이 이야기를 끌고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욕심을 내려놓은 용팔과 재휘라는 인물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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