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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의 인문학 -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세상을 보는 법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시드페이퍼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문득 대학시절이 떠오른다. 선배들이나 주위사람들을 잘 못 알아봐서
상당히 버릇 없는 사람으로 찍혀있었을 정도이다. 다행히 그런 오해를 풀게 되었지만, 생각해보면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사실 이런
성향은 그다지 변하지 않아서 지금도 지나치게 주위에 둔감한 편이긴 하다. 그런데 또 자연에는 비교적
민감한 편이라, 함께 다니는 지인들은 그런 건 또 어떻게 봤냐며 놀라워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어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나 홀로 하늘에 구름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기도 해서 그런 영향으로 내가 좀 별나진 것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관찰의 인문학>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보지만 제대로
보지 못하고, 또 사람들의 숫자만큼 제 각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더욱 궁금해져서 찾아보았지만 절판이라 눈물짓게 만들었던, 뉴욕타임스 초대형 베스트셀러 <개의 사생활>의 저자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그녀는 자신의 아들, 지질학자, 타이포그라퍼, 일러스트레이터, 곤충 박사, 야생동물 연구가, 도시사회학자, 의사&물리치료사, 시각장애인, 음향 엔지니어,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며 그들이 보는 세상을 만나고자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집중력을 갖고 있고, 또
‘직업적 왜곡’이라고 할 수 있는 관점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이런 다양한 직업 군과 함께 하는 산책은 그녀에게 산책이라는 너무나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만들어주는
그런 시간이었다. 물론 오감으로 받아들여지는 거의 모든 것을 놓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극히 인간적인
특징이라고 하고, 현대사회에서 원시시대의 뇌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일 수도 있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서 제대로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충분히 유의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기억이 있다. 이 책의 저자와도
조금 유사한 것이었는데, 다만 나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나보다 반려견들의 힘과 의지가 더 셌기 때문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래서 덕분에 정말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 있는 집도 본적이 있고, 늘 그 시간이면 길 고양이들을 위해 햇빛 좋은 곳에 방석을 깔아놓고 있는 할머니도 뵌 적이 있다. 거기다 사람에 둔감한 내가 반려견들을 산책시키는 동네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왜 몰랐을까? 그런 시도들이 굳이 이국적인 곳으로 여행을 가지 않아도, 내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가치를 만날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