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라틴아메리카를 날다
송유나 글.사진 / 어문학사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을 라틴아메리카 7개국을 여행한 송유나의 책 <미운 오리, 라틴아메리카를 날다> 뭐랄까? 정말 유쾌한 친구가 여행지에서 보내온 편지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책이었다.

물론 꿈의 휴양지라는 콜롬비아의 타이로나 국립공원에서 만나는 캐러비안 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라는 베네수엘라의 앙헬폭포, 세계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이라는 에콰도르의 코토팍시와 날씨가 좋은 날만 코토팍시를 그대로 투영해준다는 호수, 꽃보다 청춘에서 그 경이로움을 맛보게 해주었던 페루, 표현할 수 조차 없게 아름답다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정말 다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아름다운 남미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즐거웠지만 말이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흥이 나는 그런 여행기였다. 심지어 딱히 내세울만한 상징적인 관광상품이 없는 콜롬비아는 유쾌한 사람들 자체가 관광상품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정말 사람냄새 그윽한 그런 책이다.

재미있었던 것은 적도라는 뜻을 가진 나라 에콰도르에 대한 것이었다. 심지어 적도국의 수도는 키토Quito라 하여 세상의 중심이라고 할 정도라니, 그들이 갖고 있는 자부심은 상상 그 이상인 듯 하다. 그런데 키토에는 두 개의 적도 기념관이 있다고 한다. 식민지 시절 유럽인들이 최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측정한 미타드 델 문도와 원주민들이 생활에서 얻은 지혜로 추측한 인티냔이다. 불과 300m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는데, 실제로 적도에 위치한 기념관은 다름 아닌 인티냔이라고 한다. 예전에 사람들이 환경에서 받게 되는 영향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곳에서 뿌리를 두고 적응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란 정말 대단한 거 같다.

이런 사람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한 이야기는 장수마을이라는 빌카밤바에서도 이어졌다. 나도 그렇지만 길치는 여행에서 행복한 우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장수의 비밀로 알려진 철의 물을 찾아 나선 그녀는 역시나 길치라 사람이 아닌 말이 다니는 길로 말이 다니는 길로 잘 못 접어들게 되었다 윌리엄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철의 물을 못 마시게 되었다고 푸념하는 그녀에게 빌카밤바에서는 어떤 물을 마셔도 좋다고 이야기 해주는 모습이 왜 그렇게 정겹게 느껴지던지.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밭에서 옥수수를 따오면 맛있게 쪄주겠다고 해서 밭으로 뛰어들면서, 어떤 게 맛있는 옥수수가 여쭈어보니 할아버지가 농사지은 건데 다 맛있지 라며 웃으시던 그 얼굴이 떠올랐다.     

물론 책 속에 사진으로 글로 가득한 이국적인 라틴아메리카의 풍경과 그 곳에서 어우러져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지만, 또 정겹게 느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따듯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의 도시 전주를 탐하다 - 전주화첩기행
정태균 지음 / 이화문화출판사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특한 책을 만났다. 바로 천 년 전 후백제 견휜의 수도였고, 이성계의 본향인 <왕의 도시 전주를 탐하다>. 이 책은 기행화첩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수묵화와 펜 일러스트로 그려낸 전주의 풍경이 고요하고 아늑하게 느껴졌다. 흑백의 대비를 이루는 그림들도 멋있고, 채색화도 다채로운 멋을 더해주었지만, 기억에 나는 그림이 있다. 한옥마을 중심도로인 태조로에서 매일 2번 벌어진다는 기접놀이를 그린 그림을 보면, 깃발을 높이 고추세우고 휘두르는 기운이 책장 밖으로까지 뿜어져 나오는 기분마저 들어서, 놀랍기도 했다. 문득 전에 외국인 친구와 함께 경복궁에 갔을 때, ‘수문장 교대식을 보며 감탄을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전주에 가면 역시나 좋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전통문화관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한식당 한벽루’, 후백제로 떠날 수 있는 동고산성’, 조선시대 외국사신이나 출장나온 관원들을 위해 만든 전주객사, 그리고 단아한 한옥마을까지 정말 전주의 아름다움과 멋과 맛을 골고루 즐길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전주에 가서 어떤 의무감에 비빔밥을 먹고, 관광객들을 스케치한 그림 중에 거의 처음에 등장한 모습 그대로 풍년제과 수제 초코파이 쇼핑백을 들고는 빠르게 빠져나온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전주를 다녀왔다라는 나름의 기억을 전주를 바람처럼 스쳐 지나 갔다로 바꿔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도대체 전주에 가서 무엇을 보고 온 것일까?

책을 읽고 내가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은 두 군데였다. 책에서는 약간의 오타가 있었지만, 정몽주가 석벽제영(石壁題詠)’을 있게 한, 오목대의 이야기이다.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하기 12년전 자신의 뿌리가 있던 전주의 오목대에 친지들을 모아놓고 한고조의 대풍가를 읊었다고 한다. 그에 비분강개한 정몽주가 天涯日沒浮雲合 (천애일몰부운합) 먼 하늘 해 저물어 뜬 구름 마주치는 곳, 矯首無由望玉京 (교수무유망옥경) 고개 돌려 속절없이 임 계신 곳 우러르네로 끝나는 이 시를 읊었다고 한다. 왜일까? 오목대에 가서 대풍가가 아닌 석벽제영을 되뇌어 보고 싶은 이유는?

그리고 기억에 남는 곳은 바로 600년 은행나무가 있다는 동학운동기념관 맞은편이다. 이 은행나무에는 너무나 가난해 담벼락에 숨어 양반이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며 공부를 했던 소년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고 한다. 양반은 은근히 책을 담 넘어 버려 아이의 공부를 돕고, 후에 장원급제를 한 아이를 기억하며 아이가 공부를 하던 자리에 이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 곳에서 심호흡 5번을 하면 나무의 정기를 받게 된다고 하던가? 요즘 따라 내가 하는 공부에 자신이 없고 그냥 다 내려놓고 싶은 마음일 때, 그런 좋은 기운을 얻어오고 싶은 마음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를 찾아 떠나는 일본 여행 - 만화에 빠진 30대 오타쿠의 기상천외한 일본 여행기
이지성 글.사진 / 어문학사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브리 애니메이션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고르라면 이웃집 토토로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귀를 기울이면’. 가끔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면의 시즈쿠가 부르는 Country Road의 일본식 가사로 부를 정도로 참 여러 번 챙겨본 애니메이션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곤도 요시후미의 요절을 안타까워할 정도인데, 나 역시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사쿠라가오카를 다녀온 적이 있어서, <만화를 찾아 떠나는 일본 여행>에서 이 부분을 읽을 때 추억에 잠기면서 절로 행복해졌다. 내가 다녀온 다음에 역 앞에 작품 속 지구옥의 모습을 닮은 청춘의 우체통이 생겼다고 하니, 내 꿈에 귀 기울여줄 그 곳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결국 참을 수 없어서, 책을 다 읽은 후 귀를 기울이면을 다시 봤는데, 여전히 행복하고 여전히 따듯한 애니메이션이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일본을 관광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렇게 하나의 테마를 갖고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어떨까? 첫 시작부터 내가 열광하면서 본 슬램덩크가 등장했다. 사쿠라기 하나미치, 아니다, 우리는 강백호라도 했다. 강백호 서있던 건널목, 그리고 그가 타고 다니던 노면열차 에노덴, 바다를 배경으로 달리는 그 차를 타고 있으면, 왠지 슬램덩크의 한 장면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얼마 전 만화라는 것도 한 세대의 추억이 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럴까? 이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또래 문화를 가진 친구들의 여행을 들여다 본 기분이 들었다.  데스노트의 라이토를 따라 떠나는 도쿄 여행도 그렇지 않은가? 뒤로 가면서 조금은 지루해졌지만, 데스노트의 시작은 정말 강렬했다.

또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따라 떠나는 여행도 참 아름다웠다. 사실 애니메이션을 볼때는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는데, ‘타임리프라는 고민을 가진 마코토가 찾아간 이모가 일하는 곳은 도쿄국립박물관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마코토가 찾아가는 곳이 현실과 과거가 공존하는 박물관이라, 이야기를 듣고 보니 참 재미있는 설정이었다는 생각에 만화에 대한 호기심이 다시 생긴다. 그리고 이모에게 선물할 케이크를 구입하는 도쿄여자대학 정문 맞은편의 아테스웨이, 나 역시 즐겨 찾던 그 곳, à tes souhaits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당장 만화를 꺼내 읽고 싶기도 하고, 당장 일본으로 떠나고 싶기도 하고 행복한 고민을 만들어주는 책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5-03-26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루키의 여자없는 남자들을 읽으며..
두번째이야기. 예스터데이를 간사이사투리로 부르는 기타루가 나오는 데서..저도 `귀를 기울이면` 의 컨트리 로드~ 그 장면 떠올리며..이걸 써야지..
하고있었는데...ㅎㅎ..
 
차단
제바스티안 피체크.미하엘 초코스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독일 사이코스릴러의 제왕 제바스티안 피체크가 천재 법의학자 미하엘 초코스와 함께 쓴 <차단>, 책 속의 인물들 역시 차단된 공간 속에 갇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잠시 세상과 차단되게 되는 그런 작품이다. 마치 첫 장을 펴는 순간 그렇게 될 것을 예언하는 듯한 제목이랄까? 이렇게 몰입해서 읽었던 소설이 몇 권이 있었는데, 대부분은 다음 이야기 무엇일까?’ 그것이 너무나 궁금해서 빨려 들어가듯 책을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어느 지하실에서 학대당하고 있는 소녀의 고통이 끝나길 바랬다. 너무나 힘든 순간을 버텨내려 추억을 떠올리지만, 그 역시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울부짖음으로 기억의 파편들이 소멸되어 간다라는 표현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어떻게든 자신을 지키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무력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력함의 끝 또한 너무나 두려웠다. 그래서 그렇게 애타게 그녀를 구하려는 아버지의 품 안에 안기는 순간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물론 거기에도 반전이 있었고, 너무나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었지만 말이다. 가끔 우리나라의 성폭행 범죄에 대한 양형을 보면 황당함을 넘어서 솔직히 그러한 판결을 내린 판사가 과연 제정신인가 싶을 때가 있다. 이는 독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얼마 전에 변호사가 쓴 책을 읽었는데, 판사들이 안정성을 이유로 판례에 의존을 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범죄에 사후약방문조차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독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죽음보다 더 끔찍한 고통을 끝내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게 밀어붙이는 흉악범에게 그런 판결을 내리다니, 나 같아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 것이다. 거기다 프롤로그처럼 등장했던, 마치 한 소녀의 슬픈 운명을 예감하게 만들지만 금새 흐름을 바꾸어 버려서 어리둥절하게 만들던 짧은 이야기까지 정말 작가와의 머리싸움을 치열하게 벌이면서도 감정적으로 상당히 격앙되는 그런 책이었다.

남자친구에서 스토커로 변한 대니를 피해 태풍으로 고립된 헬로란트 섬에 머무는 린다에게 이상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결국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잔인하게 난도질 된 시체를 해부하다 캡슐 속에 작은 쪽지를 발견한 파울은 자신의 열 일곱 살 된 딸의 이름을 그 쪽지에서 읽게 된 법의학 특별 팀을 이끄는 파울 헤르츠펠트와 린다의 접점이 생기면서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에 이런 사이코 같은 범죄자들이 있다는 게 아니,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게 조금은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나오면 예약판매를 신청하기 때문에, 작가 사인본을 꽤 갖고 있기는 하다. 그 중 정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책이 바로 한 이벤트에서 당첨되어 받은 이해인 수녀님 대표작 친필 사인본이다. 사인을 한 후에, 색연필로 곱게 ‘hope’, 희망이라는 문구를 쓰고 예쁜 스티커로 장식을 한 사인이 너무나 순수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조그만 행복>

(중략)

별것 아닌 조그만 게

행복을 준다며

아이처럼 소리내어 웃는 사람들

그들 덕분에

나도 내내

행복하였다

나 역시 그 사인들을 보며 행복했고 아이처럼 보다는 푼수처럼 웃으며 자랑하기 바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해인 수녀님의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이라는 시집을 읽으면서도 그 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꽃자리 선물방이라고 하셨던가? 그 방을 다녀간 이에게, 솔방울, 조가비, 몽당연필, 색종이 상자 같은 작은 선물을 주신다는 수녀님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그런 시이기도 했다. 어느새인가 선물하면, 자꾸 거창한 것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진정한 선물은 그런 것이 아닐까? 상대를 행복하게,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것.

<나무책상>

(중략)

평범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깊이로

나를 제자리에 앉히는

향기로운 나무 책상을 하나 갖고 싶다

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에 유난히 손재주가 좋으시던 할아버지 직접 만들어주신 책상이 떠오른다. 그 시절의 책상 앞에서 밝게 웃고 있는 나의 사진을 보면 너무나 행복해 보이고 어깨가 으쓱한 것이 절로 느껴진다. 어느새 사라진 그 책상을 다시 갖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한다. 이제는 나를 위해 손수 책상을 만들어주실 할아버지께서도 내 곁에 안 계시고, 그 작은 책상이 훌쩍 커버린 내 몸에 맞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어느새 내 곁을 지켜주시는 가족들이 자꾸만 줄어들어 안타깝기만 한 요즘, 숲의 향기뿐 아니라 할아버지의 사랑이 가득히 밴 그 책상이 참 그립다.

<하늘을 보며>

오늘은 아무 생각 않고

하늘만 보며 행복하다

넓고 높아 좋은 하늘

내가 하고 싶은 모든 말들

다 거기에 있다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말없이 웃으며 손을 흔든다

한없이 푸른

나의 하늘 나의 거울

너무 투명해서 오늘도 눈물이 난다

사실 오늘이 할아버지 기일이다.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하늘을 유난히 좋아했다. 그냥 구름이 흘러가는 그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도 참 시간이 잘도 갔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하늘 한번 보기 힘들어졌다고 할까? 그래서 이 시를 소리 내어 읽으며 한동안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너무 투명해서 눈물이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