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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과 수수께끼로 문화 읽기
박환영 지음 / 새문사 / 2015년 1월
평점 :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구전문학, 혹은 구비문학의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설화, 속담, 수수께끼가 아닐까 싶다. 그 중에 좀더 함축적이고 간결하면서도 풍자와 해학이 살아있는 속담과 수수께끼로 통해 우리의 전통, 민속, 그리고 우리 문화에서 보편적이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식구조를
연구한 책이 바로 <속담과 수수께끼로 문화 읽기>이다.
속담과 수수께끼라는 것은 그 사회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언어습관이나 생활방식 그리고 시대상황을 이해하기 쉬운
것들이다. 전에 ‘팔방미인’이라는
단어가 일본에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며, 그런 부분을 찾아보면서 재미를 느낀 적이 있다. 이처럼 사회적 상황과 민중의 공감대를 통해 변형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 또 속담과 수수께끼일 것이다.
금기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하면 안 되는 행위나 습관을 경고하는 속담도 있었고,
‘가을 아욱국은 문닫고 먹는다’라던지,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집에 돌아온다.’ 같은 속담은 우리의 식문화를 잘 담아내고 있어서 속담을 연구하면서
우리의 음식문화를 탐구하는 것도 흥미로운 접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에 언급된대로 이런
속담을 통해 한식의 홍보에도 스토리텔링을 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북한에는 북한사회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속담이 있었다. '사과가
되지 말고 토마토가 되라’라며 표리부동하지 말라는 말은 낯설지만 이해하기는 쉬웠다. 겉은 아시아인이지만 사고방식이나 생활습관이 백인과 같은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바나나’와 비슷한 면마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입당하려니 세포비서가 바뀌고, 또 입당하려니 당비서가 바뀐다.’라는 말은 확실히 북한의 상황과
배경을 반영하고 있는 속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권에서 함께 공유하는 문화가 있어, 비슷한 속담들도
많았다. 폴란드의 ‘남이 두 눈으로 본 것보다 내 한 눈으로
본 것이 낫다’, 중국의 ‘학문 없는 경험이 경험 없는 학문보다
낫다’, 영국의 ‘1톤의 이론보다는 1그람의 경험이 낫다’ 라는 속담들은 결국 경험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는 그런 말들이지 않은가?
또한 수수께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는 언어발달과 습득에
도움을 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대문이 여러 개 있는데 들어갈 때 꼭 담을 넘어서 들어가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짚신 신을때, 짚신’이라는 답이 바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짚신을 떠올려보니 이 수수께끼가
이해가 되었다. 이런 것들은 자신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속담과 수수께끼를 잘 활용하여 대화를 하면 확실히 대화에 재미가 더해진다. 또한
그냥 지나갈 말도 한번 더 생각해보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고 할까? 대화의 즐거움을 더하고, 상식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속담과 수수께끼, 잘 활용해보면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