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만난 길 위의 철학자들
가시와다 데쓰오 지음, 최윤영 옮김 / 한언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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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는 제 앞에 깔린 레일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 인도에서 만난 길 위의 철학자들 >의 저자 가시와다 데쓰오가 자기소개서를 쓰면 이런 문구를 당당하게 쓸까봐 여행을 떠났다는 말에, 왜 그렇게 공감이 되던지. 처음 대학을 들어가서 내가 스스로 시간표를 결정해야 했을때의 난감함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했다. 내가 생각해도 나란 사람은 정해진 레일을 참 잘 따라가는 그런 사람이라 그런 거 같다. 아직도 내 앞에 잘 정돈된 레일이 깔려 있기를 바라는 나와 다르게, 그는 스스로 레일을 깔아가며 걸어가기 위해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인도의 이국적인 풍경이 아니라, 그 곳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남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싶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또한 잠깐의 시간을 함께하더라도 그들이 전해준 이야기들은 여행은 잠깐, 만남은 평생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이스라엘인 배낭 여행자 예후다였다. 그는 너의 책에는 무슨 내용이 쓰여 있어?’라는 질문을 한다. 가만히 책장 한켠에 나란히 꼽혀있는 나의 일기장들을 바라보았다. 저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일까, 그런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캐나다인 배낭여행자 나탈리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그녀는 한권의 책과 같은 세상을 해독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나는 어떻게 해독을 하고, 어떤 이야기로 나의 책을 채워나가고 있는 것일까?

또한 한국인 여행자 송의 이야기도 좋았다. 여행을 하면 스스로 결정하고 그 선택을 즐길 수 있는 행복을 말한다. 항상 누군가 선택해주길 바라고 그 책임을 떠넘기고 싶어하는 나에게는 신선한 바람처럼 느껴지는 말이기도 했다. 여행을 즐겨하지만, 인도는 가고 싶지 않은 나라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여행기를 읽다보니, 나의 성격과 인도의 느긋함은 맞지 않을거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가시와다 데쓰오는 말한다. 정보가 넘쳐흐르면서 아는 체 하는 박사들도 넘쳐흐르고 있다고,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인도를 만나지 못하면, 그런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인도인의 친절함과 따듯함을 피부로 느끼면서, 그 곳을 여행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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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찬의 뻔뻔한 생각책 - 유쾌한 이노베이션 생각 수업
정효찬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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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대학에서 손꼽히는 명 강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들을 여러 권 만나면서, 우리나라에는 그런 책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 그 내용도 참 좋지만 말이다. 대학을 다닐 때 인기 있는 강의를 듣겠다고 긴장한 상태로 수강신청을 기다리기도 했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해서 즐겁다.

그래서 이번에 만난 [정효찬의 뻔뻔한 생각책, Fun Fun Idea Class]이 참 반갑게 느껴졌다. 매 학기마다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한양대의 유쾌한 이노베이션 생각수업을 책으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도 나름 악명이 높았던 것이 조별과제인데, 심지어 랜덤으로 조가 짜이고 복불복 미션까지 수행해야 함에도 학생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 강의는 정효찬 교수가 이끌고 있는데, 그는 엽기교수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기도 했다.

미술의 이해라는 교양강좌 기말고사에 냈던 문제로 엽기교수의 타이틀을 얻게 된 그는 그 후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악플을 보며 스스로를 다시 인식하는 시간을 갖게 되기도 했다고 한다. 나도 문제를 보면서 도대체 뭐지?’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아마 내가 그때 인터넷에서 그 시험문제를 보았다면 나 역시 그 교수를 꽤나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정효찬 교수 역시 내가 그렇게 나쁜 놈이었구나 하면서 학교를 떠나게 되고, 선배를 도우며 자신의 적성에 맞는 타일 붙이기를 하게 된다. 하지만 한양대에서 그를 다시 교단으로 부르게 되는데, 그때 한양대의 관계자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에게도 그가 제안하는 일탈은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프랑스의 정신분석이론가이자 욕망의 이론가라고 불리는 자크 라캉의 욕구-욕망-충동-사물을 정말 뻔뻔하게 그리고 Fun Fun하게 설명해낸 걸 보며 문득 다시 그가 냈던 시험문제가 떠오른다. 아마 그 이론에 대해서 그가 시험문제를 내고, 내가 자크 라캉의 이론에 대한 정효찬 교수의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봤다면 말이다. 나에게 그는 또다시 엽기교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가 했던 교양강좌 미술의 이해에 대한 호기심까지 생겼다. 어떤 강의였길래 그런 시험문제가 나왔을까?

이노베이션이란 TV를 보다 목과 어깨의 통증을 느끼고 반대로 돌아누웠을 때라고 이야기 하는 정효찬, 그와 함께 하는 유쾌한 이노베이션 생각수업은 너무나 뻔뻔했고 또 Fun Fun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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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행복 2015-04-07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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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과 수수께끼로 문화 읽기
박환영 지음 / 새문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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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구전문학, 혹은 구비문학의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설화, 속담, 수수께끼가 아닐까 싶다. 그 중에 좀더 함축적이고 간결하면서도 풍자와 해학이 살아있는 속담과 수수께끼로 통해 우리의 전통, 민속, 그리고 우리 문화에서 보편적이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식구조를 연구한 책이 바로 <속담과 수수께끼로 문화 읽기>이다.

속담과 수수께끼라는 것은 그 사회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언어습관이나 생활방식 그리고 시대상황을 이해하기 쉬운 것들이다. 전에 팔방미인이라는 단어가 일본에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며, 그런 부분을 찾아보면서 재미를 느낀 적이 있다. 이처럼 사회적 상황과 민중의 공감대를 통해 변형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 또 속담과 수수께끼일 것이다.

금기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하면 안 되는 행위나 습관을 경고하는 속담도 있었고, ‘가을 아욱국은 문닫고 먹는다라던지,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집에 돌아온다.’ 같은 속담은 우리의 식문화를 잘 담아내고 있어서 속담을 연구하면서 우리의 음식문화를 탐구하는 것도 흥미로운 접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에 언급된대로 이런 속담을 통해 한식의 홍보에도 스토리텔링을 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북한에는 북한사회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속담이 있었다. '사과가 되지 말고 토마토가 되라라며 표리부동하지 말라는 말은 낯설지만 이해하기는 쉬웠다. 겉은 아시아인이지만 사고방식이나 생활습관이 백인과 같은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바나나와 비슷한 면마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입당하려니 세포비서가 바뀌고, 또 입당하려니 당비서가 바뀐다.’라는 말은 확실히 북한의 상황과 배경을 반영하고 있는 속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권에서 함께 공유하는 문화가 있어, 비슷한 속담들도 많았다. 폴란드의 남이 두 눈으로 본 것보다 내 한 눈으로 본 것이 낫다’, 중국의 학문 없는 경험이 경험 없는 학문보다 낫다’, 영국의 ‘1톤의 이론보다는 1그람의 경험이 낫다라는 속담들은 결국 경험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는 그런 말들이지 않은가?

또한 수수께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는 언어발달과 습득에 도움을 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대문이 여러 개 있는데 들어갈 때 꼭 담을 넘어서 들어가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짚신 신을때, 짚신이라는 답이 바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짚신을 떠올려보니 이 수수께끼가 이해가 되었다. 이런 것들은 자신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속담과 수수께끼를 잘 활용하여 대화를 하면 확실히 대화에 재미가 더해진다. 또한 그냥 지나갈 말도 한번 더 생각해보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고 할까? 대화의 즐거움을 더하고, 상식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속담과 수수께끼, 잘 활용해보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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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 사전
미야타 치카 지음, 박혜연 옮김 / 이봄S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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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글보글한 머리를 한 외국인 밥 아저씨가 나와서 정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는 것을 보며 좋아라 했던 적이 많다. 하지만 막상 마지막에 어때요? 참 쉽죠?’라고 말할 땐 괜히 약을 올리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예체능에 재능이 없던, 특히나 그림은 더욱 잘 못 그리던 자격지심 때문이 아닐까 했다.

그런데 이번에 미야타 치카의 <그림 그리기 사전>을 보고, 뗏목을 하나하나 따라 그리다 보니 얼추 비슷한 느낌이 나왔다. 나는 단순해보이는 뗏목을 따라 그렸지만, 책에는 생물, 사람, 식물, 음식, , 건축물과 명소, 교통수단, 계절까지 정말 다양한 그림그리기가 제시되어 있다. 문득 밥 아저씨가 그림을 그리는 걸 보면서, 감탄하고 부러워만 했을 뿐 따라 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뗏목도 따라 그려야 하냐는 친구들의 야유에 금방 접어야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말이다. 나처럼 그림으로 그리려고 하면 영 감을 못 잡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인가, 사망소식이 들려와 깜짝 놀라게 했던 안자이 미즈마루, 무라카미 하루키 글에 삽화를 그려온 일러스트레이터로 잘 알려진 그의 일러스트레이터 스쿨에서 그림을 배웠다는 작가의 소개 때문일까? 미야타 치카의 그림 역시 단순하면서도 따듯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특히나 그림을 그리는 순서를 분해하여 보여주어서 재미있게 따라 해볼 수 있었다. 또한 처음에 그리기 재료와 종류’, ‘기본 선과 형태같은 기본기를 잡아주는 부분도 있었는데, 녹색 원 하나로 야구공이 될 수도 있고, 사과, 시계, 지도, 수박으로 변신하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그래서 사람을 그릴 때도 선 하나를 더해서 나이를 표현할 수 있다던지, 같은 사람이라도 복장과 소지품으로 직업을 충분히 드러낸다던지 하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항상 그림 하면 어렵게 생각했는데, 이 책과 함께라면 재미있고 손쉽게 따라 해볼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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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범인인가 -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배상훈, 범죄사회를 말하다
배상훈 지음 / 앨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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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배상훈의 <누가 진짜 범인인가> 프로파일러로서의 사람과 범죄 그리고사회를 바라보는 이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나 영화속에 등장하는 프로파일러 캐릭터가 아닌 우리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프로파일러를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은 프로파일러에게 범죄자를 특정지어 말해주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족집게로 범인만을 잡아줄 수 없음을 분명히 말한다. 도리어 프러파일링은 맥락을 중심으로 범죄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인간과 사회의 모순을 드러나게 하는 그런 작업이었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읽을때는 유명한 사건들에 더욱 관심이 갔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고나니, 우리나라 법체계가 갖고 있는 모순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성범죄후 살인이 낮은 편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성범죄를 저질러도 그렇게 높지 않은 형량을 살 것임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보험사기나 어린이 학대 역시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2013년 국정감사 자료를 살펴보면, 아동 성범죄자에게 구형되는 평균형량이 겨우 3.84년이라니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국민들이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거 같은 이유로 감형을 해주고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반드시 배제되어야 하는 강력범죄자들의 형량을 깎아준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국가가 합당한 벌을 내려 나의 억울함을 해소해주고, 나의 안전을 반드시 지켜주리라는 믿음이 생기고 그런 믿음이 공동체의 암묵적 합의로 자리잡기는 어려운 일일 듯 하다.

또한 피해자 지원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가해자 처우에는 3조원을 사용하지만, 피해자 지원에 사용되는 예산은 고작 600억에 불가하다. 아이를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사망한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나 피해자가 출소한 가해자의 보복범죄를 피해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미국에서는 '포렌식 소셜 워커'라는 피해자 가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작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합리적인 보호장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경계심을 갖고 주변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본인을 약한 존재라고 인식하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내가 강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익숙하다는 이유로 방심할 때가 있다. 이어폰으로 귀를 막거나 별 생각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볼때도 있는데, 조금 더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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