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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평점 :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해낸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은 인지언어학의 창시자이자 세계적으로 저명한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2004년에 집필한 책이다. 그리고 10주년을 맞아 지금 시점에 맞는 자료와 분석을 더하여 증보판을 냈는데,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전공도 그러했고 정치에 꽤나 관심이
많은 편인데, 가끔은 너무나 답답하다고 여겼던 문제들이 있었는데, 거기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으려고 하는 책의 부록으로 ‘폭넓은 생각을 위한 역사 속
말빨 사전 101’이라는 소책자를 받게 되었다. 별 생각
없이 넘겨보다 브라질의 노동운동가이자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는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한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은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하는가.” 라는 말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 말이 정말 많이
떠올랐다. 같은 현상을 보고 다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의 프레임을 바꾸어 놓는 것, 혹자들은 정치인들의 말장난이라고 하지만 이 것이 상당히 잘 먹혀 들어가는 전략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조지 레이코프는 이 책을 통해서 공화당 정치인들이 쟁점의 프레임을 어떻게 짜고 있는지, 그렇게 만들어진 프레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민주당이 판세를 뒤엎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짜야 하는지 명쾌하게 제시한다. 중간층에 속해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두가지의 모형을 혼용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정치적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이 원하는
모형을 활성화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방법으로는 언어가 가장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언어는 새로운 프레임을 활성화하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유래된 ‘오웰식 언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자면 ‘불경기’대신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화력발전소’같이 환경에 유해한 장치를 이야기할 때 ‘건강한, 깨끗한, 안전한’이라는
수식어를 더하는 것이다. 심지어 ‘학교평가법안’이라는 것에도 이러한 장치가 들어간다. 학교를 평가할 수 있다라는
프레임을 더해서 그 기준에 모자란 학교는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공립학교의 예산에는 사립학교를 지원하는 정책이 들어서는 ‘미끄러운 비탈계획’도 존재한다.
최근 공무원 연금이 이슈가 되고 있다. 공무원 연금에 국가예산이 들어가고
있고, 그것이 국가운영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연금을 혜택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연금은 ‘지연된 급여’이고 그것이 부족하다는 것은 고용주가 횡령을 했거나 낭비를
했다는 반증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왜 연금이 부족한지보다는, 거기에
들어가고 있는 나의 세금만을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왜
저런 말을 사용할까?’ 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저런 말을 통해서 저들이 나에게 주입하고 싶어하는 프레임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