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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유혹, 기호품의 역사 - 개성 폭발 기호품들의 특별한 이력서
탕지옌광 지음, 홍민경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일상의 유혹, 기호품의
역사>는 향수, 담배,
커피, 초콜릿, 압생트, 모발용 향유, 향료, 와인, 벌꿀, 기계시계, 요리책, 럼주, 비아그라, 피암약, 캠핑카, 찻잎, 맥주, 대구, 망원경, 매직
큐브까지 다양한 기호품에 대한 칼럼을 모아놓은 책이다. 당연히 저자들도 다수였는데, 그런 부분도 나름의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뭐랄까? 글에도 개인의 기호가 작용하는 기분이랄까?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기호품에 대한 이야기들을 먼저 찾아보게 되었는데, 첫
번째는 바로 ‘향수’이다.
가끔 잔향이 조금 더 오래가면 좋을 텐데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그런데 3.30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발견된 이집트의 왕 투탕카멘의 무덤의 묘실을 여는 순간 사람들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오묘한 향기였다고 한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투탕카멘 왕의 피라미드가 온전히 보전된 이유는 그가 매우
짧은 재위기간과 약한 권력을 갖고 있어서 그 피라미드의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긴 시간 동안을 지속해온 향이라니, 감탄스럽기 그지 없다.
‘달콤한 향과 함께 찾아온 이 귀한 맛을 후대에 길이 전하겠노라’던 인디언들의 축복처럼 나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초콜릿의 역사도 흥미진진했는데, 처음 유럽인들이 맛본 카카오 음료는 쓰고 매웠다니 조언을 무시하지 않고 카카오나무를 유럽으로 가져가지 않았으면
큰일 날뻔하지 않았는가? 생각보다 그런 이야기들이 많았다. 차나무를
유럽으로 가져가기 위해 변발까지 했던 로버트 포천, 아라비아의 커피 독점을 깨트린 인도의 순례자 바바
부단도 그랬고 말이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라고도 말하는 기호품을 둘러싼 다양한 역학관계도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었다.
또한, 프랑스의 자존심을 무너트린
1976년 와인 대첩은 다양한 나라의 주류 산업 발전에 역사적인 전환점이 된 사건이기도 하다.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자 행복’이라고 하는 와인, 비록
프랑스에서는 언급되는 것조차 싫어한다지만, 와인이 더욱 풍요롭고 다채로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된 사건이라니
다양한 와인을 즐기는 나로서는 고맙기도 하다.
기호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던 피임약이지만, 아무래도 나 역시
여성이다 보니 조금 더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피임약을 공동 개발하게 된 존 록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그는 자신의 개발품으로 인해서 모순에 빠질 수 밖에 없었고 종교와
과학이 화해하길 바랬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여성의 행복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많은 여성 그리고 남성에게 실제로 행복을 선사한 것은 사실이다. 아, 그래서 기호품이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