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을 그리다 - 반려동물, 그리고 사람에 관한 이야기
김혜정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2월
평점 :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마치 수묵화를 보는 듯한 그림들 속에 반려동물들의
마음이 세세하게 녹아 있는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수많은 감정들을 느꼈다. 나와 함께한 반려견들의 추억도
떠올랐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 착해’라는 세상의
통념을 비웃듯이 버려진 수많은 반려동물들의 이야기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11KG이나 나가면서 자신은 작고 귀여운 강아지인 줄 아는 곰식이, 무릎 위에 올라와 있는 모습은 나의 반려견들을 떠올리게 한다. 산책을
할 때면 지들 힘으로 지들이 가고 싶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녀서, 누가 산책을 시키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들던 아이들. 그러다가도 큰 동물을 만나거나 하면 허겁지겁 내 뒤에 숨는걸 보면서 얼마나 웃었던지. 자신은 걸으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서, 툭하면 안아달라고
해서 결국 반려견 유모차까지 구입하게 했던 사랑이도 생각나고 말이다. 왜 나의 반려견들은 건방진 것일까
하며 장난기 어린 자조를 하곤 했는데, 또 다른 시각으로 보니 그 사랑스러움이 더해지는 거 같다.
사랑이가 백내장으로 고생하고 수술을 해도 큰 차도가 없을 때, 사람들은
시추는 눈이 돌출형이라 안과적인 질환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해주곤 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순종견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혈통고정을 위해 근친교배를 하면서 그들에게 각종 장애와 유전적 질환이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나 역시 위로의 말로 여겼던 그 말의 원인이 결국 사람에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심지어 유기동물들에게 주어지는 법적 보호기간은 단 열흘 이라는 말과 함께, 인간에
의해 태어나고 버려진 동물들인데, 그 책임 역시 그들에게 죽음으로써 지게 한다는 말이 어찌나 마음을
아프게 하던지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순종에 집착했고, 거기다
나랑 잘 통하고, 내가 원하는 예쁨을 가진 강아지를 찾으려고 종종거리기도 했다. 그런 나의 집착이 그들을 세상에 오게 하는데 한 몫 한 것이 아닐까 싶어서 씁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들은 사람을 원망하거나 서운한 감정을 품지 않는다고 한다. 가끔 반려동물들이 잘 못을 해서 남편이 벌을 세울 때가 있다. 그러다
나랑 눈을 마주치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곤 했다. 그러면 남편은 벌을 받는 자세가 안되어 있다며 투덜거리곤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벌을 받고 있으면서도 나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어서 감동스럽기도
했다.
가끔은 반려견과 함께 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우리의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포기하는 거라고 나를 설득하곤 한다. 그리고
이런 책을 읽을 때면 또 한번 다짐하게 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은 가족이 되는 것이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