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힘 - 만족 없는 삶에 던지는 21가지 질문
김형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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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철학과 김형철 교수는 한국의 마이클 샌델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시작하여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과 강의를 꽤 찾아볼 정도로 좋아했다. 하지만 우리의 전반적인 문화와 서양의 그것은 조금씩은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국의 김형철 교수의 <철학의 힘>이 더욱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 책은 만족 없는 삶에 던지는 21가지 질문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인생은 왜 짧은가로 시작하여, ‘인간에게 죽을 권리를 허용해야 하는가로 마무리되는 21가지의 질문은 삶을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마음에 품어봤을 법한 것들이다. 그 중에서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질문은 바로 정의에 대한 것이다. 아무래도 그 전부터 마이클 샌델이 제시하는 정의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답 속에서 나의 관점은 어떤 것인지 고민해와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 역시 수많은 질문을 갖고 함께 고민하며 내 생각을 가늠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러한 실험들은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부딪치게 되는 수많은 딜레마에 대처할 수 있는 내공을 키우게 해준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현대사회에서 정의란 법과 제도를 잘 알고 이용할 수 있는 강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조건이 공평해 보이는 순간조차 힘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더욱 사람들이 정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정의란 무엇인가의 열풍도 그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까? 한국의 한()문화라는 것도 결국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서 억눌려 살아가는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그렇다면 정의로운 사회란 어떤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제시된다.

존 스튜어트 밀이 자신의 저서 <공리주의>에서 제시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역시 답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이 것은 암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뜻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 풀이를 읽으면서 1차원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밀의 공리주의에 대해 더욱 알고 싶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지고, 또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기도 했다. 나의 문제 때로는 사회의 문제에 대해 자꾸만 둔감해지고, 흘러가는 대로 혹은 누군가 그렇다고 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기보다는 조금 더 생각해보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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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야 키친을 부탁해
주부의 벗사 지음, 황세정 옮김, 이이즈카 게이코 감수 / 니들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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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허브가 유행할 때, 나도 몇 개 사다 놨다가 흙만 남은 쓸쓸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 누가 뽑아간 것이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식물을 잘 못 키우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흙만 남는 것은 좀 심하지 않은가? 그러다 어느 방송에서던가, 허브가 생각보다 손이 많아 가고 키우기 어렵다는 식의 말을 듣고 나름 위안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허브야 키친을 부탁해>는 나의 씁쓸한 추억을 다시 한번 푸르르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열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식물을 키우는데 마냥 막막하기만 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아주 상세하게 담고 있다. 어떻게 허브를 키워야 하는지, 모종은 언제 심고, 어떤 장소에서 키우고, 어떻게 번식을 시키고 수확하는지에 대한 것을 허브의 종류별로 정리하고, 씻어서 보관하고 말리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음식에 사용하는 것을 주로 하지만, 포푸리나 입욕제 때로는 화장수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법도 제시한다.

샐러드로 즐겨 먹는 루콜라 같은 경우는 튼튼해서 키우기 쉽다고 하니, 직접 길러서 샐러드로 해먹으면 더욱 맛있을거 같다는 생각에 절로 즐겁다. 차로 즐겨마시는 캐모마일 역시 그러하다는데, 이 두 종류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하는 계산이 선다. 그리고 너무나 사랑하는 허브인 바질, 바질의 경우에는 말리면 향이 날아가는 대신 맛이 더욱 좋아진다고 한다. 심지어 그 씨앗을 불려서 코코넛 밀크와 섞어 먹으면 별미라니 도전해보고 싶다. 또한, 아름다운 색감을 만들어줄 수 있는 멜로. 가끔 칵테일을 먹다보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그라데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런데 푸른색차를 만들어내는 멜로는 레몬과 닿으면 분홍색으로 변해서 사랑스러운 레모네이드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에는 26가지의 허브가 담겨 있는데, 허브는 수많은 종을 갖고 있어서, 관상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종류도 정말 많았다. 그와 반대의 경우도 많은데 제라늄의 경우에는 나는 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향신료 역할을 할 수 있는 종류가 있어서 센티드 제라늄이라는 종이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로즈 제라늄이다. 물론 꽃은 즐기고 잎을 활용하게 되는데, 로즈 제라늄의 잎을 활용하면 장미향을 더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정말 알면 알수록 더욱 아름다워지고 향기가 더해지는 허브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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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어? - 유쾌한 탐식가의 종횡무진 음식 인문학
고이즈미 다케오 지음, 박현석 옮김 / 사과나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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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앞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 혹시나 맛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도전을 하고, 한국까지 와서 홍어를 접하고 검은색에 가까운 자주색으로 변하는 리트머스 종이에 놀라기도 하고, 그 홍어보다 더 높은 악취를 갖고 있어 오죽하면 주의사항에 바람 부는 방향에 사람이 없는 것을 개봉하라는 청어 통조림 수르스트뢰밍까지……

정말 음식을 찾아 날아다니는 미각인 비행물체인 고이즈미 다케오의 <맛없어?>는 제목처럼 맛없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맛없는 음식에 대한 설명도 얼마나 섬세하던지 말이다. 그냥 맛없는 음식이 아니라, 맛없게 된 음식을 접하게 되면, 왜 음식이 맛없어지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풀어내주기도 한다. 거기다 그와 비교되는 맛있는 음식을 맛깔 나게 설명해내는 것을 보면 흥미롭다. 특히나 맛있는 튀김의 식감과 맛 그리고 향에 대한 설명을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튀김을 사러 가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의 도전정신은 정말 대단하다. 까마귀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먹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맛이고 절대 맛보고 싶지 않은 맛이다. 고기에서 음습한 냄새가 난다니, 아 생각만 해도 싫다. 심지어 껍질을 벗기지 않은 뱀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읽기도 겁이 나서 차마 읽지 못했다. 하지만 그러한 맛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탁대로 요리해준 주인장의 지극한 정성과 그릇이 아닌 머위잎에 얹어 내어주는 마음을 생각해서 끝까지 먹는 그가 참 재미있게 느껴진다. 정말 음식탐험가다운 자세라고 할까? 나라면 절대 끝까지 먹지 못할 텐데 말이다.

그리고 맛에 대한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것도 흥미롭다. 어린 시절 먹었던 과일이나 채소가 예전에 비해 맛없던 이유를 그저 추억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작용하겠지만, 우리가 땅의 힘이 떨어진 것을 느끼고 있다니 놀랍기도 하다. 점점 사람들이 음식을 씹지 않아서 턱이 발달하지 않는데 급식을 꼽기도 한다. 식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과도하게 가열한 음식 위주로 메뉴가 구성되는 것이 하나의 이유인 것이다.

맛없는 음식으로 시작했지만, 정말 음식에 대한 다양한 맛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맛없어?> 솔직히 맛없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 만날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음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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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 인생은 인생 - 가사로 읽는 한대수의 음악과 삶
한대수 글.사진 / 북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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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유시간이 있을 때면, 기타를 잘 치시던 아빠의 레파토리중에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있었다. 마치 한 편의 시 같은 가사가 기억에 참 오래 남았었다. 그리고 내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 이 노래를 시로 만났던 적이 있다. 왜냐하면 한대수의 노래로 읽는 자서전인 <사랑은 사랑, 인생은 인생>을 읽기 전까지, 막연하게 시에 노래를 붙여서 불렀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이야기가 길어졌고, 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아빠의 목소리와 기타연주로 기억되는 이 노래를 만든 한대수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참 반가웠다.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삶을 자양분 삼아 노래로 키워낸 한대수이기에 이런 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문득 자신의 앨범을 분기로 하여 나뉘고 노래 가사 속에 자신이 걸어온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는 것은 싱어송라이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아니다, 노래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자신의 인생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직설적이고 때로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갈지라도 말이다. 특히나 뉴욕에서 록스타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접고 상업사진을 찍었다던 말처럼 그가 직접 남긴 좋은 사진들도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행복의 나라로장막을 걷어라라는 가사로 시작된다. 물론 철의 장막, 죽의 장막이라는 표현을 자주 들어왔지만, 이 노래 속의 장막이 바로 그 장막이었다는 것은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뉴욕에서 보낸 그의 학창시절이 이 노래에 담겨 있다면, 이 노래를 들으며 성장한 나에게 그 장막은 여러 가지의 의미로 남아 있기도 하다. 노래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뉴욕의 친구에게 훔친(?), 훔쳤다고 그는 말하지만..  , 생각해보니 뭐라고 따로 표현할 길이 없기는 하다. 그처럼 세계적인 록스타가 되겠다고 뉴욕으로 온 친구는 이 후렴구를 남기고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가 남긴 후렴은 한대수의 As Forever 담긴 노래 속에서, 그는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젊음은 이 노래가 갖고 있는 의미처럼 영원한 것은 없음을 보여줄지 몰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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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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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수많은 고전 속에서 자신을 키우는 힘을 발견해나가던 <말공부>에 이어 조윤제가 펴낸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는 나에게 같은 질문을 갖게 만든다. 머리말에 인용된 <장자>의 제나라 환공과 목수 윤편의 고사(故事)속에서 성인의 말씀옛사람의 찌꺼기’, 그 어느 쪽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고전이긴 하다. 나 역시도 때로는 너무 바른 말이라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오랜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해온 고전을 보며 자꾸만 삐딱해지려는 나를 가다듬게 된다. 작가가 고전공부에 빠지게 된 이유처럼 말이다.

가끔은 스스로를 자기합리화의 화신이라고 말할 때가 있다. 그것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도, 또 조금만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는 쉽게 자기 변명이라는 패를 꺼내 들곤 한다. 이 책에서 소개된 고전 속의 해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아니 이미 나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나는 어떠한 나만의 비법이 있기를 바랄 때도 있고, 마법 같은 일을 펼쳐지길 기대하기도 한다. 현실은 그렇지 못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율곡 이이가 <격몽요결>을 통해 설명해준 책 읽는 법이 떠오르기도 한다. 책과 나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는 것, 책 읽는 것을 하나의 취미생활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현실 속으로 책이 들어오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때로는 미련한 일을 이야기하기도 하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이 책에서는 작은 시작으로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설명하곤 한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도덕경에도 등장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도 그 시작은 쉬운 일이고, 세상에서 가장 큰 일도 그 시작은 미세하다."을 뜻하는 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도 그러하고, 영어에서 '슬라이트 에지(Slight Edge)'에서처럼 작고 미세한 차이가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는 표현도 있다. 심지어 그 작은 차이는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이 우공이산의 주인공이 될까 하는 두려움에 시작조차 하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그런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발도 제대로 안 딛고는 마냥 힘들 거 같고, 내 능력에 미치지 못할 거 같아 두려워하기만 한다. 일단 그런 작은 차이부터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눈앞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투정부리기보다, 목표가 높다고 시작조차 하지 않거나 그런 문제점들에 답은 역시나 우공이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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