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76년 일생의 연인, 변치 않는 사랑의 깨달음
진모영 지음, 이재영 엮음 / 북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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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먼저 만나보았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책으로 다시 읽게 되었다. 할머니가 먼저 떠나가신 할아버지에게 외로워하지 말라고 남기는 편지 같기도 하고, 때로는 할아버지가 남겨두고 온 할머니에게 슬퍼하지 말라고 남기는 당부 같기도 하다. 거기에 영화 속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 많은 이야기도 만날 수 있었고, 이런저런 좋은 글들이 어우러져 깊이를 더해주었다. 할머니를 너무나 소중하게 매만지시던 할아버지의 손길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그 이야기 끝에 나오던 고종석의 어루만지다라는 글은 사랑하는 이의 어루만짐이 얼마나 따듯한 선물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준다.

영화를 볼 때도 그랬지만 책을 읽으면서도 76년간 이어온 두 분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받고 그 사랑이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으로 잠시 쉼표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리고 유난히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지극히도 할머니를 아끼셨던 할아버지께서는 세상을 떠나시면서도 할머니 걱정이 쉴 틈이 없으셨던 그런 분이셨다. 그래서 두 분의 살가운 사랑과 마음 아픈 이별이 마냥 다른 사람의 이야기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일까? 할아버지께서 떠나시고 나서 하루가 다르게 몸도 마음도 메말라가시던 할머니의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며 미루어 짐작해볼 수도 있었다. 아무리 손주들이 귀여움을 떨어도 할아버지에게 할머니가 그랬듯이, 할머니에게는 할아버지 그렇게 특별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볼 때와 다르게,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 참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살면서 많이 행복했다고 말하시는 할머니는 우리에게 그렇다고 해서 하루하루가 잔치였겠냐고 반문하신다. 뭔가 하루하루 대단한 일이 있을 거 같은 기대로 시작해서,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는 것이 반복된다. 그리고 그런 하루들이 모여서 삶이 되는 것임을 이제는 받아들이는 나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떻게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나의 몫임을 안다. 그래서 할머니가 전해주시는 지혜로운 삶의 방법이 하나하나 마음에 와 닿았다. 동화와 달리 결혼이 인생의 화려한 피날레가 아님을, 부부로 살아가는 모든 시간들은 내가 만들어나가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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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감동하다 - 세계에 자랑해도 좋을 감동의 역사를 읽는다!
원유상 지음 / 좋은날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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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챙겨보는 역사저널 그 날이라는 TV프로그램은 역사와 토크쇼를 섞어놓은 형태이다. 나는 시간이 좀 흘러서 이 프로를 알게 되어 몇 일에 걸쳐서 몰아서 봤었는데, 그 중에 1주년 기념 특집으로 여러 가지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주었던 것이 떠오른다. ‘역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그 날에 대한 앙케이트 결과가 전체적으로 격정적이고 가슴 아픈 일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들이 많이 뽑혀서 패널들이 안타까워하며, ‘기분 좋은 그 날이라는 식으로 우리가 자랑스러워하고 긍지로 삼아야 할 역사 속 사건들을 많이 떠올리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한국사에 감동하다>를 통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역사 속 문화유산과 인물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어 기뻤다. 첫 번째 이야기는 신석기 청동기 시대를 대표하는 거석문화를 대표적인 고인돌에 대한 것이었다. 정확한 지명은 헛갈리기는 한데, 예전에 고인돌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역사박물관을 간 기억이 있다. 사실 그때는 별 생각 없이, ‘아 교과서에서 많이 보던 고인돌이 이 곳에 참 많구나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고인돌이 갖고 있는 역사적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바라봐야 하는데 참 단순하게 접근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마주보는 세계사라는 코너에서 거석문화의 하나인 영국의 스톤헨지가 등장했는데, 그 곳에 가서는 엄청 감동했던 기억이 나서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너무 익숙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영국의 한 도자기 전문가가 행복한 민족의 소산이라고까지 표현했던 고려청자 역시 그 아름다움이 우리에게는 너무 친숙해서 도리어 커다란 감동과 감탄의 대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같이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고인돌 즉 돌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우리 고유의 난방방식인 온돌과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개는 그 후에도 계속되었는데, 고인돌에 새겨져 있던 별자리와 경주의 첨성대 그리고 칠정산까지 우리 천문과학의 발달을 짚어주는 식으로 우리의 문화유산을 잘 정리해놓았다. 거기다 고려가 만든 위대한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 나무라서 습기에 취약한 면이 있지만, 그것을 자연을 이용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보관한 조선의 해인사장경판전, 그리고 6.25전쟁당시 빨치산 토벌작전속에서도 해인사를 지켜낸 김영환 대령에 대한 이야기까지 우리의 문화유산의 가치를 역사를 통해 더해나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이 후 독립운동가 안창호, 윤봉길, 그리고 안중근의 가족과 편지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기억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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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힘들 때 시 읽어요 - 엄마한테 읽어주는 시와 에세이
송정연.송정림 지음, 류인선 그림 / 나무생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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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엄마이지만, 행여 말을 잘 못하여 자식들에게 아픔을 줄까 걱정하시는 것이 아닐까 했다. 그런 어림짐작이 맞을 거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드는 이유 역시 엄마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엄마는 그런 분이셨으니까…… 그래서, 평소에도 많지 않던 말수를 더 줄이신 엄마에게 시를 읽어주는 자매 송정연, 송정림의 책 <엄마, 우리 힘들 때 시 읽어요> 딸이 전 날 온 것은 기억하지 못하셔도, 전 날 읽어드린 시는 기억하시는 엄마와 함께 더없이 소중한 시간을 함께한 자매의 이야기가 참 따듯하고 애틋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어린 시절 엄마의 일기장을 우연히 본 기억이 난다. 솔직히 일기장이라고 생각을 못할 정도로 평범한 노트여서 별 생각 없이 펼쳐볼 수 있었다. 거기에는 그날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간단한 가계부도 있었고, 학창시절 찍은 거 같은 흑백사진도 있었고, 또 여백에는 아름다운 시 한 구절이나 노래가사를 옮겨 적어 놓은 흔적도 있었다. 엄마가 시를 좋아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던 거 같다. 그래서 작가들이 자신의 엄마가 시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 남의 이야기 같지만 않았다. 문득 책에 소개된 심순덕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시가 떠오른다. 나도 엄마는 엄마라고만 심지어 너무나 강인하고 반듯한 그런 존재라고만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엄마도 마냥 어린 딸이었고, 꽃처럼 피어나던 소녀였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다는 생각만 든다. 거기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여린 마음을 자식에 대한 한없는 사랑으로 강인하게 지켜온 분이라는 것을 참 뒤늦게 깨달았고, 또 깨닫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시와 함께 두 자매가 쓴 짧은 에세이는 엄마와 함께한 시간들에 대한 것이라서 그럴까? 읽는 내내 엄마를 참 많이 떠올렸다. 그리고 왜 나는 그러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왜 엄마는 화수분처럼 베푸는 존재라고만 생각하고, 엄마의 마음을 읽어볼 생각조차 안 했을까 그런 안타까운 마음이 샘솟는다. 아마도 에밀리 디킨슨의 시 만약 그대가 가을에 오신다면의 한 구절 하지만 지금, 시간의 불확실한 날개의 길이를 전혀 모르는 까닭에그랬던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아쉬움이 든다. 정말 바보같이 그 시간이 영원할 줄 알았던 것 아닐까? 아름다운 시의 제목이 마치 나의 반성문같이 다가오는 김소월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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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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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이어 나온 강상중의 신작 <마음의 힘>. 추천사에서 강상중의 힘 3부작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는데, 마지막 권만 읽은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나에게 많은 화두를 던져준 책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욱 전작에 대한 기대가 커지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 가장 많이 남은 이야기는 바로 대안이 없다라는 것이다. 산업화와 세계화는 사람들의 삶을 극도로 밀접하게 만들어주었다. 미국에 있는 친구와 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과 미국 사이의 문화의 경계가 무너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는 그것을 획일화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자고 제안을 한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의 지나치게 획일화되다 보니 나만의 개성이라는 것을 쉽게 찾기 힘들다. 도리어 남들만큼 하고 살아가는 데도 숨이 가빠오는 그런 세상이랄까? 심지어 하루가 지나기 전에도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세상에는 어디쯤이 나의 목표인지 확신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는 점점 다른 선택지라는 것이 없어지는 것이고, 무한경쟁이라는 무서운 단어가 너무나 익숙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소설과 에세이가 교차되는 구성으로 흘러가는 <마음의 힘> 100년 전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속의 주인공들의 만남을 이루어낸 소설 <속 마음> 그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결함을 마음이 없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이 없는 시대가 되기까지 그 시작이 바로 100년 전 급변하는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던 사람의 마음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하지만 소외된 주인공들의 시간을 새로운 소설 속에서 흘러가게 만든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산시로>이지만, <마음> 역시 꽤 여러 번 읽어보기도 했고, 고독한 지식인의 내면을 그려내는 면에서는 산시로와 꽤 비슷한 면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라는 소설이 나에게 무척 낯설다는 것이다. 다행히 작가는 그런 부분을 충분히 인식하고, 책소개를 더해주고 있어서 조금은 버벅거리기는 했지만 얼추 따라갈 수는 있었다. 미리 그 소설을 읽어보았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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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4
예병일 지음 / 한국문학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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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하는 인문학, 그래서 인문학으로 다양한 학문들을 바라보는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가 시리즈로 나오고 있다. 경제학, 건축, 수학,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의학까지 빼놓지 않고 챙겨 읽어왔고 나에게는 믿고 챙겨보는 책이 되었다. 앞으로도 과학, 심리학이 나올 예정인 거 같은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의학과 인문학의 만남은 현대 의학에 인문학적인 사유가 왜 필요한지를 다루는 것에서 시작하여 역사, 미술작품, 영화나 드라마, 윤리와 법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나간다. ‘마루타로 더 많이 알려진 관동군 731부대, 그 곳에서 반인류적은 생체 실험을 이끈 이시이 시로라는 의사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나라와 학문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여겼을 뿐 반성의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갖지 못하면 어떠한 문제점이 일어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까 한다.

또한 콜레라의 유행이 미술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드라마 CSI를 통해 주목을 받게 된 법의학을 통해 수사관들이 어떤 방식으로 과학수사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루기도 한다. 또한 영화 '안녕 헤이즐'속에서 주인공들이 걸린 암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거나, 영화 '감기'를 통해 변이된 바이러스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나온 3D프린트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의학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물론 마지막 장에 첨단과학이 현대 의학의 한계를 어떻게 무너트리고 있는지에 대해 따로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어나가기도 했다.

언젠가 본 프로그램에서 살인을 저질러 사형수로 판결을 받은 범인이 불치병에 걸렸는데, 그것을 치료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나 뿐이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 그 사형수가 죽인 사람은 나의 가족이기까지 하다. 그때도 머릿속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실제로 내가 그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의 선택이 너무나 다를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치료받을 권리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윤리와 법 사이에서 의학의 길을 살펴보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단순히 의학이라는 것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럴 경우 노화를 질병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도 생긴다. 그 뿐만 아니라 책을 읽다 보면 의학과 사람 사이에서 가능한 다양한 선택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의사들이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야 하고, 당연히 환자나 보호자 역시 그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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