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ㅣ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4
예병일 지음 / 한국문학사 / 2015년 3월
평점 :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하는 인문학, 그래서 인문학으로 다양한 학문들을
바라보는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가 시리즈로 나오고
있다. 경제학, 건축, 수학,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의학까지 빼놓지 않고 챙겨 읽어왔고 나에게는 믿고 챙겨보는 책이 되었다. 앞으로도 과학, 심리학이 나올 예정인 거 같은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의학과 인문학의 만남은 현대 의학에 인문학적인 사유가 왜 필요한지를 다루는 것에서 시작하여 역사, 미술작품, 영화나 드라마, 윤리와
법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나간다. ‘마루타’로 더 많이
알려진 관동군 731부대, 그 곳에서 반인류적은 생체 실험을
이끈 이시이 시로라는 의사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나라와 학문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여겼을
뿐 반성의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갖지 못하면 어떠한
문제점이 일어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까 한다.
또한 콜레라의 유행이 미술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드라마 CSI를 통해 주목을 받게 된 법의학을 통해 수사관들이 어떤 방식으로 과학수사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루기도 한다. 또한 영화 '안녕 헤이즐'속에서
주인공들이 걸린 암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거나, 영화 '감기'를 통해 변이된 바이러스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나온 3D프린트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의학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물론 마지막 장에 첨단과학이 현대 의학의 한계를 어떻게 무너트리고 있는지에 대해 따로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어나가기도 했다.
언젠가 본 프로그램에서 살인을 저질러 사형수로 판결을 받은 범인이 불치병에 걸렸는데, 그것을 치료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나 뿐이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 그 사형수가 죽인 사람은 나의 가족이기까지 하다. 그때도
머릿속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실제로 내가 그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의 선택이 너무나 다를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치료받을 권리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윤리와 법 사이에서 의학의 길을 살펴보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단순히 의학이라는 것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럴 경우 노화를 질병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도 생긴다. 그 뿐만 아니라 책을 읽다 보면 의학과
사람 사이에서 가능한 다양한 선택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의사들이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야
하고, 당연히 환자나 보호자 역시 그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