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러시아로 떠난 네 남자의 트래블로그 러시아 여행자 클럽
서양수.정준오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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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연해주 역사 문화 탐방단에 각자의 사연으로 선발되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만난 네 남자가 다시 뭉쳤다. 자신의 꿈대로 인생이 흘러가지도 않았고, 뭐라도 되어 있을 줄 알았던 나이조차 지나가고 있는 삼십 줄에 그들이 다시 찾아간 러시아다. 6년 전 상상으로만 그려보았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짧게나마 헬싱키까지 다녀온 그들의 여행기는 붉은 광장에서의 썼던 글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왠지 공산주의나 러시아라는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붉은 광장’, 하지만 실제로 현대 러시아어의 붉은이라는 말은 고대 슬라브어로 아름다운이라는 뜻을 갖고 있어서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말이 더욱 잘 어울리는 그런 곳이었다. 러시아로 떠나가는 그들의 지인들은 레드마피아나 스킨헤드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걱정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만난 러시아는 손을 만지 영원한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푸시킨과 그의 아내의 동상이나 소원을 이뤄주는 강아지의 동상이 반짝반짝 윤이 날 정도로 닳게 만드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나 역시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나름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낯선 이국에 대한 수많은 편견들 심지어 좋은 쪽의 환상까지 다 포함한 그런 것들이 서서히 거치고 나서야 그 나라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그들은 모스크비치들이 자주 찾는 고리키 공원을 찾는다. 그리고 공원에서 제공해주는 쿠션 위에서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며 여유가 없이 살아가는 한국인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런 풍경을 정말 자주 봤었고 참 낯설게 느껴졌다. 특히나 20대 초반에 다녀온 유럽여행에서는 그런 공원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연인들이 모습에 도리어 내가 부끄러워하며 자리를 떠난 기억도 있다. 그런 부분은 나이와 문화의 차이겠지만, 공원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그때나 지금이나 많이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이라니 아쉽기는 하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각자의 시선이 잘 느껴지는 여행기라 더욱 독특한 느낌을 준다. 같은 곳에 있어도 각자 바라보는 것이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 심지어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너무나 아름답게 기억하는 장소를 나는 기억조차 못할 때도 있다. 그래서일까? 서로의 성격과 관심사가 잘 느껴지는 글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러시아를 만날 수 있게 해주어 이 책의 부제인 러시아 여행자 클럽이 얼마나 적절한지 잘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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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요 있는 그대로 - 허허당 스님과 함께 내 삶의 중심 찾기
허허당 글.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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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요 있는 그대로> 제목만 들어도 온 몸에 따듯함이 스며들어 긴장이 풀리는 듯 하다.  그렇게 첫인상이 너무나 좋았던 이 책은 허허당 스님과 함께 내 삶의 중심 찾기라는 부제를 갖고 있었다. 내가 찾은 내 삶의 중심은 낯선 휴가지에 대한 글에 있었다. 낯선 휴가지에서는 작은 것도 새로워하고 설레여하고 행복해하곤 한다. 그런 마음을 일상 속으로 끌고 올 수 있다면 나는 충분히 행복해 질것이다. 허허당 스님께서 직접 쓰신 글과 그린 그림이 담겨 있다. 마음을 울리는 좋은 글을 만나서 오래 책장에 머물 때도 있었고, 때로는 선문답 같은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그때 문득 이해라는 글을 만났다.

 

 

이해해 달라

그런 말 하지 마라

이해는 절로 되는 것이지

하라 말라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뒤에 이어진 용서라는 글을 보면 다른 맥락에서 나온 글인 듯 하지만, 문득 나에게 전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 마음을 움직이는 글에 마음을 더해보고 싶어졌다. 나름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까? 함께 실려 있는 선화도 그러했다. 물론 책을 읽는 것을 옆에서 물끄러미 보던 남편이 색맹검사하는 책이냐고 물어보게 되는 그림도 꽤 있었다. 하지만 붉음의 소리라는 글 옆에 바람의 기억-천지창조라는 그림은 왠지 옆에 있는 글 덕분에 더욱 힘이 실리는 듯 했다. 그리고 삼일 동안 화선지 삼백여 장을 버리고 그렸다는 그림에서는 한동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먹고 싶으냐? 그래 먹어라

자고 싶으냐? 그래 자거라

놀고 싶으냐? 그래 놀아라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그래, 그래하며 살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인 그래 그래’. 책 제목만큼 좋았던 글이기도 했다. 하지 말라는 것이 참 많고, 하라는 것은 내가 하기에는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 많은 세상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부터가 그래 그래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쩌면 세상이 나에게 유난히 차가운 것이 아니라 나부터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나부터 그래 그래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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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산티아고로 떠나라, 그녀처럼
이수아 지음 / 자연과인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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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생 장 피에드포르에서 시작되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800KM의 순례길을 엘 까미노 데 산티아고라고 한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그 순례길의 끝에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있다. 그리고 첼리스트 이수아는 그 길에서 운명의 연인 고든을 만나게 된다. 그는 영국공군 전투기 조종사였는데 말기 피부암을 진단받고 시한부 삶을 정리하기 위해 그 길을 걸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암환자들을 위한 자선기금을 모으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긍정적으로 삶을 대하는 그와 사랑하고 더없이 행복하게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가 떠난 후, 다시 한번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을 딛고 서게 된다.

하루하루 일기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의 풍경을 접할 수 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풍경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심시티를 좋아한 영향인지, 예전에는 정말 잘 정렬된 풍경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이렇게 사람의 손길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느낌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함께 순례길을 걸어가는 사람들과의 이야기, 그들과의 함께한 이수아의 밝은 미소는 그녀의 여정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날씨와 육체적인 고통 같은 것 또 생각지도 못한 사고 같은 것이 그녀를 힘들게 하지만 말이다. 예전에 앨범을 넘겨보면 뭐가 그렇게 좋은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헛웃음을 지을 때도 있었는데 말이다. 문득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비록 몸과 마음이 힘들더라도 그렇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순례길을 걷는 것의 매력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 힘이 들 때, 버스를 타고 한 두 구간 정도 먼저 가서 쉬는 이야기가 그러했다. 가끔 너무나 우직하게 한 길로만 달려가려고 할 때가 있다. 정말 경마장의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인생에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그런 휴식은 도리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데 힘이 되어주리라는 것도 말이다. 또한 조금 먼저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 남긴 보물찾기 메시지같은 것도 참 인상적이었다. 그런 메시지들은 뒤에 걸어오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느낌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 그 부분을 읽을 때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온 가장 큰 힘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좀 더 잘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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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의 격려 - 열등감이 당신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W. 베란 울프 지음, 박광순 옮김 / 생각정거장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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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학의 고전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W. 베란 울프의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책이 요즘 불고 있는 아들러 심리학의 열풍과 함께 <아들러의 격려>라는 제목으로 우리 곁에 다시 찾아왔다. 아들러의 조수이자 동료인 W. 베란 울프는 대공황의 시대에 이 책을 남기고 요절을 해서 비운의 천재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들러 심리학의 주요인물인 그가 아들러 심리학의 최고 걸작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하는 이 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열등감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게 된다. 사실 심리학에서는 열등감은 없애야 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고, 사람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경험에서 생기기 쉬운 트라우마의 한 조각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는 것을 현재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자신이 만들어낸 신화라고 치부한다. 개인이 갖고 있는 기억이라는 것이 갖고 있는 불완전성에 주목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나 역시 비슷한 핑계를 많이 꺼내고 나름의 방패로 삼을 때가 있어서 그런지, 괜히 내 속내를 들킨 거 같기도 했다.

그리고 도리어 그는 열등감을 좋은 동료로 삼으라고 충고한다. 열등감이라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심지어 보편적 열등감이라는 단어도 사용한다. 특히나 인간의 생물학적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사회의 독립된 구성원이 되기까지 보호를 받고 의존을 하는 시기가 길기 때문에, 누구나 부족함을 경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열등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적절한 보상작용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나에게 가장 필요할 거 같은 보상작용은 다름 아닌 지적 정체가 죽음보다 나쁘다는 사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가 경험한 현대사회에서 더 나아간 요즘은 무엇을 배운다는 것이 너무나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배움을 통해 자신의 내적인 보상작용을 성취해나간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들은 정말 각각의 이유로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나는 지적인 만족을 채우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그런 과정은 재능이라는 자질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기도 하다. 그는 재능이라는 것을 천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자기 훈련과 교육을 통해 성취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내 성격을 잘 알면서도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참 바보 같은 일이다. 정말이지 행복은 그렇게 먼 것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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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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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까칠하지만 매력적인 인물 오베’, 책으로 만나는 것도 너무 좋고, 가능하다면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면 하지만, 직접 만나는 것은 살짝 피하고 싶은 정말 알쏭달쏭한 인물이다. 처음에는 500페이지 가까운 책이 상당히 두껍게 느껴졌는데, 40까지 이어지는 오베라는 남자와 XX식의 에피소드가 길게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넘기자마자 오베의 현재 그리고 과거를 넘나드는 재미속에 흠뻑 빠져들었다.

특히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유머코드라 너무 좋았다. 예를 들자면, “고양이는 오베를 만나자마자 무지막지하게 싫어했다. 그건 오베도 마찬가지였다.”라는 식의 이야기의 시작점이라던지, 물론 오베는 적의 적은 친구라는 식의 접근으로 그 고양이를 구해주게 되기도 하고 결국 인연을 쌓게 되지만 말이다. 그리고 책을 읽어달라며 동화책을 내미는 옆집 꼬마아이를 오베는 마치 그 책이 나이지리아의 왕자가 정말 돈이 되는 투자처를 갖고 있는데 중요한 일을 처리하기위해 오베의 계좌번호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하는 행운의 편지라도 되는 양 책을 바라보았다라는 묘사가 한참을 배를 잡고 웃게 만들었다.

사실 오베는 무척 까다로운 인물이다. 표지 속에서도 회색 옷을 입고 있다시피, 그가 사는 세상은 무채색이다. 그는 수학적이고 원칙적인 삶을 좋아하는데 마치 프로선수가 루틴을 지키는 것과 유사한 생활방식을 추구한다. 열여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홀로 남은 오베는 아버지가 선불로 받으신 월급 중에 일하지 않은 날의 월급을 돌려주러 회사를 찾아갈 정도였다. 물론 그로 인해서 철도회사에 취직을 해 일을 시작하게 되지만 말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집뿐만 아니라 동네를 돌며 자치규약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는 그에게 뜻밖의 이웃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를 더한다.

물론 오베의 삶에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킨 사람은 그의 부인이다. 그가 지키는 원칙문제를 이해하는데 서툴러도 그의 삶에 색채를 더했고, 처음 데이트를 한 그날처럼 분홍색 꽃다발을 건네고 싶은 부인이지만 아쉽게도 6개월 전에 그를 두고 먼저 떠나버렸다. 그리고 부인을 만나고 나서야 삶의 의미가 생겼다고 느꼈던 그는, 부인의 죽음으로 사라진 삶의 의미를 스스로 끝내려고 한다. 말 그대로 그는 자살을 결심한다. 자살의 과정과 유서조차 너무나 그답게 꾸몄지만, 예전과 달리 약해진, 정말 품질 따윈 존재하지 않는밧줄은 그의 자살을 하루 미루게 만들었다.

자살하기에는 내일도 오늘 못잖게 괜찮은 날이다라는 그의 생각과는 달리, 하나 둘 나타나는 그의 이웃들은 내일을 자꾸만 하루씩 미루게 만든다. 그리고 오베는 자신의 삶에 색채를 더해준 부인과의 이별이 자신을 과거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나씩 깨닫게 된다. 그가 부인과 함께하면서 변해온 만큼 그는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는 자신에게서 멀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래서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였고, 한편으로는 더없이 까칠한데도 더없이 따듯한 오베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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