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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더없이 까칠하지만 매력적인 인물 ‘오베’, 책으로 만나는 것도 너무 좋고, 가능하다면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면
하지만, 직접 만나는 것은 살짝 피하고 싶은 정말 알쏭달쏭한 인물이다.
처음에는 500페이지 가까운 책이 상당히 두껍게 느껴졌는데, 40까지 이어지는 오베라는 남자와 XX식의 에피소드가 길게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넘기자마자 오베의 현재 그리고 과거를 넘나드는 재미속에 흠뻑 빠져들었다.
특히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유머코드라 너무 좋았다. 예를
들자면, “고양이는 오베를 만나자마자 무지막지하게 싫어했다. 그건
오베도 마찬가지였다.”라는 식의 이야기의 시작점이라던지, 물론
오베는 적의 적은 친구라는 식의 접근으로 그 고양이를 구해주게 되기도 하고 결국 인연을 쌓게 되지만 말이다. 그리고
책을 읽어달라며 동화책을 내미는 옆집 꼬마아이를 “오베는 마치 그 책이 나이지리아의 왕자가 ‘정말 돈이 되는 투자처’를 갖고 있는데 ‘중요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오베의 계좌번호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하는
행운의 편지라도 되는 양 책을 바라보았다”라는 묘사가 한참을 배를 잡고 웃게 만들었다.
사실 오베는 무척 까다로운 인물이다. 표지 속에서도 회색 옷을 입고
있다시피, 그가 사는 세상은 무채색이다. 그는 수학적이고
원칙적인 삶을 좋아하는데 마치 프로선수가 루틴을 지키는 것과 유사한 생활방식을 추구한다. 열여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홀로 남은 오베는 아버지가 선불로 받으신 월급 중에 일하지 않은 날의 월급을 돌려주러 회사를 찾아갈 정도였다. 물론 그로 인해서 철도회사에 취직을 해 일을 시작하게 되지만 말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집뿐만 아니라 동네를 돌며 자치규약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는 그에게 뜻밖의 이웃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를 더한다.
물론 오베의 삶에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킨 사람은 그의 부인이다. 그가
지키는 원칙문제를 이해하는데 서툴러도 그의 삶에 색채를 더했고, 처음 데이트를 한 그날처럼 분홍색 꽃다발을
건네고 싶은 부인이지만 아쉽게도 6개월 전에 그를 두고 먼저 떠나버렸다. 그리고 부인을 만나고 나서야 삶의 의미가 생겼다고 느꼈던 그는, 부인의
죽음으로 사라진 삶의 의미를 스스로 끝내려고 한다. 말 그대로 그는 자살을 결심한다. 자살의 과정과 유서조차 너무나 그답게 꾸몄지만, 예전과 달리 약해진, 정말 ‘품질 따윈 존재하지 않는’
밧줄은 그의 자살을 하루 미루게 만들었다.
“자살하기에는 내일도 오늘 못잖게 괜찮은 날이다”라는 그의 생각과는 달리, 하나 둘 나타나는 그의 이웃들은 내일을
자꾸만 하루씩 미루게 만든다. 그리고 오베는 자신의 삶에 색채를 더해준 부인과의 이별이 자신을 과거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나씩 깨닫게 된다. 그가 부인과 함께하면서 변해온 만큼 그는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는 자신에게서 멀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래서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였고, 한편으로는
더없이 까칠한데도 더없이 따듯한 오베를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