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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빌라 - La Villa de Paris
윤진서 지음 / 달 / 2015년 5월
평점 :
사랑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누군가를
길들인다는 것은 나 역시 그 사람에게 길들여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어느새
지루해질 수 도 있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너무나 익숙한 것으로부터 강제로 떨어져 나올 수 밖에 없는
이별 앞에서 사람들은 허전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런 이별을 경험한 여인이 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허전함을 채우려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게 된다.
사진까지 있는 짧은 책인데, 정말 많은 챕터를 갖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녀의 방황은 국가의 경계를 넘고, 때로는
시간의 경계를 넘어 이루어진다. 물론 한국지명까지 영어로 써야 하는 것인지 조금 의아스럽기는 했지만, 그렇게 많은 곳을 떠돌아다니는 그녀의 육체와 달리 그녀의 영혼은 지나간 사랑의 시간 속에 그대로 멈춰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그녀의 지나간 사랑과 새로운 풍경이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을 ‘강아지를 닮은 여자’라고
이야기할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마르세유애서
길을 잃고 만나게 된 정원의 정원사, 소르미유에서 주말 낚시를 즐기는 남자들, 엑상프로방스에서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서 만난 남자, 아테네 호텔에
있는 바에서 노년의 바텐더, 샌프란스시코의 바에서 만난 노신사 그리고 자신만의 색채감으로 살아가는 친구
효정까지. 마치 뜬구름을 잡는 듯한 대화가 이어질 때도 있지만, 때로는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의 흐름을 끌고 나가는듯한 어렴풋한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속에서 사랑과 삶 그리고 자신의 의미를 찾아나가고 있는 듯 하다. 영화 <비포선라이즈>속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며 객차안을 확인하던 여성이 운명적 사랑을 선택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아가기도 하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같이 세상을 방황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좋았지만, 사실
막연한 소설이라는 인상이 더 강하다. 심지어 작가가 유명한 배우 윤진서인데다 1인칭 소설이라 자꾸만 작가와 주인공이 겹쳐서 읽혀져서 더욱 그런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