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없는 풍족한 섬
사키야마 가즈히코 지음, 이윤희.다카하시 유키 옮김 / 콤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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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년 전 52세였던 사키야마 가즈히코는 회사를 그만두고 필리핀 세부 앞바다 10km 근해에 떠 있는 작은 섬 카오하간을 구입했다. 1천만엔, 그때 당시의 한국 돈으로는 6억 정도의 돈으로 섬을 구입했지만, 그는 섬을 개발해서 어떤 수익을 내고자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가 부호도 아니었다. 퇴직금과 적금을 모은 돈으로 섬을 구입했고, 섬에서 살아가고 있던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면서 섬의 주민들과 동등한 관계를 맺고자 늘 노력한다. 행여나 자신이 가르치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갖지 않을까 늘 경계하는 그이기에, 카오하간섬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함께 자연과 섬의 문화를 풍요롭게 향유하며 살아갈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래도 언제나 바람을 만나는 섬이라는 카오하간에 나타난 그의 존재는 새로운 바람 같은 느낌을 준다. 섬사람을 존중하고, 섬의 시간과 섬의 문화에 어우러져 살아가는 그이지만,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교육을 위해 신경을 쓰고, 섬에는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의료서비스를 위해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는 카오하간을 <아무것도 없는 풍족한 섬>이라고 말한다. 도쿄의 생수보다도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빗물이 있지만, 강수량이 부족하여 물이 부족한 섬이기도 하다. 화장실도 따로 없고, 평상시 먹는 반찬도 두가지정도? 심지어 섬 밖으로 나갈 때면 작은 돛단배인 사카양을 이용해야 해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는 좋은 바람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그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간 일본의 초등학생들이 물과 전기의 고마움을 배우게 되었다는 편지를 보내게 하는 섬이니 현대인의 눈으로 볼 때는 아무것도 없는 섬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곳은 더없이 풍요로운 자연이 있었다. 도쿄돔만한 크기라고 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도쿄돔은 늘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서 더욱 가늠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많은 사람만큼 자연이 그 자리를 오롯이 차지하고 있는 그런 곳이라는 말이 아닌가, 그러니 그 풍족함이 조금은 감이 잡히는 듯 했다. 줄기부터 잎까지 전부 생활에 이용할 수 있는 코코야자를 심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곳이라니 그 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절로 마음을 비울 수 있게 되는 거 같다. 도리어 많이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없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고, 그래서 풍요로운 자연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곳은 더없이 풍족한 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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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는 식탁 - 먹고 마시고 사는 법에 대한 음식철학
줄리언 바지니 지음, 이용재 옮김 / 이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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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철학이 있는 식탁>, 먹는다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행위이다. 그래서일까? 철학과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만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흥미로웠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나 1차원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먹는다는 것에 철학이 합쳐지니 조금은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다. 가끔은 그냥 맛있는 것을, 특히나 아침 뷔페 같은 것, 그냥 맛있게 먹으면 안돼? 라며 투정을 부리고 싶기도 했다. 물론 어려운 내용도 있었고, 아무래도 동양문화에서 성장한지라 조금은 딴 나라 이야기 같은 것도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과 생각할 거리를 풍부하게 접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물론 상당히 유연한 방식의 레시피도 기억에 남는다.

모임, 준비, 먹지 않기, 먹기라는 4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음식에 대한 토론을 하다 먹지 않는 것도 그 선택 중에 하나라는 식의 주장을 본 기억이 있다. 아쉽게도 그 다음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는데,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기도 했다. 물론 육식을 워낙 즐기다 보니 육식담론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동물복지주의와 함께 이 논의가 진행되는데, 내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부터가 동물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라면 자연이나 아니면 방목되어 있는 형태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논리가 살아있는 자연, 사육으로 인한 고통 혹은 좋은 농장에서 쾌적하게 살아가는 동물을 대비해서 생각해보면 또 후자 쪽에 손을 들 수 밖에 없어진다. 심지어 들판의 소떼들이 봄이 왔다고 즐거워하는 것은 몇 십 분에 불가하다라는 농장주의 말은 너무나 인간의 눈으로 동물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거기다 유기 농법 혹은 전통 농법과 현대 산업농법, 독립상점과 프랜차이즈처럼 자칫하면 한쪽으로 기울기 쉬운 주제에서도 균형을 잡고 논의를 펼쳐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얼마나 편협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었고, 또 그런 편협함으로 폄하하던 것들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세상은 도덕적으로 혼란스러운 장소라는 말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어쩌면 더욱 철학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혼란스러움 속에서 휩쓸리지 않고 적어도 나의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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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 - 도시 남녀의 365일 자급자족 로컬푸드 도전기
앨리사 스미스.제임스 매키넌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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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마일 다이어트>는 유명 프리랜서 기자인 앨리사 스미스와 제임스 매키넌이 1년동안 진행해온 로컬푸드 먹기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이다. 도전이 시작된 3월부터 희망을 발견한 이듬해 2월까지 이어지는데, 두 사람이 번 갈아서 글을 쓰고 있어서 서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100마일 다이어트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슈퍼마켓에 가면 잘 정렬되어 쌓여 있는 식재료들의 이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식탁에 오른 음식들이 얼마나 많은 거리를 돌아서 왔는지에 대한 책을 읽은 적도 있고, 나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래서 유기농 채소를 배달시키기도 하고, 공정무역을 통한 상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그런데 100마일 다이어트는 거기에서 더 나아간 생활방식이다. “1년 동안 거주지 기준 반경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음식만 먹는다라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진행된다. 로컬이라는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지도를 가져와 자신에게 맞는 거리를 찾아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100마일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나름의 기준을 찾아내어 충분히 함께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생기기도 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어려움이 많은 일이기도 했다. 심지어 캐나다의 3월은 아직 척박하고 추운 계절이라 100마일 식사를 원하는 대로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원래의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주가로 하는 셈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지속가능하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처럼 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앨리사가 샌드위치를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이 너무나 절절하게 와 닿기도 했다. 물론 그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오고, 또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제임스가 순무를 이용하여 눈속임 샌드위치를 만들어주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역시 성실한 자연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텃밭을 가꾸고 농민장터를 이용하고, 할머니가 메모가 담긴 요리책을 활용하고, 또 내년에 먹을 수 있게 제철식재료를 가공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그들의 삶은 회색 빛 도시에서 싱그러운 자연 속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자연을 그대로 담아낸 요리법마저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이 책은 우리에게 자연과 함께 살아가 것이 물론 어렵고 불편한 면도 있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 매력이 넘쳐흐르고 있음을 너무나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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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빌라 - La Villa de Paris
윤진서 지음 / 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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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누군가를 길들인다는 것은 나 역시 그 사람에게 길들여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어느새 지루해질 수 도 있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너무나 익숙한 것으로부터 강제로 떨어져 나올 수 밖에 없는 이별 앞에서 사람들은 허전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런 이별을 경험한 여인이 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허전함을 채우려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게 된다.

사진까지 있는 짧은 책인데, 정말 많은 챕터를 갖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녀의 방황은 국가의 경계를 넘고, 때로는 시간의 경계를 넘어 이루어진다. 물론 한국지명까지 영어로 써야 하는 것인지 조금 의아스럽기는 했지만, 그렇게 많은 곳을 떠돌아다니는 그녀의 육체와 달리 그녀의 영혼은 지나간 사랑의 시간 속에 그대로 멈춰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그녀의 지나간 사랑과 새로운 풍경이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을 강아지를 닮은 여자라고 이야기할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마르세유애서 길을 잃고 만나게 된 정원의 정원사, 소르미유에서 주말 낚시를 즐기는 남자들, 엑상프로방스에서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서 만난 남자, 아테네 호텔에 있는 바에서 노년의 바텐더, 샌프란스시코의 바에서 만난 노신사 그리고 자신만의 색채감으로 살아가는 친구 효정까지. 마치 뜬구름을 잡는 듯한 대화가 이어질 때도 있지만, 때로는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의 흐름을 끌고 나가는듯한 어렴풋한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속에서 사랑과 삶 그리고 자신의 의미를 찾아나가고 있는 듯 하다. 영화 <비포선라이즈>속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며 객차안을 확인하던 여성이 운명적 사랑을 선택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아가기도 하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같이 세상을 방황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좋았지만, 사실 막연한 소설이라는 인상이 더 강하다. 심지어 작가가 유명한 배우 윤진서인데다 1인칭 소설이라 자꾸만 작가와 주인공이 겹쳐서 읽혀져서 더욱 그런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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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해답은 반드시 있다 - 어떻게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가?
신병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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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하고 행동으로 옮긴다는 공식을 과감히 바꾸고 행동의 영향력을 강조하고 있는 책 <더 좋은 해답은 반드시 있다> 이 책에서는 여러 연구진들이 시행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인간이 행동이 어떻게 사고를 지배하고 그 이후의 삶까지 바꾸어나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엘렌 랭커가 시행한 시계 꺼꾸로 돌리기 연구는 한국에서도 EBS 다큐프라임을 황혼의 반란을 통해 실험해본 것은 행동의 영향력을 정말 잘 보여주고 있었다. 스스로를 30년 전의 나오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인데, 이 실험에 참여한 8명의 노인은 7일 동안의 실험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젊은 사람처럼 행동하면 몸도 그렇게 따라갈 수 있다는 행동의 중요성을 증명해내고 있다.

내가 관심 있게 본 이야기는 바로 먼 미래는 낙관하고 가까운 현실은 비관하라라는 것이다. 사실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긍정의 힘을 강조하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나름 고민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실험이 의미 있게 다가오게 되는 거 같다. 다양한 실험군을 통해 비교를 해본 결과,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면서도 현실적은 문제점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내적인 동기가 강력하게 형성되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하니 나의 비관적인 시선이 영 쓸모 없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게 다행스럽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합쳐나가다 보면 행동의 변화를 넘어서 좋은 습관을 갖게 되는 절차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이 부분은 책을 통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내가 언급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또한 사람들의 행동이 환경을 통해 조작되기 쉬움을 이 책은 다양한 실험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좋은 습관을 통해서 나의 행동을 바꿀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원하는 행동을 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물론 여기에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참을성과 인내심이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다면, 단언컨대 훨씬 더 좋은 해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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