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지배하라 - 끝판대장 오승환의 포기하지 않는 열정
오승환.이성훈.안준철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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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손을 잡고 처음 야구장에 간 이후로 야구를 지금까지 좋아해왔다. 사실 그때 아빠가 데려간 것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였다. 하지만 금새 장종훈 선수가 이끌던 빙그레 이글스의 팬이 되어서 지금까지 좋아하고 있다. 물론 중간에 김동수 선수를 좋아하는 친구와 잠실구장을 찾았다가 김재현 선수에 빠져 한참 응원하기도 했고, 극적인 밀어내기 하는 식으로 이런저런 팀으로 옮겨 다니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에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은 정말 끝판대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삼성 라이온즈와 붙게 되면, 끝판왕 오승환 선수가 나오기 전에 제발 점수를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지기 때문이다. 야구장을 꽤 많이 다녔지만, 오승환 선수의 공이 포수의 미트에 박히는 소리를 처음 들었던 순간이 꽤나 인상 깊게 남아있다. 정말 강렬함을 넘어 조금은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의 단짝이라고 할 수 있는 포수 송산이 너의 공을 잡으면 손이 아프다면서도 내가 잡기 힘든 공이라면 타자가 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에 정말 공감한다.

삼성 라이온즈의 전무후무한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이끌고, 이제는 한신 타이거즈의 마무리로 일본 진출 첫해 구원왕에 오른 선수가 바로 오승환이다. 성장과정이나 냉철하고 무표정한 그가 직접 털어놓는 경기중의 일화나 동료들과의 시간 그리고 국제경기에서의 국가대표로 만난 선수들의 이야기는 더 없이 흥미롭기도 했다. 늦은 나이에 야구를 시작했지만 메이저리그의 눈길을 받을 정도의 투구를 펼치던 고등학교 시절, 뜻하지 않던 척추 분리증 진단으로 그는 프로지명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대학을 가서도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힘들 시절을 보내기도 한다. 심지어 공을 던지기 시작했을 때, 점점 떨어지는 시력에 포수가 엄청나게 큰 동작으로 사인을 보내야 할 정도였다니 말이다.

시작의 반이라는 말도 있지만, 마무리를 하지 않으면 그 일은 이루어질 수 없다. 하지만 선수로서는 팀의 승리를 책임지는 역할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에 어떤 팀의 마무리 역할을 하는 선수가 인터뷰에서 그런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프로에 진입하자마자 마무리 보직을 수행했고, 해외에 진출할때도 마무리로서 자신을 원하는 팀이 우선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태어날 때부터 마무리 투수였던 거 같은 오승환이지만, 정말 끝없는 노력으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잡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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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에게 사랑을 묻다 - 명사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위대한 작품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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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깊은 감동을 준 명작을 탄생시킨 예술가의 삶과 사랑을 다룬 책 <명작에게 사랑을 묻다> 이 책은 KBS 해피FM매일 그대와 김동규입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그곳에 사랑이 있었네라는 코너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책장이 유난히 얇은 느낌이랄까? 사진도 꽤 많았는데, 자꾸 겹쳐보이는 것이 불편했던 것이 옥의 티이다.  

폴 고갱, 레프 톨스토이, 빈센트 판 고흐처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화가나 음악가들, 또 전쟁사진 작가인 로버트 카파, 20세기 최고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이나 창작 무용의 창시자인 이사도라 덩컨까지 정말 시대와 영역을 넘나드는 인물들을 다루고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그들이 남긴 작품과 그들의 삶을 함께 만나보는 것이 작품을 감상하는데 즐거움을 더해준다.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를 좋아하고 있어서, 그의 이야기가 참 오래 기억에 남았다. 오페라 투란도트의오만하면서도 냉혹한 투란도트의 모델은 그의 부인 엘비라였다. 사실 그녀가 그렇게 된 이유는 푸치니에게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말이다. 그는 로맨티스트를 가장한 바람둥이였으니 말이다. 그에게는 수많은 여인이 있었고, 심지어 새롭게 만나는 여인들을 내 작은 정원이라고 불렀다니, 엘비라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끝내 의처증이 심한 부인이고 그로 인해 감옥까지 가게 되었다니 지금의 시선으로 보자면 참 억울한 일이다.

푸치니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사랑을 작품 속에 남긴 인물이 있었다. 바로 어린 시절 많이 읽은 아름다운 동화를 쓴 안데르센인데, 그는 자신이 짝사랑한 세 명의 여인을 동화 속 주인공으로 그려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게 해주었으니 그의 사랑은 정말 동화같이 이루어진 거 같다. 물론 그가 살아간 삶은 그렇지 못했기에, 더욱 아름다운 동화를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영원한 사랑으로 깊은 인상을 준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 그가 활동하는 시기는 지금처럼 카메라가 발전하지 않았던 때이다. 그래서 그는 직접 전장에서 함께하며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죽어가는 사람을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전해준 전쟁의 민낯은 많은 사람에게 전쟁의 실체를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딴 카파이즘이 기자정신을 상징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런 상황이 그의 단 하나뿐인 사랑이자 동료였던 게르다 타로의 죽음을 가져오기도 했다. 결국 전장에서 죽은 로버트 카파, 그의 지갑속에 웃고 있던 타로의 사진까지 정말 극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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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하는 그림 - 나와 온전히 마주하는 그림 한 점의 일상
우지현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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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전해주는 위로, 그림과의 대화, 나 역시 이런 것들을 매우 좋아한다. 뭐 그림을 배웠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그림을 보고 있으면 헝클어져있는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서 그러하다. 이번에 읽은 <나를 위로하는 그림>의 저자는 그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그림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찾아나가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내내 공감 가는 내용도 많았고, 또 그림과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윌리엄 메릿 체이스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 홀로 산책하는 여인의 앞에 갈림길이 놓여 있다. 그녀가 걸어온 길은 오솔길인데, 그녀 앞에 놓여 있는 길은 꽤 넓고 잘 뻗어있는 길이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이런 그림을 보면, 꼭 내가 화폭 속으로 들어가 그 여인이 된 기분이 든다. 사실 나는 변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이 그림의 작가는 여행을 많이 했다고 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여행을 가도 늘 마시던 물이나 음료수를 먹고 싶어할 정도이고, 삶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그리고 주위에서는 나의 그런 성격을 안타까워 할 때가 많다. 그렇다 어쩌면 내가 놓친 많은 기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든다. 조금은 좁을지 몰라도 내가 걸어온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영 잘못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찰스 커트니 커란 <햇빛이 드는 골짜기>에는 정상에 올라가 바람을 맞으며 하늘과 구름, 그리고 영화로도 유명한 블루라군 비치가 있는 바다를 바라보는 여인이 서있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치마단도 그러하고 여인의 자세도 많은 느낌을 전해준다. 그런데 나는 사실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중학교 때 걸스카웃 활동을 하면서 너무 많이 산에 가서 싫어졌다는 핑계를 대긴 하지만, 실제로는 걷는 것을 싫어하는 것의 연장선상일 것이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자 단장님의 지도하에 억지로 정말 꾸역꾸역 올라갔던 기억이 아니라 산 정상에서 친구들과 함께 나누었던 시간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 전까지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즐거운 기억을 억누르고 있었나 보다. 어쩌면 나는 대부분 그런 형태로 일을 진행해온 것이 아닐까 한다. 무엇을 이룬 기쁨보다는 그것을 하기까지의 어려움을 더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고, 그것이 나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림 속의 여인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보통 그림을 혼자 보러 가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반갑고 그림과 함께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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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걷기여행 - 살아 있는 역사 박물관
김영록 지음 / 터치아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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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왕국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 그래서 경주를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화유산 답사를 좋아해서 나 역시 경주를 꽤 여러 번 찾았었다. 그런데도, 이번에 읽은 <경주 걷기 여행>을 읽으며 이런 곳이 있었구나하며 감탄하는 일이 정말 많았다. 확실히 걸어서 바라보는 세상은 조금 느릴지 몰라도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걷기 여행으로 경주를 22개의 코스로 나누고 연계가 편한 6개의 권역으로 정리한 이 책은 앞으로 나의 경주 여행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부터 경주는 봄과 가을에 자주 갔다. 화사한 벚꽃과 유채꽃이 수를 놓는 봄, 그리고 화려한 단풍과 황금빛 들판이 아름다운 가을이 경주를 만나기에 최적의 계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여름과 겨울에 만날 수 있는 경주의 멋도 소개해주고 있다. 특히 신라인들이 불국토로 여겼던 남산은 여름에 가기에 제격인데, 산그늘 아래 바위마다 새겨져 있는 부처님들을 보다 보면 절로 여름의 더위가 청량한 산바람에 씻겨 내려가기 때문이겠지. 특히나 아지매 부처라고 불리는 남산 감실부처의 미소와 그 부처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이 어딘지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일 것이다.

어떠한 고정관념인지 몰라도, 나는 황룡사 터를 볼 때면 두보의 '춘망春望'을 떠올리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김영록은 93년 동안 공사를 해서 완성했던 절터를 찾아, 넓디 넓다 못해 황량한 빈터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서라벌 어디서나 보였다던 80미터 높이의 황룡사 구층목탑을 세워보고 고색창연했다던 황룡사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은 정말 짧은 시간이면 가능 한 일이고, 찬란했던 경주의 문화유산을 만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 심지어 내가 늘 떠올리는 두보의 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지 않겠는가?

아무래도 역사가 살아 숨쉰다는 수식어는 참으로 익숙할 경주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졌다. 물론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던 문무왕의 이야기같이 유명한 것도 있지만, 또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경주에 깃들어서 걷기 여행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었다. 부록으로 나온 코스별로 정리된 유물 유적 찾아보기도 좋았고, 책을 읽는 내내 사진이 조금 더 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달래주는 멋진 사진들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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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다이아나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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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기자기하고 따듯한 소설 <서점의 다이아나> 사실 제목을 듣고 혼혈인 아이가 주인공인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커다란 눈을 가진 예쁜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큰 구멍 大穴이라는 한자에 심지어 도박에서 역 배당의 형태로 큰 돈을 딸 때 쓰는 용어라니 나 같아도 성인이 되면 상식적인 수준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소원일 수 밖에 없을 거 같기도 하다. 다이아나의 엄마는 열 여섯에 다이아나를 낳았고, 정말이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톡톡 튀는 개성 넘치는 여성이다. 물론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카바레 클럽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삶을 꾸려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다이아나는 그 어떤 면에서도 학교라는 공간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다르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을 혼동하기 쉬운 아이들의 세상이고, 다이아나는 이름부터 이상한 아이, 가정교육이 잘 못 이루어진 아이라는 부정적인 면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장점이 있는 아이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선생님을 만난 것도 3학년이 돼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날 다이아나는 자신의 이름이 <빨간 머리 앤>에 등장하는 다이아나와 같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모든 면에서 다이아나와 반대편에 서있는 듯한 아야코는 공립학교를 다니는 것 조차 조금 더 넓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위해 배려되어 있는 그런 아이이다. 그렇게 극과 극에 서있는 두 아이지만, 책을 매개체로 우정을 쌓아 나가고 다양한 문학작품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책 제목 <서점의 다이아나>와 더욱 잘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재미를 더해준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문득 나도 어렸을 때는 빨간 머리 앤은 1,2권까지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뭐처럼 그 다음 이야기를 꺼내 읽어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다정한 순간도 잠시, 아주 사소한 오해가 두 사람의 관계를 갈라놓았고,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게 주어진 길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사람간에 만들어진 관계는 그리고 어린 시절 맺어진 우정의 끈은 그렇게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나의 지난 시간을 떠올려보면 그 나이 때가 딱 그럴 시기이긴 한 거 같다. 나도 그 때쯤 비슷한 경험을 했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래서 이 소설을 보며 많이 빠져들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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