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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실천하는 인문학 - 꽉 막힌 세상, 문사철에서 길을 찾다
최효찬 지음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평점 :
복잡다단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문학이 필요하다, 인문학을 공부하라고 권유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한국에 인문학 열풍을
몰고 온 인물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도 또 ‘고전에서 찾은 지혜’같은 찬사들은 인문학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하지만 막상
인문학을 접하려면 막막한 느낌이 있다고 할까? 손꼽히는 고전들을 보면 그 내용의 심오함도 어렵게 다가오고, 새삼 그 방대한 양에 벌써부터 기가 질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인문학 입문서 같은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읽은 <지금 실천하는 인문학>역시 그런 느낌을
준다. 저자인 최효찬은 자신의 독서 경험을 집약한 초서 파일 ‘세계적
인용문’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하였는데, 그 내공이 상당히
깊고 광범위하다. 그래서 정말 다양한 독서 경험에서 나오는 초서의 기록을 가지고 동서양과 현대와 과거
때로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까지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집약적으로
정리해서 전해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부분은 더 깊게 알고 싶다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해서 인문학 공부의 시작점을 찾아주기도 한다.
피터 드러커의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강화하라’라는 말을 여러 번 만날 수도 있었는데, 사람을 장의존적, 혹은 장독립적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구별하는 방법에서도 또 작가이자 정치가로 명성을 갖고 있는 빅토르 위고와
프랑수아 르네 드 샤토브리앙의 사생활에서도 이 이야기가 언급되었다. 아무래도 나는 약점에 더욱 집착하는
편이라 이 이야기가 더욱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시간을 구걸해서라도 자신의 일을 끝내고 싶어했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삶에 대한 치열한 열정은 괜히 내가 보낸 오늘 하루를 돌아보게 했다. 문득 소포클레스의
"오늘 내가 헛되게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라는 말을 떠오르기도 했다.
얼마 전에 이시형 박사의 ‘둔하게 삽시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역시 와타나베 준이치의 ‘둔감력’을 소개하면서, 스트레스가
극한까지 쌓여있는 듯한 우리 사회에 필요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둔감력’을 중국의 ‘후흑학’과도 연결시켜준다. 사실 나는 후흑학에 대한 책도 읽었는데, 그런 접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학문의
융합을 지향하는 ‘통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읽었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통섭의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깨달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