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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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약 내 삶이 몇 개월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할까라는 주제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은 불과 며칠 전의 일이었다. 나는 내가 가진 돈을 다 쓰고 주겠다며 전 세계를 여행할 것이라고, 절대 병실 안에서 하얀색 천장을 보며 죽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비포 아이 고>의 주인공 데이지 역시 스물한 살 때 비슷한 질문 앞에서 여행을 떠나 카르페 디엠을 외치며 와인을 마실 것이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병원에 갔다가 유방암을 발견하게 하여 완치를 하고, 매년 암치료 기념 여행이나 파티를 하던 데이지에게 또다시 암이 찾아왔다. 이미 온 몸에 퍼져버린 암은 그녀에게 4개월 혹은 6개월 정도의 시간을 허락할 뿐이었다. 이번에는 완벽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C컵 가슴을 절제해야 할까를 고민할 필요도 없고, ‘강한 대머리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만을 증명했던 항암치료의 후유증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만 이야기하자면 정말 어두운 내용의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데이지는 더없이 매력적인 인물이다. 외적인 매력도 넘치지만 내면에서 사랑스러움이 샘솟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이 있다. 비록 양말을 늘 소파 옆에 쌓아놓기는 하지만 말이다. 수의사과정과 박사과정을 함께 진행할 정도로 똑똑하지만, 전기배선을 만질 때 전기를 차단해야 하는 것을 까먹는 그런 남자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친구 케일리가 있다. 암수치가 올라갔다는 소식에 니가 보고 싶은 TV프로그램을 보라고 해주는, 암이 온몸으로 퍼졌다는 소식에 지랄 같네라며 한숨 쉬는 솔직하고 담백한 성격의 여성이다. 그리고 데이지가 죽음을 앞두고 준비하는 엉뚱한 일도 함께해주고, 자신이 죽은 후 힘들어할 남편을 혼자 두지 말라는 부탁에 손을 꼭 잡고 약속해주는 그런 친구이다. 그래서 데이지와 잭의 사랑이 참 아련했다면, 데이지와 케일리가 엮어가는 이야기는 유쾌하게 흘러갔다.  

제목 아래 써있는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라는 문구를 보고 문득 오래 전에 친구가 그 드라마에 나오는 집의 인테리어가 멋지다며 보던 결국은 청승맞다며 짜증을 내게 만들었던 드라마가 떠올랐다. 표지에 있는 처연한 표정의 여성의 그림과 어우러져 혹여 오해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하지만 이 소설은 전혀 다르다. 사실 예고된 죽음 앞에서 까칠해지면서도 그만큼 더욱 긍정적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데이지이기에 표지가 참 마음에 안 든다. 심지어 데이지는 초콜릿색 머리카락인데 말이다. 물론 시한부의 삶과 사랑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더 없이 사랑스러운 소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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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함현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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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들, 예를 들면 조지 워싱턴과 체리나무의 일화처럼 그 어린 나이에도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조지 워싱턴을 보면 그들은 처음부터 뛰어난 인물의 자질을 갖고 태어났다라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최근에 청소년을 위한 롤모델을 다룬 책을 몇 권 보면서, 우리 때와는 다르게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책은 <찌질한 위인전>이다. ‘찌질한은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하다라는 형용사 지질하다를 소리나는대로 표기한 것이다. 과연 이 수식어가 위인과 함께 써있어도 되는가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밝게 보정해놓은 듯한 위인전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그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기도 했다.

세계적인 대문호라는 찬사가 붙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을 나 역시 좋아하고, 세계 대전에 참전을 한 경험을 살려 작품을 썼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마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모두까기인형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전부인과 지인들에게 모든 잘못을 돌리며 비판하고 공격하는 헤밍웨이의 모습은 그의 작품과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자신의 이상향으로 삼고 있는 모습과 자신의 실체에서 나오는 괴리감이 그런 문제점을 노출시켰고, 또 한편으로는 훌륭한 작품을 쓰는 자양분이 된 거 같다는 점이다. 정말 빛과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양면성이라고 할까?

또한 반은 천재고 반은 익살꾼이라는 말을 듣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그가 물리학의 뚜렷한 족적을 남기게 된 것은 바로 기존 지식이 가진 권위에 매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면은 노벨상 수상에서도 나오는데, 그는 그 상이 주는 권위에 제약을 받게 될까 봐 노벨상 수상을 거절하려고 했다고 한다. 물론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보이는 것은 귀찮음이었지만 말이다. ‘노벨상 수상을 거부한 파인만이 더욱 자신을 귀찮게 할거라는 주위의 조언에 노벨상을 수상한 것을 보면 내 추측도 꽤나 타당해 보인다. 그리고 그는 그런 면모를 자신의 사랑에서도 보인다. 그의 삶의 유일한 그리고 영원한 사랑으로 느껴지는 부인의 죽음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 그런 제약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선동의 천재라 불리는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사람의 증오심을 자극하여 독일 사회를 광기로 몰아간 그는 위인이라는 말과도 어울리지 않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가 갖고 있던 인간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괴벨스처럼 나쁜 방향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들의 민낯을 들여다보니, 정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그들도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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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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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쿠이 슈스케의 <검찰 측 죄인> 제목부터 참 의미심장한 책인데,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조금은 거창하게 느껴졌던 도입부도 참 유려하게 쓰여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률이라는 검을 잘 다루어 세상의 악을 일도양단한다라는 말은 베테랑 검사 모가미가 생각하는 정의 (正義)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를 존경하여 검사의 길을 걷게 된 오키노는 모가미의 정의에 정면으로 부딪치게 된다.

모가미의 대학시절, 그는 기타토요 기숙사에서 머물렀고 그 곳에는 당시 중학생이었던 유키를 그와 친구들은 꽤나 귀여워했었다. 하지만 유키는 잔혹하게 살해당하게 되었고, 그와 친구들은 그 사건 이후 조금씩 심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어느새 공소시효마저 지나간 그 사건의 용의자 마쓰쿠라의 이름이 모가미의 시선에 들어오게 된다. 바로 70대 노부부가 살해되는 사건의 용의선상에 떠오른 사람 중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이미 그의 손에 의해 유키의 미래는 사라져버렸는데, 너무나 멀쩡하게 살아온 마쓰쿠라를 대면한 모가미는 그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그의 죄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법에 의해 부정되었다. 그래서 모가미는 법률이라는 검을 잘 다루어그를 단죄하고자 한다. 그리고 오키노는 법은 그 누구라도 지켜야 한다고, 자신이 법의 집행자라고 하더라도 법을 지킬 때 그 자격이 생긴다는 생각으로 모가미에게 정면으로 맞선다.

정말이지 심정적으로는 모가미의 손을 그리고 이성적으로는 오키노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진다. 그래서 정말 고민이 많아진다. 문득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떠오를 정도라고 할까. 두 사람 중에 한 명이 정의이고 한 명은 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다른 한 사람도 분명 또 다른 정의로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들을 이러한 상황까지 밀어붙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검찰 측인 법률, ‘공소시효이다.

과연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서 그 범죄자는 범죄자가 아닌 게 되는 것인가? 사실 처음에는 검찰 측 죄인이 바로 모가미라고 생각했었지만, 책을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검찰 측 죄인인 법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과연 교화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공허한 십자가>, 나이라는 것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형사의 아이>까지 최근에 법이 갖고 있는 한계를 다룬 책을 몇 권 읽었었다. 그리고 이 책 역시 나에게 법이 갖고 있는 맹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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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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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파브리티우스의 명화 황금방울새를 둘러싼 한 소년의 성장기를 그려낸 소설 <황금방울새> 요즘 내가 베스트셀러보다 조금 더 신뢰성을 갖고 보는 호킹지수를 98.5%를 기록했다는 집계에 당연히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호킹지수란, 천만부 이상 1천만 권 이상 팔렸지만, 완독률은 6.6%인 것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정말 압도적인 수치를 보여준 책이 바로 도나 타트가 11년 만에 발표한 황금방울새 이다. 그녀는 다수의 평론가들에게 위대한 재담꾼으로 불리는 찰스 디킨스적인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고 하던데, 정말 책을 읽으면서 그 상황이 마치 영상처럼 생생하게 살아나는 때로는 내가 바로 그 곳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글로 읽는 팝업북 같다고 할까?

카렐 파브리티우스는 뛰어난 화가였음에도 불구하고, 화약 공장 폭파사고로 그의 작품의 대다수가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몇 개 남지 않은 그의 작품 중에 하나인 황금방울새는 또다시 폭발사고에 휩싸이고 만다. “엄마의 죽음은 내 잘못이었다”, 꽤나 충격적인 독백이지만 사실 그 사건을 두고 시오의 잘못이라고 책망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연이 겹치고 겹쳐져서 만들어진 비극 속에 시오의 엄마는 자신의 진정으로 사랑하는 첫번째 그림과의 추억을 마지막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시오는 그 참혹한 상황 속에서 전시회에서 만난 할아버지에게서 그 그림과 반지를 건네 받게 된다. 물론 그 그림을 돌려주려고 했지만, 그 기회를 놓치게 된다. 아니 어쩌면 세상 끝에 홀로 남겨진 어린 시오가 황금방울새에 집착하게 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만약 위작이 있다면 쉽게 알아볼 정도로 수없이 들여다보던 시오는 사슬에 매여있던 황금방울새와 서서히 하나가 되어간다. 책표지에도 이런 부분이 잘 표현되어 있었는데, 책을 펼칠때마다 마치 내가 시오가 된 거 같은 느낌도 그래서 들었던 거 같다. 그리고 더욱 당연스럽게도 그 작품을 쫓는 수많은 무리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에서 강약조절이 절묘하게 이루어진다.

물론 이 책은 꽤나 긴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금방울새에 쏟아진 수많은 찬사에 나 역시 하나를 더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한 소년의 성장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빛과 어둠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빛을 다채롭게 녹여낸 듯 하다. 마치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그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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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자본주의 이야기 - 산업혁명에서 피케티까지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시리즈
김민주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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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의 키워드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북유럽에 대한 책을 읽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었는데 상당히 알차게 구성이 되어 있다. 덕분에 막연하게 느껴지던 것을 구체화할 수 있었고, 필요한 상식도 쌓을 수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로 나온 자본주의역시 많은 기대를 갖고 읽었고, 나의 바람을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책이었다.

50개의 키워드를 자본주의에 관한 특성, 주요 이슈, 혁명, 핵심 산업, 인물로 다시 분류했는데, ‘산업혁명에서 피케티까지라는 문구 때문에 토마 피케티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인물 부분에서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없어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50개의 키워드를 쭉 살펴보니 소득분배에서 피케티를 찾아볼 수 있을 거 같아 일단 거기부터 읽어보니 역시나 그가 등장했다. 현대의 자본주의를 세습 자본주의라고 말하는 그의 분석을 쉽게 잘 정리해놓고, 한국의 소득 불평등 정도를 부록처럼 따로 붙여놓아서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인물부분에서는 미국의 석유재벌 록펠러가 인상적이었다. 그가 사업을 확장하는 방법은 많은 문제점이 있었고, 결국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가 해체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는 천재적인 발명이지만 경쟁을 제한한다는 판결문을 듣고 당신은 이것을 독점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것을 사업이라고 부른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과도한 독점을 해온 스탠다드 오일을 풍자한 만화도 인상적이었는데, 다양한 키워드에 어울리는 사진자료들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물론 자본주의에서 개인이 부를 끝없이 증식하고자 하는 것과 개인들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은 양립하기 힘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지점이고, 한편으로는 소득 재분배 정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혁명에서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이루어지고 있는 정보통신 혁명에 대한 설명에서 세계 인터넷 이용지도가 제시되어 있었다. 지도를 차분히 보다 보니 그 혁명이 거세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한 편차가 있기도 했다. 그리고 주요이슈에 등장하는 전쟁은 전쟁을 철저히 경제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서 분석해서 전쟁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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