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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시즈쿠이 슈스케의 <검찰 측 죄인> 제목부터 참 의미심장한 책인데,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조금은
거창하게 느껴졌던 도입부도 참 유려하게 쓰여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률이라는 검을 잘 다루어 세상의
악을 일도양단한다’라는 말은 베테랑 검사 모가미가 생각하는 정의 (正義)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를 존경하여 검사의 길을 걷게 된
오키노는 모가미의 정의에 정면으로 부딪치게 된다.
모가미의 대학시절, 그는 기타토요 기숙사에서 머물렀고 그 곳에는 당시
중학생이었던 유키를 그와 친구들은 꽤나 귀여워했었다. 하지만 유키는 잔혹하게 살해당하게 되었고, 그와 친구들은 그 사건 이후 조금씩 심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어느새
공소시효마저 지나간 그 사건의 용의자 마쓰쿠라의 이름이 모가미의 시선에 들어오게 된다. 바로 70대 노부부가 살해되는 사건의 용의선상에 떠오른 사람 중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이미 그의 손에 의해 유키의 미래는 사라져버렸는데, 너무나 멀쩡하게
살아온 마쓰쿠라를 대면한 모가미는 그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그의 죄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법에 의해 부정되었다. 그래서 모가미는 ‘법률이라는
검을 잘 다루어’ 그를 단죄하고자 한다. 그리고 오키노는
법은 그 누구라도 지켜야 한다고, 자신이 법의 집행자라고 하더라도 법을 지킬 때 그 자격이 생긴다는
생각으로 모가미에게 정면으로 맞선다.
정말이지 심정적으로는 모가미의 손을 그리고 이성적으로는 오키노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진다. 그래서 정말 고민이 많아진다. 문득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떠오를 정도라고 할까. 두 사람 중에 한 명이 정의이고 한 명은 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다른 한 사람도 분명 또 다른 정의로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들을 이러한 상황까지 밀어붙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검찰 측인 법률, ‘공소시효’이다.
과연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서 그 범죄자는 범죄자가 아닌 게 되는 것인가? 사실
처음에는 검찰 측 죄인이 바로 모가미라고 생각했었지만, 책을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검찰
측 죄인인 법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과연 교화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공허한 십자가>, 나이라는 것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형사의 아이>까지
최근에 법이 갖고 있는 한계를 다룬 책을 몇 권 읽었었다. 그리고 이 책 역시 나에게 법이 갖고 있는
맹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